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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11·23 연평도 도발 그 후

[집중취재] 거꾸로 재현된 미·소 군비경쟁 표류하는 선진정예강군 건설

北 비대칭 군사전략 vs 南 국방개혁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집중취재] 거꾸로 재현된 미·소 군비경쟁 표류하는 선진정예강군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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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평도 포격은 북한이 유지해온 비대칭 전략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김일성 주석이 광복 이전 만주에서 벌였던 유격대 활동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비대칭 전술의 DNA’가
  • 기존의 전면전 대비태세를 넘어 군사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음을 의미하기 때문. 그러나 이에 맞서는 한국군의 대비태세는 여전히 전면전 중심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최근의 국방개혁 논의는 오히려 이러한 추세에 역행하는 기류마저 감지된다. 한국군은 과연 각군 이기주의와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황에 적합한 정답’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집중취재] 거꾸로 재현된 미·소 군비경쟁 표류하는 선진정예강군 건설

12월7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 주재로 전군지휘관회의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산화한 병사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우수한 공군과 해군과 포화들을 소유한 적들과 싸우는 특수한 조건에서 전투를 수행할 줄 몰랐습니다…적 후방에서 유격전을 전개하는 것은 적의 참모부와 후방을 습격하여 적 후방에서 제2전선을 조직함으로써 적의 퇴로를 절단하여 적에게 공포와 당황을 초래케 하는 것입니다.”

파죽지세로 몰아붙이던 전쟁이 유엔군의 강한 반격에 밀려 실패의 기세가 완연하던 1950년 12월21일, 중국의 개입으로 가까스로 한숨을 돌린 북한 수뇌부는 산간오지인 자강도 별오리의 한 시골집에서 조선노동당 2기 3차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적군이 지척에까지 와 있는 긴급한 상황에서 열린 회의가 패인 분석에 초점을 맞춘 것은 자연스러운 일. 훗날 ‘별오리 회의’로 기록된 이날의 논의를 주재한 김일성 수상은 위에서와같이 그간 얻은 전략적 교훈을 정리했다.

북한이 ‘총량적으로 세력 격차가 확연한 상대에 맞서기 위해 누구나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한방을 추구하는’ 비대칭전(Asymmetric Warfare) 전술을 꾸준히 발전시켜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그 뿌리는 사실상 김일성이 1930년대 중공군 휘하의 유격대 활동기간 익혔던 마오쩌둥의 게릴라 전술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37년 보천보 전투와 1940년 마에다 토벌대 격파에서 기습과 매복을 무기 삼아 막강한 화력의 일본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던 김일성은 비정규전의 위력을 뼛속 깊이 각인했고, 이는 두고두고 인민군 군사전략 사상의 한 축으로 작동한다.

특히 대규모 전차부대를 앞세워 신속하게 종심(縱深)을 돌파하는 소련식 물량 위주 정규전 전략이 실패한 뒤, 북한은 기존의 전력구조에 이러한 비정규전 요소를 강화하는 이른바 ‘배합전략’을 완성한다. 여기에 1980년대부터 남북 간에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고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원조가 중단되면서 재래식 군사력의 축적이 불가능해지자 비정규 전력 혹은 비대칭 전력에 대한 강조는 유일한 선택으로 떠오른다. 수도권을 노리는 장사정포는 물론 생화학무기와 핵무기, 장거리 운반수단인 탄도미사일 등은 모두 이 시기에 개발됐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극단적인 방식으로 증폭됐다. 최근 국방부가 국회에 보고한 ‘북한 특수전 병력 12만에서 20만으로 증원’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유사시 후방에 침투해 전략적 타격을 노리며 유격전을 벌일 이들 비정규전 병력은, 8만이라는 병사를 새로 수급한 것이 아니라 전선을 감당해야 할 기존의 정규전 지상군 편제를 수정해 구성한 것이었다. 2009년 2월 발간된 국방백서는 “북한은 15개 지상군 군단급 부대 가운데 2개 기계화군단을 2개 기계화사단으로, 1개 전차군단을 기갑사단으로, 1개 포병군단을 포병사단으로 각각 경량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북한 군사전략과 전력구조의 무게중심이 전면전 대비태세에 구멍이 뚫리는 한이 있더라도 비정규전 전력을 강화한다는 방향으로 완전히 옮겨왔음을 의미한다.



2010년 11월23일 연평도 포격은 또 하나의 사례다. 당시 포격에 동원된 북한군 122㎜ 방사포는 당초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에 대비해 서부전선에 배치된 것이었다. 한국군이 압도적 우세를 점하고 있는 휴전선 대신 지형적으로 자신들의 전력이 강할 수밖에 없는 서해 도서를 택해 국지도발을 감행한 것은 이러한 비대칭 전략의 노골화를 보여준다. 전면전을 위해 준비한 전력배치를 흔들어가면서라도 국지도발을 감행하겠다는 시그널인 셈이다.

그러나 한국의 대응은

이러한 상황변화는 먼저 미국 측이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2009년 9월 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전통적 의미의 전면전에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비정규전이나 비대칭 위협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2월8일 열린 한미 양국군 합참의장협의회는 “북한이 전면전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지만 비대칭 전력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모색할 것”이라고 결론내리기도 했다. 쉽게 말해 대규모 병력이 전선에 늘어서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 6·25식 전쟁은 사실상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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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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