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기피하는 교사들, 대통령 발언 후폭풍
흔들어 깨우면 신체 학대, “지각 말라” 말하면 정서 학대
급식 밥이 식었다고 담임 신고, 경찰은 ‘혐의 인정’
이름을 크게 부름 70회, 우리 아이만 미워해요
담임 교체 8번, 떠나는 아이들, 무너지는 교실
학부모의 분풀이 대상이 된 교사들
억울해도 ‘죽지 말자’ 구명조끼와 생존 매뉴얼

‘신동아’와 인터뷰 중인 김현주 교사. 지호영 기자
곧바로 교육부는 ‘안전한 현장 체험학습을 위한 교육공동체 간담회’를 이어갔다. 5월 7일 이 간담회에서 한 초등교사의 발언이 담긴 영상(강석조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의 ‘교사들이 현장 체험학습을 꺼리는 진짜 이유’)은 6일 만에 1000만 조회수를 넘겼다.
“현장학습 가서 우리 이쁜 학생들 사진 200장 찍어줬습니다. 그날 무슨 민원 넣었는지 아십니까? 왜 우리 애는 5장만 나왔나요? 왜 우리 애 표정이 안 좋습니까? 이런 민원 문제, 교육부 장관님 해결해 주실 수 있습니까? 학부모님들 민원 안 넣으실 겁니까?”(강석조)
황당 민원은 악성 민원이 되고, 민원 폭탄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지기 일쑤다. 교사는 만신창이가 되고 한번 망가진 교실은 회복되기 어렵다. 담임교사가 8번씩 교체되기도 한다. 2023년 김현주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초등학교 1학년 학급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황당 민원, 악성 민원, 대통령님 이것이 현실입니다
서울 서초구 원촌초에 근무하는 김현주(51) 교사는 전임 학교에서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로 “에이, 설마, 말도 안 돼” 하던 일이 현실이 되는 과정을 온몸으로 겪었다.“아무리 터무니없는 신고일지라도 신고된 그 순간부터 검찰 송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립니다. 그동안 해당 교사는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넘깁니다. 수사 결과를 바라만 보며 기다림이 극에 달하는 어느 순간, 극단적 선택을 떠올리기까지 합니다.”
2023년 7월 18일 이른 아침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2년 차 교사 박인혜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무렵 김현주 교사는 서이초에서 멀지 않은 모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다. 서이초 교사가 사망한 지 8일 후 여름방학 시작 전날인 7월 26일, 김 교사도 아동학대로 신고됐다.
“학급에서 아이들끼리 연필로 긋거나 찌르는 사고는 자주 벌어집니다. 알고도 찌르고 모르고도 찌릅니다. 민원이 안 들어오면 다행인 거죠. 날카로운 물건으로 지우개를 자르면서 ‘이게 너야’라고 친구를 위협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교사는 그런 아이를 ‘지도’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학부모로부터 ‘왜 우리 아이를 범죄자 취급하느냐’는 민원이 들어옵니다. 교단 경력 20년이 넘은 저도 부당한 신고를 당해 보니 죽고 싶은데, 2년 차 교사가 민원에 시달렸을 때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가슴이 찢어지죠. 그날 서이초 교문 밖에서 박 선생님을 추모하며 울던 제가 며칠 뒤 차도로 뛰어들 생각을 하고 있더군요.”
김 교사는 2023년 12월 29일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아동학대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 아동학대가중처벌): 혐의없음(증거불충분)’ 통보를 받았다. 3개월 사이에 몸무게가 13㎏이나 빠졌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신고 후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린다고 하자 해당 학부모는 민사소송에 들어갔다. 교권침해로 인정되자 다시 교권침해 불복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행정심판에서도 교권침해로 인정됐다.

김현주 교사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부당한 아동학대 신고에서 살아남기’.
김 교사는 9월 1일 두 교사의 죽음을 접하자마자 초등교사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에 글을 올렸다. ‘아동학대 신고, 저에게 연락주세요. 저는 2023.9.8. 경찰 조사 받으러 갑니다. 힘들 때 꼭 저에게 연락주세요. 제발요!!!!!!!!’ 8개의 느낌표가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그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대신 혼자 싸우는 길을 택했다. 하루에도 3~4명의 교사들과 연락했고 전화기를 붙잡고 하염없이 울었다. 같이 울어주는 것만으로도 선생님들은 고마워했다. 질문에 대해 설명이 부족하면 다시 규정을 찾아보고 해당 기관에 문의해서 확실한 대응 방법을 찾았다.
김 교사는 자신이 당한 아동학대 신고와 법적·행정적 사투 속에 얻은 단계별 대처법과 예방책들, 지난 2년간 교사들과 대화한 내용을 정리해 4월 20일 ‘부당한 아동학대 신고에서 살아남기’(학교도서관저널)라는 책을 펴냈다. ‘인디스쿨’에서 함께 활동하는 이종혁 교사는 이 책을 “억울한 신고로 홀로 벼랑 끝에 선 선생님들에게 가장 확실하고 단단한 구명조끼”라고 했다.
5월 7일 김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로 찾아갔다. 그는 방과후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인권연수를 받고 있었다.
