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찰 수사 조작론’의 배경
손가혁은 ‘하늘의 군대, 민심의 군대’
‘성남시 괴문자 발송 정치공작’ 사건
“권력 행사는 잔인하게 해야 된다”
이재명의 ‘부패즉사 청렴영생’

2017년 1월 15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지 모임 ‘손가락혁명군 출정식’에 참석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뉴시스
성남시장 이재명이 2015년 9월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손가락혁명’ 동지들은 ‘손가락혁명군(손가혁)’으로 불렸는데, 이는 이재명 지지층의 인터넷 활동을 통해 정치적 개혁을 한다는 취지로 2011년경 출범한 조직이다. 당시의 이름은 ‘이재명과 소주한잔’이었지만, 2015년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이재명과 손가락혁명군’으로 카페명을 바꿨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놀라운 일이다. 이런 글들을 올린 지 채 10년이 안된 2025년 6월 4일 이재명은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취임하니 말이다. 마치 초등학교 앞 구멍가게 주인이 어린이 고객을 상대로 그 나름의 마케팅에 열을 올린 지 10년도 지나지 않아 한국 최고의 재벌 총수로 수직 상승한 것과 같은 느낌, 아니 현기증에 어지럽지 않은가.
‘이재명 검찰 수사 조작론’의 배경
오늘날 이재명의 정치를 가리켜 ‘팬덤정치’라고 하지만, 이 말만으론 이재명의 현란한 수직 상승의 놀라움을 담아내기 어렵다. 연예 스타의 팬덤 관리 이면엔 기획사가 주도하거나 지원하는 체계적 분업 체제가 자리잡고 있지만, 이재명의 팬덤 관리는 자신이 스타이면서 동시에 기획사와 매니저, 심지어 팬클럽 회장 역할까지 도맡아 하는 1인4역 시스템이었다. 다른 스타급 정치인들 중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지 않으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누구도 이재명처럼 자신이 직접 나서서 노골적으로 팬의 자격과 모집 요강을 밝히고 ‘응원 댓글’을 부탁하거나 요구할 정도로 대담한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이재명은 12월 15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남의 한 시민을 아예 공개수배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수배합니다. 제 청년배당 관련 글에 들어와 폭언성 댓글을 다신 분입니다. 페북 보니 성남분이시라는데, 혹 이분 연락처나 인적사항 아는 분 DM 좀 부탁합니다.” 이틀만에 4000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340명이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의 이런 적극적이고 호전적인 태도는 자신의 팬덤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니 이재명의 그런 태도에 반해서 이재명의 열혈 팬이 되기로 작정한 사람도 많았다. 이탈리아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마키아벨리는 “성급과 대담은 때로 보통의 방법으론 이룰 수 없는 것을 성취하게 해준다”고 했는데, 이거야말로 이재명의 성공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이재명에게 아부하는 사람들은 “이재명 관련 검찰 수사는 모두 다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니 아부가 아니라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끔 그게 아니라고 자상하게 설명한 적이 있지만, 새로운 언어로 다시 반복해 말씀드리련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성급과 대담’은 아무런 비용 없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통의 방법으론 이룰 수 없는 것을 성취하게 해주는 대신에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그게 바로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다. 검찰 표적 수사의 집요함을 지적하는 건 당연하거니와 옳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그런 정도의 정파성은 늘 있었던 것으로, 그걸 가리켜 아예 ‘조작’이라고 말하는 건 무리다. 즉 그건 조작된 리스크가 아니라 이재명의 초고속 성장과 승리가 지불해야 했던 비용으로 보는 게 옳다는 것이다.
