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의지 확고”
美, 韓 방침 존중하지만…“여러 조건 충족돼야”
“전쟁 발발 시 미군 주도 작전 불가피” 현실론도
北, 비대칭‧비정규전 강화…군 역량 강화 필요
군사문화 중요성↑ 주한미군 노하우 흡수해야

6월 2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워리어라운지에서 열린 ‘제15회 KWO 나지포럼’에서 정한범 국방대 안보정책학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섭 군사편찬연구소장, 김낙진 전쟁기념사업회 사무총장 권한대행, 정한범 교수,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 이상윤 객원기자
6월 2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워리어라운지에서 열린 ‘제15회 KWO 나지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선 정한범 국방대 안보정책학부 교수(한국국제정치학회장)는 이같이 말했다. 나지포럼은 ‘나라를 지키는 포럼’의 약칭으로 국가안보의 중요성과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전쟁기념사업회(KWO)가 개최하는 공론의 장이다. 이날 ‘역사로 본 자주국방’이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는 정 교수를 비롯해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 김기섭 군사편찬연구소장이 참여했다.
“李,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의지 확고”

정한범 교수는 “자주국방의 핵심은 동맹의 약화나 해체가 아니라 한국의 판단력과 실행력을 키우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상윤 객원기자
이날 ‘국민주권 국방을 향한 대전환’을 주제로 발표한 정한범 교수는 “자주국방은 한국 현대사의 오래된 과제”라며 “자주국방의 핵심은 동맹의 약화나 해체가 아니라 한국의 판단력과 실행력을 키우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주국방의 실질적 달성을 위한 핵심 목표로 전작권 전환을 꼽았다. 정 교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국정기획위원회 외교안보분과위원으로 활동하며 국방 분야 국정과제 수립 전반에 참여했으며, 특히 전작권 전환 계획 수립에 관여한 인물이다.
이 자리에서 정 교수는 지난해 8월 13일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포함된 과정도 전했다. 그는 “국정 목표에 전작권 전환 문제를 명시할지, 명시한다면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추진’으로 표현할지를 두고 내부 논의가 많았다”며 “‘친북 정권’이나 ‘안보를 등한시한다’는 정치 공세를 받으면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전작권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어, 마지막 단계에서 ‘추진’이라는 표현을 빼고 ‘임기 내 전작권 전환’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정부는 전작권 전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방침을 존중하지만 ‘조건에 기반한 전환 원칙’은 여전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마이클 다솜브레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6월 25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회 청문회에서 “한국의 전작권 전환에 관한 합의는 조건에 기반한 합의”라며 “한국이 전작권을 넘겨받은 이후에도 우리가 한국에서 필요한 억지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에 양측이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 행정부(이재명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전환을 이루길 원하는 것을 알고 있고, 필요한 조건들이 가능한 한 빨리 갖춰지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 교수는 자주국방을 둘러싼 국내 담론이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 진영에서 자주국방을 이야기하면 정치적 오해를 우려해 스스로 검열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하지만 자주국방은 특정 진영의 의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안보의 오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자주국방의 뿌리는 박정희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박정희 정부가 중화학공업 육성과 방위산업 기반 구축, 군 현대화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추진했는데 이러한 정책들이 오늘날 K-방산의 토대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정 교수는 1970년대를 자주국방 담론이 본격화된 시기로 꼽았다. 당시 미국은 ‘아시아 국가의 안보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닉슨 독트린을 내세웠고, 주한미군 감축 논의도 진행된 때였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여전했지만, 미국의 지원이 언제까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은 약해지던 시기였다. 정 교수는 “박정희 정부의 자주국방 정책은 이러한 안보 환경의 변화 속에서 등장했다”며 “그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자주국방을 가장 강력하게 추진한 인물이며, 미사일 전력 구축은 물론 핵무기 개발까지 검토할 정도로 해당 문제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고 평가했다.
군사문화 중요성↑ 주한미군 노하우 흡수해야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한국군이 지상전과 비대칭전 역량을 강화해 군사작전을 주도할 역량을 갖추는 것이 자주국방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상윤 객원기자
자주국방의 필요성이 커지는 근거로 북한의 군사력 변화도 제기됐다. 북한은 최근 재래식 전력에서의 열세를 비대칭 전력으로 만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무인기 전력을 육성하는 것이 대표 사례다. 북한은 2024년 ‘국방 발전-2024’에서 골판지를 활용한 초저가 자폭 드론을 비롯해 10종의 신형 드론을 공개했다. 올해 3월에는 드론을 핵심 전력으로 활용하는 전차 통합 전술훈련도 선보이며 무인체계 운용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관련해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북한이 전략 드론을 배치 및 운용할 경우 한반도 및 주변 지역에 대한 북한의 상황 인식의 범위가 크게 향상될 것이며, 한국의 주요 지휘부나 방공레이더 기습 타격도 가능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연장선상에서 김 전 의원은 자주국방에 대한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전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북한이 비대칭전과 비정규전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단순히 미국과의 동맹에 의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군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형 집단’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이스라엘 사례가 보여주듯 동맹은 중요하지만 국가 안보를 책임져주지는 않는다”며 “한국군이 지상전과 비대칭전 역량을 강화해 군사작전을 주도할 역량을 갖추는 것이 자주국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섭 군사편찬연구소장은 “자주국방은 단순히 무기 체계의 강화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군을 움직이는 문화와 시스템까지 함께 바뀌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상윤 객원기자
김 소장은 군 조직문화의 변화 역시 자주국방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군은 단순히 상급자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회의를 열지 않는다”며 “회의란 것은 조직 구성원 전체의 시간을 빼앗는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주국방은 단순히 무기 체계의 강화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군을 움직이는 문화와 시스템까지 함께 바뀌어야 가능하다”며 “군사 및 지휘문화에 대한 고민이 앞으로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발발 시 미군 주도 작전 불가피” 현실론도
질의응답 시간에는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현실적 의문이 제기됐다. 한 참석자는 “흔히 전작권 전환 문제를 두고 ‘동맹이냐 자주냐’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하지만, 안보는 국방력과 외교력이 함께 작용해야 지킬 수 있다”며 “단순히 일정 수준의 군사력을 갖췄다는 이유만으로 전작권 전환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작권은 형식적 지휘권일 뿐, 실제 전쟁이 발발하면 여전히 미국 주도로 연합작전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정보·감시·정찰(ISR) 등에서 압도적 우위를 갖고 있는 만큼 미국 주도의 작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김종대 전 의원은 전쟁 양상이 급변하면서 기존의 연합작전 개념도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민간 인공위성이 미군 군사위성보다 더 효과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사례도 나타났다”며 “인류 역사상 없었던 새로운 협력 체계가 전쟁에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맹도 기존의 군 대 군 협력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부족한 역량은 민간과 연계하는 등 과거의 규범을 뛰어넘는 발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한범 교수는 전작권 전환에 대해 이미 한미 간 방향성이 합의된 만큼, 전환 자체를 둘러싼 찬반 논쟁보다 이후를 준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전작권이 전환된다고 해서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며, 미국 역시 그런 시각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지금은 미국도 중국도 한국을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도 안 되는 이유부터 찾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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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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