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중장년 질문 1순위
대한민국을 지탱한 세대의 진짜 가치
성공은 나이에 구속되지 않는다
‘현재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다’ 입증하는 게 관건
선진국은 개인 경험을 사회시스템 안으로 다시 연결
심리적 장벽을 넘어야 길이 열린다

과거의 직함이 아니라 현재의 기여로 자신을 증명하는 순간, 405060세대 이직의 길은 다시 열린다. Gettyimage
은퇴나 구조조정을 앞둔 중장년 세대가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다. 수십 년간 회사와 가정을 위해 헌신하며 가족을 책임졌지만, 정년과 산업 재편의 파도 앞에서 갑작스레 ‘퇴장’을 통보받는 순간이 온다.
아직도 에너지는 남아 있고, 배우고 일할 의지도 충만한데, 사회는 너무 쉽게 ‘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성공담은 지금부터 다시 쓸 수 있다.
405060세대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험한 파도를 온몸으로 겪어온 세대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수차례의 변곡점을 거치며 산업현장 최전선에서 회사를 지키고 사회를 떠받쳤다. 낮에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과를 만들고, 밤에는 가정을 책임지며 다음 세대를 길러냈다. 그들은 결과로 말하는 세대이자, 위기에서 배운 세대다.
그럼에도 정년과 구조조정의 벽은 냉정하다. 기업은 인건비와 디지털 전환을 이유로 중장년을 ‘비용’으로 계산하고, 사회는 은퇴라는 이름으로 한 걸음 물러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 세대의 진짜 가치는 퇴직으로 소멸되는 자원이 아니다. 위기관리 능력, 현장 노하우, 조직을 이끄는 힘, 신뢰로 쌓아 올린 관계망은 시간이 만들어준 경쟁력이다. 젊은 세대가 단기간에 얻을 수 없는 ‘내구성’과 ‘완성도’가 여기에 있다.
필자는 대기업 금융회사 인사팀장으로 20여 년간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했고, 지금은 커리어 컨설턴트로 현장에서 수많은 이들의 이직과 재취업을 돕고 있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분명하다. 성공은 나이에 구속되지 않는다. 관건은 ‘과거의 직함’이 아니라 ‘현재의 쓰임새’를 어떻게 입증하느냐다.
해외에서 배우는 시니어 활용 사례
세계는 시니어 인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한다. 일본은 ‘계속 고용제도’를 통해 60세 정년 이후에도 당사자 희망 시 65세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독일과 북유럽은 직업훈련과 사회안전망을 결합해 경력을 살린 재배치를 지원한다. 미국은 은퇴한 경력자들이 컨설턴트 코치 멘토로 활동하며, 젊은 리더와 팀 성장을 ‘경험’으로 서포트한다. 선진국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경험을 사회시스템 안으로 다시 연결한다는 것이다.반면 한국은 여전히 정년과 동시에 현장을 떠나는 문화가 강하다. 고용의 단절이 제도적으로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중장년의 축적된 자산은 시장에 충분히 재투입되지 못한다. 이는 곧 국가적 손실이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도 있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한 명의 일손’보다는 ‘한 번 더 넘어지지 않게 해 줄 사람’을 찾는다. 중소·중견 기업은 검증된 실무형 리더를 원한다. 정부 역시 ‘신중년 적합직무’ ‘계속 고용 장려금’ 등의 제도를 마련해 조금씩 문을 열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책과 현장의 수요를 연결하는 실질적 매개체다.
전환의 성공, 역할 재정의, 준비 없는 퇴직