자기 진영의 이익이 판단 기준된 시대
이재명은 잃을 게 없는 언더도그로서 과격한, 때론 무모한 선동을 구사했으며, 다른 정치인이라면 포기하거나 주저했을 파격적이거나 변칙적인 정책이나 조치를 구사했다. 그는 그런 과격·무모·파격·변칙으로 ‘지도자 경쟁’에서 일찍 탈락할 수도 있었지만, 놀랍게도 거시적 타이밍이나 상황은 늘 그의 편이었다. 그를 지도자 반열에 오르게 한 결정적 사건은 박근혜의 정치적 위기와 파국이었으며, 그를 지도자 대열의 최정상에 오르게 한 결정적 사건은 윤석열의 정치적 자해와 자폭이었다. 이런 비상한 상황이 그의 과격·무모·파격·변칙을 정치적 자산이 되게 만든 것이다.이런 맥락은 무시한 채 ‘이재명 검찰 수사 조작’, 아니 ‘닥치고 조작’을 외쳐대도 웃음거리가 되지 않는 것은 윤석열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혐오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오늘날의 한국 정치가 진영 간 ‘밥그릇 싸움’ 또는 ‘이권 전쟁’으로 전락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재명 이전에도 정치는 진영 간 ‘밥그릇 싸움’ 또는 ‘이권 전쟁’의 성격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극단화되진 않았었다.
민주화라는 가치가 선명하고 절실했던 시절엔 진영 간 ‘밥그릇 싸움’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화가 이루어진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생산되는 정치적 이슈는 예전처럼 선명하게 ‘민주 대 반민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이익’의 관점이 크게 작용하게 되었다. 어떤 정치적 행위가 ‘민주’인지 ‘반민주’인지를 구분하는 건 점점 어려워졌으며, 그런 구분이 애매한 영역에선 소속 진영의 이익을 판단 기준으로 삼게 됐다는 것이다.
이재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적 이슈가 됐던 지난 수년간의 여론조사 결과가 그걸 잘 보여준다. 보통 사람이 사안별 판단을 내리긴 쉽지 않기 때문에 자기 진영의 이익이 판단의 주요, 아니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됐다. 예컨대, 제20대 대선(2022년 3월 9일) 직전인 3월 1일과 3월 2일에 공개된 두 개의 여론조사를 보자. 두 여론조사 질문은 거의 같았다. 하나는 “대장동 특혜 의혹의 몸통이 누구냐”였고, 다른 하나는 “대장동 특혜 의혹이 이재명 게이트냐, 윤석열 게이트냐”였다. ‘이재명’이라고 답한 사람이 많았지만(각각 49.3%, 49.4%), 놀라운 것은 37.9%와 37.3%가 ‘대장동 의혹의 몸통이 윤석열’이고 ‘대장동은 윤석열 게이트’라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호남에선 이 비율이 각각 54.0%와 53.0%에 이르렀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날인 2022년 3월 4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에서 투표를 마친 후 소감을 전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은 두 여론조사가 실시되기 수일 전인 2022년 2월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몸통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했다. 그런데 기억력이 좀 있는 사람들에겐 이건 참으로 묘한 주장이었다. 그는 5개월 전인 2021년 9월 14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중에는 대장동 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공익환수사업’이라고 자화자찬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윤석열이 그 좋은 일을 한 몸통이라는 말인가.
그러나 이건 우문(愚問)일 수 있다. 이재명에겐, 대장동 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상황에선 대장동과 거리를 두는 게 필요했을 뿐이다. 아, 이 놀라운 대담함이여! 그렇게 ‘100% 확신’까지 내세우면서 큰소리를 쳐대는데 그에게 이미 호감을 품은 지지자들이 어찌 이 호언을 뿌리칠 수 있었겠는가.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이렇게까지 대담한 주장을 거침없이 했던 정치인이 얼마나 있었던가. 평화로운 시기에 국한해 말하자면 이재명이 거의 유일무이하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어찌 됐건 여기서 하고자 하는 말은 유권자들이 자기 진영의 이익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 됐다는 사실이다. 이런 패턴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모든 이재명 수사가 조작이라고 주장하거나 믿는 사람이 절반, 아니 절반을 넘는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윤석열이 자폭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믿음이 유지됐을텐데, 자폭한 데다 자폭 이후 추한 모습을 보여준 상황에서 더 말해 무엇하랴.
