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호

[헌재 최종변론 전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윤석열 대통령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최종변론 “민주주의와 국가 발전을 위해 신속하게 尹 파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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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5-02-26 13: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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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도 계엄 목격자

    • 나라를 지킨 것도, 발전시킨 것도 국민

    • 비상계엄, 내란, 영구집권 음모…독재 전형

    • 내란 범죄, 현직 대통령 포함 예외 없이 처벌 대상

    • 12‧3 비상계엄, 헌법 제77조 계엄 조건 위반

    • 계엄 해제 유일한 권한 가진 국회 침탈

    • 계엄 포고령 1호, 헌법 제77조 정면 위반

    • 계엄군 선관위 침탈도 국헌 문란 내란 죄

    • 과거가 현재 도왔고, 죽은 자가 산 자 구했다

    • ‘계엄 선포’ 한마디에 시가 총액 140조원 사라져

    • 尹 계엄 선포 내란으로 국민은 심리적 내전상태

    • 대통령 파면으로 대한민국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2월 25일 헌법재판소에서 행한 최후변론을 통해 윤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헌재에서 탄핵심판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정 위원장의 최종변론 요지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국민 대표기구인 국회가 파면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특히 정 위원장을 비롯한 소추위원들의 최종변론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헌재 탄핵심판 결과는 물론 향후 한국 정치 판도가 크게 달라질 공산이 크다. 독자와 국민의 이해와 판단을 돕기 위해 정청래 탄핵소추위원장의 최종변론 전문을 게재한다.<편집자 주>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월 25일 헌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에 최종변론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월 25일 헌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에 최종변론을 하고 있다. [뉴스1]

    존경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님. 국회 소추위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정청래 입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을 심리하시는 동안 그 역사적 중압감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습니까? 민주주의와 헌법수호에 대한 열정으로 일관해 오신 재판관님들의 노고와 헌신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경의를 표합니다.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도 계엄 목격자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국가 발전을 위하여 피청구인 윤석열은 파면되어야 합니다. 12·3 내란의 밤, 전 국민이 TV 생중계를 통해 국회를 침탈한 무장한 계엄군들의 폭력행위를 지켜보았습니다. 하늘도 알고 땅도 압니다. 하늘은 계엄군의 헬기 굉음을 똑똑히 들었고, 땅은 무장한 계엄군의 군홧발을 보았습니다.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도 목격자입니다.

    전 국민이 목격자고, 전 세계 외신들도 한국의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를 실시간으로 타전했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을 파면해야 될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은 이미 성숙되었습니다.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이 생각이 다 같을 수 없습니다. 남녀가 다르고, 태어난 일시가 다르고, 태어난 지역과 환경과 문화도 다릅니다. 그래서 생각도 다르고 의견도 주장도 다릅니다. 그러나 다른 것과 틀린 것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다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닙니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혐오, 멸칭하고 탄압해서도 안 됩니다. 더군다나 권력을 악용해 상대방을 탄압, 제거, 수거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한사람이 천하고 우주라 했습니다. 밤하늘에 떠있는 별처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다 존중받아야 합니다. 이것이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의 기본권 조항들을 관통하는 근본 원칙입니다.

    대한민국은 국민, 주권, 영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국민이 곧 국가입니다. 국민은 국가를 사랑하고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보장해야 합니다. 국민은 국가를 사랑하기에 애국가를 부르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생각이 달라도 애국가와 태극기를 사랑합니다. 국가를 위하여 개인을 희생하면서 헌신 봉사하는 애국심은 대한민국 국민이 1등입니다.

    나라를 지킨 것도, 나라를 발전시킨 것도 국민

    대한민국 국민은 나라를 사랑합니다.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군부독재로부터 나라를 지킨 것도 국민이고 나라를 발전시킨 것도 국민입니다. 허리띠 졸라매며 자식들 교육시켜 오늘날의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룬 주인공은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국민들 이었습니다. 영화 기생충, 오징어 게임, BTS의 나라 문화강국, 올림픽 금메달의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을 이룬 것은 자랑스러운 우리의 아들딸 국민들이었습니다. 나라를 지킨 것도 국민이고 나라를 발전시킨 것도 국민이고 나라의 주인도 국민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을 사랑합니다. 헌법은 생각과 주장, 의견이 다를 때 대한민국은 이 방향으로 가자고 결정해 놓은 대국민 합의문서 입니다. 국민 전체의 약속이자 국민이 지켜야 할 국가 이정표입니다. 헌법은 나침반입니다. 헌법은 국민이고 애국가이고 태극기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헌법위에 군림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헌법 제1조 민주공화국의 헌법정신 입니다.

    그런데 나라와 헌법을 사랑하는 국민을 총칼로 죽이려 했고, 피로써 지켜온 민주주의를 짓밟고, 피를 잉크삼아 한자 한자 찍어 쓴 헌법을 파괴하려 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피로 쓴 민주주의 역사를 혀로 지우려 했습니다. 총칼로 헌법과 민주주의 심장인 국회를 유린하려 했습니다. 지금 이 탄핵심판정에 있는 피청구인 윤석열 입니다.

    헌법수호 최후의 보루인 헌재 재판관님. 프랑스 공화국은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았습니다. 민족반역자에게는 공소시효가 없다며 나치부역자를 끝까지 추적해 무관용으로 처벌하였기에, 역설적이게도 프랑스는 관용의 나라, 똘레랑스의 나라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문화예술의 강국 프랑스는 이렇게 건설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는 1945년 8.15 광복이후 반민특위의 좌절로 친일부역자를 처벌하지 못했고, 그 결과 정의와 불의, 애국과 매국, 민주주의와 독재가 혼재되어 민주주의에 대한 도발과 준동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제 타락하고 오염된 반민주적 반헌법적 요설과 궤변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갈 길이 아무리 멀다 해도 민족정기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평화와 문화가 꽃피는 문화예술의 강국은 민주주의 토양에서 자라는 나무입니다.

    민주주의 기초는 국가발전의 토대입니다. 민주주의 발전 과정이 국가발전의 과정입니다. 민주주의 정착 없이 국가발전을 이룬 나라는 없습니다. 선진국 중에서 독재 국가는 없습니다. 민주주의와 국가 발전의 주적이 바로 독재입니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 독재의 독을 해독해야 합니다. 독재의 전형적 모습이 비상계엄, 내란 그리고 영구집권 음모입니다.

    피청구인은 2022년 5월 10일 국회에서 취임했습니다. 헌법 제69조에 따라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겠다는 선서를 하고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겠다고 다짐했던 바로 그 장소, 국회에 계엄군을 보내 침탈하고 헌법을 유린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말살하려 했던 피청구인 윤석열은 파면되어 마땅합니다.

    내란 범죄, 누구라도 예외 없이 처벌 대상

    현직 대통령에게는 형사 불소추권이란 헌법적 특권이 있지만, 현직 대통령이라도 내란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헌법수호 차원에서 무관용해야 한다는 것이 헌법 제11조와 제84조의 정신입니다. 내란의 범죄는 현직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라도 예외 없이 처벌의 대상입니다.

    앞서 국회 법률대리인들께서 위헌 위법한 12.3 비상계엄과 파면사유에 대하여 그 증거와 법리를 이미 수차례 명징하게 설명했습니다. 저는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 피청구인을 파면해야 할 이유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피청구인 윤석열은 헌법 제77조에서 규정한 계엄의 조건을 위반했습니다. 헌법 제77조 1항에 대통령은 전시 ‧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12월 3일의 대한민국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도 아니었고,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평온한 하루였습니다. 병력으로써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친 장본인이 피청구인입니다. 계엄의 선포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위헌행위 입니다.

    둘째, 피청구인 윤석열은 계엄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위반했습니다. 헌법 제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 군사에 관한 것도 또한 같다.고 되어 있습니다. 계엄법 제2조 5항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제6항 ‘국방부장관 또는 행정안전부장관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의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고 돼있지만 피청구인은 헌법 제82와 계엄법 제2조를 모두 위반했습니다.

