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8000여 근로자가 함께 이룬 ‘성과’
과실 골고루 돌아가도록 보상책 마련
복귀 직원 “우리사주 덕에 빚 다 갚았다”
질적 향상 기대되는 ‘구내식당 이원화’
기술·사업포트폴리오·생산원가 경쟁력 확보에 주력
사업 다각화로 ‘지속가능성’ 확보 & 경기 극복
‘안전제일’ 위해 스마트야드 등 1조9000억 투자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동편에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구자홍 기자]](https://dimg.donga.com/ugc/CDB/SHINDONGA/Article/67/b6/97/77/67b6977707d4d2738276.jpg)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동편에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구자홍 기자]
해마다 적자가 반복돼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회사에 다녀 본 사람은 안다. ‘흑자전환’, 이 네 글자가 얼마나 큰 안도감을 주는지. 적자가 쌓여 생존이 위태로운 회사에 다닐 때는 내일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출근하지만, 돈 잘 버는 흑자 기업 직원들은 성과급에 대한 기대를 안고 기분 좋게 집을 나선다.
출범 1년 6개월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한화오션이 그런 경우다. 2021년과 2022년 2년 누적 적자가 3조3683억 원에 이르러 생존을 걱정해야 했던 처지에서 한화그룹의 3조5000억 원 자금 투입 등 영향으로 출범 18개월 만에 성과급을 기대할 정도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화오션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존폐’ 걱정에서 ‘우리사주’ 대박으로
2022년 입사한 직원 A씨는 자신이 경험한 지난 4년의 변화를 이렇게 압축해서 설명했다.
“(한화) 인수 후 업무 강도는 확실히 깐깐하고 타이트해졌다. 일 자체도 많이 늘었고 달성해야 할 목표치도 크게 높아졌다. 노력한 만큼 더 큰 보상이 돌아올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우리사주와 성과급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
2023년 5월 출범 이후 1조5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한화오션은 총 발행 신주 8948만5500주의 20%인 1789만7100주를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우선 배정했다. 발행 당시 주가보다 30% 할인된 주당 1만6730원에 취득했다. 8809명 중 5242명이 청약했고, 실권주(잔여 주식)는 주주사에서 모두 인수했다. 매입 여부는 전적으로 임직원 자율 선택에 맡겼다. 우리사주 조합원에게는 취득 자금 대출은 물론 이자까지 지원했다. 당시 입사 2년 차 A씨는 자신이 매입할 수 있는 최대치를 매입한 덕에 한화오션 출범 후 주가가 크게 상승한 덕에 생각지도 못한 목돈을 마련했다. 거기에 더해 A씨는 2024년 흑자전환에 따른 성과급까지 받을 전망이다.
입사 후 ‘10년 안에 아파트 구입’을 목표로 삼았던 A씨는 “회사를 믿고 우리사주를 매입한 덕에 입사 5년 차가 되는 내년쯤에 새 아파트를 장만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가 거주하는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경우 유명 브랜드 아파트 가격이 수도권에 비해 크게 부담 없는 수준이다.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 가격이 2억2000만~2억3000만 원에 형성돼 있다.
1990년대 초 대우그룹 시절 입사해 3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한 생산직 직원 B씨는 이렇게 말했다.
“몇 년 전까지 ‘이 회사가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가 계속 이 회사에 다닐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최소한 그런 걱정은 안 한다. 한화가 내세운 모토가 ‘신용과 의리’다. 인수 뒤 회사는 직원에게 ‘신용과 의리’를 보이라며 여러 가지를 요구했다. 조직개편도 여러 번 했다. 이제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으니, 회사가 직원에게 ‘신용과 의리’를 보여줄 차례다.”