손가혁은 ‘하늘의 군대, 민심의 군대’
이재명이 2016년 1월 20일부터 지역 청년들에게 공짜로 지급한 ‘성남사랑상품권’을 액면가의 70~80%에 현금으로 사거나 팔겠다는 글이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 잇달아 올라온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벌어졌다.이재명은 1월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초보 ‘오유’ 회원만도 못한 조중동 종편 기자들, 일베만 말고 ‘오유’도 보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청년배당 상품권이 중고 장터에 올라왔다며 인용한 자료는 일베 회원이 조작한 것”이라며 “‘오늘의 유머’ 회원만도 못한 기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베 자료가 조작된 걸 ‘오늘의유머’ ‘초보오유러’가 정리했으니 참고하세요. 수준 낮은 일베만 보시면 짝짝이 눈에 정신지체아 되는 수가 있어요”라는 글을 남겨 장애인을 비하했다는 또 다른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이재명은 “죄송합니다. 저의 생각과 배려가 부족했네요. 표현은 이미 수정했습니다^^”라며 해당 글에서 논란이 된 부분을 ‘이상한 사람’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일베의 조작’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고, 조중동과 종편 이전에 다른 언론들이 보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성남시는 다음 분기부터는 상품권을 전자카드로 지급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결국 성남시는 전자카드로 지급할 수 있을 때 시작해도 될 청년배당을 굳이 서둘렀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며 “4·13총선 전에 24세 유권자에게 현금을 뿌려 이 시장의 소속 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런 논란이 있긴 했지만, 아니 오히려 그런 논란 때문에, 이재명의 팬덤은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었다. 2016년 2월 초 이재명의 트위터 팔로어는 19만2000여 명에 이르렀으며,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엔 ‘이재명과 십만대군’ ‘이재명 공화국’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준비위원회’ 등의 팬카페도 있었다. 그는 성남 시정(市政)과는 전혀 관계없는 정치 현안에 대한 발언을 쉼 없이 쏟아냈고, 개인 의견을 달아 논란을 일으키는 걸 즐겼다.
2월 1일 이재명의 트위터엔 “시장님, 형수님이 직접 형님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고 하는데 치료가 안 됐나요?”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이재명은 “망상을 동반한 조울증으로 특히 선거가 임박하면 조증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재발한 겁니다”라고 답했다. 이재명은 형(이재선)이 어머니를 폭행하고 살해하겠다고 협박했으며, 형수와 짜고 조작 녹음 파일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다른 사실관계가 제시되면서 두고두고 논란이 된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이재명에 대해 SNS 시정 홍보가 사전선거운동이라고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재명은 2월 2일 자정 무렵 트위터에 “허허 이제 본격 시작하는가 보군..공무원들에게는 수차례 정치적 중립 의심받을 행위 하지 말도록 지시했는데 내가 공모?..”라고 반박하며 “내 팔로워가 20만에 가까운데 공무원을 동원했다구요? 이제 제대로 시작할 모양인데 손가락혁명동지들이 나서 주세요”라고 알렸다.
이재명은 2월 17일엔 트위터를 통해 손가혁에 대해 이런 정의를 내렸다. “손가락혁명군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입대하고 스스로 훈련하고 스스로 전투하며 스스로 진급하고 스스로 조직하며 스스로 전략을 세워 이겨나가는 하늘의 군대 민심의 군대입니다.”
2월 19일 이재명은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인터뷰 마무리 발언도 손가혁 홍보 기회로 활용했다. 그는 “우리는 다수인데 힘이 없고, 저 사람들은 소수인데 힘이 세다. 저 사람들의 전략은 이 다수를 포기시키고, 분열시키고, 서로 싸우게 하고, 그들의 일부를 자기들의 개로 만들어서 쓰는 것”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의 전략을 만들어야죠. 포기하는 사람 일으켜 세우고, 서로 싸우지 말고, 작은 차이를 용인해 가면서 더 큰 상대를 향해서 함께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크게 한 건으로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일상적인 작은 실천, 댓글도 달고, 공감도 하고, 좋아요도 누르고. 트위터도 하고, 페이스북도 하고, 밴드, 카카오스토리도 해서 친구도 많이 만들고. 나를 지지해 주세요. 요구하지 말고. 그들에게 이익되는 정보를 전달해 주면 세상은 자연스럽게 바뀌죠. 작은 실천 좀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하는 ‘손가락혁명군’ 입대를 권유드립니다.”

