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선거가 성큼 다가왔다. 디지털 시대를 부르짖고 있지만 아직도 선거운동을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후보자들이 태반이다. 30년간 선거현장에서 얻은 노하우를 낱낱이 공개한다. 선거에 도전하는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선거는 의욕이 아닌 과학이다.
그러나 선거란 바로 정치시장에서 공급자가 수요자에게 가장 알맞은 상품을 만들어 알리고 판매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때 그 방법만 알면 후보자가 직접 기획하고 지인들에게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선거도 선진화해야 하는 만큼 그동안 선거현장에서 경험한 것을 체계화해서 정리해 보았다.
선거는 전쟁과 싸움보다 더 격렬한 경쟁 상대가 있으며, 승패는 둘만이 아닌 유권자의 선택에 따른다. 선거전쟁에서는 서로 출혈을 최소화하는 휴전이나 무승부는 없고 오직 ‘정글의 법칙’만이 존재한다. 실제 전쟁은 준비된 전략과 기술 위에 훈련된 병사를 이끌고 싸우지만 일반적으로 선거를 치르는 후보자는 전략도 기술도 없이 훈련 안된 선거운동원들을 이끌고 주먹구구식으로 싸운다.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원맨쇼를 하다가 비참하게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때도 있다. 믿었던 표는 거품으로 공중에 사라지고 패배의 잔은 쓰기만 하다. 그러나 교훈을 얻지 못하고 다음에 똑같은 시행착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선거를 치르려면 여론조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인지도나 지지도를 조사하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주민의 욕구가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기본조사가 우선이다. 주민의 욕구를 제대로 알게 되면 선거는 이미 반은 이기고 들어가는 것이다. 기업이 소비자 욕구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서비스할 때 매출과 기업이익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선거전략 수립의 기본은 욕구조사
대개의 여론조사는 선거를 시작하기 전 또는 선거 전략을 수립할 무렵에 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후보진영은 출마 결심을 전후로 급조된 여론조사를 해서 인지도와 판세를 가늠하게 되는데 이것은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하지만 선거를 앞서가는 것은 아니다. 선거에서 유권자 심리는 선거가 시작되기 전과 후가 크게 다르고, 평소 선거에 관해서는 흥미가 없기 때문에 너무 이른 여론조사 결과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인지도와 지지도의 조사 결과가 입후보자의 생각과 같거나 높으면 교만과 독선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때가 참모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다. 참모들이 건의하는 기획 방향대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 본인의 독선에 의해 선거를 치르게 되므로 그 결과는 대부분 참담하다.
선거를 치러보면 군 출신, 법조인 출신, 학자 출신 후보자들이 가장 독선에 빠지기 쉬운 부류들이다. 이런 부류들은 대학생이나 충실한 자원봉사팀이 있다고 이들에게 조사를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여론조사의 함정에 빠지는 지름길이다.
기본조사는 선거팀의 선입관과 조사담당자의 설문지 설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에 실제 조사를 하는 면접원과 그 결과를 분석하는 조사분석가는 고도의 전문적 노하우를 가져야 한다. 우선 이번 선거에서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는데 주민에게 무엇을 추출해야 하는지 기획요원들이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알고 싶은 사안들을 조사기관에 주문해야 한다.
주민의 욕구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우리와 친근한 사람인가 하는 동질성에 대한 욕구이고, 둘째는 지역을 발전시킬 힘이 있는가 하는 정치적 능력에 대한 욕구다. 그렇다면 우선 후보자에게 요구하는 주민의 욕구가 무엇인지 조사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선거의 성격을 규명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선거를 감성적 혹은 이성적으로 이끌고 갈지 결정할 수 있다. 나아가 후보자의 이미지 메이킹에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욕구조사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지역 전체발전의 정책적 비전과 지역을 세분화한 구체적인 지역 공약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번 선거가 지역발전을 위한 정치적 능력을 요구하는지, 아니면 청렴하고 주민의 의사를 받드는 자질을 더 요구하는지 조사해야 한다.
지역 전체와 읍·면·동별로 1)지역문제와 주민욕구, 2)정치성향, 3)현역인물에 대한 평가, 4)잠재후보들에 대한 평가, 5)바람직한 당선자의 상, 6)지난 선거의 투표 성향, 7)응답자 정보 등을 조사한다. 그러나 이중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1)번이 되는데 구체적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숙원사업, 고쳐야 할 사항, 주민이 자긍심을 갖고 자랑할만한 인물과 명소 등의 조사가 우선 돼야 한다.
그러면 기본조사 결과를 가지고 전략과 각종 설득 논리를 세워 보도록 하자. 먼저 기초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후보자의 인간미를 주 컨셉트로 하고, 정치적 수행능력을 보조 컨셉트로 할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수행능력을 주 컨셉트로 하여 자질면을 하위에 둘 것인지를 결정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결정사항은 선거 전략에 있어 보수와 개혁 그리고 진보적 성향에 대한 설정이 될 것이다. 절대로 연령별 조사결과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종종 매스컴에서 20~30대 유권자가 60%를 넘어 당락을 결정하는 주요한 변수라는 말들을 하지만 당락을 결정하는 절대변수는 아니다. 투표 가능한 시장의 크기를 더 중요시해야 한다.
