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25만 원 지급 포기” 선언 2주 만에 추경 편성
반도체 업종 ‘주52시간 유예’, 2주 만에 “없던 일”
정치인 이미지 = 말과 행동 따른 ‘축적의 결과물’
‘울트라 파워맨’ 출현 우려, 이재명 지지율 걸림돌
조기 대선 땐 본선 진출 확실, 당선 가능성? 글쎄…
![1월 2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Gettyimage]](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b5/8b/4d/67b58b4d1e59d2738276.jpg)
1월 2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Gettyimage]
그러나 당내 강경파와 민주노총 등 핵심 지지층이 이 같은 이 대표의 우클릭 실용주의 노선에 반발하자,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는 얼마만큼의 진실성과 실현 가능성이 담겨 있을까. 이 대표가 최근 들어 부쩍 ‘우클릭’ 행보를 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시대의 대세로 떠오른 챗GPT에게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 담긴 뜻을 물었다.
Q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우클릭’ 행보는 뭔가.
A : 전통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가진 민주당에서 이 대표가 최근 몇 가지 정책 방향이나 발언에서 중도나 보수적 입장을 취하며 보수 친화적 모습을 보인 것이다.
Q : 이 대표가 보인 구체적 ‘우클릭’ 행보는 무엇이 있나.
A : 경제 관련 정책에서 시장경제를 중시하거나, 안보 문제에서 국가의 강력한 대북 대응을 강조하는 등의 발언이 있었다. 또한 당내 입장을 조정하거나 보수층을 타깃으로 한 메시지 발신 등을 ‘우클릭’으로 해석할 수 있다.
Q : 이 대표가 ‘우클릭’ 행보를 하는 이유는 뭔가.
A : 정치적 스펙트럼을 넓히고, 더 넓은 유권자층으로 지지기반을 확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이로 인해 일부 진보 지지자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더 많은 유권자에게 호소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기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표 ‘우클릭’ 행보에 대한 질문 의도를 파악한 챗GPT는 답변 말미에 이렇게 반문했다.
“혹시 이재명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 대해 더 구체적인 사례나 맥락이 궁금한가?”
“알려달라”고 답했더니 곧바로 1. 안보 문제에서의 강경한 입장 2. 경제 정책에서의 시장주의 강조 3. 복지정책의 조정 4. 과거 ‘정치적 순수성’에서의 변화 5. 자유민주주의의 강조 등 순번까지 매겨가며 구체적 사례를 나열했다.
헌재 탄핵 인용 땐 60일 이내 대선 치러야
이 대표가 최근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는 이유는 챗GPT 말마따나 12·3 계엄과 그로 인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그리고 헌재의 탄핵심판과 무관치 않다. 헌재에서 만약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된다는 점에서 이 대표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중도층, 나아가 일부 보수층으로까지 지지기반을 넓혀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려 ‘우클릭’ 행보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여권 차기 주자들은 섣불리 차기 행보에 나서기 어렵다”며 “대선 행보를 하면 ‘대통령 탄핵 인용을 바라느냐’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권 차기 주자들이 중도층 공략을 못 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중도층 선점에 나서기 위해 우클릭 행보를 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는 2012년 대선 때 보수 성향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취했던 ‘경제민주화’ 행보와 비교되곤 한다. 대선에 더 많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입장과 다른 가치까지 받아들여 대중적 이미지를 강화하려 한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이 대표가 우클릭 행보를 하면서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전통적 진보 지지층에게는 ‘실망’을, 중도층에게는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재명 변화의 폭 너무 크고 빈도 잦다”
2월 13일 민주당은 “서민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며 35조 원 규모의 자체 추경 예산안을 발표했다. 구체적 항목 중에는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고,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 가족 등에겐 1인당 35만 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 13조1000억 원을 포함했다. 이 대표가 22대 총선 때부터 요구해 온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과 지급액은 물론 지급 방식과 예산 규모가 똑같은 내용을 담았다. 더욱이 이 대표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지역화폐 할인 지원 예산 2조 원도 포함했다.
민주당이 추경안을 발표하기 보름 전인 1월 31일, 이 대표는 “전 국민 25만 원 때문에 추경 편성을 못 하겠다면 이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더욱이 2월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이 대표는 “추경 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며 여당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민생회복지원금 사업 포기 의사를 피력했다. 그런데 대표 연설 사흘 만에 ‘포기 하겠다’던 ‘민생회복지원금’이 ‘민생회복 소비 쿠폰’이란 이름으로 부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분배보다 성장’ ‘이념보다 실용’을 중시하겠다며 그동안 선보인 ‘우클릭’ 행보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2월 3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 제외 시도 규탄 및 논의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b5/8b/b9/67b58bb90b3ad2738276.jpg)
2월 3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 제외 시도 규탄 및 논의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토론회 개최 2주 뒤인 2월 17일 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 내에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신설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반도체특별법에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신설할 경우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예외 적용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제외키로 한 것이다.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이처럼 오락가락하자,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정치인의 말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지만, 이 대표의 경우는 변화의 폭이 너무 크고 빈도도 잦다”며 “존경하는 박근혜라고 하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는 이 대표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며 “정말 이 대표는 어떤 사람인지 묻게 된다”고 지적했다.