국민의힘 소속 성남시의원 이덕수는 10월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현지 1부속실장이 자행한 2013년 성남시 괴문자 발송 정치공작의 실체를 국민 여러분께 고발한다”고 밝혔다. 성남시의회 홈페이지
‘성남시 괴문자 발송 정치공작’ 사건
이재명에겐 손가혁 이전에 ‘성남의제21실천협의회(성남의제21)’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성남의제21은 지역 발전을 표방하며 1998년 성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환경·도시 전문가 등이 주축이 돼 설립된 민관(民官) 협력 기구였지만, 이재명의 최측근인 김현지가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이재명의 사조직 성격을 갖게 됐다. 김현지는 이재명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듬해인 2011년부터 시장에서 퇴임한 2018년까지 성남의제21 사무국장을 지냈다.김현지가 성남의제21 사무국장으로 거론될 무렵 성남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고 “비전문가인 시장 측근 인사가 사무국장이 돼선 안 된다”면서 “환경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투명한 방식을 통해 선임해야 한다”고 했지만, 왜 이재명 측근이 사무국장이 돼야 했는지 그 이유는 나중에 잘 드러난다.
미리 말하자면, 성남의제21은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2년간 성남시에서 약 18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성남시의 성남의제21 지원금은 2010년 연간 7500만 원 수준이었지만, 김현지가 성남의제21 사무국장에 임명된 2011년부터 1억2000만 원대로 1.6배 증가했다. 이재명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시장으로 재직했고, 2018년부터 2021년 10월까지는 경기지사를 지냈는데, 김현지가 경기지사 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2018년 성남시가 성남의제21에 지급한 연간 지원금은 2억 원에 달했다(조선일보 2021년 12월 10일자).
2016년 2월 이재명은 성남시청의 사무 공간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실을 강제 퇴거 조치한 반면 성남의제21 사무실은 그대로 시청에 남겨둠으로써 논란을 빚었다. 당시 성남시의원 이기인은 “민주평통은 대한민국 헌법 92조에 따라 설립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당시 90% 이상의 지자체가 청사 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며 이재명의 그런 조치에 대해 시의회의 반발이 있었다고 했다(신동아 2025년 11월호).
왜 그런 반발을 무릅쓰고 이재명은 성남시청의 성남의제21 사무실을 고집했을까. 이른바 ‘성남시 괴문자 발송 정치공작’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도 있겠다. 국민의힘 소속 성남시의원 이덕수는 2025년 10월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2010~2018년 이재명 성남시장 재임기간 동안 시의원 초·재선을 역임했고 현재 제9대 성남시의회 3선 의원”이라며 “김현지 1부속실장이 자행한 2013년 성남시 괴문자 발송 정치공작의 실체를 국민 여러분께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덕수는 김현지가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 유죄를 받은 판결문(수원지법 성남지원 2013고정1242)을 근거 삼았다. 이에 따르면 2013년 1월 6일 오전 6시 8분쯤 ‘제목: “충격 성남 새누리당!! 의회파행 해외여행 000 000 / 양주병 시민폭행 000 / 성추행 이덕수 1/6 6:08PM 000-0”’란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성남시 유관 단체 회원 및 시민 수만 명에게 총 3만3071건 발송됐다. ‘이덕수 성추행’은 한 시민단체원이 몸싸움 이후 이덕수 시의원을 성추행이라며 고소한 것으로, 무혐의 종결된 건이었다.
김현지 컴퓨터에서 발송된 괴문자
검찰 압수수색에선 성남시청 2층 이재명 시장실 바로 옆 성남의제21 사무실에서 괴문자가 발송된 사실과 김현지가 자신의 컴퓨터에서 해당 괴문자를 발송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검찰이 김현지를 기소했고, 수원지법 성남지원이 2013년 10월 10일 “피고인(김현지)을 벌금 150만 원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이덕수는 김현지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피고(김현지)는 원고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이덕수는 모두 당시 경찰·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에 근거한 폭로라며 “당시 김현지가 성남시장인 이재명을 위해 정적인 저를 제거하기 위한 정치공작 사건의 실체”라고 했다. 또 김현지는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3만3071건의 개인정보는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3만3071건 문자 발송 비용 출처 등을 규명해 달라고 수사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문제 제기했다.
