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호

중년 남성 겨냥한 명품 비즈니스의 세계

3차원 쇼룸에서 ‘신상’보고, 백화점 편집매장에서 ‘원스톱 쇼핑’

  • 이남희 기자│irun@donga.com

    입력2010-12-22 13: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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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 남성이 최근 명품업계의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 패션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쇼핑 철학을 지닌 이들은 옷차림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패션 감각을 드러내는 40~50대 남성을 위한 명품 비즈니스의 모든 것.
    #. “창의적 디자인에 끌리다”

    중년 남성 겨냥한 명품 비즈니스의 세계

    제일모직이 ‘노무족’을 겨냥해 선보인 니나리치 남성복의 광고 컷. 프랑스 스타일 아이콘 뱅상 카셀이 모델로 나섰다.

    “동년배 친구들이 술, 담배에 쓰는 비용을 저는 패션에 투자합니다. 무조건 비싼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디자인이 얼마나 창의적인가’로 구매를 결심하죠.”

    중견기업 간부 박모(51)씨는 까다로운 심미안과 쇼핑 철학을 지닌 소비자다. 주말에 아내와 함께 브런치를 먹은 후 백화점이나 아웃렛을 둘러보는 것은 그의 즐거움 중 하나. 영혼이 통하는 물건을 ‘발견’할 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다른 아이템에 비해 저렴한 안경은 그에게 최상의 사치품이다. 옷 색깔, 분위기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그는 세미 정장에 타테오시안의 뿔테 안경을, 노타이 차림의 댄디한 룩에는 모스코(Moscot)의 투톤 컬러 안경을 매치한다. 때론 섹시한 신사 느낌의 톰 포드, 스타일리시한 빅터 앤 롤프, 개성 넘치는 알랭미끌리의 안경도 즐겨 쓴다.

    ‘남자의 로망’인 시계는 특히 그가 고심해서 소비하는 궁극의 아이템이다. 아들에게 물려줄 것을 염두에 두고 구입한 것이 롤렉스의 데이토나 골드 모델. 이 시계는 롤렉스(Rolex)가 후원하는 국제모터스포츠협회(IMSA)의 데이토나 경주대회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그는 “전통적인 이미지의 롤렉스가 선보인 데이토나의 혁명적인 디자인이 나를 사로잡았다”고 털어놓았다. 프랭크 뮐러의 가죽 스트랩 시계는 ‘창업자의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해 구입했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프랭크 뮐러는 시계 수리공 장인 면허를 따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내놓았어요. 1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시계 브랜드들과 경쟁하며 빠르게 성장했죠. 다양한 시계의 메커니즘을 분석하며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를 만들어낸 그의 노력을 인정해주고 싶었어요.”

    그는 ‘쇼퍼홀릭’처럼 보이지만, 충동구매는 하지 않는다. ‘10년간 정말 좋아하며 가지고 다닐 수 있을까’를 먼저 고려하기 때문이다. 유행을 따르는 아이템에는 흥미가 없다. 차별성과 희소성을 가진 제품이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그는 “자기만의 패션 스타일을 잘 갖춘 사람이 창의적인 일도 더 잘한다”고 강조했다.

    패션에 관한 그의 풍부한 지식과 뚜렷한 철학은 감탄을 자아낸다.

    “사회 변화를 이끄는 것은 꼭 제도나 법이 아닙니다. 문화 트렌드, 패션의 혁명을 통해 변화가 이뤄진 적이 더 많습니다. 과거 법 개정을 통해 여성에게 선거권이 주어졌지만, 실제로 여성의 사회 진출을 공고히 한 것은 코코 샤넬이 만든 바지였습니다. 남성이 패션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브랜드로 나를 표현하다”

    BMW 강남점의 장덕수(40) 과장은 명품과 중저가 브랜드를 ‘믹스 매치’ 하는 감각적인 소비자다. 몸에 잘 맞는 중저가 브랜드 킨록의 슈트를 즐겨 입으면서도 시계와 구두는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구입한다. 100% 수제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영혼이 담긴 구두’로 불리는 벨루티의 기성화와 오메가의 ‘007’ 리미티드 에디션 시계는 그가 특별히 아끼는 품목이다. 장 과장은 “액세서리는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된다”며 “내가 착용한 브랜드로 나를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렌드를 익히기 위해 남성 패션지를 구독하는 것은 기본. 해외 명품 편집매장인 ‘분더샵’에서 신제품을 눈으로 확인하고, 물건은 면세점이나 세일 기간 백화점에서 구입한다. 부인이 골라주는 대로 입는 보통 남자들과 달리, 그는 ‘나 홀로 쇼핑’을 고집한다. 구매를 결심하기 전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신상 리뷰’도 꼼꼼하게 읽어본다.

