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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11·23 연평도 도발 그 후

“교전규칙 얽매인 건 형식주의와 기회주의에 빠진 탓”

조성식 기자의 Face to Face 21 - 한나라당 국가안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장수 의원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교전규칙 얽매인 건 형식주의와 기회주의에 빠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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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평도 사태에서 가장 아쉬운 건 공군력 쓰지 못한 것
  • ● 지휘부와 통수권자의 결심이 중요하지 교전규칙 개정이 능사 아니다
  • ● 확전과 전면전은 달라… 전투기로 때려도 전면전 안 일어난다
  • ● 연평도에 장거리미사일 배치하자는 건 포퓰리즘 발상
  • ● 때릴 때 때리더라도 대화채널은 유지해야
  • ● 노무현 정부 시절 안보 관련 회의 때 혈혈단신 느낌
“교전규칙 얽매인 건  형식주의와 기회주의에 빠진 탓”

●1948년 광주 출생<br>●육군사관학교 27기<br>●합참 작전본부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육군참모총장<br>●2006년 국방부 장관<br>●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 국방위)

인간이 만든 게임 중 가장 잔인한 것이 전쟁이다. 국가 간 폭력의 충돌인 전쟁은 반(反)지성의 극치다. 하지만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할 만큼 크고 작은 전쟁이 문명의 물줄기를 바꿔왔다. 지금도 세계 곳곳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거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는 인간이 아무리 지적인 체해도 세계를 움직이는 근원적인 힘은 폭력이고, 결정적인 순간엔 폭력의 결정체인 전쟁에 공동체의 운명을 맡긴다는 걸 뜻한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과연 남북 간 전쟁이 벌어질지 세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전쟁의 유형 중 가장 비극적인 것 두 가지를 꼽는다면 종교 간 전쟁, 동족 간 전쟁일 것이다. 이데올로기가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민족끼리 피를 보는 건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광란의 학살극을 벌이는 것 못지않게 비참하고 어처구니없다. 21세기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치킨게임은 그 어처구니없음의 극치를 보여준다. 예수의 가르침대로라면 백령도도 때려달라고 북에 정중히 부탁해야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거룩하지 않다. 북의 뺨을 더 세게 때리거나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리고 싶은 게 지배적인 국민정서다.

안보문제가 국민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한나라당 김장수(62) 의원을 만난 건 전쟁 얘기를 해보고 싶어서다. 반지성이든 폭력이든 전쟁은 그 자체로 문명이고 기술이고 생활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국민 누구나 싸워야 한다. 지적인 세계에 머물다 조국 독일에 대한 국민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소설 ‘마(魔)의 산’의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처럼 말이다.

국회에 넘쳐나는 군사교본 용어

병역미필자들이 화려한 상층운(上層雲)을 형성한 현 여권에서 몇 안 되는 안보 전문가로 통하는 김장수 의원은 연평도 사태 이후 한나라당에 신설된 국가안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아 ‘꼿꼿장수’라는 별명을 얻으며 국민적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김 의원은 “조 기자와 인터뷰한다니까 주변에서 ‘공격적인 인터뷰로 소문 나 있으니 조심하라’더라”며 농을 건넸다. “뭐, 안보문제에서 공격적일 게 있겠느냐”고 그를 ‘안심’시켰다. 단정한 8대 2 가르마와 노란 넥타이가 눈길을 끈다. 그리고 길고 가느다란 담배.

인터뷰 주제와는 상관없지만 워낙 흥미진진한 사건이라, 새해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벌어진 국회폭력사태를 두고 잠시 얘기를 나눴다. 여러 건의 폭력행위 중 단연 돋보인 건 군(육군 대령) 출신인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이 운동권(전남대 삼민투위원장) 출신 민주당 강기정 의원에게 날린 깔끔한 훅이었다. 비록 김 의원만큼 위력적이진 않았지만 강 의원이 먼저 주먹을 썼기 때문에 김 의원의 한 방은 카운터펀치인 셈이다.

“정치판이 제 기능을 못할 뿐 아니라 국민에게 잔뜩 실망만 안기고 있으니 참 할말이 없지. 나도 국회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지만 너무 실망스러워. 육박전이니 공격개시니 사수, 탈취… 군사적인 용어가 난무해요.”

▼ 군 출신 의원들이 빠르게 적응해가는 것 같아요.

“나도 그런 얘기 들으면 되게 싫어요. 군사교본에 나오는 용어가 국회에서 사용된다는 게. 또 의원들 보면 말로 죄를 너무 많이 지어. 나는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으로 정해진 법안에는 찬성표를 던지지만 내가 잘 모르는 법안에 대해선 기권해요. 어떤 법안이든 순기능 뒤에는 역기능이 있거든. 소수와 약자,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가 담겨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국회의원 개개인의) 선택의 문제지만 그런 게 늘 두렵더라고.”

▼ 김 의원께서 직접 발의한 법안으로는 어떤 게 있지요?

“제정입법으로는 ‘국방정보화 기반조성 및 정보자원 관리에 관한 법률’이 있어요. 현재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어요. 장관 할 때 뼈저리게 느꼈지요. 국회에 들어와 1년여에 걸쳐 조사한 뒤 관련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또 일부 개정법률안으로 국방군사시설이전특별회계법이 있습니다. 지금은 군에서 쓰던 땅을 팔면 (대금이) 기재부(기획재정부)로 들어가요. 국고로. 군사시설 이전으로 생긴 땅은 군이 팔아서 그 대금을 군이 쓰게 하자는 게 법안 취지예요. 기재부에서 반대가 심했지만 내가 군의 실정을 설명하며 설득했어요.”

그가 위원장을 맡은 국가안보대책특별위원회는 6개월 한시기구다. 6개월 동안 안보대책을 연구해 정부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게 임무다. 구성 인원은 한기호 의원과 육해공군 예비역 장성 세 명, 한국국방연구원(KIDA), 여의도연구소,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등에서 지원받은 인력 등 안보전문가 1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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