    계엄 선포시 정상적인 국무회의의 심의과정이 없었습니다. 국무위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국무총리를 거치는 절차도 하지 않았고, 개회선언, 폐회선언 안건토론 등 정상적인 국무회의도, 부서한 회의록 문서도 부존재해 보입니다. 피청구인을 파면해야 될 뚜렷한 증거이자 이유입니다.



    비상계엄 해제할 수 있는 유일한 국회, 계엄군 침탈

    셋째, 피청구인 윤석열은 비상계엄 해제할 유일한 권한이 있는 국회를 침탈했습니다. 헌법 제77조 제5항에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비상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곳은 유일하게 국회입니다.

    이런 국회의 권한과 권능을 강압에 의하여 방해하려고 국회를 무장병력으로 통제봉쇄하려 했습니다. 이는 형법 제87조, 형법 제91조에 규정한 내란의 죄를 위반한 명백한 국헌문란행위 내란입니다. 국회 질서 운운하지만 국회는 국회 자체 내에 질서유지 시스템이 있습니다. 국회 유리창을 깨부수고 난입한 것은 질서유지가 아니라 억압이고 폭력입니다. 국회 질서를 문란케 한 것은 피청구인 윤석열 본인 입니다.

    넷째, 피청구인은 위헌 위법적 포고령을 발표했습니다. 계엄 포고령 1항,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것은 헌법 제77조 제3항을 정면으로 위반했습니다. 설령 합법적 계엄이더라도 국회에 관해서는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없습니다.

    다섯째, 계엄군이 중앙선관위를 침탈한 것도, 사법부의 주요한 인사를 체포구금하려고 했던 것도 모두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습니다. 사법권 독립을 정면으로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헌법의 삼권분립 정신에도 위배됩니다. 이것은 헌법 제77조 제3항, 헌법 제114조, 헌법 제105조, 헌법 제106조, 헌법기관의 독립성 정신을 위반했고, 형법 제91조, 헌법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규정한 국헌문란 목적 내란의 죄에 해당합니다.

    이 외에도 피청구인이 비상계엄 이후 보여준 사법정의 파괴행위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피청구인은 12·3내란 사태이후 법관이 발부한 체포 영장을 거부하며 사법기관의 법집행을 무법천지로 만들었습니다. 극히 일부 지지자들에게 기대어 국가 혼란을 부추기고 선동하는 듯한 추한 모습을 보였고, 부정선거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제가 보기에 계엄선포문에도 없던 사후 알리바이에 불과합니다. 만에 하나 그가 다시 복직하면 또다시 비상계엄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 매우 위험한 인물입니다.

    존경하는 헌법 재판관님. 피청구인 윤석열에 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행위는 두 차례의 준비절차와 오늘 11차 변론기일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심리를 거친 서증과 영상, 16명 증인들의 증언에 의하여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쯤 되면 피청구인은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에 대해 반성과 성찰을 통해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머리 숙여 사과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대국민 사과는커녕 경고성 짧은 계엄이었다느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느니 변명합니다. 이로 인해 국민은 계엄선포의 당시의 충격 그 이상의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일찍 끝난 계엄이 피청구인의 공로입니까? 사상자 없이 끝난 계엄이 피청구인의 자랑입니까? 계엄의 피해를 그나마 줄일 수 있었던 것은 국회로 달려온 시민들, 계엄군을 막아선 국회 보좌진들, 장갑차를 막아선 시민들 덕분입니다. 본인도 실토했듯이 명백한 불법 명령에 소극적으로 저항했던 군인, 계엄해제를 위해 목숨 걸고 담을 넘었던 국회의원들의 합작품입니다. 경고성 계엄이고 아무 일도 안 일었으니 또 하시겠습니까? 사람이라면 염치가 있어야 합니다.

    과거가 현재 도왔고, 죽은 자가 산 자 구했다

    대한민국은 이미 군사독재와 비상계엄에 대한 아픈 상처를 품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1980년 5월 광주를 핏빛으로 물들였던 전두환 신군부의 비상계엄을 생생히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왜 찔렀지, 왜 쏘았지 트럭에 실고 어딜 갔지. 망월동의 부릅뜬 눈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광주학살의 상흔과 그 정신들이 45년 후 내란의 밤 국회를 지켜주었습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말처럼, 과거가 현재를 도왔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했습니다.

    민주헌법 지킴이 헌재 재판관님. 피청구인은 비상계엄선포 긴급담화문에서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전복을 기도하고 있고, 국회가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 같다. 대한민국이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해있다.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습니다.

    피청구인에게 묻고 싶습니다. 지금도 2024년 12월 대한민국이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해있었다고 생각합니까? 혹시 명태균 황금폰으로 인한 본인만의 위기는 아니었습니까? 국회가 범죄자의 소굴입니까? 국회가 반국가세력입니까? 국회가 종북 반국가단체라면 총선에서 투표한 국민들도 반국가 종북 세력이란 말입니까?

    국가 예산편성권은 행정부에 있고 예산심의 의결권은 국회의 권한입니다. 용처를 소명하지 못해 국민혈세 낭비로 지목되었던 검찰 특수 활동비를 삭감했다고 계엄을 한다면, 과학기술 분야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피청구인은 누가 응징해야 합니까? 1%도 되지 않는 국가 예산을 깎았다고 비상계엄을 한다면 매년 비상계엄을 해야 하는데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또 비상계엄을 할 작정입니까?

    위헌위법한 고위직 공무원들을 탄핵할 권한은 국회에 있습니다. 국회의 엄연한 합법적 탄핵권한을 말씀하시는데, 피청구인도 그 국회의 권한에 따라 탄핵되었고 법률적 절차에 따라 탄핵심판을 받고 있습니다. 피청구인 역시 헌법과 법률에 따라 20여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지 않습니까? 김건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범 등 본인과 아내에 대한 이해충돌이 있는 법안도 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습니까? 국회도 대통령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각자 권한을 행사한 것입니다.

    국가기관은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권한을 합법적으로 행사해야 합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헌법과 법률을 깡그리 무시하고 반헌법적 내란을 획책합니까?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국민과 헌법에게 주먹질을 하고 린치하면 되겠습니까?

    피청구인은 여야합의가 되지 않아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했습니다. 여야합의는 헌법과 국회법 어느 법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 자체가 반헌법적입니다. 총선 때 한 표라도 한 석이라도 더 얻으려 노력하는 이유는 헌법 제49조에 규정한 국회의사결정은 다수결로 하라는 헌법적 명령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야합의가 법통과의 전제조건이라면 이는 총선민의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반헌법적 반법률적 언동입니다. 뭣 하러 총선합니까?

    존경하는 재판관님. 피청구인은 경고성 계엄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가상현실에 있는 사람처럼 말합니다. 본인은 체포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전 국정원 홍장원 1차장과 전 곽종근 특전사령관의 공작이라고 주장합니다. 누구보다 피청구인에게 충직했던 두 사람이 무슨 이유로 피청구인을 모함한다는 말입니까? 피청구인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들은 사람이 두 사람만의 증언도 아닌데, 들은 사람들 모두 공작에 가담했다는 것입니까? 이게 가능합니까?

    국회 내란국조특위에서 노영훈 방첩사 수사실장은 “군사경찰의 미결수용소라는 정상적인 구금시설이 있음에도 B1 벙커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았다.”고 증언했고,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은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3명에 집중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의에 “네”라고 분명하게 답했습니다.

    또한 재판부에서 유일하게 직권으로 채택한 증인인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 역시 “내부에 들어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똑똑히 증언했습니다. 피청구인측의 의원을 요원으로 둔갑시키려는 꼼수는 실패했습니다.

    설령 야당이 종북 반국가 단체라서 그 주요 인사들을 체포해 구금하려 한 것이라면, 집권여당의 대표는 왜 체포하려 한 것입니까? 결국 피청구인은 반국가 세력이라는 허울을 씌워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인사들의 씨를 말리려 했던 것은 아닙니까? 이들을 모두 ‘수거’하고 영구집권을 꿈꿨던 것 아닙니까?