    그는 ‘리폼(reform)의 마법’도 즐긴다. 지난 여름, 사이즈가 조금 컸던 아르마니의 스리버튼 슈트를 슬림하게 리폼해 입었다. 원단이 좋은 명품 슈트의 디자인을 유행과 취향에 맞게 변형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떠오르는 ‘노무족’

    중년 남성 겨냥한 명품 비즈니스의 세계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동 본점에 위치한 남성 캐주얼의류 편집매장 ‘리비에라’.

    패션이나 쇼핑과는 거리가 멀었던 중년 남성이 럭셔리 브랜드의 새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나이에 얽매이지 않는 패션 감각을 지닌 이들은 ‘노무족(No More Uncle)’으로 통하며, 패션·명품업체의 타깃 고객으로 각광받는다. 경기 회복세도 중년 남성의 쇼핑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신사복의 매출 증가는 남성 소비자 파워를 증명한다. 신세계백화점의 신사복 매출 신장률은 2008년 2.0%에서 2010년 27.2%로 급성장했다. 스포츠 브랜드 신장률 역시 2008년 15.1%에서 2010년 40.7%로 상승했다.

    이탈리아 명품 남성정장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코리아의 백정미 대리는 “국내 매출이 매년 6~7% 신장하고 있다”며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크게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밝혔다.

    스타일 연출에 과감해진 것도 중년 남성의 변화된 모습이다. 백 대리는 “과거 몸에 꼭 맞는 슈트나 짧은 팬츠를 부담스러워하던 고객이 최근에는 이탈리아 스타일을 과감하게 시도한다”고 전했다. 또한 “원단과 컬러의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 맞춤슈트의 증가는 ‘나만의 스타일’을 찾으려는 남성들의 기호를 반영한다.

    ‘노무족’을 사로잡기 위한 패션·유통업체의 움직임은 발빠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급품 취향의 남성 고객을 겨냥한 다양한 남성편집매장의 등장이다.

    2010년 하반기 국내 주요 백화점은 남성 전용 패션 편집매장 개설 경쟁에 돌입했다. 10월 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6층에 문을 연 ‘신세계 멘즈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330㎡(100평) 규모의 이 대형 매장은 40~50대 남성을 타깃으로 한다.

    신세계백화점 남성복 담당 선현우 바이어는 “유행을 타지 않는 유럽 정통 클래식 슈트부터 스포티 캐주얼, 골프웨어 등 모든 종류의 남성복을 모두 이 안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100% 핸드메이드 맞춤슈트 브랜드 이사이야(ISAIA), 에르메스·랄프로렌의 슈트를 제작하며 명성을 얻은 벨베스트(Belvest), 모터사이클 콘셉트의 외투를 만드는 ‘벨스태프(Belstaff), 화려한 색채의 스포티 룩인 ‘일레븐티(Eleven-ty)’…. 이곳에 입점한 20여 개 해외 명품 브랜드 중에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다. 이 전략은 명품의 희소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한다.

    ‘신세계 멘즈 컬렉션’은 일본 이세탄 맨즈나 프랑스 라 파예트 옴므처럼 세계적인 남성 전용 백화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매장 인테리어는 미국 바니스 백화점의 총괄 인테리어를 담당한 제프리 허치슨이 맡았다. 남훈 란스미어 팀장은 ‘신세계 멘즈 컬렉션’에 대해 “클래식이라는 콘셉트에 집중하고, 품질이 뛰어난 브랜드를 찾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기존 백화점 편집숍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압구정동 본점 4층에 40~50대 남성을 겨냥한 고급 캐주얼의류 편집매장 ‘리비에라’를 열었다. 전체 품목 중 수입 브랜드 비중이 60%를 차지한다. 루비암, 헤르노, 브로이어 등 유럽 남성복 정통 클래식캐주얼 브랜드가 주를 이룬다. 나머지는 LG패션 마에스트로 캐주얼의 제품이다. ‘리비에라’의 매출은 같은 자리에 있던 예전 매장보다 30% 상승했다.

