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변호인단 목적은 ‘李 관련 없다’ 입증하는 것
김성태, 李 대북송금 인정하자 당 차원서 변호 요청
재판 상황 바꾸려 “李에 보고” 진술한 이화영
‘회유설’로 진술 번복…진술 바로 바꾸면 배신이니까
회유설 실체 드러날까 검찰 조사 변호인 입회 거절
내가 잠시 자리 비운 50분 만에 연어 술파티? “불가능”
李 대북송금 연루 여부는 재판으로 밝혀야 할 사안
조작기소 특검법, 군부독재도 하지 않은 헌법 질서 파괴
6월 이화영 재판에서 다 드러나…특검법 제동 걸릴 것

5월 6일 서울 충정로 ‘신동아’ 뉴스룸에서 인터뷰에 응한 설주완 변호사. 박해윤 기자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이하 대북송금 사건) 피의자였던 이 전 부지사의 전 변호인 설주완(50)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연어 술파티 회유 의혹’은 2023년 5월 17일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이 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연어덮밥과 술을 사주며 “쌍방울이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을 대납했고, 이 전 부지사는 이를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의 허위진술을 하도록 회유했다는 의혹이다.
5월 6일 서울 충정로 ‘신동아’ 인터뷰룸에서 만난 설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가 연어 술파티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날, 내가 검찰 조사에 함께했다. 그날 내가 이 전 부지사 곁에서 떠나 있던 시간은 오후 6시 10분경부터 7시까지 50분가량인데, 그 안에 검찰이 연어덮밥과 술을 배달시키고 이 전 부지사 회유까지 마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설 변호사의 말대로 연어 술파티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연어 술파티 진술 회유 의혹'을 받는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5월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리는 감찰위원회에 출석을 자청하며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신동아’는 연어 술파티 외에 남아 있는 검찰의 이 전 지사 회유 의혹과 당시 검찰 조사 상황의 전말을 듣기 위해 설 변호사를 만났다. 설 변호사는 “이 전 지사 변호를 맡은 것도 당 차원의 부탁 때문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2023년 초 내가 처음 (이 전 부지사 사건에) 투입됐다. 당시 이 전 지사 변호를 맡고 있던 현근택 변호사(현 민주당 용인시장 후보)의 요청으로 (이 전 부지사) 변호인단에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 처음부터 이화영 형량 관심 없어
이 전 부지사 변호를 맡기 직전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그의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나.“사건을 맡기 전까지는 잘 몰랐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대로만 알고 있었다.쌍방울이 주가조작을 위해 대북송금을 했을 뿐이라고 말이다. 민주당도 그땐 그랬다. 2023년 1월 17일 김 전 회장이 귀국할 때만 해도 (민주당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김 전 회장도 당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잘 모른다’며 대북송금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하지만 같은 해 1월 31일 김 전 회장의 진술이 바뀌며 상황도 달라졌다. 김 전 회장이 대북송금을 인정하고,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통령의 방북을 위해 북한에 돈을 보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당 차원에서 이 전 부지사 변호에 나섰다.”
당시 이 전 부지사 변호인들의 목표는 무죄 입증이었나.
“아니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북송금에 관여한 것이 명백했기 때문에 무죄 입증은 어려웠다. 이 전 부지사의 형량을 줄이거나 하는 문제도 부차적이었던 것 같다. 가장 큰 목표는 이 사건이 당시 당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흔들지 않게 법적 영향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이었던 서민석 변호사는 박 검사와 형량 거래가 있었다며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나도 녹취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교수를 지낼 정도로 고명한 형사법 전문 변호사다. 그랬던 그가 이 전 부지사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변호사라는 직업적 측면에서는 상당히 유능한 분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녹취록에는 박 검사가 “이 대통령이 주범이 되고 이 전 부지사가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등의 내용이 있다. 형량 거래가 있었다고 보는가.
“공개된 녹취록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녹취록 전체가 공개돼야 형량 거래가 있었는지 판단할 수 있다. 다만 내가 본 바로는 검찰은 형량 거래를 시도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당에서 보낸 혹은 민주당에 입당한 변호사들이 지켜보는 사건 아닌가. 지금이야 탈당했지만 나도 당시는 민주당 당원이었다. 그런 변호사 앞에서 형량 거래를 시도하는 검사는 드물다. 내 기억에는 오히려 형량 거래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만 있었다.”
반면 민주당은 이 녹취록을 근거로 형량 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3월 29일 전용기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검사가) 이 대통령을 주범으로 만들려는 특정한 결론을 전제로 그에 맞는 진술을 짜맞춰 나가려는 구조였음을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박 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측이 먼저 ‘이 전 부지사가 자백할 텐데 그럼 검찰에서 선처해 주어야 한다’고 변론해 그에 응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이 형량 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나.
“박 검사는 아니었고, 다른 검사가 이 전 부지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간 적이 있다. 이에 항의하려고 부장검사실을 찾았다. 김영남 당시 수원지검 형사6부장검사(지금은 법무법인 해승 변호사)와 면담을 했는데, 그가 이 전 부지사에게 ‘없는 것을 있다고 이야기할 필요도 없고 있는 것을 굳이 없다고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우리(검찰)는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싶은 것이지 이 사건을 조작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김 전 부장검사의 말처럼 검사들은 이 전 지사를 회유하려는 모습을 적어도 내 앞에서는 보인 적이 없다.”