    노상원 수첩은 또 무엇입니까? 노상원 수첩 “잠자리 폭발물·화학약품”…치밀한 “수거” 계획이라는 섬뜩한 내용입니다. ‘살해 암시’ 노상원 수첩에 문재인·유시민 등 500명…“확인사살” 정치인·법조인·방송인·스포츠인 전방위 겨냥 “포승줄로 수집소 보내…모든 좌파세력 붕괴” 언론보도의 제목들입니다.

    평생 축구밖에 모르는 차범근 감독은 왜 해치려 했습니까? 차범근 감독은 “저는 축구를 사랑하고 축구가 아닌 다른 일이나 가치에 대해선 관심과 욕심이 없다. 내 이름이 그 수첩에 왜 적혀 있는지 황당하고 놀라울 따름”이라며 “저는 평화와 사랑, 행복 같은 말들이 내 삶에 채워지는 노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尹 내란으로 심리적 내전상태 빠져

    이제 몽상에 빠져있던 권력자가 무너뜨리려 한 평화로운 일상을 회복해야 합니다. 피청구인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변하지만 많은 일이 일어났고 계엄의 피해는 엄청납니다. 국민들은 아직도 내란성 스트레스로 잠 못 들고 서부지법 폭동사태와 같은 끔찍한 사태를 목도했습니다. 헌법수호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까지 테러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이 저지른 내란으로 국민들은 서로 적으로 규정하고 심리적 내전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대한민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입니다. 대외의존성이 높은 경제구조상 국정안정이 곧 경제고 평화가 곧 경제입니다. 민주주의 선진국 대한민국을 불안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전 세계에 우리의 민주주의 회복능력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하루빨리 내란을 극복하고 국정을 안정시키는 것이 그 출발점입니다.

    계엄에 따른 국정혼란과 불안감으로 인한 피해가 너무 큽니다. 1차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직후인 12월 9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계엄 선포’ 한 마디에 시가 총액 140조원이 사라졌습니다.

    계엄 이후 환율은 급등했고 내수 경기도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피청구인의 말과 달리 계엄의 후폭풍은 컸습니다. 건물마다 “임대문의” 안내문이 나붙고 식당주인은 손님이 없다며 아우성치며 폐업을 고민합니다.

    저에게 보내온 한 소상공인 사장님의 읍소를 소개합니다. “제조 도매 자영업자입니다 12.3이후로 급 주문하락으로 재정난에 시달리다가 2월을 끝으로 직원 3명을 부득이하게 내보내고 가족 4명이 어렵게 운영중 입니다. 지난1년 동안 워낙 어려워도 직원들 월급은 마이너스통장으로 어찌어찌 채워줬는데 계엄이후로는 IMF보다 심각한 것 같아요. 50년 동안 지켜왔던 공장 문 닫게 생겼습니다.” 이것이 국민들의 아우성입니다.

    국익추구가 최종 목표인 외교적 피해가 막심합니다. 미국 정부는 비상계엄 발표가 미국 정부에 사전 통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혹과 우려를 표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초기 정상외교 골든타임을 놓쳤습니다.

    2024년 12월로 예정되었던 일본 나카타니 겐 방위대신의 방한, 2025년 연초로 예정되었던 이시바 시게루 읿본 총리의 방한이 취소되었습니다.

    EU와 유럽 국가들은 한국의 민주주의 훼손에 대하여 우려를 표하고 있고, 스웨덴 총리 방한이 취소되고, 2025년 상반기로 예정되어 있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방한도 연기되는 등 국격 실추에 따른 피해가 너무도 큽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비상계엄이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대한민국 국군입니다. 군부독재의 폐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우리 헌법 제87조는 군인은 현역을 면한 후가 아니면 국무위원으로 임명될 수 없다.고 규정해 군의 정치적 중립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청구인의 사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계엄군으로 동원된 군은 자신들이 지켜야 할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다는 오명을 쓰게 되었습니다. 실추된 군의 명예를 되살려 이들이 다시 나라와 국민을 지킨다는 자긍심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 출발점은 군의 존재이유를 허물어뜨린 피청구인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헌법재판관님들. 저는 12월 3일 밤 10시 50분경, 비상계엄 긴급속보를 보고 살 떨리는 두려움을 안고 국회 후문 쪽 담장을 넘었습니다. 계엄군이 먼저 진을 치고 있다가 체포연행하지는 않을지 두려웠습니다. 국회 운동장 근처에서 본청으로 한 발짝 씩 내딛을 때마다 36년 전 1988년 9월의 밤이 마치 어젯밤 악몽처럼 떠올랐습니다.

    새벽 1시 안기부에 잡혀 지금도 알 수 없는 서울 을지로 어디메쯤 한 호텔로 끌려가 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속옷차림으로 4시간 동안 주먹질 발길질로 고문 폭행을 당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노상원 수첩대로 시행됐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피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친위 쿠데타 생길 줄 꿈에도 상상 못해

    존경하는 재판관님. 대한민국은 세계가 놀랄 만큼 한국 현대사 100년 동안 왕조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해 주는 나라로, 문화예술의 강국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지구촌 곳곳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외교적으로도 대한민국은 유수의 민주주의 선진국이 되었고, 군사적으로도 세계 6위의 강대국이 되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이 꿈꾸었던 문화가 꽃피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외국의 어떤 나라도, 북한도 감히 흔들 수 없는 나라라고 자부해왔습니다. 이런 자랑스러운 나라에서 현직 대통령에 의해서 국회가 계엄군에 의해 침탈당하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는 끔찍한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피청구인 윤석열은 지금도 비상계엄이 고도의 통치행위라며 반성과 성찰을 거부한 채 계엄과 내란을 정당화 시키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를 파면함으로써 하루 빨리 대한민국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존경하는 헌법 재판관님. 헌법재판소는 헌법수호의 최후 보루이며, 국민 주권을 지키는 마지막 방파제입니다. 피청구인의 반헌법적 내란행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위헌적 시도였으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반헌법적 도발이었습니다.

    피청구인은 군통수권자로 부여받은 막강한 권한을 남용하여, 군(軍)과 경찰력을 사유화하는 중대한 위헌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아직도 부정선거 음모론의 포로가 되어 총선결과로 구성된 국회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탄핵이 기각되면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가겠다는 둥 허무맹랑한 식언을 잠시 후에 들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민들은 피청구인의 적반하장, 남 탓만 하는 아무말대잔치를 이제 믿지 않을 것입니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한들 누가 믿겠습니까?

    무신불립이라 했습니다. 신뢰를 잃은 대통령은 국민 앞에 다시 설 수 없습니다. 민심은 바다와 같아서 배를 띄울 수도 뒤집어엎을 수도 있습니다. 피청구인에게서 민심은 떠났습니다. 피청구인의 반헌법적 내란행위는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었습니다. 피청구인의 사익과 탐욕을 위한 권력남용과 헌정질서 파괴로 인해 국민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국민이 더 이상 이를 용납하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입니다.

    피청구인을 파면하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에게 헌법을 준수할 의무를 다시금 상기시키고, 헌법의 적으로부터 헌법을 수호하는 일입니다. 헌법을 파괴한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것이 헌법의 준엄한 명령입니다.

    대통령의 탄핵은 결코 가볍게 결정되어서는 안 되지만,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이 충족되고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이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헌법위에 군림하려는 무소불위의 왕이 아니라 절대 권력자도 잘못하면 벌을 받는다는 일반상식입니다.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사적 감정의 정치보복이나 정치적 공격이 아니라, 오직 헌법과 법치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헌법수호자의 결단입니다.

    피청구인 윤석열에 대한 파면 결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대한민국 헌법이 살아있고 현실에서 작동하는 실질규범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역사의 기록이 될 것입니다.