대기업에서 30년 근무하다 명예퇴직한 A씨는 처음에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 ‘내가 이제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하는 질문을 반복했다. 나는 A씨와 함께 ‘판매 채널 전환 프로젝트’와 ‘신규 거래처 발굴 및 확대’를 성과 지표로 구조화해 제안서로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 전략을 코칭했다. 그는 지금 젊은 CEO의 곁에서 현장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내가 쌓은 30년의 경험이 누군가를 3년 만에 배울 수 있게 한다는 깨달음으로 그는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회계 전문가 B씨는 정년 후 프리랜서 컨설턴트로 전환했다. 초반에는 ‘자격증’과 ‘연차’만 내세웠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우리는 접근법을 바꿨다. 재무구조 개선 로드맵, 현금흐름 점검 체크리스트, 세무 리스크 경보 체계를 산출물로 만들자 중소기업의 의뢰가 이어졌다. B씨는 직함은 내려놓았지만 전문가로 인정받는다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대기업 임원 출신 C씨는 ‘내가 누군데’라는 자존심으로 시장에 들어섰다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재취업 면접장에서 그는 과거 자신의 직함을 강조했지만, 기업 인사 담당자는 “지금 우리 회사의 문제를 무엇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는 솔루션을 요구했다. 그는 뒤늦게 디지털 문해력을 보완하고, 문제 해결력을 강조한 경력 스토리를 추가해 다시 도전했다. 과거의 경험을 늘어놓는 태도에서 현재를 증명하는 태도로 전환한 그 한 걸음이 관건이었다.
심리적 장벽을 넘어야 길이 열린다
재취업은 단지 수입의 회복이 아니다. 더 본질적인 것은 존재 의미의 회복이다. 조직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공동체였고, 역할은 곧 개인의 정체성이었다. 울타리 밖으로 나오면 공허감과 불안이 밀려온다. 취업 희망자들과 상담하면서 늘 하는 말이 있다.“감정은 사실이고, 방향은 선택이다. 불안을 부정하지 말고, 그것을 준비의 에너지로 바꿔야 한다.”
심리적 회복을 위해 도움이 된 방법들도 있다. 우선 일과 배움의 리듬을 다시 만들라. 매일 정해진 시간에 공부하고, 정보를 수집하며, 사람을 만나는 ‘루틴’이 중요하다. 둘째, 작은 성취를 기록하라. 프로젝트 제안서 한 장, 인터뷰 한 건, 온라인 강의 수료 같은 작은 완주가 자신감을 복원한다. 셋째, ‘나는 끝났다’에서 ‘나는 변했다’로 이야기의 언어를 바꿔라. 정체성 언어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성공은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변화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경험의 깊이는 여전히 시장이 갈망하는 가치다. 과거의 직함이 아니라 현재의 기여로 자신을 증명하는 순간, 길은 다시 열린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405060세대의 아싸! 성공시대다.
이직·재취업 꿈꾸는
중장년이 챙겨야 할 4가지 포인트
① 업데이트(Update): 디지털 활용 능력, 소통 방식, 자기 브랜딩을 시대에 맞게 새로 고쳐야 한다. ‘나는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사람이다’라는 한 문장의 자기 정의가 필요하다.② 재정의(Redefine): 경력은 직함의 나열이 아니라 문제 행동 결과(P-A-R)로 재구성해야 한다. 수치와 성과 중심의 정리는 곧 시장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③ 관계(Relationship): 중장년 재취업은 공개 채용보다 신뢰 기반의 추천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관계는 ‘줄’이 아니라 기여와 신뢰의 축적이다. 한 번의 강의, 한 장의 체크리스트, 한 시간의 조언이 다음 기회를 부른다.
④ 사회적 함의: 중장년 재취업은 개인의 생존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인적자원 고갈이라는 구조적 위기와 맞닿아 있다. 이 세대를 단순한 비용으로만 본다면 한국 경제는 스스로 자산을 버리는 셈이다. 반대로 이들을 경험의 리더, 위기관리자, 조직 안정자로 재배치한다면, 청년세대는 더 빠르게 성장하고 기업은 불확실성 속에서 안정을 얻는다. 중장년의 성공 2막은 개인의 선택이자, 한국 사회 전체의 경쟁력 강화 전략이다.

● 고려대 정치학 석사
● 前 대기업 금융회사 인사팀장
● (주)피플스카우트 대표 컨설턴트
● 한국인적자원개발연구원 원장




















![[신동아 만평 ‘안마봉’] ‘두 손’ 든 대한민국 청년의 절망](https://dimg.donga.com/a/380/211/95/1/ugc/CDB/SHINDONGA/Article/69/26/5d/d5/69265dd520b5a0a0a0a.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