그는 “(사건) 이후 저를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성남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면서 이재명 시장에게 김현지의 괴문자 발송 정치공작 및 성남의제21에 성남시가 지원하고 있는 예산 관련 의혹을 밝히기 위해, 김현지의 출석을 약 4차례 요구했다”며 “이 시장은 김현지를 보호하기 위해 ‘학업 등의 핑계’를 대면서 단 한 차례도 시의회에 출석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덕수는 “김현지는 성남에서 ‘성남의제21 실천협의회 사무국장’ ‘성남시민모임 집행위원장’ ‘성남시립병원 건립위원회 사무국장’ ‘성남참여자치연대 사무국장’ 등 여러 시민단체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실질적으로 이재명 시장을 당선시키는 선거 조직과 여론을 움직이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시장 당선 후 인수위 시민행복위 간사로 들어와 핵심 역할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김현지 정치공작의 전형적인 흐름은 관변·어용단체 동원을 통한 본회의장 앞 시위와 공포 분위기 조성, 대표실 난입 및 의원에 대한 물리력 행사, 시위 동원 여성 오모 씨의 성추행 고소, 기자들의 대서특필, 김현지의 괴문자 발송, 장애인단체 시위·불법 현수막 게첩·전단지 살포”라며 “당시 동원된 다수 인원으로부터 ‘김현지가 시켰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면서 윗선 의혹까지 제기했다(디지털타임스 2025년 10월 16일자).
“권력 행사는 잔인하게 해야 된다”
이덕수의 ‘고발’ 내용에 대해 그건 아니라거나 하는 반론이 있으면 좋겠는데, 아무런 말이 없으니 답답하다. 사실 ‘성남시 괴문자 발송 정치공작’은 가볍게 넘겨도 좋을 사건이 아니다. 목적 달성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좀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바로 이 점이 향후 이재명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쟁점이 된다.목적 달성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걸 지도자의 절대적 결격 사유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걸 비교적 덜 중요한 문제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재명 지지자 중엔 이재명이 도덕적인 정치인이라고 믿는 사람도 많지만 이재명의 도덕적 한계와 문제를 알면서도 그게 치명적인 결격 사유는 아니라고 보는 후자의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후자의 사람들이 보기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건 좋게 보자면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처럼 국정 운영에서 용의주도하고 주도면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냉혹하고 살벌한 국제사회에서 국익을 챙겨야 하는 지도자에게 탐욕은 미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목적이 좋다면 거짓말을 수반하는 위선도 미덕인가. 포퓰리즘도 미덕인가. 상습적인 증오 선동도 미덕인가. 향후 이재명의 정치 행태를 평가할 때에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들이다.
시대착오적인 광기와 폭군 성향만 충만해 자해만 일삼다 결국 자폭하고 만 윤석열은 그런 평가에서 이재명의 수호신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바꿔 말하자면, 이재명은 윤석열과 비교되는 기저효과 또는 대비효과의 수혜자로서 적어도 자해는 하지 않는다는 ‘제정신’ 상태가 대단한 장점이 되는 축복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재명은 소년공으로서 전쟁 같은 삶의 한복판에서 ‘권력’을 몸소 겪고 터득한 사람이다. 그는 2006년 1월 21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소년공 시절 “(여자애) 머리끄덩이를 잡아 버르장머리를 가르쳐주고, 점심시간에 힘 약해 보이는 동료에게 식판을 집어 던지는 만행을 저지름으로써 공장 내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스스로 고백한 바 있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과 권력을 다루는 법을 체험을 통해 익힌 이재명은 나중에 정치인으로 유명해진 후에도 그때 터득한 이치를 그대로 적용하고자 했다.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선 지금도 이재명의 어록에서 감동적인 말씀으로 인정받고 있는 ‘명언’이 있다. 현재의 ‘내란척결 정국’에서 자주 소환되는, 2016년 6월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한 말이다.
“저는 권력 행사는 잔인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좋은 방향으로. 용서나 화해, 화합은 잘못을 뉘우치고 책임지고 반성하는 사람하고 하는 거예요. 강도하고는 화해하는 게 아니야. 불법 범죄를 저지른 부정, 불합리한 집단 인간들하고는 화해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그런 면에서 저는 노무현 대통령… 지금 서거하셨는데 너무 안타깝죠. 주어진 권한을, 상대가 정말 인간으로 보이고 내가 인간으로서의 최선과 성의를 다하면 그들이 받아들여 줄 거라고 믿은 거예요.”