    尹 대통령직 유지할 자격 없어

    존경하는 헌법재판관님. 피청구인은 이제 대한민국의 대통령직을 유지할 자격이 없습니다. 국민들 마음속의 대통령이 아닙니다. 우리 국민은 헌법의 적은 헌법으로 막았고, 민주주의 적은 민주주의로 막았습니다.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함으로써 헌법수호의 의지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피청구인에 대한 파면으로 얻을 국가적 이익이 압도적으로 큽니다.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비상계엄이 몽상가의 우연한 돌출행동이었다면 내란극복은 국민들이 이뤄낸 필연입니다. 그 필연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저력입니다. 내란극복은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필연적 본능과 자구책, 한 땀 한 땀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이제 내란을 극복하고 국정을 안정시켜 미래로 가야 합니다. 더 좋은 민주주의, 더 넓은 민주주의 광장에서 K-민주주의가 만발하고, 빛의 혁명으로 국민적 에너지를 한데 모아 골고루 잘 사는 나라, 잠시 멈춘 외교안보국방이 튼튼한 나라, 평화로운 한반도, 경제와 문화예술이 함께 발전하는 코리안 드림을 국민과 함께 꿈꾸며 다시 전진합시다.

    피청구인의 비이성적 반역사적 비상계엄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비현실적 망동이었지만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입니다. 헌법과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애국가를 자랑스럽게 부를 수 있도록, 민주주의와 헌법수호를 위하여 피청구인 윤석열을 하루 빨리, 신속하게, 만장일치로 파면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
    “복귀하면 개헌과 정치개혁에 집중하겠다”

    2월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이 최종변론을 하고 있다. [뉴시스]

    2월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이 최종변론을 하고 있다. [뉴시스]

    ● 12‧3 계엄은 계엄 형식 빌린 대국민 호소
    ● 거대 야당 내란 주장, 대통령 끌어내리려는 선동 공작
    ● 누구 지시 받아 핵심 국방 예산만 ‘딱딱’ 삭감했는지 궁금
    ● 거대 야당, 취임 후 지금까지 정부 권능 마비시켜
    ● 선동, 방탄, 이적 탄핵으로 대한민국 무너뜨리려 해
    ● 지금 우리나라는 제왕적 거대 야당의 시대
    ● 대의제 위기에 헌법 제정 권력인 주권자가 나서달라
    ● 복귀해도 다시 계엄 선포하는 일 결코 없을 것
    ● 헌법상 대통령 권한인 계엄을 불법 내란 둔갑시켜
    ● 임기 연연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 최선
    ● 대통령은 대외 관계에 치중, 국내 문제는 총리 위임
    ● 계엄 과정에 국민께 혼란과 불편 끼쳐 죄송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2월 25일 오후 9시 5분부터 10시 13분까지 1시간 8분 동안 헌법재판소에서 최후변론을 했다. 윤 대통령은 헌재 최종변론에서 계엄 선포 이유와 배경, 향후 계획까지 소상히 밝혔다. 헌재에서 탄핵심판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의 최종변론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계엄이란 비상수단을 꺼내든 이유를 스스로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더욱이 윤 대통령의 헌재 최종변론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 정치 판도가 영향 받을 공산이 크다. 독자와 국민의 이해와 판단을 돕기 위해 윤 대통령 최종 변론 전문을 게재한다.<편집자 주>

    존경하는 헌법재판관 여러분, 그리고 이 재판을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84일이 지났습니다. 제 삶에서 가장 힘든 날들이었지만 감사와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저 자신을 돌아보면서 그동안 국민들께 참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국민께서 일하라고 맡겨주신 시간에 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송구스럽고 가슴 아팠습니다. 한편으로 많은 국민들께서 여전히 믿어주고 계신 모습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몇 시간 후 해제했을 때 많은 분들께서 이해를 못 하셨습니다. 지금도 어리둥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계엄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과거의 부정적 기억도 있을 것입니다. 거대 야당과 내란 공작 세력들은 이런 트라우마를 악용하여 국민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입니다.

    12.3 비상계엄 선포는 이 나라가 지금 망국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음을 선언하는 것이고,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함께 나서 달라는 절박한 호소입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 윤석열 개인을 위한 선택은 결코 아니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이미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대통령에게 가장 편하고 쉬운 길은 힘든 일을 굳이 벌이지 않고 사회 여러 세력과 적당히 타협하고 모든 사람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면서 임기 5년을 안온하게 보내는 것입니다. 일하겠다는 욕심을 버리면 치열하게 싸울 일도 없고, 어려운 선택을 할 일도 없어집니다. 저 개인의 삶만 생각한다면 정치적 반대 세력의 거센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비상계엄을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집권 연장 위한 계엄? 내란죄 씌우려는 공작 프레임

    저는 비상계엄을 결심했을 때 제게 엄청난 어려움이 닥칠 것을 당연히 예감했습니다. 거대 야당은 제가 독재를 하고 집권 연장을 위해 비상계엄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내란죄를 씌우려는 공작 프레임입니다. 정말 그런 생각이었다면 고작 280명의 실무장도 하지 않은 병력만 투입하도록 했겠습니까? 주말이 아닌 평일에 계엄 선포를 하고, 계엄을 선포한 후에 병력을 이동시키도록 했겠습니까? 심판정 증거 조사에서 드러난 사실에 의하면 그나마 계엄 해제 요구 결의 이전에 국회에 들어간 병력은 106명에 불과하고, 본관에 들어간 병력은 15명입니다. 15명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간 이유도 자신들의 근무 위치가 본관인데 입구를 시민들이 막고 있어서 충돌을 피하기 위해 불 꺼진 창문을 찾아 들어간 것입니다. 또한 국회의 해제 요구 결의가 이루어진 이후에 즉시 모든 병력을 철수했습니다. 투입된 군의 병력이 워낙 소수이다 보니 국회 외곽 경비와 질서 유지는 경찰에 요청했습니다. 경찰은 인근 전장련 집회 대응 경력 300명을 국회 외곽에 보냈습니다. 부상당한 군인들은 있었지만 일반 시민들은 단 한명의 피해도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저는 국방부장관에게 이번 비상계엄의 목적이 ‘대국민 호소용’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또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신속히 뒤따를 것이므로 계엄 상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을 사전에 군 지휘관들에게 그대로 알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병력을 실무장하지 않은 상태로 투입함으로써 군의 임무를 경비와 질서 유지로 확실하게 제한한 것입니다. 많은 병력이 무장 상태로 투입되면 아무리 조심하고 자제하라고 해도 군중과 충돌하기 쉽습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천 차단한 것이고 실제 결과도 예상 그대로였습니다. 제가 소수 병력, 비무장, 경험 있는 장병, 이 세 가지를 국방부장관에게 명확히 지시한 이유입니다. 그런데도 거대 야당은 이것을 내란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병력 투입 시간이 불과 두시간도 안 되는데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방송으로 전 세계, 전 국민에게 시작한다고 알리고, 국회가 그만두라 한다고 바로 병력을 철수하고 그만두는 그런 내란을 보셨습니까? 대통령이 국회를 장악하고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는 주장은 어떻게든 대통령을 끌어내려는 선동입니다.

    대통령의 법적 권한인 계엄 선포에 따라 계엄 사무를 하고 질서 유지 업무를 담당한 공직자들이 이러한 내란 몰이 공작에 의해 지금 고초를 겪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합니다. 이분들이 대통령의 장기 독재를 위해 일을 했겠습니까?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이러한 장기 독재를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들이고, 이미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라 더 바랄 것도 없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은 대통령의 법적 권한 행사에 따라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한 것뿐입니다.

