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독재’ 프레임… 스타워즈·나치·남미 비유
‘독재·불법·막말 논란→ 비호감’ 높이는 구도
“베이지색 니트 입은 독재자 없어”
金, 내란 + 전광훈 ‘극우’ 프레임
‘김문수 내란’이 ‘이재명 독재’ 추월
‘청빈한 내란 세력’… 민주당의 형용모순
후보 공신력과 카리스마가 프레임 전쟁 승패 결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5월 14일 경남 통영시 강구안 문화마당 인근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월 14일 경남 밀양 내일동 밀양 관아지 앞을 찾아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5월 10일 폴리뉴스-한길리서치 조사와 11~12일 글로벌이코노믹-한길리서치 조사는 김문수→ 한덕수(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문수로 국민의힘 후보가 바뀌다 김문수로 확정되는 상황을 반영한다. 두 조사에서 이재명·김문수 후보 모두 지지도가 올랐고, 그 격차가 16.2%포인트에서 11.3%포인트로 줄었다. 3위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6.3%에서 5.7%로 조정됐다. 1·2위 후보 지지세가 일부 결집하는 가운데 2위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이다(그래프1.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이재명 후보가 집권해선 안 되는 명분’의 핵심어는 ‘독재’다. 반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김문수 후보가 당선돼선 안 되는 명분’의 중심에는 ‘내란’이 있다. 두 진영 모두 상대에게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다.
저명한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 전쟁’이라는 책에서 미국의 진보 정치세력이 선거에 지는 주된 이유를 “프레임의 패배”로 규정한다. 프레임은 문자 그대로는 ‘창틀’로, 개념적으로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뜻한다. 선거에서는 ‘우리 후보를 상대편 후보보다 도덕적 우위에 두게 하는 관점’으로 이해된다.
프레임 전쟁에선 ‘대중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단순한 말을 반복하는 전략’이 자주 사용된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 후 실시된 2017년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홍준표 자유한국당(옛 국민의힘) 후보에게 사용한 “적폐”, 홍 후보가 문 후보에게 사용한 “종북좌파”가 이러한 전략에 해당한다.
선거판의 프레임 전쟁
프레임은 진실한가. 프레임은 도덕을 다루고, 도덕은 진실에 기초해야 한다. 그러나 이 대목에 프레임의 역설이 있다. “프레임과 진실이 충돌할 때 프레임은 남고, 진실은 튕겨 나간다”라고 레이코프는 단언한다.이번 조기 대선에서도, 지난번 조기 대선에서처럼 ‘도덕’이 유난히 강조된다. 쟁점은 형사사건 범죄, 막말, 탄핵, 내란 같은 불법·일탈 논란이다. 이번 대선의 향배를 결정할 ‘이재명 독재’ 프레임 대 ‘김문수 내란’ 프레임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이재명 포비아(공포)’로도 불리는 독재 담론의 얼개는 이렇다.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입법·행정·사법 권력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민주당과 그 우호 정당들은 3분의 2에 육박하는 의석을 갖는다. 국회 권력으로 대통령 탄핵소추를 끌어냈다. 이재명 후보는 89.77%의 경선 득표율에서 확인되듯, 민주당과 입법부를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비친다. 대통령이 되면 행정 권력도 넘겨받는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막혀 있던 쟁점 법안들도 모두 발효시킬 수 있다. 그에 대한 형사재판 일정과 관련해, 법 개정과 인사로 각급 법원과 헌법재판소 재판에도 개입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삼권분립이 삼권 집중으로 바뀔 수 있다.’
당권·입법권과 관련해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민주당 내에 이재명을 제어할 세력이 없다”라고 주장한다. 최근 쟁점은 사법부 문제로 옮겨간다. 이재명 후보는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으며,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원은 이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상태다. 고법이 형량을 정해 대법원이 확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고법 재판부는 5월 15일로 예정된 첫 공판기일을 대선 투표일 보름 후쯤인 6월 18일로 연기했다. 이번 연기에 대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사법부가 민주당의 권력 앞에 백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이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법적으로 재직 자격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5월 7일 민주당 주도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피고인이 대선에 출마하면 개표가 끝날 때까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종료까지 내란·외환죄를 제외한 공판 절차를 멈추게 한다. 또 ‘무죄, 면소, 형의 면제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때에는 그렇지 않다’라는 내용도 포함한다. 그러자 불리한 재판은 중지하고 유리한 재판은 계속하게 한다는 논란이 나왔다(한겨레 5월 9일 보도).