김현지도 이 전 부지사 그다지 신뢰하지 않아
회유도 형량 거래도 없었다지만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바뀌었다. 2023년 6월 “이 대통령에게 쌍방울의 대북송금에 대해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3개월 뒤인 같은 해 9월 옥중 자필 진술서를 통해 “검찰의 압박과 회유로 허위진술을 했다”고 다시금 진술을 뒤집었다.검찰 회유가 아니라면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왜 바뀌었을까.
“이 전 지사는 이 대통령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매우 두려워했지만 그만큼 본인이 ‘감옥’에 오래 있는 것도 싫어했다. 내 생각에는 검찰이 형량 거래를 시도한 것이 아니라 (이 전 지사가) 형량을 낮추고 싶어 진술을 번복한 것 같다.”
이 전 부지사는 “설 변호사가 검찰을 돕는 행태를 계속 보여 나와 설전을 벌였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이 대통령을 배신하는 이유가 필요해 한 거짓말이다. 이 전 부지사는 형량을 낮추거나 상황을 바꾸려면 이 대통령과 대북송금이 연관 있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냥 진술을 바꾸면 배신이 되니까. 그래서 검찰의 압박 혹은 변호사의 회유 권유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 같다. 내가 변호인을 그만두기 직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변호인을 그만둔 건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보좌관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권유로 인한 것 아니었나.
“김 실장이 내가 ‘이 전 부지사에게 검찰 측에 협조하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다는 소문이 있다며 확인차 연락을 해왔다. 추후 알아본 결과, 이 전 부지사가 자신의 접견을 담당하는 변호사를 통해 당에 이 같은 소문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화가 났다. 그래서 내가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한 거다. 내가 갑자기 그만두게 되자 검찰 조사 입회 변호사가 부족해졌다. 결국 접견 담당 변호사가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조사 입회 변호사로 들어가게 된 거고. 그런데 이 전 부지사가 돌연 검찰 조사 변호사 입회를 거절했다고 하더라.”
변호사가 검찰 조사에 입회하는 게 이 전 부지사에겐 유리하지 않나.
“변호사가 검찰 조사에 입회하면 검찰이 회유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게 아닌가. 그렇게 되면 내가 이 전 부지사에게 검찰 측 협조를 종용했다는 이야기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지 않겠나. 그래서 변호사 입회를 거절했다고 본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4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 검찰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연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기소 의혹 사건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설 변호사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신동아’는 이 전 부지사 측 김광민 변호사 측에 전화, 문자메시지, e메일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민주당 측에도 설 변호사 발언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으나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 전 부지사) 관련 사안에 관해서는 (민주당에서) 공식적으로 답변할 만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 변호를 맡으며 김현지 실장과는 자주 소통했나.
“김 실장이 변호인단 전반을 관리했다. 김 실장이 이 전 부지사와 이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 내용도 기억이난다. 당시 김 실장과 텔레그램 통화로 이야기했는데, 김 실장은 ‘우리(이 대통령과 측근들)도 그분(이 전 부지사)을 깊게 신뢰하고 있지는 않다. 엉뚱한 일도 많이 하셔서 그다지 신뢰가 깊은 관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 실장도 이 전 부지사를 믿지 못하고 있었다.”
김 실장도 이 전 부지사를 신뢰하지 않는데 민주당은 왜 최근까지 국회 대북송금 국정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를 증인으로 채택해 사실을 입증하려고 할까.
“이용하는 거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자체가 검찰의 조작기소라 주장한다. 마침 민주당도 이 대통령은 죄가 없는데 검찰이 조작기소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사법리스크가 생겼다고 주장하지 않나. 검찰을 악마화하기 위해 이 전 부지사의 말을 신뢰하는 것처럼 행동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과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4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떳떳하다면 공소취소 아닌 재판에 나와야
물론 번복은 했지만 “쌍방울 대북송금에 관해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어떻게 보나.“그 증언도 거짓일 수 있다. 다만 이 증언의 진위를 밝히는 방법은 재판이어야 한다. 이 전 부지사 진술의 신빙성을 떠나 쌍방울 대북송금과 이 대통령 관계는 증거를 통해 판사가 판단해야 한다. 이 대통령도 자신이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재판에 나와야 한다.”
민주당은 4월 30일 조작기소 특검법을 발의했다. 특검법에는 이 대통령 관련 사건 모두 공소 취소할 수 있는 공소취소 권한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는데.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임명한다. 조작기소 특검법이 통과된다면 대통령이 직접 본인의 공소를 취소할 특별검사를 임명하게 된다. 대통령이 자신이 연관된 사건의 공소를 취소하게 되는 셈이다. 군부독재 정부도 있던 사법부와 검찰을 악용한 것이지 삼권분립 한 축인 사법부를 해체해 가며 자신의 권력을 강화한 적은 없다. 조작기소 특검법 발의는 전례 없는 헌법 질서 파괴다.”
설 변호사는 인터뷰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6월에 이 전 부지사의 위증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이 있다. 나는 물론 박상용 검사, 김성태 전 회장 등 주요 관계자가 모두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재판에서 연어 술파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면 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법 통과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증인으로 출석해 내가 이 전 부지사 변호를 하며 겪었던, 그리고 보고 들었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진술할 생각이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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