    지금은 국가 존립, 총체적 시스템 위기 상황

    헌법재판관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대통령의 자리에서 많은 정보를 가지고 국정을 살피다 보면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점들이 많이 보이게 됩니다. 당장은 괜찮아 보여도 얼마 뒤면 큰 위기로 닥칠 일들이 대통령의 시야에는 바로 들어옵니다. 서서히 끓는 솥 안의 개구리처럼 눈앞의 현실을 깨닫지 못한 채 벼랑 끝으로 가고 있는 이 나라의 현실이 보였습니다. 언제 위기가 아닌 때가 있었냐고 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위기가 돌발 현안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국가 존립의 위기, 총체적 시스템의 위기라는 점에서 차원이 완전히 다릅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을 투입했습니다. 미국이 국가 비상사태인가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법 체류자와 마약 카르텔 등 당면한 위기에 맞서 국민을 지키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지금 현실은 어떻습니까?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까? 북한을 비롯한 외부 주권 침탈 세력들과 우리 사회 내부의 반국가 세력이 연계하여 국가 안보와 계속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가짜 뉴스, 여론 조작, 선전 선동으로 우리 사회를 갈등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당장 2023년 적발된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만 봐도 반국가 세력의 실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 공작원과 접선하여 직접 지령을 받고, 군사 시설 정보 등을 북한에 넘겼습니다. 북의 지령에 따라 총파업하고 미국 대통령 방한 반대, 한미 연합 훈련 반대, 이태원 참사 반정부 시위 활동 등을 펼쳤습니다.

    심지어 북한의 지시에 따라 선거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지난 대선 직후에는 “대통령 탄핵의 불씨를 지피라”면서 구체적인 행동 지령까지 내려왔습니다. 실제로 2022년 3월 26일 ‘윤석열 선제 탄핵’ 집회가 열렸고, 2024년 12월 초까지 무려 178회의 대통령 퇴진, 탄핵 집회가 열렸습니다. 이 집회에는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 언론노조 등이 참여했고 거대 야당 의원들도 발언대에 올랐습니다. 결국 북한의 지령대로 된 것 아닙니까?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간첩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체제 전복 활동으로 더욱 진화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간첩 활동을 막는 우리 사회의 방어막은 오히려 약해지고 곳곳에 구멍이 난 상태입니다.

    재판 진행 중인 간첩 사건만 4건

    지난 민주당 정권의 입법 강행으로 2024년 1월부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박탈되고 말았습니다. 간첩단 사건은 노하우를 가진 기관에서 장기간 치밀하게 내사 수사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대로 준비할 시간도 없이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경찰에 대공수사권이 넘어가 버렸습니다. 간첩이 활개 치는 환경을 만든 것입니다. 게다가 애써 잡아도 재판이 장기간 방치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간첩 사건이 민노총 간첩단, 창원 간첩단, 청주 간첩단, 제주 간첩단 등 4건이나 됩니다.

    그런데 청주 간첩단 사건은 1심 판결까지 29개월이 넘게 걸렸고, 민노총 간첩단 사건도 1심 판결에 1년 6개월이 걸렸습니다. 이들은 구속 기간 만료 후 석방되어 1심 판결로 법정 구속이 될 때까지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습니다. 현재 창원 간첩단 사건은 2년 가까이 재판이 중단되어 있고 제주 간첩단 사건도 1년 10개월째 재판이 파행 중입니다. 이들도 모두 석방된 상태입니다. 간첩을 잡지도 못하고 잡아도 제대로 처벌도 못하는데 이런 상황이 과연 정상입니까? 그런데도 거대 야당은 민노총을 옹호하기 바쁘고, 국정원 대공수사권 박탈에 이어 국가보안법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대공수사에 쓰이는 특활비마저 전액 삭감해서 0원으로 만들었습니다. 한마디로 간첩을 잡지 말라는 것입니다. 작년에는 중국인들이 드론을 띄워 우리 군사기지, 국정원, 국제공항과 국내 미군 군사 시설을 촬영하다 연이어 적발됐습니다. 이들을 간첩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데 거대 야당이 완강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국가 핵심 기술을 유출하는 산업 스파이도 최근 급증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기술 유출 피해가 수십조 원에 달하는데, 3분의 2가 중국으로 유출됩니다. 중국은 사진 한 장만 잘못 찍어도 우리 국민을 마음대로 구금하는 강력한 ‘반간첩법’을 시행하고 있는데, 거대 야당은 산업 스파이를 막기 위한 간첩죄 법률 개정조차 가로막고 있습니다. 또한 거대 야당은 방산물자를 수출할 때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방산 비밀 자료를 국회에 제출해야 하고, 거대 야당이 반대하면 방산물자 수출도 할 수 없게 됩니다. 국회에 제출된 방산 비밀 자료들이 제대로 보안 유지가 되며, 적대 세력에 넘어가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습니까? 방산 기밀 자료가 이렇게 유출되면 상대국이 우리 방산 물자를 수입하겠습니까? 북한·중국·러시아가 원치 않는 자유세계에 방산 수출을 하지 말라는 말과 같습니다. 방산 수출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만이 아닙니다.

    수출 상대국과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자유세계 많은 국가들과 국방 협력을 이뤄서 우리의 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산 수출을 권장하기는커녕 방해하는 것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입니까?

    거대 야당은 우리 국방력을 약화시키고 군을 무력화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파병하며 러시아와 군사 밀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매우 심각한 안보 위협입니다. 그런데도 이를 살피기 위해 참관단을 보내려 하자 거대 야당은 당시 신원식 국방장관 탄핵까지 겁박하며 이를 결사적으로 막았습니다. 심지어 거대 야당은 우크라이나 참관단 파견, 대북 확성기와 오물 풍선 대응 검토 등, 우리 군의 정당한 안보 활동까지 외환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려는 대통령을 ‘전쟁광’이라고 비난하고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일 합동 훈련을 ‘극단적 친일 행위’라고 매도했습니다. 1차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북한·중국·러시아를 적대시한 것이 탄핵 사유라고 명기하기까지 했습니다.

    190석에 달하는 무소불위의 거대 야당이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 편이 아니라, 북한·중국·러시아 편에 서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핵심 국방 예산 삭감으로 군 무력화

    이뿐이 아닙니다. 거대 야당은 핵심 국방 예산을 삭감하여 우리 군을 무력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거대 야당은 전체 예산 가운데 겨우 0.65%를 깎았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 0.65%가 어디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마치 사람의 두 눈을 빼놓고, 몸 전체에서 겨우 눈알 두 개 뺐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거대 야당이 삭감한 국방 예산은 우리 군의 눈알과 같은 예산입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의 핵심인 정찰 자산 예산을 대폭 삭감했습니다. 핵심 전력인 지위정찰사업 예산을 2024년 대비 4852억원 감액했고, 전술 데이터링크 시스템 성능 개량 사업은 무려 78%를 삭감했습니다. 우리 국민을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KAMD, 즉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도 예산 삭감으로 개발이 중단될 위기입니다. 장거리 함대공 유도탄 사업을 위해 예산 119억 5900만 원을 책정했지만 96%를 삭감하고 5억 원만 남겼습니다. 정밀유도포탄 연구개발 사업은 84%를 삭감했습니다. 아무리 주먹이 세도 앞이 보이지 않으면 싸울 수 없듯이, 감시 정찰 자산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무기도 무용지물입니다. 게다가 최근 북한의 드론 공격이 가장 큰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는데 드론 방어 예산 100억원 가운데 무려 99억 5400만원을 깎아서 사업을 아예 중단시켰습니다. 도대체 누구의 지시를 받아서 이렇게 핵심 예산만 딱딱 골라 삭감했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지난 민주당 정권은 국군 방첩사령부의 수사요원을 2분의 1가량 대폭 감축하여 군과 방산에 대한 정보 활동과 방첩 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습니다. 또 과거 간첩 사건과 연루된 인물을 국정원의 주요 핵심 간부로 발령 내서 방첩 기관인지 정보 유출 기관인지 모를 조직으로 방치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정부 시절 이런 일들을 주도한 인물들이 여전히 거대 야당의 핵심 세력으로서 국가 안보를 흔들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들어 국정원이 국가 안보의 중추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였고, 국군 방첩사의 역량 보강을 위해 힘썼습니다만 아직 문제의 뿌리를 제대로 다 들어내지 못했습니다. 부수고 깨뜨리기는 쉬워도 세우고 만들기는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겉으로는 멀쩡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시·사변에 못지않은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거대 야당은 야당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을 탓하기 전에 공당으로서 국가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와 신뢰를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원칙, 국가 안보, 핵심 국익 수호만 함께한다면 어떤 정치 세력과도 기꺼이 대화하고 타협할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에 좌파, 우파가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자유를 부정하는 공산주의, 공산당 1당 독재, 유물론에 입각한 전체주의가 다양한 속임수로 우리 대한민국에 스며드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이런 세력과 타협하고 흥정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와 교역도 할 수 있고, 국제 협력, 상호 이익을 추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치 체제에 영향을 미치고 스며드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그것이 국방 안보만큼 중요한 정치 안보입니다. 바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입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공당이라면 이런 세력을 옹호하고 이런 세력과 손잡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거대 야당, 정부 권능 마비시켜

    헌법재판관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거대 야당은 제가 취임하기도 전부터 대통령 선제 탄핵을 주장했고, 줄 탄핵, 입법 폭주, 예산 폭거로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켜 왔습니다. 거대 야당은 이러한 폭주까지도 국회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강변합니다. 그러나 국회의 헌법적 권한은 국민을 위해 쓰라고 부여된 것입니다.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데 그 권한을 악용한다면 이는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는 국헌 문란에 다름 아닙니다.

