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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비판] “자위권 적용하면 교전 규칙 상관없다? 말도 안되는 난센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대응에서 드러난 10대 문제점

[직격비판] “자위권 적용하면 교전 규칙 상관없다? 말도 안되는 난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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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도를 바꾸면 안보가 강화된다?

[직격비판] “자위권 적용하면 교전 규칙 상관없다? 말도 안되는 난센스!”

연평도 사건이 발생한 11월23일 저녁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찾아 현황보고를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합동조사단의 발표 이후 정부는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를 발족시켰고 청와대의 국가위기상황센터를 국가위기관리센터로 개칭하는 등 일련의 제도적 개혁을 추진했다. 국방개혁에 대한 포괄적 재검토 작업 역시 적극 추진했다. 그러나 제도와 계획만으로 안보가 보장될 수 없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라는, 이미 존재하는 제도마저 중요한 위기국면에서 제대로 활용 못하는 부실한 운영능력은 외관만 리모델링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돌아봐야 할 점은 그간 안보문제나 위기관리를 귀찮은 사고처리 정도로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여부다. 정치적 입맛과 상관없이 최적의 인물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열린 사고와 유연성을 지니고 있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제도와 계획을 만든다 한들 본연의 취지를 모르면 소용이 없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국방개혁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계획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국방개혁의 요체는 군의 체질을 중장기 차원에서 미래지향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눈앞의 시급한 소요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개혁 계획 자체를 재검토한다는 발상으로는 당장의 안보도 미래의 ‘선진정예강군’도 기대하기 어렵다.

3 외교·경제만 잘되면 만사형통?

언제부턴가 정부는 ‘선진’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경제발전을 이루는 것만이 외교안보의 지상과제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이 말에 반박하고 싶은 이들은 천안함 사건이 정리단계에 들어선 7월 이후 정부 차원의 홍보·공보작업에서 1순위가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길 바란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의 경제적 지위가 국가안보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19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제도나 계획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국가안보를 의전이나 경제성장을 위한 하부요소로 취급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안보 그 자체가 독립적인 의미를 지니는 국가의 책무라는 인식의 전환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1차적인 존재의의가 있다. 이것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어떤 미래비전도 사상누각일 뿐이다.

4 한국의 국제사회 레버리지?

천안함 사건에서 확인된 또 하나의 문제는, 현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국제사회에서의 의전이나 외교적 수사를 우리의 능력과 동일시한다는 사실이다. 평소에 맺어둔 관계나 말에 근거해 우리가 외치기만 하면 주요국들이 지지해줄 것이라고 믿고 이를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표출하곤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당장 천안함 외교에서 중국의 행태는 이러한 신화가 얼마나 취약한지 단번에 드러냈다. 주변국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동의해줄 것이라는 정부의 자신은 헛된 것이었다.

가장 큰 지지세력이라고 믿은 미국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국가 간 관계는 끊임없는 거래와 이에 입각한 변환을 요구한다. 2008년 이후 한미가 전례 없이 지속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지만, 그 위에 미래를 위한 새로운 거래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국가의 역량을 사안별로 카드화하는 노력 없이 주변국에 대한 레버리지를 늘려간다는 발상은 대책 없는 낙관론에 불과하다.

5 북한은 조만간 붕괴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부는 과연 북한에 대해 군사적 균형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가. 혹은 조만간 국방예산 같은 ‘소모성 투자’가 필요 없는 상황이 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2008년 이후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북한 급변사태 전망을 보면, 또한 북한 체제의 갑작스러운 불안정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그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은 분명 긴요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사태에 대비하는 것과 그에 집착해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후자의 경우 그런 상황이 현실이 되지 않을 때 중대한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외교안보분야 요직에 있었던 한 정치인이 2010년대 중반경에는 남북 간에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체제가 정착될 것인 만큼 국방비를 줄여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는 국방개혁 논의가 막 출발하던 시기였다. 어쩌면 당시의 정책결정자들은 어차피 나중에 대폭 삭감할 수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엄청난 국방예산 증가율을 용인해줘도 될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모르겠다. 정반대 방향이긴 하지만 현재도 비슷한 미망이 꿈틀댄다. 당장은 북한이 도발을 이어가지만 그 생명력은 이제 2~3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우려되더라도 잠시만 참으면 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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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습│안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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