    중년 남성 겨냥한 명품 비즈니스의 세계

    롯데백화점 애비뉴엘점 2층에 위치한 ‘슈와다담’은 남성을 타깃으로 한 명품 편집매장의 원조로 통한다.

    갤러리아백화점의 차별화 전략은 ‘자체 패션브랜드 사업’이다. 12월 초 서울 압구정동 명품관 이스트(East)에 남성복 편집매장 ‘지스트리트 494 옴므’를 열고, 국내 맞춤복 전문점 장미라사, 이탈리아 정장 브랜드 스테파노 리치와 협업한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선보였다. 장미라사와는 맞춤형 캐시미어 재킷 30벌을 한정 판매한다. 스테파노 리치와 공동 기획한 넥타이도 눈길을 끈다. 향후 더 많은 브랜드와 협업해 장갑, 벨트 등 다양한 품목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스트리트 494 옴므’는 30~50대 남성을 겨냥한다. 이곳에서는 PB상품뿐 아니라 이탈리아 체사레 아톨리니, 영국 이타우츠, 프랑스 질리 등 해외 최고급 남성복 브랜드도 만날 수 있다.

    지팡이를 진열한 이유

    국내 남성 명품 편집매장의 원조는 2007년 롯데백화점 애비뉴엘점 2층에 문을 연 ‘슈와다담 (Choix d′Adam)’이다. ‘아담의 선택’이라는 뜻의 ‘슈와다담’은 가방, 타이, 구두, 스니커즈, 시계, 장갑, 모자, 시가용품, 우산까지 남성에게 필요한 모든 잡화를 판매한다. 독일 여행가방 ‘리모와’, 영국 수제화 ‘크로켓앤존스’, 시가 용품 ‘다비도프’ 등 입점 브랜드는 10개가 넘는다.

    최정인 롯데백화점 해외명품 MD는 “장동건, 고소영 부부가 신혼여행 길에 신어 화제가 된 이탈리아 구두 브랜드 ‘아쉬’의 스니커즈가 최근 인기를 모았다”고 전했다. ‘슈와다담’은 2010년 매출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매장이 문을 연 이래 연 20%가 넘는 신장률을 보이는 중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과연 팔릴까’ 싶은 아이템도 눈에 띈다. 영국 신사의 상징인 지팡이가 그 예다. 최정인 MD는 “지팡이는 완성된 신사의 룩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진열한다”며 “편집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패션 스타일링에 대한 문화를 전파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생소해 하던 한국 소비자도 요즘 지팡이를 구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최 MD의 전언이다.

    롯데백화점은 ‘슈와다담’이 인기를 끌자 본점 5층에 남성을 위한 액세서리 전문 편집매장 ‘다비드 컬렉션’을 지난 3월 열었다. 이곳에서는 커프스, 펜던트, 책상 위에 놓을 데스크웨어 등을 판매한다. ‘다비드 컬렉션’은 개장 이후 월 평균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 덕분에 롯데백화점의 2010년 남성 액세서리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약 50%대의 신장세를 보였다.

    지난 8월, 롯데백화점 잠실점 6층에는 해외 직수입 남성의류 편집매장 ‘팝 에디션’이 들어섰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이탈리아·영국·스페인·인도네시아 제(製) 유명 브랜드가 주를 이룬다. 150만~250만원대 정장부터 캐주얼 의류, 액세서리, 구두까지 모든 아이템을 한 매장에서 ‘원스톱 쇼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와 같은 남성 편집매장 열풍은 ‘쇼핑의 편의성’과 연관이 있다. 맥킨지의 ‘2010 한국 명품 소비자 서베이’에 따르면, 남성들은 ‘채널 접근성의 증진’을 명품 구매 확대의 주 요인으로 꼽았다. 패션의류 소비자의 답변을 살펴보면, 남성 응답자 중 73%가 명품 구매의 주된 이유로 “명품 구매가 더욱 편리해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나인경 삼성패션연구소 연구원은 명품 편집숍의 장점에 대해 “백화점은 다양한 브랜드의 아이템을 코디해 세트로 판매할 수 있고, 소비자는 여러 매장을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 1석 2조”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편집매장의 등장은 쇼핑 문화의 진보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음은 남훈 란스미어 팀장의 설명이다.