    또한 거대 야당은 제가 비상계엄으로 국회의 권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며 내란 몰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대 야당은 제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정부의 권능을 마비시켜 왔습니다. 마치 정부를 마비시키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것처럼 국회의 권한을 마구 휘둘러 왔습니다.

    국회의원과 직원들의 출입도 막지 않았고 국회 의결도 전혀 방해하지 않은 2시간 반짜리 비상계엄과,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줄 탄핵, 입법 예산 폭거로 정부를 마비시켜 온 거대 야당 가운데, 어느 쪽이 상대의 권능을 마비시키고 침해한 것입니까?

    거대 야당은 국무위원은 물론이고, 방통위원장, 검사, 감사원장에 이르기까지 탄핵하고, 탄핵하고, 또 탄핵했습니다. 탄핵 사유가 되는지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거대 야당 대표를 노려봤다고 장관을 탄핵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탄핵해서 직무를 정지시켜 놓고, 정작 헌재 탄핵심판에서는 탄핵 사유를 변경하는 황당한 일도 반복해 왔습니다.

    얼마 전 중앙지검장 등 검사들에 대한 탄핵 심판을 재판관 여러분께서 직접 진행하시지 않았습니까? 기자회견장에서 거짓말을 했다는데 실제로는 그 기자회견에 나오지도 않았고, 국정감사에서 허위 증언을 했다는데 정작 국정감사에 출석하지도 않았습니다. 기본적인 탄핵 사유조차 틀렸는데도 일단 직무부터 정지시키고 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일입니까? 거대 야당의 공직자 줄탄핵은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차원을 넘어 헌정 질서 붕괴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거대 야당은 연일 진상 규명을 외치면서 참사를 정쟁에 이용했습니다. 급기야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했습니다. 당시 북한이 민노총 간첩단에게 보낸 지령문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이번 특대형 참사를 계기로 사회 내부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투쟁과 같은 정세 국면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각계각층의 분노를 최대한 분출시켜라’

    거대 야당이 북한 지령을 받은 간첩단과 사실상 똑같은 일을 벌인 것입니다. 이야말로 사회의 갈등과 혼란을 키우는 ‘선동 탄핵’이라 할 것입니다. 거대 야당은 자신들의 당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들도 줄줄이 탄핵하고 서울중앙지검장까지 탄핵했습니다. 검사 탄핵은 그 자체로도 수사 방해지만 검사 탄핵을 지켜보는 판사들에 대한 겁박이 되기 마련입니다.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고 야당 대표의 범죄를 심판할 판사들까지 압박하기 위한 ‘방탄 탄핵’인 것입니다. 급기야 거대 야당은 지난 정부의 이적 행위를 감사하던 감사원장까지 탄핵했습니다. 거대 야당은 감사원장 탄핵소추안에 ‘사드 정식 배치 고의 지연 의혹’ 감사를 탄핵 사유로 포함시켰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민주당 정부의 안보 라인 고위직 인사 4명이 주한 중국 대사관 무관에게 사드 배치, 작전명, 작전 일시, 작전 내용 등 국가 기밀 정보를 넘겨준 간첩 사건입니다. 감사원은 이를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감사 조치를 진행하였는데 이것이 탄핵 사유라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간첩 행위를 무마하기 위한 ‘이적 탄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은 그 자체로도 심각한 헌법 파괴 행위지만 이적 행위까지 탄핵으로 덮는 것을 보며 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망국적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또 한편 정부 각 부처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사용 집행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산하기관도 거느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처의 수장들을 탄핵소추로 직무 정지시켜 그 부처의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심각하게 저해한다면 기회비용과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국가와 국민에게 얼마나 막대한 피해와 손해를 입히는 것이 되겠습니까?

    거대 야당은 공직자를 무차별 탄핵소추하고 소추인단 변호사 비용도 국민 세금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억울하게 탄핵소추된 공직자들은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자기 개인 자금으로 변호사 비용까지 조달해야 합니다. 정부 공직자들은 거대 야당의 이러한 폭거에 한없이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거대 야당은 ‘선동 탄핵’, ‘방탄 탄핵’, ‘이적 탄핵’으로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 아닌 제왕적 거대 야당의 시대

    우리나라 선거 가운데 대통령 선거가 기간도 가장 길고 국민적 관심도 가장 큽니다. 그만큼 직선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은 다른 선출직 공직자에 비해 그 무게가 다릅니다. 과거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은 한마디로 대통령 직선제 확보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대 야당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동조 세력과 연대하여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대통령 당선자를 상대로 선제 탄핵, 퇴진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고, 지난 2년 반 동안 오로지 대통령 끌어내리기를 목표로 한 정부 공직자 줄 탄핵, 입법과 예산 폭거를 계속해 왔습니다.

    헌법이 정한 정당한 견제와 균형이 아닌 민주적 정당성의 상징인 직선 대통령 끌어내리기 공작을 쉼 없이 해온 것입니다. 이것이 국헌 문란이 아니면 도대체 어떤 것이 국헌 문란 행위이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거대 야당의 이런 지속적인 국헌 문란 행위는 국가 정체성과 대외 관계에 있어서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과 동떨어진 인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직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줄탄핵, 입법 예산 폭거는 어느 면에서 보나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흔히들 대통령 중심제 권력 구조를 가지고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제왕적 거대 야당의 시대입니다. 그리고 제왕적 거대 야당의 폭주가 대한민국 존립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계엄 이후 벌어진 일들만 보아도 잘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제가 정말 제왕적 대통령이라면, 공수처, 경찰, 검찰이 앞 다퉈서 저를 수사하겠다고 나서고, 내란죄 수사권도 없는 공수처가 영장 쇼핑, 공문서 위조까지 해가면서 저를 체포할 수 있었겠습니까? 비상계엄에 투입된 군 병력이 총 570명에 불과한데, 불법적으로 대통령 한 사람 체포하겠다고 대통령 관저에 3000~4000명이 넘는 경찰력을 동원했습니다. 대통령과 거대 야당 가운데 어느 쪽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며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습니까?

    제가 비상계엄을 결단한 이유는, 이 나라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 그것이었습니다. 저는 주권자인 국민들께 이러한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리고, 국민들께서 매서운 감시와 비판으로 이들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고자 했습니다. 국정 마비와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 붕괴를 막고 국가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입니다. 12.3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가 위기 상황과 비상사태에 처해 있음을 선언한 것입니다. 국민을 억압하고 기본권을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께서 비상사태의 극복에 직접 나서주십사 하는 간절한 호소입니다.

    그런데 거대 야당은 제가 국회의 요구에 따라 계엄을 해제한 그날부터 탄핵 시동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비상계엄은 범죄가 아니고,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합법적 권한 행사입니다. 저는 긴급 국무회의를 거쳐 방송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에 최소한의 병력을 투입했으며, 국회가 해제 요구 결의를 하자 즉각 병력을 철수하고 국무회의를 소집해서 계엄을 해제했습니다.