연령별로 투표 가능한 유권자의 크기를 비교해보면 20~30대는 60%가 넘지만 투표율은 40% 이하로 실제 투표자 비율은 24% 이하가 된다. 이들에 비해 40대 이상의 보수적 유권자의 크기는 40% 정도밖에 되진 않지만 투표율이 70% 이상으로 실제 투표자 비율은 28%가 넘으므로 실제 시장규모는 40대 이상이 크다. 투표 참여가 20~30대에 비해 한결 안정적이다. 40대 이상은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지역발전에 대한 욕구가 크므로 도덕성보다는 힘있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
평상시 시민들은 이성적인 사고에 의해 국익을 우선하고 정치인에 대해 도덕성을 요구하지만, 선거 때에는 감성적으로 돌변하여 집단이기주의적인 성향을 보이기 쉽다. 지역 발전의 욕구로 인해 후보자의 도덕성보다는 지역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의 유무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조사기관은 주민의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후보자에게 보고서를 제출한다. 후보자는 우선 선거의 성격을 규명하고, 이에 합당한 전략을 수립하며, 전술 즉 선거운동 방법을 결정한다. 조사결과는 경쟁 후보자에 대한 대응, 후보자의 이미지메이킹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다음은 유권자에게 제시할 정책을 만드는 순서. 이것은 공약과 비전으로 나누어 법정홍보물에 담아야 한다. 토론회 자료, 각종 유세와 연설회 등의 연설문과, 후보자 및 수행원들간의 조직논리를 공약과 비전의 큰 틀에 맞추어 개발한다. 이에 따라 운동원들은 일관성 있게 조직적으로 유권자를 설득할 수가 있다. 선거운동이라는 것은 기표소에서 유권자의 선택이 ‘될 사람 찍지’라는 사표방지 심리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초기의 인지율와 지지율은 ‘될 사람이다’라는 ‘당선예상심리’에 이끌려 높아지거나 없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면 우선 선거기상도에서 색깔이 다르게 표시된 투표구별 선거인 크기 1순위부터 보도록 하자. 1순위를 비롯한 대투표구는 5개의 장소를 선정하여 선거기간 동안 4회를 순회한다. 다음으로 중투표구는 3곳을 선정하여 3회 순회를 한다. 소투표구는 집성촌 등 특수한 마을을 제외하고 포기할 수 있지만 대개 3개의 장소를 선정해 한 번만 순회한다. 그렇게 하면 16일 동안 총 434회를 할 수 있다. 15대 총선 당시 여당의 모후보는 500여 회, 16대 총선에서 60대의 여당 후보 역시 450여 회를 소화해냈다.
그런데 후보자가 대중 연설의 경험이 없어 목이 쉬면 안된다. 확성기가 좋아야 한다. 연설원은 볼륨을 30에서 40에 놓고 사자후를 터뜨리는 대신, 후보자는 아무리 웅변으로 닦은 실력이 있더라도 60 정도에 놓고 연설해야 한다. 후보자가 음성을 올릴 때는 보조원이 확성기의 볼륨을 올리고 후보자의 음성이 내려갈 때는 보조원이 볼륨을 내리도록 한다.
선거기상도에는 미리 스피커 방향과 현수막 세우는 곳도 표시를 한다. 아파트가 ㄷ자로 되어 있고, 큰 화단과 놀이터가 있는 곳은 화단 앞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연설회를 해야 한다. 주택가는 개인연설회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 골목이나 차량이 안전하게 정차할 수 있는 곳을 골라야 한다. 특이한 곳도 있다. 외진 주택가 밀집지역으로 차량이 들어갈 수도 없는 곳은 후보자가 그냥 놓치기 쉬운 사각지대다. 이때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아 외진 주택가를 커버한다.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골목시장에서는 지지자가 연설하고 후보자는 수행원과 함께 주민들과 악수하고, 안내원은 핸드마이크로 안내하는 삼각편대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한다. 이런 외진 곳들은 지도가 없으면 도저히 찾아낼 수가 없다. 이 지역에 수십년 대대로 살아온 토박이라도 골고루 찾아내기에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전문가와 선거기상도가 필요하다. 기획요원은 장소가 표시된 동별 지도에 이동선을 표시한다. 한 시간에 평균 3회에서 5회로 잡는다. 지역방문을 할 장소는 12분, 큰 상가가 있을 경우에는 20분에서 25분이나 30분도 잡을 수가 있다.
선거유세를 할 때 빗자루로 휩쓸듯이 나선형으로 이동하는 게 시간 소모도 적어 이상적일 것 같지만 나선형식으로 이동을 하면 16일 동안 지역을 한 바퀴도 돌지 못한다. 16대 총선 때 서울에서 낙선한 여당의 모 후보는 3분의 2를 도는데 선거가 끝났다고 한다. 한 바퀴 마저 돌기만 했어도 당선이 되는 것인데 아쉽다고 고백했다. 대부분의 후보자 역시 돌다보면 선거가 끝나기 마련. 건너뛰기를 해도 5일이 넘게 걸리고 5일이 지나면 사람들은 잊어버린다. 사람의 기억은 3일이 한계라고 한다.
그래서 후보자는 메뚜기처럼 팔딱팔딱 뛰어, 별을 그리듯이 이동을 해야 한다. 골목골목은 확성기로 들려주고 이동중인 거리에서 끊임없이 후보자를 보여주는 것이다. 선거인이 적은 투표구는 버리거나 적게 가더라도 이동간에 보고들은 것이 입소문으로 확산이 되는 것이다. 지방의 경우 시·읍 단위 지역은 별을 그리고, 군 단위 지방은 길이 일자로 나 있으니 지그재그식과 병행을 하는 것이 좋다.
새벽부터 심야까지 일정을 다 짜고 나면 반드시 우발적 모임이나 꼭 가야 할 교회의 입당예배 등의 비상사태를 대비해야 한다. 긴급한 사안은 메모지에 적어 붙인다. 예를 들어 오늘이 선거운동 3일차인데 내일 4일차 오후 2시부터 2시30분 사이에 교회 목사님의 10분 방문계획이 느닷없이 생겼다. 그런데 내일 오후 2시경에는 여기와 전혀 관계가 없는 정반대 방향에 일정이 있으니. 이 일정을 소화하다가는 이 시간대를 완전히 망친다. 일정을 보고 적절한 시간대와 일정을 통째로 바꾼다. 화살표로 표시를 하여 혼동되지 않게 하고 수행팀과 개인연설 지원팀의 일정표는 컴퓨터에서 깨끗하게 고쳐 사용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모든 일정을 95% 이상 소화할 수 있다. 지난 총선 때 한 여당 후보는 전혀 일정을 고치지 않았다. 그만큼 입후보자 부인과 대책본부 간부들의 역할이 철저하게 분담이 되어 있었다.
