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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한반도 전쟁소설

2014

6장 폭동(暴動)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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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일의 해병부대가 혁혁한 전과를 올리는 동안 노농적위대의 봉기에 이어 일부 정규군도 반란에 가담하는 등 북한군의 내분이 심각해진다. 김정일에 반기를 든 2군단사령관 김경식은 중국에 군 투입을 요청한다. 한편 이동일 부대의 포로인 북한군 중위 윤미옥과 이동일 휘하의 조한철 중위는 바위틈에서 뜨거운 정사를 나누는데… <편집자>
2014

일러스트 · 박용인

2014년 7월25일 금요일 15시50분, 개전 5시간00분25초 경과.

일대의 인민군이 산업지구 쪽에서 신천 시내로 진입하고 있다. 전시(戰時) 상황에서 시내는 병사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그들도 곧 병사 사이에 섞였다.

“저쪽에 인민학교가 있습니다.”

하고 왼쪽을 가리킨 사내는 적위대 차림의 오규성이다. 이동일의 옆으로 다가선 오규성이 말을 이었다.

“인민학교는 전시에 부대가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교실에 들어가 쉬면서 작전을 짭시다.”



이동일이 오규성을 보았다. 전석규는 합류하자는 이동일의 제의를 거부하고 돌아갔지만 노농적위대원 다섯 명이 합류했다. 그중 오규성이 가장 연장자이며 지휘자다. 이동일의 시선을 받은 오규성이 이가 빠진 치열을 드러내며 웃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요.”

“좋습니다. 그럼 오 선생이 먼저.”

이동일이 말하자 오규성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앞장을 섰다. 오규성의 뒤를 인민군복 차림의 해병 둘이 따른다. 대열은 왼쪽으로 꺾어져 이동했다.

“시민들이 눈에 띄지 않는데요.”

옆으로 다가온 조한철 중위가 낮게 말했다. 하긴 그렇다. 60대의 오규성도 군복을 입었으니 시민이 눈에 띌 리가 없다. 그때 윤미옥이 대답했다.

“모두 동원이 되었고 노인이나 아이들만 집 안에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600만 대군이라고 선전했군.”

혼잣소리처럼 말한 조한철이 걸음을 늦추더니 뒤쪽으로 떨어졌다. 3열종대로 인민군 병사들이 행진해오고 있었지만 이쪽은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2개 부대로 60여 명, 인솔자는 대위였는데 힐끗 이쪽을 보더니 외면했다. 지친 표정이었고 병사들의 발도 제대로 맞지 않는다.

그 시간에 김경식은 호위대 벙커에서 한국 방송을 보는 중이었다. KBS는 지금 10여 번 계속해서 같은 장면을 방영하고 있었지만 김경식은 처음이다. 그때 화면에 60대의 노농적위대원이 나타나더니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이제는 이놈의 세상을 뒤집어야 해. 마침 우리 손에 총이 쥐어졌으니 끝장을 내겠어.”

벙커 안은 조용해서 사내의 목소리가 시멘트벽에 부딪혀 울렸다. 그때 화면이 꺼지더니 옆에 서 있던 대좌가 말했다.

“화면을 편집해서 위치 파악을 못하도록 했지만 황해남도 태안, 벽성군 지역인 것 같습니다.”

모두 듣고는 있었지만 시선이 이리저리 옮겨졌다. 다시 대좌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남조선 해병놈들은 인민군으로 위장하고 있습니다. 황해남도 지역의 검문을 강화해야 될 것입니다.”

“곧 삐라가 넘어올 거요.”

하고 옆쪽에 앉아 있던 무력부장 성종구가 말했으므로 김경식이 머리를 들었다. 성종구는 김경식에게 지휘권을 빼앗긴 후부터 거의 나서지 않았다. 벙커 안의 모든 시선이 모여졌고 성종구가 말을 잇는다.

“내란이 일어났다고 선동하겠지. 전연(前緣)지대의 정규군보다 노농적위대, 교도사단이 동요할 거요.”

“정치군관이 즉결처분을 할 겁니다.”

김경식이 자르듯 말했을 때 성종구가 입술을 비틀고 웃었다.

“전시에는 정치군관의 장악력이 떨어지지. 내가 전쟁을 겪어봐서 알아.”

“그때하곤 다르오.”

그러고는 김경식이 옆쪽 장성에게 말했다.

“4군단 지역이 뚫린 건 우장선 책임이야. 우장선이 서둘러 그놈들을 잡아야 돼. 김정일 눈치만 보면 안 된다고.”

몇 시간 전만 해도 군 지휘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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