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호

한화家 김동선, ‘본업 부진’ 갤러리아 타개책은

[유통 인사이드] 식‧음료 신사업 광폭 행보 긍정적이나…

  • 임유정 데일리안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2025-04-14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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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마 국가대표 출신…폭행으로 4년여 회사 떠나

    • 2023년 파이브가이즈 오픈, 경영자로서 재부각

    • 지난해 8월 조직개편…신사업 확장에 ‘고삐’

    • 아워홈 인수에 ‘힘’…현금 확보·기존 사업 시너지

    • 문제는 실적, 갤러리아 백화점 경쟁력 갈수록 약화

    서울시 강남구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전경(왼쪽)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한화갤러리아

    서울시 강남구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전경(왼쪽)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한화갤러리아

    요즘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한화다. 주력인 방위산업, 우주항공, 에너지, 조선 부문의 성장에 힘입어 모두 실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주가가 이를 방증한다. 올 초만 해도 3만 원대 수준이던 한화오션 주가가 3월을 기점으로 두 달여 만에 7만 원 선으로 훌쩍 뛰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이 기간에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여기에 지주사인 (주)한화와 한화시스템 주가도 크게 성장했다. 현재 한화는 재계 서열 7위지만, 성장세를 고려하면 조만간 5위 안에 들 가능성이 높다. 6위 롯데는 주력 사업이 부진해 위기가 지속되고 있으며, 5위 포스코도 철강과 배터리 소재 사업의 난항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이런 ‘묵직한’ 사업만 하는 게 아니라 소비재 사업도 한다. 갤러리아 백화점이 대표적이다. 또 서울시청 앞 더플라자 같은 호텔과 리조트도 운영하고 있고,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등 외식업도 하고 있다. 이런 한화의 소비재 사업을 이끄는 선봉장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막내아들 김동선(36)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은 그룹의 주력 사업을 맡은 큰형 김동관 부회장이나 한화생명 같은 금융 계열사를 이끄는 작은 형 김동원 사장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업을 맡았지만, 요즘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백화점 중심이던 한화갤러리아의 사업 구도를 바꿔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지난해 8월에는 아예 조직을 개편해 직함도 기존 전략본부장에서 미래비전총괄로 바꿔 달았다. 백화점과 식음료 사업을 분리하려는 전략을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동선 부사장은 원래 운동선수였다. 승마 대한민국 국가대표로도 활동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당시 17세의 나이로 첫 금메달(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을 목에 걸었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같은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는 유일한 한국 승마 선수로 출전했지만 메달 순위에 들진 못했다. 그런데 이런 눈부신 승마 성적보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그를 둘러싼 사건·사고다. 주로 음주 폭행, 기물 파손이 문제가 됐다. 특히 2017년에 일어난 변호사 폭행 사건이 큰 충격을 던졌다. 당시 그가 김앤장 로펌 신입 변호사들과 술을 마시다가 폭언과 폭행을 가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앞서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종업원을 때린 일이 있었기에 사회적 파장은 더 컸다. 일련의 일로 그는 2020년 말 한화에너지로 복귀하기까지 4년 가까이 회사를 떠나 있어야 했다.

    그러다 한화가 2023년 미국의 ‘3대 햄버거’로 불리는 파이브가이즈 매장을 국내에서 처음 열면서 김동선 부사장의 경영자 면모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한화갤러리아를 통해 파이브가이즈를 들여왔는데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들면서 안목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 4월 기준 7개까지 매장을 늘리면서 국내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을 받았다. 전 세계 1800여 개 파이브가이즈 매장 가운데 한국의 5개 매장이 매출 순위 ‘톱10’에 들었다. 내친김에 최근에는 일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파이브가이즈인터내셔널과 일본 진출 양해각서를 맺은 지 반년 만에 일본 도쿄에 ‘에프지재팬’ 법인을 세웠다. 에프지코리아는 향후 7년간 도쿄를 포함한 일본 전역에 20개 이상 매장을 열 예정이다.