한화오션에 부는 변화의 바람
![2월 4일 명명식이 열린 2만3660TEU급 컨테이너선 ‘방콕 익스프레스’. [구자홍 기자]](https://dimg.donga.com/ugc/CDB/SHINDONGA/Article/67/b6/98/5a/67b6985a2699d2738276.jpg)
2월 4일 명명식이 열린 2만3660TEU급 컨테이너선 ‘방콕 익스프레스’. [구자홍 기자]
출범 당시 한화오션 노사는 “중장기 회사 발전을 위한 정책에 동참하고 회사가 그 성과를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2023년 하반기 매출 목표 달성 시, 성과급 300%를 RSU로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합의한 2023년 하반기 매출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선결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사측은 RSU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기 진작 차원에서 RSU를 지급해 달라는 요구가 터져 나왔다. 한화오션 사측 관계자는 “원칙만 놓고 보면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급할 의무는 없다”면서도 “노사 화합과 노사 상생 차원에서 RSU 지급과 관련해 지금도 노조 측과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그룹 시절 입사해 그룹 해체와 워크아웃, 그리고 산업은행 시절을 모두 경험한 입사 30년차의 또 다른 부서장급 C씨는 자신의 회사 근무 경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우 시절에는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만들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산업은행 시절에는 위험을 피하고 ‘관리’ 위주로 회사가 운영됐다. 그런데 한화오션 출범 후에는 도전적 목표를 설정하고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그는 “헐렁한 점퍼를 입다가 양복을 입으면 불편함을 느끼는 것처럼, 아직은 경영 환경 변화에 따른 스타일 변화를 이질적으로 느껴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며 “지금은 과도기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 한화 조직문화가 조직 전체에 스며들게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올해 들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생긴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가 ‘구내식당 이원화’다. 지난 몇 년간 직원들이 요구해 온 급식 개선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구내식당 운영 주체를 기존 업체 한 곳에서 두 곳으로 이원화한 것. 구내식당 이원화로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서 식사 품질과 서비스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구내식당 이원화로 두 업체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자연스레 급식 품질 향상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원에게 더 좋은 식사와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회사 측에서도 급식 단가 인상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원들에게 구내식당 이원화로 ‘메뉴 선택권’이 주어졌다면, 사측은 이를 통해 배식 부족 등 어느 한 업체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업체가 대응할 수 있게 돼 더욱 안정적인 급식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한화 인수 후 한화오션에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바람이 조직 곳곳에서 일고 있다.
거제사업장에서 30년 넘게 일하고 있는 임원급 D씨는 “당장은 불편해도 회사가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으로 바뀌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한화 조직문화가 기획과 의사결정 과정에는 깐깐하고 빡빡하지만 막상 의사결정을 하고 나면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전사적으로 달려들어 지원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선별 수주’와 ‘노사 및 협력사 상생’ 전략
![2월 4일 명명식 후 주요 내빈이 ‘방콕 익스프레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구자홍 기자]](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b6/98/8a/67b6988a1ee1d2738276.jpg)
2월 4일 명명식 후 주요 내빈이 ‘방콕 익스프레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구자홍 기자]
한화 인수 후 한화오션은 ‘수주의 양(量)’보다 ‘수주의 질(質)’에 집중했다. 조선업 환경 변화와 고환율 등 외부적 요인을 고려하면서 내부적인 고민과 노력을 병행했다는 얘기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부가가치가 높은 LNG선 위주로 선별 수주한 덕에 올해는 역대 최다인 25척의 LNG운반선을 건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한화오션 제1독에서는 현재 4척의 LNG운반선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다. 제1독에서는 1981년 첫 배를 진수한 지 34년 만인 지난해 300번째 진수식을 치르기도 했다.
또한 한화오션은 세계 최대 규모 암모니아운반선을 2023년 11월 수주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모두 7척의 암모니아운반선을 수주했다. 이들 선박은 향후 친환경 연료인 암모니아추진선으로 전환도 가능하다.
수익성 좋은 선별 수주 덕에 회사의 재무구조는 빠르게 회복됐다. 매출이 크게 늘면서 인수 직전 1800%대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은 1년여 만에 200%대로 급감했다. 부채비율 하락과 매출 증가는 기업의 신용등급 상향으로도 이어졌다. 인수 당시 BBB-이던 신용등급이 BBB+로 세 단계 상향된 것이다. 그 덕에 지난해 약 10년 만에 공모 회사채 발행에도 성공했다. ‘매출 성장→ 이익 증가→ 부채 감소→ 신용등급 상향→회사채 발행 성공’이란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한화오션이 흑자 전환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로는 노사 화합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꼽힌다. 조선업 특성상 수익성 높은 선별 수주를 하더라도 이를 제때 효율적으로 생산해 내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 머리가 결정한 것을 손과 발이 제대로 받쳐주지 않으면 목표에 도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한화는 인수 직후 경영 체질을 개선하고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한 조직개편에 착수했다. ‘하던 대로, 해오던 대로 계속해서는 적자 늪을 벗어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임직원 사이에 형성된 덕에 조직개편 작업은 빠르게 마무리됐다. 그 결과는 놀라운 경영 수지 개선으로 돌아왔다. 인수 첫해인 2023년 7조4083억 원 매출에 1965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한화오션은 2024년에 매출 10조7760억 원, 영업이익 2379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실적 성장세가 올해도 그대로 이어질 경우 2025년 매출은 12조 원을 넘어서고 영업이익도 6000억 원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40년에는 매출 30조 원, 영업이익 5조 원 달성을 목표로 뛰고 있다.