지역순방은 전통적인 선거운동 방법이고 최근 부각된 것은 후보자의 세세한 움직임이다. 지금까지 모든 후보자들은 전통적 방법에 의존하여 선거를 치러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선거과정을 보면 득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본인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행동 가운데 감표의 요인이 꼭 작용해왔다. 이 점을 모든 후보자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
먼저 후보자나 수행원들이 훈련되지 않으면 후보자가 직접 문을 열고 들어가서 혼자 말을 다 해야 한다. 그러니 후보자는 얼마나 피곤할까? 이런 세세한 것조차 대단히 피곤한 일이고 며칠 못가서 지치고 만다. 그리고 주민에게는 어색하게 보여 ‘능력 없는 후보’, ‘함량미달의 후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이 된다. 선거에 참여하는 팀원 모두 철저한 교육 훈련을 받아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가령 슈퍼마켓에서 만난 주인은 후보자의 선배인데 후보자는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고, 슈퍼마켓 주인은 후보자가 연락하면 동문들을 소집하겠다고 했다고 치자. 그런데 여기에서 후보자가 무심코 던진 말을 사후 조치하기 위해 수행원 아무도 기록하지 않았다가 결국은 연락만 기다리는 슈퍼마켓 주인을 실망시키는 일만 생길 수 있다.
결국 지역 순방중에 만나는 적극 반응자들, 즉 고향이 같다, 동문이다, 당을 좋아한다, 후보자가 마음에 든다 등등 하면서 반겨주는 부동층의 적극 반응자들에게 1)식사 한번 모시겠다. 2)다시 찾아 뵙겠다. 3)사무실로 찾아와달라는 등 평상시 습관으로 무심코 던진 약속은 대단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들은 순박한 사람들이다. 무심코 던진 약속에 대한 대처가 전혀 미흡하게 되면 오히려 이들이 막판에 엄청나게 표를 깨고 다니는 집단으로 돌변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런 사소한 약속을 깨는 행태로 하루에 20명씩 만나고 이 20명이 계모임이나 향우회, 동문회 등의 주위 사람들 10명에게 “그 후보는 못된 놈”이라고 하고 또 이들이 2표씩만 깨면 하루에 400표. 16일이면 6000표 이상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적극 반응자들을 통해 보이지 않게 표를 생산해내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수행원의 구성이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수행원은 기존의 보좌관이나 비서들, 협의회장 등 지역인사들을 대동하여 지역순방을 해왔지만, 여기에서 수행원은 별도의 훈련된 요원으로 구성해야 한다. 안내원들은 후보자가 점포를 방문하거나 거리에서 유권자와 악수를 할 경우 후보자가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성 인사조를 빼더라도 최소한 4인 이상으로 지역순방팀을 짜야 한다.
두 안내원은 서로 지그재그로 미리 점포의 문을 열어놓고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기호 7번 후보가 인사를 나왔습니다”라고 공손하게 인사하며 주인에게 후보자가 왔음을 알리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또 후보자가 A점포를 방문하여 적극반응자를 만나 시간이 지체되면 안내원이 당황하여 우물쭈물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안내원은 각 점포의 성격에 맞는 대화를 하는 게 좋다. 무슨 말을 할지 막연하면 우선 “요즘 경기가 어떠세요?”라고 묻는다. 왜냐하면 경기는 가장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점포의 주인이 후보자를 갑자기 맞아 당황하거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자를 만나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을 사전에 차단하고, 후보자가 해야 할 말들을 미리 주지시킬 수 있다.
후보자가 가게를 나간 뒤 수행원은 가게 안에 남아서 보충 기록한다. 자연스럽게 주인과 대화하며 기록한다. 이때 메모 내용은 부모님의 건강문제, 아이들의 교육, 민원사항 등 집안의 크고작은 문제만이 필요하다. 바쁜 가게에는 많은 사람이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
이제 지역방문이 끝난 후 적극 반응자들을 어떻게 관리해 표를 재생산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매일 지역순방을 종료한 후 수행원은 적극 반응자에 대한 메모를 최대한 정리해서 상세하게 일지를 써야 하고, 선거대책본부의 전화 담당자에게 넘겨줘야 한다.
전화요원은 적극 반응자들에게 전화 인사를 드리고 그 반응을 정리해서 다시 본부장에게 보고한다. 본부장은 전화내용을 보고, 직접 맡아야 할지 아니면 부본부장급이나 부장급으로 할지 판단해서 담당을 지정해야 한다. 지정받은 사람은 3일 후 직접 적극 반응자를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대화 시간을 갖는다. 다시 면담 결과를 일지에 기록하여 전화요원에게 다시 인계한다. 전화는 메모를 받은 후 3일이 지난 후에 해야 한다. 기억의 한계가 3일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3일 후에 하면 잊을만 할 때 다시 기억을 시키니 7일은 간다.
전화할 때, 상대방에게 충분히 예우해야 하고 상대방과 걸맞는 내용의 대화를 나눈다. 대화내용을 듣고 그쪽의 상황을 옳게 판단해서 일지에 낱낱이 기록한다. 그래서 전화요원은 젊은 아가씨보다 경륜 있는 30대 남성을 대외부장 등의 직책을 주어 활용하는 게 좋다. 그리고 후보자가 그날의 만남을 얼마나 소중하고 기쁘게 생각하는지를 여러 군데서 감동적으로 알게 한다.
전화 통화 후에는 이 전화내용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 즉 ‘1)적극 도울 의사가 있는 사람이다 2) 직접 동문 10여 명, 시장상인 모임 40여 명 3)부인의 활동 역시 적극적임 4)부인의 계모임 50여명’ 등으로 적는다. 소견난에는 ‘근처에 사는 선대위 부위원장이 방문하는 것이 타당함’이라고 요약해서 다시 선대본부장에게 보고한다.