    문제는 실적이다. 최근 신사업에만 집중한 나머지 본업의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의 2024년 연결 영업이익은 31억 원으로 2023년보다 68%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파이브가이즈 등 프랜차이즈 성장세에 힘입어 24% 늘어난 5383억 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은 188억 원을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이에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통상임금 기준 변경으로 일회성 비용이 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 2024년 4분기 백화점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늘었고, 파이브가이즈 등 F&B(식음료) 부문 매출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브가이즈 광교 6호점 매장 모습. 에프지코리아

    파이브가이즈 광교 6호점 매장 모습. 에프지코리아

    본업 입지 약화, 급식 사업 진출…변수도 수두룩

    김동선 부사장은 신사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에는 급식 사업에 손을 뻗으며 아워홈 인수에 나섰다. 지금의 사업만으론 성장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파이브가이즈를 통해 성공 사례를 쌓긴 했지만 매출이 연간 100억 원대 수준으로 그리 크진 않다. 더구나 백화점 업계에선 존재감이 미미하다. 매장 수가 5개밖에 안 되고 그나마도 경쟁사인 롯데, 신세계, 현대에 크게 밀리는 실정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명품관도 신세계 강남점과 비교해 상대가 안 된다. 더구나 백화점 산업은 요즘 위기를 맞고 있다. 경기침체 등으로 해외 명품 판매가 예전 같지 않다. 국내 백화점의 매출 증가율이 2022년 15.8%에 달했는데 2023년엔 2.2%로 뚝 떨어졌고, 작년에도 1.4%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김 부사장은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통해 지난해 8월경부터 아워홈 인수에 속도를 냈다. 업계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최근 아워홈 경영권을 확보하며 단체급식 시장에 재진출했다. 2020년 단체급식·식자재 유통 사업 부문인 ‘푸디스트’를 사모펀드 운용사(PEF)인 VIG파트너스에 매각해 시장에서 철수한 지 5년 만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3월 아워홈 창업주 고(故) 구자학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인 구미현 회장, 직계 비속 2명의 지분 58.62%를 8695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시장에서 아워홈의 기업가치는 1조5000억 원으로 평가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일차적으로 아워홈 지분 50.62%를 확보하고,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유한 8.0%의 지분은 일정 기한 안에 제3자를 통해 추가 매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지분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우리집에프앤비’를 설립했다. 양수 계약일은 4월 29일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을 품에 안으면서 5년 만에 급식 사업에 재시동을 걸자 단체급식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무엇보다 업계에 미칠 여파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아워홈은 범(汎)LG가에 속해 다수 계열사의 단체급식을 맡아왔다. 이에 힘입어 단체급식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웰스토리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2위 업체다. 이번 인수 이후 업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단체급식 시장은 지속된 고물가로 수요가 늘어나 매출 규모가 커졌다. 2023년 기준 6조 원대로 추산된다. 단체급식 시장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상위 5개 업체가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그룹 계열사나 친족 기업 계열사의 단체급식 수의계약을 통해 성장해 왔다. 특히나 한화그룹이 영위하는 우주항공, 방산, 에너지, 소재 등의 사업은 단체급식을 수주하기 좋은 분야다. 또 단체급식 사업 역량을 높이기 위한 관련 기술도 계열사가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물가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문제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가 김동선 부사장에게 과제로 남았다. 식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식당 운영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쌀, 채소, 육류, 수산물 등 주요 식재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원가 부담 역시 배가됐다. 대기업들은 직원 복지를 위해 식사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식사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다 보니 이익률이 줄어든다. 한 끼 5000~7000원 정도에 제공해야 한다면, 재료비와 인건비를 고려했을 때 적자를 볼 가능성이 커진다. 여기에 최저임금 상승과 함께 주방 인력 운용에 드는 인건비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 역시 악재로 작용한다. 가스비, 전기료, 물류비와 같은 운영비도 함께 상승하는 상황이다. 달리 말하면 기타 재료비를 줄여야만 수익성이 보존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구내식당의 질이 낮아지면 직원들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외부 식당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음식의 질을 유지해야 하고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데, 결국 비용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또 다른 변수는 범LG가의 급식 물량 이탈이다. 아워홈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범LG가의 사내 급식 물량을 따왔다. 한화 계열사 급식 수요를 통해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겠지만, LG계열사에서 수주한 물량에는 못 미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아워홈의 시장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한화가 무리한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 향후 사업 실적이 저조할 경우 경제적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매입하기로 한 아워홈 1주당 가격은 6만5000원인데, 이는 삼성웰스토리나 신세계푸드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인수대금 70%를 외부에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급식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단체급식 시장이 활기를 띤 건 맞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노동시간 및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식사 수요는 꾸준히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 며 “현금 창출력도 이익률이 높아야 의미가 있는데, 인건비와 재료비도 늘고 있어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체급식 사업 근간인 식수 확보를 위해서는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하며, 식단가 현실화 등을 통해 감소하는 식수를 상쇄해야 한다. 또 푸드테크, 빅데이터 등 기술 적용을 통해 인력 및 운영 효율화도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김 부사장이 단체급식 시장에 다시 뛰어든 이유는 안정적 수익성과 사업 확장 기회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외식업은 경기 상황, 유행, 고객 선호도 변화에 따라 매출 변동성이 크지만, 단체급식은 고정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또 단체급식 사업을 하면, 식자재 유통·외식 브랜드와 연결해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일례로 현대그린푸드는 자체 식자재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데, 급식 사업에 활용해 식자재 물량을 대량 구매하면서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한화그룹 계열사의 단체급식 입찰을 따낼 경우 추가 외형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이상기후와 고물가로 식자재 부문의 리스크가 커지는 실정인데, 이 같은 배경에서 안정적 식자재 수요가 커졌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여기에 물가상승으로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나는 이른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면서 올해도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장인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이에 주요 식자재 업계의 급식 사업이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무엇보다 아워홈이 전국 각지에 갖춘 급식 사업장과 식자재 유통망은 한화가 푸드테크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아워홈은 전국 850여 개 사업장에서 하루 200만 식을 제공하며, 전국 8개 생산시설과 14개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의 한 구내식당을 찾은 시민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의 한 구내식당을 찾은 시민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프리미엄 F&B 시장에서 미래성장동력 확보