    “편집매장은 소비자가 그 안의 좋은 제품을 알아보는 안목이 생겨야만 발달할 수 있다. 이는 과거 공급자 위주의 시장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브랜드와 제품을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형태로 시장이 진화한 결과다.”

    광고 매출 호황 누리는 남성지

    패션 업체들은 ‘노무족’을 겨냥한 브랜드를 선보였다. 제일모직이 2010년 봄 론칭한 니나리치(NINA RICCI) 남성복은 멋에 투자하는 40대인 ‘뉴 포티(New forty)’를 타깃으로 삼았다. 정구호 제일모직 전무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더욱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니나리치 남성복은 전형적인 정장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캐주얼’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최신 유행을 거부감 없이 수용하는 중년 남성의 증가에 따라,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마케팅은 남성 명품 브랜드가 새롭게 관심을 쏟는 영역이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주요 명품 브랜드의 3차원(3D) 쇼룸을 제공하는 ‘엘르 앳진(www.atzine.com)’에는 최근 남성 럭셔리 브랜드의 입점이 이어지고 있다. 명품 만년필로 유명한 몽블랑, 라이터로 알려진 ‘에스티듀퐁(S.T. Dupont)’, 명품 구두 브랜드 ‘아. 테스토니(a.tes-toni)’, 스와치 그룹의 시계 브랜드 ‘블랑팡(blancpain)’‘브레게(breguet)’ 등이 그 주인공. ‘엘르 앳진’이 여성 명품 브랜드 위주로 출발한 만큼, 남성 브랜드의 유입은 흥미롭다. 다음은 이정민 엘르 앳진 마케팅팀 차장의 설명이다.

    “엘르 앳진에서 현재 남성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10% 정도다. 하지만 최근 남성 전문 편집매장을 연 백화점에서 ‘온라인 타깃 고객과 소통하고 싶다’고 문의해오는 등 남성 소비자에 대한 패션·유통업체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엘르 앳진’의 남성 회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최신 명품 트렌드를 전하는 남성 패션 잡지도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한 국내 남성지의 관계자는 “최근 2년 사이 남성지 광고 매출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 남성 잡지인 ‘레옹(LEON)’을 즐겨 본다”고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후 자신을 가꾸는 40~50대 멋쟁이 남성을 가리키는 ‘레옹족’에 관한 기사가 인터넷에 쏟아졌다. 중년 남성이 ‘GQ’ ‘에스콰이어’ ‘레옹’ ‘루엘’ 등 남성지를 보며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TPO에 걸맞은 스타일링

    중년 남성이 명품 주요 구매자로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성지 ‘루엘’의 송원석 기자는 ‘세대론’으로 접근한다.

    “‘X세대’ ‘오렌지세대’로 불리던 1990년대 초반 학번이 막 40대에 접어든다. 이들은 글로벌한 정보를 체감하며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가진 첫 번째 세대다. 경제력이 없던 20대 시절 명품을 동경해오던 이들이 이제 직장에서 자리 잡고 여유롭게 원하는 것을 구매한다. 이들은 베이비 붐 세대로 거대한 시장을 형성한다. 지나치게 유명한 대형 브랜드보다는 작지만 한 분야에 정통한, ‘선수들끼리 알아보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이 이들의 특성이다.”

    남성 패션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은 그동안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남성 패션 문화가 10년 이상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과거 패션에 관심을 드러내는 남성에게 ‘남자답지 못하다’며 암묵적인 탄압이 가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나인경 삼성패션연구소 연구원은 “이제 남성도 패션을 모르거나 TPO(시간, 장소, 목적)에 맞춰 스타일링 하지 못하는 것을 창피하게 여기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남성의 옷차림과 매너가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남성 패션 시장도 한층세분화하고 있다. 클래식한 정장, 출퇴근 시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는 비즈니스 캐주얼, 경쾌한 주말 레저룩, 아웃도어 스포츠웨어 등을 상황에 맞게 골라 입는 경향이 좀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남훈 란스미어 팀장은 “옷차림을 패션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문화로 이해하는 남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옷 입는 스킬보다 옷을 제대로 입는 방식과 규범을 전파하는 편집매장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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