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구 전 충남지사(왼쪽) 사찰 내용이 담긴 ‘원충현 수첩’
민주당은 사찰 문제의 파장을 길게 가져가려는 듯 여러 번에 걸쳐 공개했다. 2010년 10월21일 박영선 의원은 ‘BH 지시사항’이 적힌 수첩 내용을 제시했다. BH는 청와대(Blue House)의 약자라고 한다. 12월7일 이석현 의원은 ‘2B’라고 적힌 수첩 쪽지를 내놓으면서 “2B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인 것 같다”고 했다.
‘신동아’가 입수한 50여 쪽의 이 수첩 메모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이혜훈 의원, 서상기 의원, 이완구 전 충남지사, 이세웅 전 한국적십자 총재, 김광식 전 한국조폐공사 감사, 신필견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이철 전 코레일 사장,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 경북대병원의 동향정보를 조사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전파효과 : 몰랐다
수첩에는 “7. 31. 동향보고 수신자”라면서 “경찰청 - 이OO, 국정원 - 양OO, 사회수석실 최OO, 인사수석실 장OO, 국정원 가OO”이라고 쓰여 있었다.
수첩에 기록된 “인사수석실”과 “사회수석실”은 청와대 부서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수첩이 작성될 무렵인 2008년 청와대 직제 표에 따르면 인사수석비서관 대신 인사비서관이, 사회수석비서관 대신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이 있었다.
수첩의 인사수석실과 사회수석실은 청와대 인사비서관실과 사회정책수석실의 오기(誤記)일 수 있었다. 아니면 적힌 내용이 현실과 다른 엉터리일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 청와대 직제 표에 따르면 청와대 인사비서관실과 사회수석실엔 수첩에서 동향보고 수신자로 지목된 장OO과 최OO라는 공직자가 실제로 근무하고 있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수집한 동향정보가 청와대로 보내져 공유되어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최OO씨는 보건복지부에서 청와대로 파견된 공직자였다.
수첩의 다음 장 쪽지에는 최OO씨에게 동향정보를 보고한 것은 청와대 내 엉뚱한 간부에게 보고한 것이고 이로 인해 전파효과(보안누설)가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한 수첩에는 최OO씨에게 보내라고 한 지시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옥신각신한 정황도 담겨 있었다. 정권의 블랙코미디 같은 행태라고 볼 수 있다. 다음은 관련된 쪽지 내용 중 일부다.
“최OO 국장에게까지 보낸 이유” “청와대 보고여부 → 국장이 지시” “판단” “전파효과 : 몰랐다” “보고 지시” “보고서를 작성하란 지시는 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와 고성 오가
수첩에는 또한 2008년 이완구 당시 충남지사가 ‘충남홀대론’을 펴고 있다는 이유로 이 지사의 비리를 채증(採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다음은 쪽지의 관련 내용이다.
“「시·도지사」” “이완구 충남지사” “「충남 홀대론」” “민생관련 치안협의회” “고함…결별 수순” “사무관 승진 7… 5…” “비리채증” “김우근(충남)”
이완구 전 지사는 자신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비리 채증 대상에 지목된 것에 대해 “이 정권이 망나니 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이 전 지사와의 일문일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