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운은 있었지만, 부동산 운은 없는 것 같다. 결혼 후 10년 안에 서울 입성이 목표였으나 이루질 못했다. 아직도 경기도에 살고 있다. 서울 입성은 이제 쳐다보지 못할 꿈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결혼 전 살던 곳은 서울이었지만 경기도에 둥지를 틀었다. 변명하자면 사회 초년생 시절 결혼한지라 가진 돈이 많지 않았다. 당장 서울에 집을 구할 돈이 없었다. 아이도 빨리 생겨 처가 근처인 경기 의왕시에서 전세로 아파트를 구해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정부 말대로 서울 집값 정상화됐을 때 이사하자”
당시만 해도 난 미래를 낙관했다. 직장에서 꽤나 인정받고 있었고, 금방 돈을 벌어 서울 입성이 가능할 거라 믿었다. 실제로 서울 입성이 가시권에 있던 시절도 있었다. 2017년 말 아내와 진지하게 서울로 이사를 고민했다. 직장이 서울 중심부라 출근 시간만 2시간 남짓이었으니 서울에 자리를 잡고 싶었다. 대출을 최대한 일으키고 모아놓은 돈을 전부 투자하면 서울 20평대 아파트도 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변수는 갑자기 찾아온 둘째였다. 둘째 임신 사실을 듣자 서울 입성의 꿈보다는 집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꽉 막힌 출근길에 고통받는 직장인. AI생성 이미지
모든 것이 패착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며 다양한 규제를 내놨으나 오히려 가격은 올랐다. 강남3구는 물론 마포·용산·성동구도 넘볼 수 없는 곳이 됐다. 경기도도 집값이 오르긴 했으나 서울 집값 상승세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아내가 “집을 줄여서라도 서울로 이사를 준비하자”는 말을 꺼냈다. 두 번째 찾아온 기회를 걷어찬 사람은 나였다. “정부가 공언한 대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지 모르니 조금만 기다려보자”고 답했다. “왕복 4시간이 넘는 출퇴근길이 힘들지 않냐”는 아내의 걱정에도 “돈을 조금 더 모으고 서울 집값도 정상화됐을 때 서울 외곽에 30평대 집을 알아보자”며 고집을 부렸다.
마침 GTX-C 노선이 의왕역을 지나게 되며 집값이 소폭 올랐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GTX-C 공사가 지연되며 다시 집값이 가라앉았다. 그 결과 나는 여전히 경기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앞으로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새 정부가 다시 부동산 규제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지금 8년 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난 이 규제를 겪어봤어요. 정부를 믿어선 안 돼요. 지금이라도 여력이 있다면 서울에 꼭 집을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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