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호

LG 맏사위 윤관에 ‘과세 교두보’ 마련한 국세청

[추적] 법인세 소송 이어 성과보수 3000억 과세 가능성

  • reporterImage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5-02-25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법원이 깨버린 윤관 국내 비거주 주장

    • 향후 세금 소송에도 윤 측에 불리하게 작용

    • 국세청 윤관의 BRV 전방위 송사 중

    • 소득세 이어 법인세 부과 소송까지

    • BRV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성과보수 주목

    2018년 5월 22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서 열린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발인식에서 고인의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고인의 영정을 들고 있다. [뉴스1]

    2018년 5월 22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서 열린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발인식에서 고인의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고인의 영정을 들고 있다. [뉴스1]

    123억7000만 원 소득세 부과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LG가(家)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2월 6일 1심 패소 판결을 받으면서 그를 둘러싼 세금 분쟁 판도가 바뀌고 있다. 윤 대표의 회사(BRV)는 소득세와 함께 법인세 불복 소송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표가 법인세 소송에서까지 패소한다면 그의 한국 관련 투자수익 전부가 과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소득세 불복 소송에서 희비를 갈랐던 것은 윤 대표의 국내 거주 여부였다. 소득세법상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국내 거소(체류) 기간이 183일 이상인 개인은 외국인이라도 ‘거주자’로 분류돼 납세 의무가 발생한다. 윤 대표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미국 시민권자이고 국내에 머문 기간이 183일 미만이기 때문에 세금을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윤 대표가 과세기간 내 국내에 ‘주소’를 둔 사람으로서 거소 기간과 무관하게 거주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과세 당국은 이번 재판 결과를 일종의 ‘교두보’로 보고 있다. 윤 대표가 국내 거주자로 확정 판결이 나면 지금까지 그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 전부에 과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윤 대표를 국내 거주자로 보는 만큼 추후 법인세 다툼에서도 유리한 상황이 됐다.

    국세청 “BRV코리아, BRV한국 법인”

    윤 대표와 과세 당국의 세금 분쟁은 2021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은 윤 대표가 2016~2020년 4년간 배당소득 221억 원에 대한 신고를 누락했다고 봤다. 이에 국세청은 2020년 2월부터 2021년 8월까지 개인통합세무조사를 실시해 윤 대표가 배당소득 221억 원에 대한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했음을 발견했다. 강남세무서는 윤 대표에게 종합소득세 123억7000만 원을 추징했고, 윤 대표는 불복해 심판청구를 제기했으나 조세심판원은 이를 기각해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

    이후 과세 당국은 윤 대표의 회사 BRV에 주목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소재지를 둔 BRV는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는 ‘BRV로터스 펀드’를 운용한다. 이 펀드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케이맨 제도에 등록돼 있다. 이와 별개로 BRV는 홍콩과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세이셸공화국에 특수목적법인(SPC)을 각각 설립했다. BRV로터스 펀드는 이 두 SPC에 지분 100%씩을 출자, 각 SPC는 한국 상장사에 투자해 수익을 냈다.

    국세청은 2020년 통합 세무조사를 벌여 홍콩과 세이셸공화국에 설립한 SPC의 국내 상장사 투자수익에 대한 법인세 13억 원을 부과했다. 이에 BRV는 국세청이 부과한 법인세가 부당하다며 2022년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고, 심판원이 이를 기각하자 국세청의 법인세 부과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낸 것이다.

    법인세 갈등의 쟁점은 윤 대표의 BRV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과 해외 SPC의 국내 고정 사업장 여부다. 국내 비거주자나 외국 기업이 국내에 고정 사업장(한국 법인)을 두고 있지 않다면 사업소득에 대해선 국내 과세가 불가능하다. 국세청은 BRV 계열사 중 국내에 위치한 BRV코리아어드바이저스(이하 BRV코리아)가 실질적인 고정 사업장 역할을 했다고 본다. BRV코리아가 SPC의 자금을 이용해 국내 투자를 해왔다는 주장이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이사. [뉴스1]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이사. [뉴스1]

    ‌국세청은 BRV코리아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빌딩의 소유주가 윤 대표 장모인 김영식 여사와 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라는 것과 해외 SPC 명의 인감이 BRV코리아 사무실 금고에 보관돼 있는 점을 주목했다. 이외에도 해외 SPC 국내 계좌 주소지도 모두 BRV코리아 주소지와 일치했다.

    2024년 6월 조세심판원의 BRV 법인세 납부 이의제기 청구기각 결정문에 따르면, 국세청 측은 “윤 대표는 국내 체류기간 중 BRV코리아 집무실로 정기적으로 출근하며 두 SPC의 국내 투자 결정을 내렸다”며 “해외 SPC의 실질적 지배자는 윤 대표”라고 지적했다. 반면 BRV 측은 “BRV로터스와 BRV코리아는 서로 전혀 다른 법인으로 역할도 상이하다”며 “국세청 판단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BRV 소득 전반에 과세하겠단 의지