2월 15일,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수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세금 때문에 집 팔고 떠나지 않고 가족의 정이 서린 그 집에 머물러 살 수 있게 하겠다”며 “일괄 공제 5억 원, 배우제 공제 5억 원을 각각 8억 원, 10억 원으로 증액해서 18억 원까지 (상속세를) 면제하면 수도권 대다수 중산층이 집을 팔지 않고 상속이 가능할 것”이라고 썼다.
이 대표가 언급한 상속세 완화는 주로 ‘부동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 온 기업 승계 등에 적용되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에 대해서는 “부자 감세”라며 부정적 태도를 유지했다. 이 대표는 “여당이 동의하면 상속세법을 개정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며 “누가 거짓말하는지 국민이 보는 앞에서 공개 토론이라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여당에서 곧바로 화답하고 나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이 보는 앞에서 ‘공개 토론하자’는 제안을 쌍수 들어 환영한다”며 “제가 나서겠다”고 밝힌 것.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작년 12월 10일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부결시킨 것을 국민께서 기억하고 있다”며 “해당 개정안에는 자녀에 대한 상속세 인적 공제 금액을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 있었다”며 “우리 당(국민의힘)이 조세소위에서 공제 한도라도 조정하자고 요청했으나 사실상 상속세 논의 자체를 차단해 놓고 이제 와서 국민의힘이 최고세율 인하를 고집해서 논의가 안 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월 임시국회에서도 민주당은 상속세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회피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의 세 번째 거짓말이 상속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민생회복지원금 포기와 주52시간 유예 입장을 밝혔다가 선회한 것처럼 상속세 완화도 나중에 입장을 번복하는 것 아니냐며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진정성 의심받으면 ‘우클릭’ 효과 사라져
이종훈 평론가는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는 옳고 그름을 떠나 더 많은 다수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수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며 “문제는 앞서 한 말을 나중에 뒤집을 경우 ‘일관성’과 ‘진정성’을 의심받게 돼 ‘우클릭’을 시도하지 않은 것만 못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소프트웨어 IT업체와 AI기업에도 예외 없이 주52시간 적용을 밀어붙인 게 민주당인데, 그 당을 이끄는 이재명 대표가 반도체특별법 정책토론회에서 ‘주52시간 적용을 유예할 수 있다’고 하니,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며 “우리 국민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요즘 젊은 세대들은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에 극도로 거부감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원내 1당을 이끄는 이 대표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2030 젊은 층 지지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실시된 차기 지도자 조사는 3·9 대선 때 나타났던 2030 남녀 지지 성향 분포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즉 2030 남성은 여당 지지 성향이 강한 반면, 2030 여성은 야당 지지 성향이 두드러진다. 그렇기 때문에 3·9 대선 때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2030 세대, 특히 이 대표에게 부정적이었던 2030 남성 지지층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이 대표가 차기 대통령에 오를 수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를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계엄과 탄핵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에 대한 지지율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대표가 원내 1당 대표를 맡고 있는 것은 대선 경선에는 분명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본선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엄 소장은 “대선에서는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상대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당락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대표의 경우 자신에 대한 거부 정서를 얼마나 누그러뜨릴 수 있느냐가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현우 교수는 “원내 1당을 이끄는 이 대표가 만약 집권에 성공한다면, 삼권분립의 ‘분점 정부’가 무너지고 ‘단점 정부’가 될 것을 우려하는 인식이 계엄과 탄핵 이후 이재명 대표 지지율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계속해서 이 교수의 얘기다.
“이재명 대표가 만약 집권하게 되면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이 여당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럴 경우 이 대표가 임명한 국무위원이나 감사원장, 검사 등을 탄핵해 견제할 방법이 없게 된다. 즉 이재명 대통령 탄생은 200석 이상이 필요한 ‘개헌’을 빼고는 이 대표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절대 반지’를 끼게 된다. 대통령 탄핵 상황에서도 이 대표 지지율이 크게 오르지 못한 것은 이 대표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는 국민이 많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이 대표가 집권에 성공할 경우 ‘거부권’ 행사는 더는 볼 일이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입법-행정’ 일체화로 국정 운영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국정 독주 현상이 나타났을 때 이를 제어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어느 누구도 견제할 수 없는 ‘울트라 파워맨’ 출현에 대한 우려가 이 대표 지지율 상승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정치인 이미지는 ‘축적의 산물’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만약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은 높지만, 본선 결과는 두고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나온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 지지율이 가장 높은 것은 맞지만, 독보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으로 결론 난 후 진영 대결 구도가 뚜렷해졌을 때 이 대표의 진짜 본선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 교수는 “정치인 이미지는 오랜 기간 그 정치인이 해온 말과 행동에 따른 ‘축적의 산물’”이라며 “어느 날 갑자기 기존 행보와 다른 말과 행동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동아 3월호 표지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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