본부장은 이런 보고일지를 취합해 대책위원장이나 본부장을 포함하여 부위원장단, 부본부장단, 시군구의원, 사무국장과 각 부장 중에 적합한 사람을 선정하여 직접 보내 관리케 한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 3일 단위로 찾아가도록 하면 관리가 저절로 된다. 이렇게 3일 단위로 관리하면 이 사람들은 무척 감동하게 되며, 이 사람들이 만나는 사람들마다 감동이 전이되어 여론을 만들고 종국에 가서 선거일이 가까워 오면 ‘될 사람 찍어야지’하는 당선예상률을 드높이는 첨병이 된다.
그리고 적극 반응자 한 사람은 10표에서 30표, 40표씩 직접 만들 수 있고 이들이 게릴라식 포스트가 된다. 이런 사람들을 하루에 평균 20여 명씩 만나게 되면 16일 동안 350여 명에 1인당 10표에서 20표만 만들더라도 3000표에서 7000표, 1만표도 조용하고 소리 없이 만들 수 있다. 이런 작업을 하지 않아 그만큼의 표가 감표가 되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며 3000여 표에서 7000여 표는 당락을 결정하고도 남는다.
개인연설회는 선거에서 핵무기와 같다. 최근 선거에서 과거처럼 돈을 마구잡이로 뿌리고 행정력을 동원하는 선거는 여당이라도 더 이상 어렵다. 이제 집단접촉은 부인과 지구당 간부들에게 맡기고 후보자는 개인연설회를 통해 유권자의 90%를 차지하는 은폐된 유권자들을 철저하게 공략해야 한다.
개인연설회는 주택, 고층아파트, 상점 등의 창문 안에 있는 유권자들과 거리를 지나가는 불특정 다수의 귀를 성능 좋은 확성기를 통해 통째로 공략하는 것이다.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골목의 주택가, 달동네, 이웃과 교류가 없고, 경비가 지키는 고층 아파트는 후보자의 발이 닿지도 않고, 조직의 손이 닿지도 않는 사각지대다. 전통적으로 난공불락 지역이다. 이 요새를 고성능의 확성기를 통해 공략하는 것이다. 확성기 소리가 닿는 지역을 저인망식으로 훑어내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개인연설회의 효율적인 진행에 관해서 알아보자. 개인연설회는 연설회로만 홀로 진행시켜서는 안된다. 지역순방을 통해 일반 유권자들과 끊임없이 접촉하며 동시에 병행한다. 즉 연설원이 호객성의 연설을 하는 동안 후보자는 수행원들과 함께 인근 상가나 골목 점포, 이동중의 유권자들과 악수한다. 이때 빠른 행동으로 주위의 관심을 끌고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후보자와 수행 차량이 개인연설회가 열리기 5~7분 전에 인근에 있는 정해진 장소에 하차한다. 상가를 방문하여 악수한다. 후보자는 연설회장으로 걸어온다. 이미 나와 있는 당원이나 일반 주민과 인사하고 차량까지 온다. 연설원은 후보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연설을 마무리한다. 후보자는 지체없이 연설 차량으로 온다. 연설원이 지체없이 후보자를 소개하고 후보자가 연설 한다. 개인연설회는 불법선거의 주범인 돈은 묶고, 입은 마냥 푸는 합법적인 선거이다. 이 멘트를 해줌으로써 시끄러운 확성기 소리에 대한 주민들의 항의를 막을 수 있다.
연설을 마친 후보자는 차량에서 내려와 주민과 인사하고 수행원들은 수행차량으로 달려간다. 후보자가 수행팀 차량에 탑승하고 손을 흔들고 출발한다. 연설원은 마무리 호소를 한다. 연설팀들이 현수막을 재빠르게 걷고 피켓을 차에 싣는다. 연설팀 모두가 연설차량에 탑승하고 손을 흔들며 출발한다.
여기에서 지체하면 안된다. 군사작전을 하듯 신속하게 챙기고 출발해야 한다. 후보자와 연설원 모두 원고를 가지고 정확하게 시간을 지켜 일정을 차질없이 소화해야 한다. 사람이 좀 모였다고 흥분해서 이들을 상대하려다 시간을 지체해 일정을 하나 빠뜨리면 동네 하나를, 아파트 몇개 동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웅변에 자신이 있는 후보자들은 사람만 모인다 싶으면 장황하게 열변을 토하며 단숨에 보이는 유권자를 모두 지지자로 만들려다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기 쉽다.
주의해야 할 점은 후보자는 수행원들과 한 차에 동승해야 이산가족이 되질 않는다. 수행 차량에는 일체의 포스터도 붙이지 않는다. 후보 차량이 표시되면 일일이 인사해야 하고, 인사를 하다보면 시간이 지체되고, 시간을 지키려고 그냥 달려가면 섭섭하다고 괘씸죄에 걸려 감표의 원인이 된다. 이동중에는 발을 죽 펴고 휴식을 취한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각 후보자와 후보자의 조직능력을 직접 비교해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합동연설회장이다. 합동연설회에서 경쟁 후보자끼리 서로 경쟁하는 것은 각자 후보측에 맡길 일이다. 입구와 그 분위기를 장악하는 기술은 서로 비슷한 것 같지만 사실 그 능력은 많이 차이가 나고 그 행태는 천태만상이다. 아울러 도시거나 지방이거나 간에 합동연설회나 정당연설회에서의 힘과 사기의 선점이 대단히 중요하다.
최근 선거에 대해 유권자들의 관심이 멀어졌다 해도 동원된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들의 참여로 인한 여론의 확산과 대세의 방향은 결정적이다. 합동연설회든 정당연설회든 간에 일반 유권자들을 연설회장으로 어떻게 견인해 올 수 있는가는 중요한 일이다. 매사 모든 일이 그렇듯이 연설회도 마찬가지로 ‘예비-실행-마무리’의 3단계로 계획을 세워 수행해야 한다.
