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아 만평 ‘안마봉’은 과거 ‘신동아’와 ‘동아일보’에 실린 만평(동아로 보는 ‘카툰 100년’)에서 영감을 얻어 같은 그림체로 오늘날의 세태를 풍자한 만평입니다.

ⓒ정승혜
6·3지방선거에서도 정치인들의 가벼운 입이 유권자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김희수 전남 진도군수는 선거 벽두인 지난 2월 “(농촌 총각 결혼 등 지방 소멸을 대비해) 스리랑카나 베트남 처녀를 수입하자”고 해 주변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베트남대사관 항의를 받는 등 외교 망신살을 뻗쳤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월 2일 지역구인 전남 순천에서 “‘따까리’ 할라믄 공무원을 해야제”라는 발언으로 공무원들과 공무원 노조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오빠 논란’은 귀를 의심하게 했다. 5월 3일 부산 구포시장을 찾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부산 북구갑 보권선거에 출마한 하정우 전 청와대 AI 미래기획수석과 함께 초등 1학년 여자아이에게 “오빠라고 불러보라”고 해 이를 본 유권자들이 몹시 민망해했다.
앞서 장세용 민주당 경북 구미시장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찍 죽어서 대한민국이 발전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더니,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장사가 너무 안된다”고 호소하는 남대문시장 상인에게 “컨설팅 받아 품목을 바꾸면 대박이 날 것”이라고 해 비판을 받았다. 국가 균형 발전 등 수많은 공약을 내걸고 끌어 모은 표심은 한마디 설화에 흩어지기 마련이다.
“세 번 생각하고 말하면 과오도, 실수도 없다(三思而後言 則言無過, 三思而後行 則行無悔)”는 불교의 가르침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깊이 새겨보길 바란다.
동아로 보는 ‘카툰 100년’
1935년
‘지폐산’에 나타난 식민지 조선의 범죄

- ‘신동아’ 1935년 11월호
이 만평의 핵심은 범죄 피해가 개인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도둑맞은 돈과 빼앗긴 물건, 무너진 생계가 1차 피해라면, 경찰력과 행정비용, 재판과 처벌, 사회적 불신은 2차 피해다. 만평 속 지폐 산은 바로 그 2차 피해의 무게를 시각화한다. 범죄는 피해자의 삶을 무너뜨리고, 그 뒤처리 비용은 다시 사회 전체에 청구된다.
당시 조선 사회에서 범죄 증가는 중요한 사회문제였다. ‘동아일보’는 1935년 6월 26일자 조간 1면 사설 ‘범죄자수의 격증’에서 범죄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현실을 지적했다. 같은 해 11월 22일자 석간 2면 기사 ‘격증하는 범죄건수, 작년 중 발생 19만 건’은 1934년 조선에서 발생한 범죄가 19만5025건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범죄는 더는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었다.
식민지 조선의 경찰력은 조선인을 보호하는 사회적 안전망이라기보다 통치와 감시의 장치에 가까웠다. 1919년 3·1운동 이후 헌병경찰제는 보통경찰제로 바뀌었지만, 경찰 조직은 오히려 확대되었고 조선인 사회에 대한 감시와 통제도 강화됐다. 따라서 만평 속 2500만 엔의 수사비는 단순한 치안 비용으로만 보기 어렵다. 그것은 범죄를 막지 못한 사회가 사후 처리에 쏟아부은 돈이자, 식민지 통치가 안전보다 통제에 가까웠음을 드러내는 숫자이기도 하다.

‘동아일보’ 1935년 11월 22일자 석간 2면에는 ‘격증하는 범죄건수, 작년 중 발생 19만 건’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그 규모는 오늘의 감각으로도 작지 않다. 일제강점기 1엔은 1원이었다. 1935년 쌀 80kg 한 가마가 17.8원이었다고 보면, 3300만 원은 쌀 약 185만 가마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이를 2026년 농산물유통정보(KAMIS) 쌀 소매 평균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4657억 원에 이른다. 이는 물가 전체가 아니라 쌀 구매력을 기준으로 한 환산이지만, 당시 범죄 피해와 수사비가 사회에 남긴 부담이 얼마나 컸는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그 돈은 왜 피해를 막는 데 먼저 쓰이지 못했는가. 사람을 우선 보호하기보다 피해를 본 뒤에야 지폐 산을 쌓았는가.
1935년의 이 만평은 범죄를 줄이는 일이 단순히 치안을 강화하는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것은 약자의 생활 기반을 지키고, 피해자가 다시 무너지지 않도록 사회가 책임지는 일이다. ‘신동아’ 만평은 범죄 피해가 남긴 사회적 비용의 무게와 그 비용이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먼저 내려앉았던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이 만평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범죄가 얼마나 많았는가”가 아니라 “왜 우선적으로 시민을 보호하지 못했는가” 하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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