    다 알고 계시다시피, 2023년 중앙선관위를 포함한 국가기관들이 북한에 의해 심각한 해킹을 당했습니다. 중앙선관위는 이 같은 사실을 국정원으로부터 통보받고도 다른 국가기관들과 달리 점검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한 일부 점검 결과 심각한 보안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중앙선관위 전산 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보낸 것입니다. 선거의 공정과 직결되는 중앙선관위의 전산 시스템 보안 문제는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핵심 공공재이자 공공 자산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선거 소송에서 드러난 다량의 가짜 부정 투표용지, 그리고 투표 결과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통계학과 수리과학적 논거 등에 비추어 중앙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에 대한 투명한 점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런 조치들의 어떤 부분이 내란이고 범죄라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비상계엄 자체가 불법이라면 계엄법은 왜 있으며, 합동참모본부에 계엄과는 왜 존재합니까?

    나라를 지키고 싶어 정치 시작

    헌법재판관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저는 2021년 6월 29일 처음으로 정치 참여를 선언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영광의 길이 아니라 형극의 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직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보신 어떤 분은 우리나라 대통령직은 저주의 길이라면서, 저를 만류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라는 헌정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고 싶어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정치 참여를 선언하면서, 국민께 드린 약속이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 산업화에 일생을 바친 분들, 민주화에 헌신하고도 묵묵히 살아가는 분들,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분들, 이런 국민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청년들이 마음껏 뛰는 역동적인 나라,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혁신의 나라, 약자가 기죽지 않는 따뜻한 나라, 국제 사회와 가치를 공유하고 책임을 다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국민께 약속을 드렸습니다.

    거대 의석과 이권 카르텔이 나라의 주인 노릇을 하는 데 맞서 빼앗긴 주권을 되찾아 드리겠다고 국민 앞에서 다짐을 했습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이 약속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이 된 후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했습니다.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었습니다. 글로벌 복합 위기로 인한 대외 환경의 어려움이 계속됐습니다. 지난 민주당 정부의 잘못된 소주성 정책과 부동산 정책은 우리 경제와 민생의 문제를 풀어가는 데 계속 발목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문제라도 노력하면 풀어낼 수 있다고 믿었고 실제로 우리 기업, 우리 국민과 함께 뛰면서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기쁘고 보람 있는 일도 많았고, 부족하고 아쉬운 일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지키는 제복 입은 공직자에 대한 처우 개선 추진이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지난 민주당 정권은 반일 선동에만 열을 올렸지만 우리 정부에서는 1인당 GDP가 일본을 앞질렀고, 우리 인구의 두 배 반이 넘는 경제 강국 일본과 수출액 차이가 이제 불과 수십억 불 규모로 좁혀졌습니다. 20년 전에 비해 100분의 1, 지난 민주당 정부에 비해 수십 분의 1로 줄어든 것입니다.

    또 작년에 서른 번이나 열었던 전국 순회 민생 토론회 기억이 많이 납니다. 국민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많은 일을 현장에서 해결해 드리면서 국민과 같이 웃기도 했고 같이 울기도 했습니다. 수도권, 영남, 호남, 충청, 강원, 제주까지, 전국 모든 지역을 다니면서, 지역 발전 방안을 함께 고민했습니다. 우리 국민들께서 전국 어디에 살든 공정한 기회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서 진정한 국민 통합을 이루고 싶었습니다. 다시 그렇게 일할 기회가 있을까, 마음이 아립니다.

    1박 4일의 살인적 일정으로 미국에 가서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발표했을 때는 정말 보람이 컸고 마음도 든든했습니다. 방산 수출의 물꼬를 트고, 팀코리아가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을 때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아쉬웠던 순간도 떠오릅니다. 기업과 국민에게 꼭 필요한 법안들은 하염없이 뒤로 미뤄놓고,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위헌적 법안, 핵심 국익에 반하는 법안들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에서 일사천리로 통과될 때는 정말 답답했습니다. 국방, 치안, 민생을 위해 꼭 필요한 아킬레스건 예산들이 삭감됐을 때는 막막한 심정이 들었습니다. 지금 저는 잠시 멈춰 서 있지만, 많은 국민, 특히 우리 청년들이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주권을 되찾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서고 있습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망국적 위기 상황을 알리고 헌법 제정 권력인 주권자들께서 나서주시기를 호소하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이것만으로도 비상계엄의 목적을 상당 부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진심을 이해해주시는 우리 국민, 우리 청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되면, 나중에 또다시 계엄을 선포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이야기입니다.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로 이미 많은 국민과 청년께서 상황을 직시하고 나라 지키기에 나서고 계신데, 계엄을 또 선포할 이유가 있습니까?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의원 체포, 끌어내라는 주장은 앞뒤 안 맞는 얘기

    헌법재판관 여러분, 그동안 심판정에서 다뤄진 쟁점들 가운데, 두 가지 쟁점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세세한 사실관계를 언급하기보다 상식의 선에서 간단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제가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정말 터무니없는 주장입니다. 상식적으로 이렇게 해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의원들을 체포하고 끌어내서 계엄 해제를 늦추거나 막는다 한들 온 국민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데 그다음에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계엄 당일 국회의장의 발언대로 국회는 어디서든 본회의를 열어서 계엄 해제를 의결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나 소설에는 나오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일을 하려면 군으로 국가를 완전 장악하는 계획과 정치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 상황이 그랬습니까? 계엄 사무를 담당할 주요 지휘관들이 비상계엄 직전에 어디에 있었는지 심판정 증거 조사에서 다 드러났습니다. 장관 재가를 받아 지방 휴가를 가거나, 부부 동반 만찬, 간부 만찬 회식을 하다가 계엄이 선포된 직후에야 국방부장관으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았습니다. 준비된 치밀한 작전 계획이나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혼선과 허술함도 있었습니다. 국방부 장관이나 지휘관들이나 경험이 풍부한 군사 전문가들인데 왜 이랬겠습니까?

    12.3 계엄 선포는 계엄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이고 과거 계엄과 다른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민주주의를 수십 년 경험하고 몸에 밴 우리 50만 군이, 임기 5년 단임 대통령의 사병 역할을 할 리가 있습니까? 제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는 오로지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국회의 망국적 독재로 나라가 위기에 처했으니, 이를 인식하시고 감시와 비판의 견제를 직접 해주십사 하는 것이었습니다. 공화국의 대의제 위기에 헌법제정 권력인 주권자가 직접 나서달라는 호소였습니다.

    의원을 체포하거나 끌어내라고 했다는 주장은 국회에 280명의 질서 유지 병력만 계획한 상태에서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국회가 비어 있는 주말도 아니고, 회기 중인 평일에 이런 병력으로 정말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국회의원만 300명이고, 국회 직원들과 보좌진을 합치면 몇 천 명이 넘습니다. TV 생중계를 보더라도 계엄 선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 국회 경내와 본관에는 수천 명의 국회 관계자와 민간인이 들어왔습니다. 실제로 계엄 선포 후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질서유지 병력이 도착하였고, 국회 경내에 진입한 병력이 106명, 본관에 들어간 병력이 겨우 15명인데, 이렇게 극소수 병력을 투입해 놓고 국회의원을 체포하고 끌어내라는 게 말이 되겠습니까? 게다가 “의결정족수가 차지 않았으니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했다는데, 의결정족수가 차지 않았으면 더 이상 못 들어가게 막아야지 끌어낸다는 것은 상식에 반합니다. 본관에 진입한 군인들은 본회의장이 어딘지도 몰랐다고 합니다. 무엇 하나 말이 되지 않습니다. 단 한 사람도 끌려나오거나 체포된 일이 없었으며, 군인이 민간인에게 폭행당한 일은 있어도 민간인을 폭행하거나 위해를 가한 일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날 수도 없는 불가능한 일에 대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건져내려는 것과 같은 허황된 것입니다.