먼저 예비 1단계는 연설회 준비단계로 일반 유권자 참여와 당원의 자발적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 연설회장을 중심으로 반경 1km 이내 지역을 공략하는 일이다. 이곳을 2~3일 전부터 개인연설회 때 일반 고지방송과 지역순방을 통해 주택가, 아파트, 시장상가 등을 공략한다. 다음으로 반경 500m 지역은 1일전에 주택가, 아파트단지, 시장 상가 등을, 당일엔 200~300m 이내 지역의 주택가, 아파트, 상가, 시장 등의 지역순방과 개인연설회의 가두방송을 통해 알리고 끊임없이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개인연설회 때 소수의 동원된 당원들이 개인연설회나 가두방송을 통해 자극을 하며 당일 이웃을 움직인다. 일반 유권자는 연설회 참석시 정보를 받은 쪽 후보자에게 심정적으로 기울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실행 2단계는 합동연설회 자체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일이다. 청년부와 여성부가 합동연설회장 입구와 청중석을 유리하게 장악하는 것에서부터 후보자가 합동연설회 30분 전에 도착하여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 연설 우위에서 합동연설회가 종료되어 청중들이 해산하는 것까지를 말한다. 그리고 마무리 3단계는 야간까지 합동연설회장 부근의 주택가, 아파트, 상가나 술집을 방문하여 합동연설회의 성공의 파급 효과를 거두는 것을 말한다. 개인 연설회와 지역순방 등의 후보자 활동이 연설회장 중심으로 반경 1km 이내의 외곽에서부터 안으로 분위기를 몰아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처럼 선거 운동의 전개는 ‘예비-실행-마무리’의 3단계로 유권자 잠재기억률을 연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철저하게 전략적으로 짜여야 실행이 된다.
선거는 의욕이 아닌 과학이다.
정책개발이 중요한 이유는 선거에서 수립된 전략이 수단이나 방법이라면 준비된 정책 프로그램은 곧 ‘속내용’이기 때문이다. 개발한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주민들에게 설득해가는 과정이 곧 선거다. 그 지역의 역사와 환경과 여건을 구체적으로 연구하면 지자체 전체의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 지역의 특성에 따른 문제점과 활용성을 심도있게 연구하면 정책개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의 각종 선거에서 공약은 빌공(空)자여서 주민의 신뢰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공약 1)학교를 세우겠습니다 2)다리를 놓겠습니다 3)도로를 포장하겠습니다’ 등 그 결과만을 나열해 놓고 실행하지 않으니까 주민들이 후보자들의 장밋빛 공약을 불신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정책을 수립한 이유와 그렇게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정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현실성 있는 정책개발은 주민에게 비전을 제시한다. 가능한 비전은 주민의 신뢰를 얻고 이는 곧 표로 직결된다.
지역조사를 기초로 해서 지자체 통계과에 있는 통계연감과 문화원에 있는 시도지(誌)나 군구지(誌), 중장기 발전계획서, 민원철, 선거관리위원회의 역대선거총람 등을 수집해 자료를 분석한다. 그리고 녹음기를 휴대한 채 지역주민들과 만나 지역의 동향을 직접 듣고 녹취한 것을 취합해 활용한다. 주민과의 대화 속에는 살아있는 정책 포인트와 선전용 문구를 찾아낼 수 있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머리를 쥐어짜서 만드는 선전용 문구는 주민의 욕구나 지역문제를 잘못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기본조사를 근거로 지역의 문제점과 특성을 분석하여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실제로 지역 특성과 연계하여 어떠한 정책들을 개발해낼 수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정책개발안은 단기적이고 충동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짧아도 10여 년을 내다 본 종합계획으로 그럴듯한 명칭을 부여해야 한다. 가령 경기도 용인시의 경우 용인발전 10개년 중장기계획을 나타내는 ‘21세기 용인토피아 2010’이라는 식으로 제목을 붙여볼 수 있다.
미국을 세계 초강대국으로 만든 키워드는 ‘대학교육’이었다. 여기에 착안하여 대학이 많은 용인시의 교육관련 정책을 개발할 수 있다. 그리고 기업연구소 등에 근무하는 고급인력인 석박사들이 마음놓고 자녀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산학복합단지의 기반을 안정화시키는 정책도 마련할 수 있다. 이외에도 용인시 관·산·연 싱크탱크(Think-Tank) 프로젝트 등 다양한 정책을 개발할 수 있다. 공약이 아닌 정책은 시민 이익에 부합되어야 한다. 이들의 마음을 읽어내어 대차대조표를 쓰듯이 기대욕구를 정확히 충족시켜야 신뢰를 얻고 이 신뢰는 표로 돌아오게 된다.
선거운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선거기상도를 만들어야 한다. 선거기상도는 선거에 관련된 모든 정보가 보기 좋게 일목정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필요한 자료나 정보, 참고사항을 적시적소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벽에 표시해야 한다. 선거는 시간 싸움이다. 이 선거기상도가 제대로 되어 있으면 최대한 시간을 벌 수 있다.
먼저 지번이 확실하게 표시된 5000분의 1 지도를 지도제작사에서 구입한다. 지도는 도시 같으면 9장, 지방은 20여 장이 필요하다. 준비한 5000분의 1 지도를 도시 선거구에서는 1250분의 1 축적으로, 지방 선거구에서는 2500분의 1 축적 크기로 복사한다. 그래야 번지가 크고 정확해 읽기가 편리하다. 이 지도로 선거 기상도를 만든다.
전체 선거구와 동의 경계선을 그린 다음, 통 구획의 경계선을 먼저 그려 넣는다. 통 경계선은 동사무소 직원이 사용하는 간이 약도를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투표구 경계선은 어디에도 없다. 대신 선관위의 투표소 소재지 상황표를 참고하면 각 투표구가 몇 통을 보유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투표구가 보유하고 있는 통에 따라 투표구 경계선을 표시하면 된다. 통 경계를 그리는 것은 조직을 점검하고 보강하는데 필수이며, 5분 개인연설회 때 거주지의 특성을 거론하고, 이 지역에 적합한 공약을 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제 후보자나 관계자들이 선거운동에 필요한 장소를 표시해야 한다. 먼저 투표소를 표시한다. 그리고 동사무소, 파출소 등 주요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선거대책본부 사무소와 협의회 연락소, 경쟁후보자 선거사무소와 협의회 연락소 등을 표시한다. 또 각급 직능 자생단체의 사무소를 표시한다. 이때 합동연설회나 정당연설회를 한 학교를 표시하는데 경쟁 후보자의 연설회장도 표시해 둔다.