오늘 신고가 될지, 내일 신고가 될지
‘부당한 아동학대 신고에서 살아남기’를 ‘교사를 위한 생존 매뉴얼’이라고 했습니다.“2023년 서이초 사건을 전후로 너무 많은 교사가 죽었습니다. 부당한 신고를 막을 수는 없더라도 신고를 당한 뒤 두려움 때문에 죽지는 말자는 의미입니다. 아동학대는 의심만으로도 신고가 가능한 ‘공익 신고’입니다. 오늘 신고가 될지, 내일 신고가 될지, 10년 후에 신고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자녀가 만 18세가 되기 전까지 언제든 신고가 가능합니다. 교사들은 당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제가 겪은 일을 토대로 피해 교사를 위한 단계별 대처와 예방법을 담았습니다.”
3년 전 담임을 맡았던 1학년 학급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A는 학급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한번은 체육관으로 가던 중 친구를 밀어버려 아이들이 연쇄적으로 쓰러지는 돌발 상황에서 제가 황급히 ‘OOO’ 하고 이름을 부르며 제지한 적이 있습니다. 신고된 내용은 ‘교사가 옆 반까지 들릴 정도로 하루 3번씩, 70번 소리를 질러 아이를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성적 학대를 주장한 부분도 있었죠.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문장을 억지로 쓰게 했다는 겁니다. 20년 넘는 교사 생활에서 저는 그런 말을 해본 적도 없지만 선생님이 어린아이에게 성적으로 사랑을 강요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주장이었죠. 하지만 일단 신고가 되면 교사는 ‘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며칠을 곰곰히 생각한 끝에 1학년 국어 ‘진도표’가 떠올랐어요. 경찰 대면 조사 때 진도표를 보여주며 1학년의 5월 진도는 겨우 홑받침을 떼는 수준이어서 ‘선생님 사랑해요’와 같은 문장 쓰기를 지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학부모 측에서 녹음된 증거를 제시했다고도 들었습니다.
“1학년생들은 수업 중에도 한 명이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면 너도나도 가겠다고 해요. 생리적으로 실수하면 큰일이기 때문에 순서대로 보냅니다. 그날은 A가 뒷줄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맨 마지막에 보내줬어요. 그런데 녹취에서 ‘아니요! 절대 못 가’ 라고 한 부분만 잘라서 ‘선생님이 화장실을 못 가게 학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4월경부터 녹음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교실 바닥에서 숙제를 시킨 것도 문제가 됐지요.
“보통 1학년은 숙제를 내주지 않는데 학교 차원에서 몇 차례 수학 학습지를 내준 적이 있습니다. 다음 날 교사가 전자칠판에 답을 띄우면 아이들 스스로 채점을 합니다. 숙제를 안 해온 아이가 정답을 베끼면 안 되니까 바닥에 내려와 문제를 푼 뒤 자리에 앉도록 지도했습니다. 평소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했고, 저학년 아이들은 책상보다 바닥을 더 편하게 여기기 때문에 다양한 수업 활동에서 바닥을 활용합니다. 아이에게 스스로 학습하는 법을 배울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님 생각은 달랐던 것 같습니다. 당시 교실의 물리적 한계와 저학년 발달 특성 및 교육적 목적을 소명해 혐의를 벗을 수 있었습니다.”
김 교사가 자신이 신고당한 아동학대 혐의를 상세히 설명한 것은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이보다 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가 병가를 낸 사이에 학급에 다툼이 일어나자 학부모가 병가를 사용한 교사를 ‘방임’으로 신고했다. 학급 티셔츠를 주문하기 위해 사이즈를 체크했더니 ‘몸매 품평’이라며 신고당하고, 고교 운동부 진학을 앞둔 학생에게 경기 참가를 위해 체중을 조절하라고 조언했다 신고를 당한 체육 교사도 있다. 심지어 급식 시간에 조리원이 배식한 밥이 차갑다는 이유로 담임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했다. 급식 사건의 경우 감정에 치우친 아동학대 신고의 전형적인 사례지만 경찰은 ‘혐의 인정’ 의견으로 송치했다. 다행히 검찰은 기소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 수사를 명령했고, 얼마 후 교사는 무혐의 결정을 받았다.
8번 담임 교체, 붕괴된 교실, 떠나는 아이들
아동학대로 112 신고가 들어가면 경찰은 즉시(10분 이내) 아이가 있는 현장으로 출동해 교사와 학생 분리, 현장 상황 파악, 신고된 교사에 대한 기초조사 등을 한다. 학교장의 권한으로 분리 조치가 시행되기도 한다. 대부분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는 무고성 신고지만, 일단 신고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교사는 해당 학생이 있는 반에 들어갈 수 없고, 교과 수업도 배제된다. 아동학대 신고로 학급에서 김 교사가 분리 조치되는 동안 임시교사와 담임이 여덟 번 교체됐다. 김 교사는 그 당시의 상황을 담담히 설명했다.“A의 부모는 ‘김현주 교사가 학대를 해서 아이가 학교에 갈 수 없다’며 50여 일간 결석계를 냈어요. 새 담임이 와서 다시 어머니에게 연락을 했어요. 10일 이상 장기 결석을 하면 교사는 의무적으로 가정방문을 해야 합니다. 자꾸 아이들이 집에서 죽는 일이 생기니까 가정방문을 제도화했거든요. 그런데 A의 어머니는 가정방문 이야기를 듣고 아이가 불안해하며 오줌을 쌌다고 사진까지 찍어서 학교로 보내며 또다시 아동학대를 주장했어요. 두 달을 버틴 교사도 있고, 며칠 만에 떠난 교사도 있고, 아무도 그 반을 맡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뿐만 아니라 학급 모두가 피해자였네요.