    김 부사장은 지난해에도 유통 본업이 아닌 외식·푸드테크 분야에서 보폭을 키웠다. 지난해 3월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했고, 같은 해 9월에는 음료 제조 전문 업체 ‘퓨어플러스’를 품었다. 자회사 한화푸드테크는 지난해 5월 경기 판교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오픈했다.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 한국 매장도 갈수록 몸집이 불어나고 있다. 곧 아이스크림 제조업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아이스크림 공장 설립안이 이사회를 통과했다. 경기 포천에 올해 안에 공장을 세우는 게 목표다. 음료에 이어 아이스크림 제조까지 시작하면 롯데칠성음료·빙그레 같은 전문 식음료·빙과 제조사와도 경쟁하게 된다. 이처럼 그가 식음료(F&B) 사업을 확장하는 주요 이유는 프리미엄 F&B 시장에서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자신의 경영 역량을 입증하는 데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한화갤러리아의 사업 역량을 외식 서비스에서 제조 분야로까지 확대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 교수는 “한화의 경우 후계 구도가 어느 정도 정리된 상황인데, 막내 김동선 부사장은 형들과 비교해 성장 전망이 크지 않은 사업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미래 먹거리 확보가 절실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체된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너지가 나올 만한 사업을 하는 것은 기업의 마땅한 이치”라면서도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본업 부진이다. 한화갤러리아의 실적은 주력인 백화점 사업 부진으로 최근 악화된 상황이다. 간판 점포인 갤러리아명품관의 위상이 계속 약화하고 있다. 2023년 백화점 매출 순위에서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11위를, 지난해는 한 단계 더 내려간 12위를 기록했다. 명품관 침체 속에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2년 연속 전 점포가 역신장했다. 주력 점포 부진이 뼈 아팠다. 전국 백화점 매출 상위 10위권에 포진했던 명품관은 매출이 전년 대비 1.5% 감소하며 2년 연속 순위가 한 계단 하락했다. 타임월드점(-7.5%), 광교점(-12.9%)도 매출 증감률 기준 하위 10위권에 들었다. 최근 경기둔화와 고물가 여파로 명품 소비가 위축되면서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야심만만하게 단행한 리뉴얼 효과 역시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은 지난해 스위스 시계 브랜드 ‘롤렉스’ 매장을 세 배 키워 국내 최대 규모 수준으로 확장했다. 영국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그라프’, 구찌의 남성 전용 신규 매장도 각각 오픈했다. 광교점과 함께 팝업 전용 공간을 조성해 MZ 고객 취향도 반영했다.