192개 협력사 직원, 공정 약 80% 담당
거제사업장에 들어서면 압도적 스케일의 15층 높이 아파트 수십 채를 이어놓은 것 같은 규모의 대형 선박 건조 구조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형 선박 한 채를 만드는 과정은 줄잡아 2만여 노동자가 짧게는 1년 6개월, 길게는 2년을 매달려야 하는 지난한 작업의 연속이다. 따지고 보면 선박 건조 과정도 제너럴 포드가 개발한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2만여 노동자들이 각자 맡은 자리에서 작업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협력하고, 이러한 공정들이 모여 대형 선박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선주가 선박을 발주(주문)하면, 배의 용도에 따라 설계에 들어가고, 도면이 완성되면 철판 등 선박 건조에 필요한 여러 자재를 구입한 뒤 선주를 초청해 철판을 자르는 ‘스틸 커팅 세리모니’를 한다. 수십만 톤급 대형 상선이든 규모가 작은 배든 처음부터 본체를 만드는 게 아니다. 먼저 수백~수천 개 단위로 철판을 조각낸 후 그 조각을 이어 붙여 블록 형태로 만들고 그것을 다시 이어 붙여 선체를 완성해 나간다. 철판을 절단하고 이어붙이는 과정에는 로봇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정밀 용접을 요하는 중요 작업에는 반드시 숙련된 용접공이 투입된다. 용접 완성도가 거친 바다를 오랫동안 항해하는 대형 선박의 안전과 수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안에서는 대형 블록을 실어 나르는 납작하면서도 넓은 운송 차량 ‘트랜스포터’를 자주 만나게 된다. 독에서는 크레인을 활용해 대형 블록과 블록을 이어 붙여 선체를 완성한다. 육중한 대형 블록을 들어올리기 위해 독마다 대형 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몇백 톤에 이르는 대형 블록을 한 번에 들어 올릴 수 있는 만큼 힘이 세다는 의미에서 성경에 나오는 가장 힘센 장수 ‘골리앗’이란 수식어를 붙여 ‘골리앗 크레인’으로 부른다.
거제사업장에서 일하는 인원은 약 2만8000여 명인데 이 가운데 영업과 설계, 각종 경영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직이 5000명, 주요 생산공정에 투입되는 생산직 근로자가 5000명 정도 된다. 이 밖에 블록 조립, 운송, 도장, 내부 마감 등 선박 건조 공정을 세분화해 특화된 작업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협력사 근로자 1만8000여 명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192개 협력사 직원들이 선박 건조 공정의 80% 이상을 담당한다.
한화오션 사내협력사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동용 회장은 1983년 입사 후 화물창 내부 단열공사 생산 파트장을 지내다 2010년 ㈜용광을 창업했다. 그는 한동안 LNG선 건조 쪽 일거리가 없어 블록을 만드는 회사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창재 선진기업 대표는 1995년 입사 후 외판 ‘도장’ 분야에서 일하다 2년 전 창업한 케이스다. ㈜용광 소속 근로자가 100명, 선진기업 소속 근로자는 140명 규모다.
![이동용 한화오션 사내협력사 협의회 회장. [홍중식 기자]](https://dimg.donga.com/ugc/CDB/SHINDONGA/Article/67/b6/99/60/67b699602282d2738276.jpg)
이동용 한화오션 사내협력사 협의회 회장. [홍중식 기자]
한화오션 출범 때 협력사 입장은 뭐였나.
“내가 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을 때 한화가 인수했는데, 그때 정치권이고 어디고 찾아가서 ‘제발 회사만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조금만 도와주면 우리가 기술력이 있으니 금방 회사를 살려낼 수 있다’고.”
반대 목소리는 없었나.
“오랫동안 암담한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누구도 (인수를) 반대하지 않았다. 나이가 40대, 50대가 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이제는 회사가 더는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생활이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한화 인수 후 매출은 늘었나.
“지금까지 저가에 수주한 물량을 처리하느라 매출은 아직 많이 늘지 않았다. 오히려 저가 수주에 따른 고통을 우리 협력사들이 함께 분담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는 현재만 보고 일하는 것은 아니다. 내년, 내후년까지 미래를 내다보고 일한다. 저가 물량이 다 빠져나가고 적정가에 수주한 배를 만들기 시작하면 매출이 크게 오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2022년 장기 점거 파업에 따른 후유증은 회복됐나.