“교사는 화가 난 학부모의 분풀이 대상이 돼서는 안 됩니다. 분란을 일으키고, 교실을 붕괴시키고, 결국 내 아이의 수업권마저 빼앗은 셈이니까요. 친구들과 어울리며 관계 형성을 배우는 것도 교육의 중요한 목적입니다.”
아동학대 방지에 집중하다 보니 교육으로 채워져야 할 자리가 무례함으로 채워졌다고 했습니다.
“아동학대 신고 시스템의 목적이 무엇일까요. 첫째, 아이들의 건강한 신체 성장을 돕기 위함이고 둘째, 따뜻하고 안정적인 정서적 생활 터전을 제공해 주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기본적인 가르침과 보살핌마저 의심의 시선 아래 놓여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지면 교사는 침묵을 선택합니다. 교사의 정당한 지도가 위협받는 교실에서 적절한 가르침을 받지 못한 채 자란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요?”
대통령이 현장 체험학습 기피 현상과 관련해 “교사의 법률적 책임 및 면책 영역에 있어 불합리한 부분은 없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아동복지법 ‘정서적 학대’ 조항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정서적 학대란 아동의 정신건강·발달에 해를 끼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로 위험을 초래하는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말하는데 교실에서 적용하기에는 너무 추상적입니다. 잠자던 아이를 흔들어 깨우면 폭행 혐의로, ‘지각하지 말라’고 하면 정서 학대 혐의로 신고당합니다. 산만해서 자주 소란을 피우는 아이에게 ‘상담 치료를 받아보라’고 해도 정서적 학대로 신고됩니다. 놀랍게도 교사가 가장 많이 신고되는 원인 중 하나가 ‘차별했어요’라는 주장입니다. ‘우리 아이만 미워해요’ ‘선생님이 째려봤어요’ 등 수업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신고하면 그만입니다. 일단 신고를 당해 변호사를 찾아가면 정서 학대 550만 원, 신체 학대 550만 원을 따로 요구합니다.”
“싸가지” 홧김에 내뱉은 한마디 때문에 벌금
아동학대처벌법에 의해 교사에게 적용되는 가중처벌의 문제점도 지적했습니다.“아동학대처벌법이 강화된 것은 2020년 16개월 입양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일명 ‘정인이 사건’ 때문입니다. 아동학대 행위자의 70% 이상이 부모라는 조사도 있지만 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아동복지시설의 종사자 등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에 의해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게 됩니다. 한 예로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 정식 학폭위 처벌을 받지 않도록 막아주려고 ‘사과 편지’를 쓰는 조건으로 중재에 나선 교사가 신고를 당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사과 편지를 쓰게 했으니 ‘수업 배제’라는 겁니다. 이 교사는 결국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아동학대 방지교육 40시간을 이수했습니다. 보통 아동학대 방지교육은 야구방망이로 자식을 때린 아빠, 딸을 발가벗겨서 집 밖으로 쫓아낸 엄마 같은 사람들이 받습니다. 교사는 그런 부모와 동일한 취급을 받습니다.”
오해를 줄이고 평화로운 학급을 만들기 위해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최근 아동학대 신고는 학대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로, ‘학부모의 기분이 상했을 때’ 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교사의 언어 습관이 중요합니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 ‘화’와 ‘욕설’입니다. 정서 학대로 신고되면 경찰은 교실에서 교사가 사용한 언어에 대해 집중 조사합니다. ‘네 인생이 불쌍하다’ ‘싸가지’ ‘너 때문에 미치겠다’ 같이 홧김에 내뱉은 말 한마디로 기소유예나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습니다.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을 덜어내고 담담하게 말하는 기술입니다. 단호하게, 화내거나 소리 지르지 않고, 분명하게 조언·상담·주의·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학생을 지도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을 ‘말의 거리감’이라고 합니다.”
김 교사는 부당하게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사가 무혐의를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법이 정한 기준 내에서 지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신고 상황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며, 교사가 주도권을 가지고 학생과 학부모의 오해를 줄이는 학급 경영을 권했다. 그럼에도 부당한 신고를 당했다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했다.
“저는 아동학대 신고, 국가권익위원회 감사, 교권침해, 행정소송, 민사소송, 인권위원회 진정 제출, 교권보호위원회 등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경험을 공유하고, 정보를 제공하며 마음 공감과 교사의 직무 복귀를 지원하는 교육 전문가입니다. 현재는 아동학대예방교육과 교권침해 및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를 위한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
26년 차 교사의 마지막 말은 “그래도 나는 교사입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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