    탄핵 사유에서 내란 삭제한 ‘사기 탄핵’

    거대 야당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기해서 선포된 계엄을 불법 내란으로 둔갑시켜 탄핵소추를 성공시켰습니다. 그리고는 헌법재판소 심판에서는 탄핵 사유에서 내란을 삭제하였습니다. 그야말로 초유의 사기 탄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란이냐 아니냐는 긴 시간의 복잡한 심리를 통해 가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란이냐 아니냐는 판례에서 보듯이 실제 일어난 일과 진행된 과정에서 드러난 결과로 판단하는 것이고, 누가 봐도 쉽게 바로 알 수 있어야 내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거대 야당과 소추단이 헌재 심판 대상에서 내란을 삭제한 이유는 심리 시간을 단축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내란의 실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12·3 계엄은 발령부터 해제까지 역사상 가장 빨리 종결된 계엄입니다. 그러다 보니 계엄사령부 조직도 구성되지 못했고, 예하 수사 본부 조직도 만들어지지 못한 채 그냥 계엄이 종료되었습니다. 겨우 몇 시간 평화적으로 진행된 계엄을 내란이라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이어서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계엄 당일 국무회의는 국무회의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무회의를 할 것이 아니었다면 12월 3일 밤에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실에 도대체 왜 온 것입니까? 국무회의가 아니라 간담회 정도였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그날 상황이 간담회 할 상황이 아닙니다. 간담회는 의사정족수도 없는데 왜 국무회의 의사정족수가 찰 때까지 기다렸겠습니까? 당일 저녁 8시 30분부터 국무위원들이 차례로 오기 시작했고 저는 국무위원들에게 비상계엄에 대해 설명하고, 국방장관이 계엄의 개요가 기재된 비상계엄선포문을 나눠주었습니다. 국무위원들은 경제적, 외교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고, 저는 대통령으로서 각 부처를 관장하는 국무위원들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가 비상 상황이고 비상 조치가 필요함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각 부처 장관의 우려 사항, 예를 들어 경제부총리의 금융시장 혼란 우려와 외교부 장관의 우방국 관계 우려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국무위원들이 과거의 계엄을 연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저는 걱정하지 말라고 한 것입니다. 의사정족수 충족 이후 국무회의 시간은 5분이었지만 그 전에 이미 충분히 논의한 것입니다. 다음 날 새벽 계엄 해제 국무회의는 소요 시간이 단 1분이었습니다. 실제 정례 주례 국무회의의 경우에도 모두 발언, 마무리 발언 등을 하고 많은 안건을 다루기 때문에 1시간가량 걸리지만 개별 안건의 심의 시간은 극히 짧습니다. 또한 비상계엄을 위한 국무회의를 정례 주례 국무회의처럼 하기는 어렵습니다. 보안 유지가 중요하고, 그렇게 해야 혼란도 줄이고 질서 유지 병력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민 전 행안부장관은 지난 심판정에서 “그동안 국무회의를 100여 차례 참석했지만 이번 국무회의처럼 실질적으로 열띤 토론이나 의사 전달이 있었던 것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국무회의 배석을 위해 비서실장과 안보실장도 통상처럼 대통령실로 나오도록 했고 국가 안보의 문제이기도 해서 국정원장도 참석시켰습니다.

    1993년 8월 13일 김영삼 대통령께서 긴급재정경제명령으로 금융실명제를 발표했을 때도 국무위원들은 소집 직전까지 발표한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고 국무회의록도 사후에 작성됐습니다. 그때 상황은 이인제 당시 노동부 장관께서 이미 공개적으로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이를 두고 국무회의가 없었다고 하지 않았고, 당시 헌법재판소는 긴급명령 발동을 모두 합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그 밖의 여러 쟁점들에 대해서는 변호인단의 변론으로 갈음하겠습니다.

    개헌과 정치 개혁 추진에 집중

    헌법재판관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저는 언젠가 해야 하고,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지금 제가 하겠다는 마음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해 왔습니다. 그래서 임기 전반부 동안 역대 정부들이 표를 잃을까 봐 하지 못했던 교육, 노동, 연금의 3대 개혁을 중심으로 국정 개혁 과제를 과감하게 추진했습니다. 30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유보 통합의 첫걸음을 떼었고, 늘봄학교와 융복합 고등교육, 그리고 지역 산업과의 연계 강화를 위한 과감한 권한 이전 등 교육 개혁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노사 법치의 틀을 새롭게 세우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노동 유연화와 노동 보호의 노동 개혁 물꼬도 텄습니다. 국가적 난제였던 연금 개혁도 역대 정부 최초로 방대한 수리 분석과 심층 여론조사를 진행하였고 수용성이 높은 방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대통령 임기 초반에는 국민과 유권자에게 선거 때 약속한 공약과 국정 과제의 실천, 또 민생에 영향이 큰 사회 개혁의 추진이 우선이기 때문에 이러한 스케줄에 맞춰 일해 온 것입니다.

    어느 정권이나 임기 초기에는 선거 공약과 국정 과제 이행이 우선이므로 정치 개혁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전직 대통령들의 5년 임기가 금방 다 지나갔고 변화된 시대에 맞지 않는 87체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정치가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고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또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에 미래의 주역인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치와 행정의 문턱이 더 낮춰져야 합니다.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 개혁의 추진에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합니다. 저는 이미 대통령직을 시작할 때부터 임기 중반 이후에는 개헌과 선거제 등 정치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희생과 결단 없이는 개헌과 정치개혁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이것을 해내자’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저는 여러 전직 대통령들이 후보 시절 공약하고도 이행하지 못한 청와대 국민 반환도 당선 직후 즉시 추진하고 이행한 바 있습니다.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 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여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개헌과 정치 개혁 과정에서 국민 통합을 이루는 데도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결국 국민 통합은 헌법과 헌법 가치를 통해 이루어지는 만큼, 개헌과 정치 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된다면 그 과정에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되면 현행 헌법상 잔여 임기에 연연해 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정 업무에 대해서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글로벌 복합 위기 상황을 감안하여, 대통령은 대외 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대폭 위임할 생각입니다.

    우리 경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특히 미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 질서의 급변과 글로벌 경제 안보의 불확실성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국가 노선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중추 외교 기조로 역대 가장 강력한 한미 동맹을 구축하고, 한미일 협력을 이끌어낸 경험으로 대외 관계에서 국익을 지키는 일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임기 전반기에도 지방시대위원회와 국민통합위원회를 통해 지역별, 세대별, 계층별 통합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앞으로도 국민을 하나로 묶고 국가 전체 시너지를 올리는 국민통합에 더욱 매진할 것입니다.

    대통령으로서 고뇌의 결단한 이유 깊이 생각해주시길…

    존경하는 헌법재판관 여러분, 먼저, 촉박한 일정의 탄핵심판이었지만, 충실한 심리에 애써주신 헌법재판관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심리는 내란 탄핵으로 소추한 후 심판과정에서 내란 삭제를 주도한 소추단 측이 제시한 쟁점 위주로 이루어지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제가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와 그 불가피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드릴 기회가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서면으로 성실하게 관련 자료를 제출하였으니, 대통령으로서 고뇌의 결단을 한 이유를 깊이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또 많은 국가 기밀 정보를 다루는 대통령으로서 재판관님들께 모두 설명드릴 수 없는 부분에까지 재판관님들의 지혜와 혜안이 미칠 것이라 믿습니다. 다시한번 재판관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도 있습니다.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에 출마할 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지난 12·3 계엄과 탄핵 소추 이후 엄동설한에 저를 지키겠다며 거리로 나선 국민들을 보았습니다. 저를 비판하고 질책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모두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저를 지금까지 믿어주시고 응원을 보내주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의 잘못을 꾸짖는 국민의 질책도 가슴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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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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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2-26 16:33:52
      윤대통령 마지막 2시간 연설 중 문정권때 언론 다 장악해서 국민들에 눈과귀를 막고 국정원과 선관위에 간첩 심어놓고 현제 민주당은 주한미군 철수 주장하고 북.중.러와 친 외교를 하여 남한에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전복시키고 공산주의를 건설하려는 세력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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