이 질문에는 화물창 단열과 블록 조립을 담당하는 이 회장 대신, 배 외판 도장을 맡고 있는 이창재 선진기업 대표가 답했다.
![이창재 선진기업 대표는 2022년 독 점거 파업 여파가 최근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홍중식 기자]](https://dimg.donga.com/ugc/CDB/SHINDONGA/Article/67/b6/99/29/67b699290ccbd2738276.jpg)
이창재 선진기업 대표는 2022년 독 점거 파업 여파가 최근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홍중식 기자]
선박은 철판 절단 후 블록을 만든 뒤 ‘레고’를 조립하듯 블록을 이어 붙여 선체를 완성해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단계에서 작업이 멈추면 후행 공정까지 밀려 다른 배의 건조 공정도 영향을 받는다는 게 이창재 대표의 설명이다. 이동용 회장도 거들었다.
“선주가 배를 발주하면 스틸 커팅 세리머니를 크게 한다. 그때부터 배를 다 만들어서 딜리버리(인도)할 때까지 길면 2년, 짧아야 1년 6개월 정도 걸린다. 그런데 그때(2022) 입었던 손실이 워낙 커서 이제야 겨우 회복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하청 근로자 임금이 원청 80% 수준까지 높이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원청 노사가 단체협약을 하듯, 우리 협의회 차원에서도 원청과 교섭해서 협력사 소속 근로자를 위해 다양한 복지 혜택을 확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협력사 직원들은 한화오션 인수 후 달라질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20년가량 조선소에서 일해 온 F협력사 직원 이모 씨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치지만 한화오션 인수 후 급여는 약간 올랐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조선소에서 일해 왔다는 G협력사 직원 김모 씨는 “한화가 인수한 뒤 세계 최고 조선소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반색했다.
한화오션 협력사 직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 처우 개선이었다. 한화오션 출범 후 급여 인상 못지않게 일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다. 생산직 B씨는 “한화 인수 뒤 일하는 양이 늘어난 것을 생각하면 급여가 올랐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고, 협력사 직원 김 씨도 “지금까지 우리가 받은 임금을 100이라 계산하면, 적어도 120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회사가 좋아지는 만큼 우리 하청업체 직원 처우도 나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회사 성과 → 노동자 이익, 신뢰 시스템 구축 목표
적자 누적 시기 회사를 떠났다가 한화오션 출범 후 복귀한 이도 있다. 생산직 파트장으로 일하는 Y씨와 조립 팀장을 맡고 있는 J씨가 대표적 경우다. 두 사람은 2022년 독 점거 사태 때 회사를 떠났다가 한화오션 인수 후 복귀했다.
Y씨는 이직했던 회사 운영 시스템이 한화오션만 못한 점이 복귀를 결심한 주요 이유라고 했다. J씨는 가족과 친한 동료가 거제에 있어 한화오션 출범 후 돌아왔다고 한다. J씨는 복귀한 지 1년 6개월 만에 팀장으로 승진했다.
J씨는 “과거 회사가 어려웠을 때 급여 반납 등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느라 빚을 져야 했다. 그런데 한화오션 복귀하고 우리사주 덕에 그때 진 빚을 모두 갚았다. 급여도 많이 올라 아이들 학원비도 이제 부담되지 않는다”며 “거제로 돌아온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한화오션이 K-조선을 이끌어나갈 중추 기업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표했다. Y씨의 얘기다.
“요즘 한화오션에 입사하는 젊은 친구들은 학벌도 좋고 기술도 뛰어나다.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고참 숙련공과 능력 있는 젊은 친구들이 의기투합하면 금방 세계 최고 조선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노사 상생과 협력사와의 상생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과거의 파업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신뢰 관계 구축을 위해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어려운 경영 상황에도 불구하고 노사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단체교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협력사와 상생하기 위해서도 외주 단가 인상률을 2023년 7%, 2024년 5%로 책정하는 등 사내 협력사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청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2024년 생산공정 정상화 기여 등을 감안해 ‘생산안정 격려금’과 ‘생산성 향상 장려금’을 지난해 12월 지급했다고 한다. 또한 공동 근로복지기금 재원도 기존 10억 원에서 2023년 20억 원으로 확대해 협력사 직원들의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업 희망공제 제도를 활용해 협력사 직원들의 장기근속 지원과 생활 안정화 지원도 가능하도록 힘쓰고 있다고 한다.