    김 부사장이 이끄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갤러리아와 비슷한 상황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제주 애월, 통영 등 대규모 관광단지 신규 개발 사업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다만 지난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미래 먹거리에만 치중하다 보니 본업은 전혀 돌보지 않는다는 지적이 지속되는 배경이다.

    경영진 3명 물갈이…본업 경쟁력 높이는 반전 카드 될까

    결국 김 부사장은 올해에도 ‘본업 경쟁력 강화’라는 숙제와 마주하게 됐다. 독립 경영 3년차를 맞이하는 만큼 본업인 유통·서비스 부문에서 뚜렷한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본업 경쟁력을 높여 경영 능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화갤러리아 지분 16.85%를 보유했다. 최대주주 ㈜한화에 이은 2대 주주로 회사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책임경영 명목으로 544억 원 규모 자사주를 공개 매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한화그룹에서 담당하는 임무가 늘어나면서 핵심 유통 계열사인 한화갤러리아에 쏟을 여력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른다.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에서 신사업 발굴을 도맡는 미래비전총괄로 근무하면서 동시에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로보틱스, 한화모멘텀, 한화비전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부사장이 형들보다 자신이 물려받을 사업 규모가 작기 때문에 본격적 승계 작업에 앞서 유통 부문의 몸집을 키우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김 부사장이 맡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갤러리아 매출 규모는 그룹 전체 매출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만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경영진 3명을 교체하며 반전에 나섰다. 이번 인사는 한화갤러리아가 2023년 한화솔루션에서 인적 분할해 독립 경영에 나선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간판 점포인 명품관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신규 부지 개발 사업을 통해 반등의 실마리를 모색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독립 경영 3년차에 접어든 한화그룹 3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만년 적자 탈출을 위해 강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갤러리아는 3월 25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강신호 한화갤러리아 상품 실장을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했다. 또한 사외이사·감사위원을 겸직하는 자리에 이존우 알스퀘어 대표와 송지혜 엔다이브 대표를 각각 선임했다. 강신호 실장의 사내이사 임명은 본업인 백화점 사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함이다. 1977년생인 그는 갤러리아명품관 영업2팀장을 거쳐 현재 한화갤러리아 명품관 점장과 상품 실장을 맡았다. 명품관 이해도가 높은 인사를 경영진에 합류시켜 점포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부동산 전문가 이존우 대표가 이사진에 합류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대표는 현재 벤처기업협회 수석부회장과 한국프롭테크포럼 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이 주도하는 부지 개발 사업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23년 한화갤러리아는 명품관 근처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담동에 부지와 건물을 각각 895억 원, 225억 원에 매입했다. 부지를 개발해 명품관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랜드마크를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전문 기업 알스퀘어를 이끄는 이 대표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이 경영진을 교체한다는 것은 분위기 전환을 통해 쇄신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렵고 힘들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만한 외부 수혈을 통해 혁신을 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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