상가 밀집지역과 재래시장이나 종합시장도 표시한다. 특히 저녁에 주부들이 장을 보러 오는 시장골목을 빼놓아서는 안된다. 저녁 장을 보러 오는 주부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시장이기 때문에 오후 4시30분경 부터 6시까지의 일정은 여기를 중심으로 짠다.
유동인구가 밀집된 철도역이나 전철역 버스종점은 당연히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버스정류장은 아침을 기준으로 타는 승객이 많은 정류장과 내리는 승객이 많은 정류장을 색이 다르게 표시한 뒤 후보자의 일정을 잡을 때 아침에 내리는 승객이 많은 곳은 버려야 한다. 아침에 출근하는 유권자를 만나기 위한 장소로는 아침을 기준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골목이나 아파트 입구를 확인하여 표시해둔다.
약수터와 조기축구를 하는 학교 표시는 새벽에 유권자를 만나는 일정을 잡을 때 중요하다. 그리고 유동인구가 많은 사거리를 표시해둔다. 사거리는 저녁식사 후 7시30분부터 9시까지 퇴근 인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이때 사거리의 번호를 매겨놓으면 퇴근 인사 및 상가방문, 개인 연설회 및 퇴근 인사 등으로 연계해서 일정을 짤 때 식별하기 쉽다.
이제부터 지난 선거의 득표 결과, 선거인 크기 등의 분석자료를 만든다. 먼저 컴퓨터에 지난 선거의 득표현황을 입력한다. 입력한 득표현황을 투표구 선거인 크기 순으로 정렬한다. 투표구 선거인 크기는 대소간에 그 차이가 크다. 대도시에서도 대투표구는 4000여명, 소투표구에서는 1000여 명으로 몇 배의 차이가 난다.
지방의 경우는 읍단위 대투표구는 3000~4000명, 작은 면 동 리 투표구는 200~300명이 되어 10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대투표구와 소투표구에 대한 대응을 다르게 해야 경제적이고 효과적으로 선거를 치러낼 수 있다.
투표구는 가장 큰 순으로 대·중·소 등으로 3등분을 한다. 대·중 지역은 후보자가 방문할 때 시간과 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입한다. 소 지역은 일정상 여의치 않을 때 버릴 수도 있는 곳이다. 다만 소 지역이라도 집성촌이라든지 특별한 집단이 모여 사는 곳은 몰표지역이기에 버려서는 안된다.
다음으로 선거기상도에 경쟁후보자와 득표력을 비교해서 ‘O-△-X’로 강세-백중-열세지역을 표시하여 투표구별 판세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한다. 원내 후보일 경우에는 사전에 의정보고회 개최 장소를 표시해서 전략적 지역과 중복되는지, 보강되어야 할 지역인지 구분되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선거기상도가 완성된다. 모든 선거운동의 전략과 기획, 그리고 후보자의 유세 일정은 이 선거기상도의 바탕위에 이루어진다. 이는 아군과 적군의 주요 정보가 표시된 지도를 가지고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다.
다음은 선거에서 후보자가 유일하게 신뢰해온 각종 공·사 조직의 허실을 점검해 보고 어떻게 보강하는지를 알아보자. 우선 각 조직의 명단(당협의회 조직명단, 일반 당원명부, 지구당 임원단, 소속정당의 시군구 의원, 관내 동창회, 종친회, 각급 단체의 지지세력, 사조직 명단 등)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서랍에서 잠자고 있는 선거득표현황, 세분석자료집, 민원철, 투표소현황 등 선거에 필수적인 자료들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명단과 자료는 책상 서랍이나 캐비닛 속에 들어가는 순간 사장되고 만다. 선거에 필요한 모든 자료는 선거기상도에 표시되어 있어야 한다.
동협의회장이나 투표구 책임자가 말하는 명단만 믿다가는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고 만다. 선거대책본부 전화홍보요원들이 사전에 명단에 기재된 당원들에게 인사 전화를 하며 그 반응을 보고 실제로 당원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전화나 별도의 방법을 통해 확인된 당원들의 거주지는 선거기상도에서 일일이 지번을 찾아 표시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아무리 잘된 지구당과 다선 의원의 조직이라도 헛점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어느 지역에는 당원들이 몰려 있고, 다른 지역에는 텅텅 비어 있는 것을 보고 대개는 놀라게 된다. 조직이 골고루 잘 짜여진 지역과 조직이 허술한 사각지대가 그대로 드러난다.
어떤 지역은 조직의 숫자는 많지만, 조직의 강도는 다른 지역보다 약한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투표소 중심으로 나선형으로 고르게 분포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선거 당일 투표율은 투표소에 가까운 지역이 높고, 먼 지역은 낮다.
따라서 선거 당일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높이거나 선거기간 동안 힘써 만들어놓은 지지자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투표소까지 유도하기 위해서는 나선형 분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공조직은 그 숫자가 적고 투표구 책임자도 능력이 떨어지고 열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공조직의 활력은 떨어지고 사조직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사조직 책임자에게 별도의 지시를 해야 한다. 조직을 보강해야 할 지역은 투표구의 ‘통·반’을 기준으로 공조직인 협의회 조직으로 보강할 것인지, 아니면 동문회나 사조직으로 보강해야 할지 판단하여 해당 책임자에게 메모하여 지시한다.
이렇게 해서 보강된 지역의 명단을 전화인사를 빙자해서 확인 후 이를 다시 다른 색으로 지번을 찾아 표시한다. 그래야 조직정비현황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경우는 2차 3차로 보강하고 그 상황을 점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조직의 사기를 위하여 협의회별 투표구 책임자들에게 보강된 조직의 현황을 알려주어야 한다.
