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한국민속촌은 흔히 조선시대로의 여행을 안내하는 곳으로만 알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더없이 매력적인 야외조각공원도 품고 있다. 민속촌 들머리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효자손 등을 판매하는 매점이 나온다. 이 지점에서 흐르는 개울을 건너면 동산 위의 이 공원을 만날 수 있다. 울창한 거목들에 에워싸인 야외 조각공원은 민속촌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민속촌과 야외조각공원의 산세는 개울을 중심으로 꽃잎 두 장이 만개한 형상을 하고 있다. 꽃을 향해 날아가는 나비처럼 보이기도 한다. 꽃잎과 개울이 만나는 그 지점에 들어선 야외조각공원은 작고 아늑해 연인들이 데이트 즐기기에 좋은 공간이다. 조각공원이 아니었다면 죽은 자의 쉼터가 됐을 만한 곳이기도 하다. 풍수학에서는 산이 바람을 막아주며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장소를 명당이라 말한다. 연인들을 위한 키스의 장소도 마찬가지다. 사람에 따라, 취향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조금은 감춰진 곳이 편안하다. 서로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외조각공원을 돌다보면 조그만 샛길이 나타난다. 장미가 피어 있는 아치형 문을 스쳐 지나면 조그만 공간, 마치 시간이 멈추어버릴 것 같은 고요한 쉼터가 나온다. 그리고 눈 아래로 ‘풍경’이라는 조각이 보이고 멀리 민속촌을 포근히 감싼 산세가 눈에 들어온다. 그 앞에 조각 하나가 서 있다. 작품명은 ‘사랑’이다. 이 조각상 뒤로 벤치 하나가 놓여 있으면 좋을 텐데…. 이곳은 산책로에서 떨어져 있어 방해받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조각으로 사람들의 시선과도 차단된다. 연인들은 벤치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경관을 본다. 특별히 달콤한 말도 필요 없다. 조용히 손을 잡고 소리 없는 대화를 한다. 수줍음에 긴장한 연인들에게 ‘사랑’이라는 조각은 곧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연상시킨다. 연인들은 그 조각품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
시간이 멈춘 곳에서 일어나 동산 위를 산보한다. 연인이 떨리는 가슴으로 동산에 오르면 사각형 화강석 안의 종(아리랑)이 맞아준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마치 에밀레종 같기도 하고 교회 종 같기도 하다. 그 앞에 나지막한 동산이 있고, 고흐의 그림에 나오는 오베르 마을길을 연상시키는 경관이 펼쳐진다. 벤치에 앉은 연인들은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흘러가는 구름을 감상한다. 바람이라도 불면 종이 울릴 것만 같다. 두 손을 잡은 연인은 사랑의 종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둘만의 영혼의 대화를 나눈다.
민속촌의 야외조각공원은 분명 오래도록 추억에 남을 만한 장소다. 거대한 야외조각물이 동화 속의 신비한 나라처럼 밤이 되면 살아서 움직일 것 같은 그런 곳이다. 이곳에선 누구라도 연인과 함께하고 싶을 것이다. 누군가 곁에 있다면 사랑의 종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