    윤 대표의 소득세 불복 소송 패소는 BRV 법인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윤 대표의 국내 비거주자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소득세 재판과 법인세 재판은 그 법리가 달라 국세청의 승소를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법원이 (소득세 재판에서) 윤 대표의 국내 거주자성을 인정한 점은 국세청의 법인세 재판 승소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법인세 소송까지 승소하면 BRV와 윤 대표는 거센 후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13억 원을 내고 끝날 소송이 아니기 때문이다. BRV코리아가 국내 법인으로 인정받게 되면 그간 BRV 계열사가 국내 자본시장에서 올린 투자수익 전부 소득세 과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투자업계의 눈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투자금 운용 성과보수로 쏠리고 있다. BRV 계열사의 국내 투자수익 중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BRV 산하 벤처캐피털(VC) BRV캐피탈매니지먼트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2대 주주로, 2017년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설립 당시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 후 5년간 네 차례에 걸쳐 100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2017년 11월 첫 투자 당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기업가치는 720억 원. 이후 주가가 크게 올라 2월 14일 기준 시가총액은 5조2000억 원을 넘는다. 투자업계 추산으로는 BRV캐피탈매니지먼트가 투자의 대가로 받아갈 성과보수만 3000억 원에 육박한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과세 당국이 윤 대표 소득세에 이어 BRV 법인세 부과까지 나선 것은 BRV 관련 국내 수익 전부에 과세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과세 당국이) 법인세 소송까지 승소한다면 BRV 계열사 전반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설 것”이라 예측했다.

    ‘신동아’는 소득세 소송은 물론 법인세 소송 등과 관련해 윤관 대표나 BRV 측 의견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소송 중 드러난 불법 과테말라 국적 취득
    윤관, LG家 맏사위 위치도 ‘흔들’?

    ● 서류 위조로 허위 국적 취득한 이력 재조명
    ● 과테말라 국적 허위라면 미국 시민권 박탈 가능
    ● 허위 국적으로 결혼했다면 무효 가능성?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의 결혼사진.  [뉴스1]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의 결혼사진. [뉴스1]

    LG가(家)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의 소득세 처분 취소 청구 불복 소송 중 윤 대표의 허위 국적 논란이 다시금 수면으로 떠올랐다.

    2월 5일 소송 변론 기일 중 윤 대표가 2004년 취득한 과테말라 국적이 적법한 절차를 통했는지 의문이 든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위조 서류로 과테말라 국적을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표 측은 “과테말라 국적 취득 문제는 과세기간(2016~2020)과 관련이 없다”고 맞섰다.

    강남세무서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가온의 강남규 대표 변호사는 2월 5일 변론 기일 중 “거주지를 두고 다투는 사건에서 과거의 국적 취득은 주요 쟁점으로 다뤄져왔다”고 주장했다. 과테말라 국적을 위조해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면 미국 거주자라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주장이 성립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과테말라 국적 위조가 사실이라면 윤 대표의 지위도 위험해진다. 미국 시민권은 물론이고 과테말라 국적으로 한 혼인신고의 효력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20년 4월 주과테말라 대한민국대사관은 국세청의 요청을 받아 과테말라 이민청에 윤 대표의 과테말라 국적 서류를 확인했다. 그 결과 윤 대표의 과테말라 거주 신분증, 출생증명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윤 대표는 1991년 미국으로 유학해 플로리다에서 고등학교를 마쳤다. 이후 1993년 12월 3일 과테말라 영주권을 취득했고, 2000년 12월 18일 과테말라 시민권(국적)을 획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시민권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에서는 사실상 시민권이 국적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윤 대표가 과테말라 시민권을 취득한 이유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재계 일각에서는 병역을 피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윤 대표는 2004년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며 병역 의무를 지지 않게 됐다.



    과테말라 국적으로 병역 피했어도 처벌 어려워

    윤 대표가 병역을 피하기 위해 과테말라 시민권을 위조로 취득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해도 현재 처벌은 어렵다. 병역기피자의 공소시효는 입영소집 의무가 면제되는 연령인 38세로부터 7년 뒤인 45세까지다. 1975년생인 윤 대표의 나이는 50세다.

    만약 과테말라 시민권 허위 취득이 사실이라면 윤 대표의 미국 시민권도 위험해진다. 윤 대표는 과테말라 국적인 상태에서 2005년에는 미국 영주권을 획득하고, 2011년에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위조 서류를 이용한 시민권 취득 사실이 확인될 경우 시민권 박탈 가능성이 있다.


    미국 네바다주 클라크카운티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의 혼인신고 일람. [클라크카운티 홈페이지 캡처]

    미국 네바다주 클라크카운티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의 혼인신고 일람. [클라크카운티 홈페이지 캡처]

    과테말라 국적 위조 의혹은 윤 대표의 결혼 성립 여부도 위협하고 있다. 과테말라 국적인 상태에서 2006년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결혼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미국 네바다주 클라크카운티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당시 윤 대표의 국적도 과테말라로 기재돼 있다. 재계 관계자는 “면밀히 따져보자면 구 대표가 윤 대표에게 혼인취소 소송을 걸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현재 두 사람이 함께 주가조작 개입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등 사실상 운명 공동체라 이를 들추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구 대표와 윤 대표 부부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공개 매수한 혐의로 1월 23일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탄핵 찬반은 윤석열·이재명 대리전… 정치권 전체 책임 물어야”

    민주당 '줄탄핵'...헌재에서 줄줄이 기각

    [윤 대통령 입장 전문] "중앙지법 재판부 용기에 감사"

    ‘사업보국’ 위해 ‘세금 먹는 하마’ 껴안다

    • 많이 본 기사
    • 최신기사

    매거진동아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