후보자의 하루 활동은 아주 중요하다. 선거에서 모든 활동의 귀결은 유권자들에게 ‘될 사람’이라는 여론, 즉 당선예상률을 극대화시키는 게임이다. 여기에서 후보자의 몫은 90%가 된다. 후보자는 선거 기간 16일 동안 유권자의 관심을 끊임없이 유지하고 이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선거에서 부지런하고 성실한 지역방문, 진실하고 힘찬 연설, 지치지 않는 열정, 부드럽고 친절한 이미지, 실천 가능한 정책 제시 등 후보자의 하루 활동과 일거수일투족은, 겉으로는 잠잠한 유권자들의 눈과 구전을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선거기간이 지나는 동안 이것은 눈덩이처럼 커지기 마련이고 결국 ‘될 사람’이라는 여론을 주도한다. 그래서 후보자의 일거수일투족은 최상의 정치광고이며 후보자의 하루활동은 선거운동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선거에서도 입시처럼 ‘4당 5락’이라는 말이 있다. 즉 4시간 자면 당선되고 5시간 자면 낙선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후보자들은 이른 새벽부터 깊은 밤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선거운동에 소모하지만 실제 선거운동 시간은 8시간을 채우지 못한다. 쓸데없는 모임이나 한 시간 이상을 소모하는 거리연설, 무계획한 일정 등으로 길바닥에 시간을 깔고 다니기가 쉽다.
만약 이른 새벽부터 깊은 밤까지 후보자의 하루를 분단위로 쪼개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경쟁 후보자보다 적게는 5배 크게는 10배를 더 뛰게 되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그렇게 많은 활동이 주민의 관심을 끌고 최후에 ‘이 사람이 될 거야’라는 주민의 여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
먼저 하루 일정표를 30분 단위의 시간대 별로 분단위로 쪼개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알아보자. 하루 일정은 큰 원칙을 몇 가지로 정하여 확실하게 구분한다. 먼저 처음 5시부터 7시 사이에는 부근의 조기축구회, 약수터, 등산로, 새벽시장 등을 방문하여 지지를 호소한다. 이렇게 할 때 축구나 등산 등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 동일한 마인드를 형성할 수 있으며, 부지런한 사람, 강한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아침 7시부터 8시 사이에는 학생들의 등교시간이자 직장인들에겐 출근시간이다.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선거운동기간에 만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 시간대를 활용하여 전철역이나 버스정류장, 주택가 골목 입구 등 출근 길목을 활용해야 한다. 출근 인원이 많을 때는 개인연설회 차량을 세워놓고, 최소한 귀로 들을 수 있게 연설과 악수를 병행한다. 이때 멘트는 구호성으로 짧게 해야 효과가 있다.
아침식사를 선거대책본부에서 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오히려 사무요원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계획에 의해 전날 연락받은 인근 협의회장과 투표구책과 활동장들과 함께 하든지 혹은 그 시간대에 우연히 만난 동조자나 인근에 사는 유력인사들과 함께 허름한 식당에서 식사하는 게 좋다. 이때 지시나 명령보다는 격려와 감사의 인사를 하거나 그 지역의 정보, 그 지역에 필요한 행동지침을 진지하고 정중하게 부탁해야 한다. 참석한 지지자들이나 시민들은 공동의 심리와 일체감을 갖게 된다.
출정식은 대단히 중요하다. 오전 8시40부터 시작해서 늦어도 9시20분 경에는 끝맺어야 한다. 중-대규모 출정식을 단계별로 나누어서 실행하되 소규모 출정식은 매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원들의 사기를 돋우고,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돼 선거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전 9시20분부터 10시30분까지를 오전1부, 10시30분부터 12시20분까지 오전2부로 나누어 지역순방과 개인연설회를 한다. 오전에는 취약지역 또는 고층아파트를 중심으로 개인연설회를 하고 상가를 방문한다. 주택가에 비해 고층아파트는 소득수준과 생활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오후가 되면 아파트 주부들은 미용 및 건강관리 등을 위해 외출한다.
오후 12시20분부터 1시까지 점심식사를 하는데 아침식사의 요령과 같다. 점심시간에 산업체나 공장에 들러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거나 잠시 휴식을 취하며 어울리기도 한다. 후보자는 차량이나 호주머니에 볼펜 등 기념품들을 지니고 다니다가 직원들에게 가벼운 선물을 할 수도 있다. 기념이 될만한 볼펜 하나나 부드러운 유머 몇 마디는 주위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즐겁게 한다. 같은 직종의 같은 환경을 가진 집단에 좋은 사람, 부드러운 사람이라는 동일 공감대가 형성이 된다. 백마디의 정치적 소신이나 논리보다 ‘그냥 좋아서’가 선택의 최우선이 된다.
오후 시간도 1시부터 2시30분까지를 오후1부로, 2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를 오후2부로 나누어 사용한다. 오후 시간대에는 우세지역 또는 주택가를 중심으로 개인연설회를 하고, 골목 점포를 방문하는 중에 경로당이나 복지시설 등을 찾아간다. 오후에 가정에 있는 사람들은 주택가에 많기 때문이거니와, 큰 소리의 확성기 소리에 항의하는 주민이 지형상 주택가가 적은 이유도 하나다.
저녁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오후 4시30분부터 6시 사이에 인근 시장을 방문해야 한다. 재래시장을 우선으로 하여 종합시장, 백화점, 할인마트 순으로 중요도를 책정한다. 빼서 안되는 곳이 바로 골목 시장이다. 저녁 골목 시장이야말로 인근 서민 주부들이 찬거리를 사기 위해 나들이를 하는 곳이다. 골목 시장은 주택가 사이에 있기 때문에 개인연설회와 병행하게 된다.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 시장 통에서는 핸드마이크를 든 안내원이나 연설원이 서서 후보자가 시장을 방문한 것을 짧게 알린다. 때로는 후보자가 직접 핸드마이크를 잡고 인사말을 하며 악수하는 게 좋다.