‘잔인한 권력행사론’은 내가, 우리가, 확실한 선(善)이라면 모르겠지만, ‘내로남불’을 자주 저지르면서 수시로 선악(善惡)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이 주장해도 괜찮은 걸까. 이재명은 2016년 7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패즉사 청렴영생(腐敗卽死 淸廉永生)’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 이는 성남시청 화장실에 붙여진 슬로건이기도 했다. 이 슬로건은 그런 내로남불 혐의에서 얼마나 자유로울까.
이재명은 이 글에서 “정치란 전쟁의 축소판이고, 초과이익 누리며 지배하는 소수 기득권자와 기회를 잃은 다수 서민의 투쟁이다”라며 “기득권자들은 권력 정보 언론 돈 조직을 장악한 채 서민들을 세뇌시키고 분열시켜 지배한다”라고 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사회는 화해와 포용 기조 위에 통합되어야 하지만, 다수의 피해 위에 소수의 초과이익이 보장되는 시스템을 교정하고, 공정 경쟁이 가능한 질서 위에 공평한 기회가 부여되는 합리적 사회를 만들려면 강한 의지와 끊임없는 투쟁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10월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민간업자 일당 전원에게 4년에서 8년에 이르는 중형을 선고했다. 뉴시스
이재명의 ‘부패즉사 청렴영생’
이재명은 “나는 80년 5월 국가의 이름으로 죄 없는 국민을 집단학살하고 그 억울한 피해자들을 폭도로 몰아 두 번 죽이는 자들을 목도한 후 가까이는 가족, 멀게는 국민과 다음 세대를 위해 ‘인간의 나라’를 만들 책임을 느꼈다”라고 했다. 그는 “그래서 개인적 영달의 기회를 버린 채 길거리 변호사로 나섰고, 시민운동 과정에서 비타협적 투쟁의 결과로 구속 수배를 당하기도 했지만, 100만 도시 시장이 된 지금도 기득권을 위한 불합리와 부정의에 맞서 싸우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 곁에선 고개 들면 즉시 저격이다”라며 “이재명 곁에서 살아남는 길은 ‘청렴’ 방어막에 숨는 것이다. 방어막을 벗어나 저격수의 눈을 속이고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바보다”라고 했다.그런데 청렴을 단지 뇌물을 받지 않는 것으로만 축소할 수 있을까. 사익을 뇌물이라는 현금의 문제로만 환원할 수 있을까. 공(公)과 사(私)를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 공직자를 청렴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성남시장이 되기 전의 사건들은 다 제쳐놓더라도, 이재명은 이미 성남의제21과 관련된 사건들만으로도 청렴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는데, 공무원들을 향해 그런 슬로건을 당당하게 외쳐대도 괜찮은 걸까.
더욱 놀라운 건 2014-2015년에 민관공동개발 방식으로 이루어진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 과정이다. 2025년 10월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민간업자 일당 전원에게 4년에서 8년에 이르는 중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여야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의 관여 여부를 두고 상반된 주장을 폈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이재명이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자랑했던 대장동 사업이 청렴과는 거리가 먼 ‘부패범죄’였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이재명의 ‘부패즉사 청렴영생’은 이렇듯 구멍이 숭숭 뚫린 자기 홍보 슬로건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상황이 그를 돕고 있었다. 이제 곧 비상한 정치적 상황이 전개되고 대중은 다소의 흥분 상태에 빠져들게 되면서 이재명에게 제기되곤 했던 근본적인 문제들이 오히려 그의 강력한 정치적 자산이 되는 일이 벌어진다.(다음 호에 계속)

● 1956년 출생
●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 메디슨캠퍼스 언론학 박사
● 저서 : ‘발칙한 이준석: THE 인물과사상 2’ ‘싸가지 없는 정치’ ‘부동산 약탈 국가’ ‘한류의 역사’ ‘강남 좌파’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김대중 죽이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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