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장동혁·조국·이준석 모두 난처한 상황
정, “말조심” 당부하고 본인이…李, “성공 아냐”
장, ‘선거 저승사자’ 별명…‘바지 사장’으로 임기만?
조, 낙선으로 타격…조국혁신당 의원 선택은?
이, 기초의원 1명 배출…국힘에 흡수 가능성↑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월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있다. 뉴스1
정청래 대표는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결정적 실수는 지방선거를 한 달여 남긴 4월 30일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발의한 일이다. 이는 흩어졌던 보수에 새로운 구심점을 제공했다. 윤어게인 행보를 보인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부했던 전국의 국민의힘 광역자치단체장 출마자들도 이 이슈를 중심으로 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뭉쳤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그들에게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정, “말조심” 당부해 놓고 본인이…李, “성공 아냐”
조작기소 특검법은 보수의 결집만 촉발한 게 아니다. 중도층의 이탈도 초래했다. 한국갤럽이 사전투표 한 주 전인 5월 19~21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64%를 기록했다. 보수성향이 강한 대구·경북(TK)에서 53%, 부산·울산·경남(PK)에서 59%로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45%에 불과했다(무선 전화 면접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대통령은 잘하는데 민주당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인 셈인데, 부정적 평가의 중심에 정 대표가 있었다. 특검법 논란이 거센 속에 정 대표의 연이은 말실수가 터졌다. 대표 사례가 5월 3일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하정우 후보 지원 유세 당시 한 ‘오빠’ 발언이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 시작 전부터 말조심을 당부했던 장본인이었지만, 선거 막판까지 말실수를 저질렀다. 심지어 사전투표 전날인 5월 28일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이 지원 유세에 나선 것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이명박’을 ‘이재명’으로 부르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거의 팀킬 수준의 발언이었다.
텃밭 호남에서는 정 대표의 사심 공천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대리비 지급 의혹으로 공천 직전에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관영 전북지사 경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전북은 물론 광주 전남에서도 무소속 출마자가 속출했고, 조국혁신당 후보가 선전했다. 그 결과 민주당의 텃밭 중에서도 텃밭인 전남에서 기초자치단체장 자리 3곳을 무소속에, 2곳을 조국혁신당에 내줬다. 정 대표의 처가가 있는 강진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강진원 강진군수 당선인은 “차영수 민주당 후보하고 싸운 게 아니다”라며 “정 대표와 중앙당하고 싸웠다”고 지역 민심을 전했다.
지방선거 전에도 당내 친명계 사이에서 정 대표 교체 여론이 높았던 터다. 당청 갈등 때문이다. ‘명청대전’으로도 불린 이 갈등의 핵심 원인은 정 대표의 대권 욕심이다. 대표에 오르고 보니 차기 대권주자가 되고 싶었을 것이고, 그래서 당권을 쥐고 있는 동안에 존재감을 키우는 동시에 당내 조직 기반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법안과 일련의 내란죄 처벌 특검법안 처리에 속도를 낸 이유도, 국민의힘을 내란 프레임으로 압박한 이유도, 전 당원 1인 1표제 도입을 강행한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런 강경 일변도 노선이 당청 갈등을 유발했을 뿐만 아니라 정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 상승을 초래해 지방선거에서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 내내 전국을 돌며 광폭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이런 행보가 TK와 PK 지역에서는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왔다.
지방선거 직후 정 대표에 대한 책임론을 넘어 사퇴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 대표가 당청 갈등을 유발하면서까지 자기 정치에 집중한 것은 연임을 달성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자기 정치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방선거 닷새 뒤인 8일 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길 것을 졌다거나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면 문제가 다르다”며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본인이 이길 수 있는 판을 짰는데, 정 대표가 말아먹었다는 뜻이다. 이후 사퇴 압박은 더 거세지는 형국이다. 이미 8월 17일 전당대회에서 교체하기로 마음먹고 빌드업에 나선 모양새다.