저녁식사 역시 시장방문 중에 먹거리 구역의 순대국집이나 개방된 노점 식당에서 하는 것이 좋다. 이때 협의회장 등 조직원이나 아니면 시장에 나온 주부 유권자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도 좋다. 이때 지나가는 유권자와 이웃자리의 어린이나 청소년과의 대화도 시도해서 친밀한 인상을 심어줄 필요도 있다. 현행 선거법상 향응제공이나 식비제공 등은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시간을 최대한 기술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식사후 저녁 6시40분부터 8시30분까지 다시 아파트 개인연설회를 한다. 외출한 주부들이 돌아오고, 일찍 귀가한 직장인들을 만날 수 있다. 야간에 시끄러울 것 같지만, 방안에 텔레비전을 켜놓았기 때문에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때 시끄럽다고 시비를 거는 사람은 훼방꾼이나 경쟁후보 운동원이 틀림없다. 개의치 않아도 된다. 오히려 어둠 속에서 메시지가 또랑또랑하게 잘 들리고, 창문을 열고 듣는 주민이 낮보다 훨씬 많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이때는 조명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로고송에 맞춰 춤추는 댄스팀을 운영하여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도 있다.
밤 8시30분, 아파트 야간 연설회가 끝나면 밤 10시까지 가까운 대형로터리로 이동한다. 이때 장소 선택은 귀가하는 직장인을 맞는 방향에 잡는다. 후보자가 10분 단위로 부근의 상가를 방문하는 동안, 연설원은 로고송을 틀며 퇴근하는 직장인을 위한 개인연설회를 한다. 상가방문을 하고 연설차량으로 돌아온 후보자는 연설원과 함께 인사를 한다.
이때 연설은 5분도 길다. 오는 차량이 신호등에 걸려 정차하는 동안 3분 정도의 연설을 한다. 그리고 신호가 떨어지면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구호성 인사를 한다. 이것을 반복한다. 그리고 자원봉사자 팀이 로고송에 맞춰 춤을 추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도 있다. 로터리를 순회하며 30분 단위로 3회 정도의 개인연설회와 귀가 인사를 한다.
밤 10시가 되면 일반적으로 모든 후보자들의 일정은 종료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의 시간대가 바로 밤 10시부터 심야 1시 사이다. 이 시간에 잠 안자고 모여 있는 협의회장이나 투표구 책임자 또는 핵심인물들을 방문해야 한다. 에티켓에 어긋난다든지 또는 다음날 피곤해서 선거에 지장이 있을까 하는 우려는 절대 기우이다. 선거는 밤에 이루어진다. 조직의 유지관리, 사기진작은 이 시간에 이루어진다. 이때 다음과 같은 조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첫째, 외딴 개인집 등 허름하거나 은폐된 비밀스런 장소가 좋다. 이런 장소에서는 자신이 후보자의 신뢰를 받는 비밀결사체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둘째, 10분 이상 오래 있어서는 안된다.
셋째, 밀담을 나누듯 은밀하게 대화해야 한다.
넷째, 항상 손을 꼬옥 잡거나 포옹을 하여 자신이 후보자에게 긴밀하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갖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시간은 항시 5분에서 10분 늦게 가야 한다. 후보자가 늦게까지 바쁜 중에도 항상 그 지역 사람들을 챙긴다는 인상을 주도록 하고, 10분 이상 오래 머물러서는 안된다. 하루에 이러한 모임을 4~5회 이상 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자는 이 시간대를 활용하지 못했다.
1993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인기가 93.7%나 올라갔을 때 명주양양 보궐선거에서 김명윤 여당후보에 맞서 승리한 야당의 최욱철 후보는 새벽 2~3시까지 활동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당연히 수면은 하루에 두세 시간뿐이었다.
이제 수동적인 선거에서 능동적인 선거로 전환하기 위해서 후보자의 일정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 알아보자. 지금까지 대개의 선거에서 후보자의 일정이 전날 밤 12시에도 확정되지 않거나, 확정은커녕 일정 수행 도중에도 갑작스런 모임이나 행사로 인해 수시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후보자는 짜증이 나고 짜증이 난 후보자는 참모들을 질책한다. 질책당한 참모들은 불만이 쌓이고 사기는 떨어진다. 결국은 참모들 자체도 일정을 어떻게 짜야 할지 막막하다. 이렇게 서로 엉키다보면 연설 차량은 차량대로 따로 다니고 후보자는 내키는대로 혼자 다니기도 한다.
먼저 합동연설회 일정부터 표시한다. 이는 지난번 선거 당시, 합동연설회를 했던 곳과 무슨 요일에 했는지를 기준으로 잡는다. 다음은 정당연설회 일정을 잡는다. 첫 정당연설회는 기선제압용으로 선거 개시 후 3, 4일 이후에 하면 적당하다. 같은 식구들끼리 하는 것이니까 요일에 구애받아서는 안된다. 선거개시 4일이 지나면 선거를 하는 것인지 안하는 것인지 조직과 캠프가 느슨해질 염려가 있다.
두번째 정당연설회는 마지막 끝내기의 기세 올리기 성격으로 선거일 2~3일 전으로 잡는다. 기세 올린 조직이 활동할 날이 2~3일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당연설회를 기피하게 되면 조직의 사기에 결정적인 문제가 된다. 그리고 정당연설회나 합동연설회가 있기 전 2일간은 개인연설회와 지역순방 일정을 연설회가 있는 장소에서 직경 1km 중심으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연설원이 정당연설회나 합동연설회가 있는 날짜와 장소 시간을 적극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법정홍보물이 우송되는 때를 전후로 자신의 정책이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발전 청사진임을 알려줘야 하고 꼭 읽어보도록 권해야 한다. 이것은 마케팅에서 대단히 중요한 호객행위인 셈이다.
개인연설회와 지역순방 일정을 짜기전에 후보자의 건강, 연령, 지역 크기 등을 고려하여 하루에 몇 차례 할 것인가를 계산해보도록 하자. 기본적으로 후보등록 당일은 오전 9시까지는 선거운동을 개시할 수가 없다. 그리고 두번의 합동연설회와 두 번의 정당연설회가 있는 날 역시 하루를 다 쓸 수가 없다. 그리고 초청토론회, 텔레비전 공개토론회가 낮에 있는 날 역시 그렇다. 그래서 계산해보면 434회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