한화오션은 2024년 흑자전환을 계기로 8년 만에 성과급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올해 협력사 생산성 향상 장려금 예산을 편성해 상용공 확대를 위한 각종 우대 정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같이 일하면 확실히 이익을 나누고, 철저히 보상하며, 회사의 성과가 곧 노동자 개인의 이익으로 환원되는 신뢰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원청과 협력사, 하청 근로자가 상생하는 3위 일체 경영 철학 실천으로 모든 구성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방콕 익스프레스’ 운전실에서 바라다본 컨테이너창. [구자홍 기자]](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b6/99/a9/67b699a91895d2738276.jpg)
‘방콕 익스프레스’ 운전실에서 바라다본 컨테이너창. [구자홍 기자]
새로운 회사 문화의 제1가치 ‘Safety First’
핵심 선도 기술 확보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를 추구하는 한화오션은 지속 가능한 100년 기업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세 가지 방향에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15~20년 주기로 찾아오는 조선업 사이클 극복을 위해 △기술 △사업 포트폴리오 △생산원가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암모니아와 수소 등 배의 추진 체계 등에서 독보적 첨단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R&D 투자를 늘리고, 상선뿐 아니라 특수선과 해양광구 개발 등 사업 포트폴리오도 대폭 확장하고 있다. 노사 화합과 협력사와의 상생 협력을 기반으로 ‘스마트야드’ 도입 등 생산원가 경쟁력을 높여나갈 예정이다. 조선소에서 배가 만들어지는 현장을 일반적으로 야드(Yard)라고 하는데, 스마트야드란 최첨단 기술이 결집된 공장인 스마트팩토리와 같은 개념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IMO) 2050 넷제로 기준 충족을 위해 이미 기존 선박유 중심에서 가스터빈과 암모니아, 수소를 원료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듀얼 퓨얼 내연기관을 개발해 상용화했다”며 “전기 추진이 가능한 최첨단 추진체계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의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안전’이다. 한화오션 출범 후 지난해 한 해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을 요구받는 등 따가운 국민적 시선을 받은 바 있다. 한화오션은 ‘임직원의 안전을 위해서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안전제일 경영을 최우선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숙련공 이탈 등에 따른 인력 감소, 안전교육 훈련 부족, 신상필벌 부재, 안전 경영 의지 전파 미흡 등 정확한 원인 분석을 통해 맞춤형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Safety First(안전제일)’를 새로운 회사 문화의 제1가치로 설정하고 △무재해에 도전하고 △재해 예방에 헌신하며, △안전에 타협하지 않는 정도 실천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제일 경영’을 위해 한화오션은 스마트 안전 관제센터 설치와 각종 중장비 스마트화 등을 통한 스마트 안전 야드 구축 등에 총 1조9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7000억 원을 투자해 안전위험 노후 설비와 장비를 선제적으로 교체하고, 500억 원을 투자해 ‘체험형 안전 아카데미’도 건립해 운영할 예정이다.
한화오션을 출범시킨 한화그룹의 모태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창업주 현암 김종희 회장이 설립한 ‘한국화약주식회사’다. 1993년 ‘한국’과 ‘화약’의 앞 두 글자를 모아 ‘한화’로 사명을 변경했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화약 국산화로 사업보국에 앞장선 한화는 한국이 본격적으로 산업화를 추진하던 1970~80년대 건설과 기계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한강의 기적’을 뒷받침했다. 김승연 2대 회장이 경영권 바통을 이어받은 후에는 금융,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화약’이란 창업 당시 사명에서 알 수 있듯 한화는 특히 ‘방위산업(방산)’ 분야에서 남다른 강점을 갖고 있는 회사다. ‘육상’은 물론 ‘항공우주’ 분야까지 아우른 한화는 우리나라가 세계 4위 방산 강국으로 우뚝 서는 데 큰 구실을 했다. 세계 방산 톱티어(일류) 미국의 록히드마틴사에 견줄 만한 한국의 대표적 글로벌 종합 방산 기업이 바로 한화다. 한화가 한화오션을 인수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일지 모른다. 육상과 항공우주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둬온 한화가 한화오션 인수로 ‘바다’까지 아우르게 돼 명실상부 육·해·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톱티어 종합 방산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다. 한화오션이 펼쳐 보일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알립니다
‘신동아’는 2025년 3월호와 2월 26일 온라인 보도를 통해 한화오션 협력사협의회 이동용 회장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이 회장 발언을 요약‧발췌 보도하는 과정에 이 회장이 언급한 내용과 다르게 표현된 부분과 용어가 있어 인터뷰 당사자인 이 회장 요청으로 삭제했음을 알립니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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