장, ‘선거 저승사자’ 별명…‘바지 사장’으로 임기 채우나
지방선거에서 텃밭인 TK 지역 광역단체장은 물론 경남지사와 서울시장 자리를 지켰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으로부터 3석을 뺏어온 장동혁 대표는 사퇴 압박을 다시 받고 있다. 그 나름대로 선방했지만 그것을 장 대표의 공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박완수 경남지사도 평택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유의동 의원도, 심지어 원조 친윤계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까지도 선거기간 내내 장 대표와 거리를 뒀다. 반면 장 대표가 열심히 지원 유세에 나선 곳에서는 모두 패했다.가장 먼저 치고 나온 인물은 국회의원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한동훈 의원이다. 한 의원은 5일 한 방송에 출연해 장 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 “정치 특히 리더란 건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도 같은 날 한 방송에 출연해 일각에서 장 대표가 ‘선거의 저승사자였다’고 얘기한다며, 장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줄곧 장 대표 사퇴와 혁신선대위 구성을 주장했던 오세훈 시장까지 여기에 가세하는 분위기라 책임론은 더 확산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의 주류 당권파는 장 대표를 비롯한 친윤계다. 현역 국회의원 숫자에서 압도적인 그들이 장 대표의 사퇴를 허락할까. 가능성은 지방선거 전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다. 그들에게는 배제의 대상이자 공포의 대상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의원이 살아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권파에게 가장 중요한 현안은 2028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는 일이다. 그때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내 주도권을 유지해야 한다. 장 대표도 그들에게는 어차피 바지 사장 격이다. 장 대표가 만약에 사퇴하면 다른 바지 사장을 내세워야 한다. 번거로운 일이다. 어지간하면 장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총선 공천권을 장악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편이 손쉽다. 장 대표가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혹여 보수 지지층 내에서 여론이 비등해 장 대표를 사퇴시킬 수밖에 없다면, 그들은 관리형 비대위를 거쳐 새로운 친윤계 지도부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할 것이다. 현재 친윤계 가운데 유력 대권주자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 대표 역시 바지 사장 성격이 강한 인물이 될 전망이다. 장 대표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을 테고, 그 역시 ‘윤어게인’과 절연하긴 어려울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친윤계 정점식 의원이 선출된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 그렇게 그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레임덕과 그에 따른 반사적 이익으로 2028년 총선을 치르려들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의원의 공세가 거세겠지만, 계파 규모 차이로 말미암아 어차피 그들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 사이에 한동훈 의원의 복당을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오 시장의 당내 조직 강화 노력을 무산시키면 된다. 그러다가 이 대통령의 레임덕도 오지 않고 정당 지지율도 오르지 않으면, 총선을 1년 앞둔 내년 여름 즈음부터 혁신과 통합 쇼를 벌이면 된다. 개혁신당과 통합도 그때 추진하면 된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도 장 대표에게는 원군이다. 사퇴론에 힘이 붙기 전에 이 문제가 불거짐으로써, 장 대표는 한숨을 돌린 격이다. 장 대표는 재선거론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 문제는 부정선거를 굳게 믿는 극우 세력은 물론 선거관리에 소홀했던 중앙선관위에 불만이 많은 일반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사퇴론 초기 진압이었는데, 적어도 그 목표는 이미 달성한 모양새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6월 4일 경기 평택 선거사무소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있다. 뉴스1
조, 낙선으로 복구 힘든 타격…조국혁신당 의원 선택은?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패한 조국 전 대표는 6월 4일 곧바로 사퇴했다. 다음 전당대회 때 대표 출마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도 이번 선거에서 당선됐다면 곧바로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을 것이다. 낙선했을 뿐만 아니라 3위에 그친 결과는 복구가 힘들 정도의 타격을 입혔다. 선거 과정에서 같은 편인 김용남 민주당 후보를 과도하게 공격한 사실도 그동안 진보진영 내에서 쌓아온 그 나름의 명성을 훼손하기에 충분했다.조국 없는 조국혁신당 소속 국회의원 12명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까. 결국 민주당과 합당할까. 일각에서는 조국 전 대표의 낙선으로 합당이 어려워졌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이번 선거로 ‘주군’의 존재감이 약해졌을 뿐만 아니라 합당 과정에서 기대할 수 있었던 프리미엄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낭인 집단으로 떠돌기보다는 민주당 소속으로 활동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조 전 대표보다 나쁜 상황에 처한 인물은 이준석 대표다. 제2의 이준석이 전국에서 속출하기를 기대했지만, 기초의원 1명을 배출했을 뿐이다. 정당 지지율을 높여 지방의회 비례대표 의원이라도 여럿 탄생시켜야 했지만, 이조차 달성하지 못했다. 당내 인지도가 높은 인물도 마땅치 않아 당대표를 사퇴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다. 정상적이라면 혁신 비대위라도 만들어야 하지만 그조차 여의치 않다. 이 정도 당세라면 향후 보수 대통합 과정이나 국민의힘과 합당 과정에서 힘을 쓸 수 없다. 당연히 대권주자로서 이 대표의 존재감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향후 국민의힘과 통합 논의도 흡수 합당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지방선거가 주요 정당 대표들에게는 악몽으로 남았지만, 국민적으로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려야 한다. 모든 정당이 방심하면 안 되는 절묘한 황금분할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의도적인 오독은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각 정당의 대표 그리고 소속 국회의원들은 민심의 의미를 잘 읽고 제대로 구현해야 한다. 하지만 여야가 큰 쇄신 없이 기존의 정치 문법을 답습하려 한다면, 오히려 그 역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여 우려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