민주당의 이러한 움직임에 국민의힘 측은 한 사람을 위해 법을 만든다고 즉각 반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죄를 멈추지 못하니 법을 뜯어고쳐 죄를 없애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의 재판을 정지시키는 법안까지 마구잡이로 통과시키고 있다. 입법과 사법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에 행정부까지 넘어간다면 이재명 독재국가의 끔찍한 본편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유상범 의원은 “한 사람을 위해서 입법하고, 삼권분립에서 사법부를 압력에 굴복시키고 굴종하게 만들려는 정치 행위 아닌가?”라고 했다.
이 후보와 관련된 다른 형사재판 중 일부 공판 일정도 대선 이후로 조정됐다. 이 후보의 기일 변경 신청을 받아들인 결과로, 국민의힘 측은 정치적 해석을 제기한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주권 행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법원이 헌법정신에 따라서 당연히 해야 할 합당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스타워즈’ 서사구조 닮은 독재 프레임
‘이재명 독재’ 프레임은 정당·입법부 주도→ 대통령 탄핵→ 선거 승리→ 행정부 주도→ 법안 개정→ 사법부에 대한 영향력 확대 수순을 예상한다. 이는 영화 ‘스타워즈’의 서사구조와 닮은 측면이 있다.영화에서 은하공화국의 의회 권력을 쥔 쉬브 팰퍼틴 의장은 피니스 발로럼 행정 수반을 탄핵하는 일에 앞장선다. 팰퍼틴은 이후 선거에서 이겨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한다. 그는 “제가 곧 의회입니다”라고 선언한다.
사법부는 팰퍼틴의 독주를 견제할 유일한 시스템이다. 팰퍼틴은 자신에게 항거하는 세력을 진압하라고 부하에게 지시한다. 부하는 “그 일이 합법입니까”라고 묻는다. 그러자 팰퍼틴은 “내가 합법으로 만들 거야”라고 말한다. 입법권과 행정권을 쥔 사람이 자신의 편익을 위해 법안을 임의로 개정해 사법권을 종속시키는 것이다. 이 단계를 거쳐 은하공화국의 삼권분립 시스템은 해체된다.
팰퍼틴은 “저는 민주주의를 사랑합니다. 공화국을 사랑합니다. 공화국을 새롭게 재편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민주주의’와 ‘개혁’의 이름으로 은하공화국은 제국으로 바뀐다. 반대 정파에서 일부(다스 베이더)가 투항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소탕된다. ‘스타워즈’의 줄거리는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고 현실과는 무관하다. 다만 삼권분립의 형해화가 상상 이상으로 쉽고 자연스러우며 결과가 참혹하다는 점을 암시할 뿐이다.
‘이재명 독재’ 프레임은 일부에서 역사적 사례인 나치 정권과 유사한 전개를 연상시킨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히틀러의 나치(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는 총선 승리 후 전권위임법을 통해 보수성향 유력 정당인 독일국가인민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을 해산했다. 당시 정당해산은 총통 독재의 길을 열어젖힌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내란이나 외환 혐의로 형이 확정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자동으로 해산 심판을 받게 한다’라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이러한 입법 활동은 보수성향 정당인 국민의힘의 해산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당사자인 국민의힘은 “이재명이 유죄가 나오면 민주당도 해산하라”라고 감정적으로 반박했다. 정당 해산과 관련된 논의가 대선 전에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며 정당 간 의례적 감정싸움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 후보 당선 시 정당해산 여부를 결정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정당해산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된다. 결정 선고 즉시 해산되고, 재산은 국고에 귀속된다. 소속 국회의원들은 직을 잃는다. 해산된 정당의 강령·기본정책과 유사한 정당을 다시 만들 수도 없다.
나치의 전체주의는 정당해산에서 시작됐다. 보수성향 유력 정당을 겨냥한 민주당 일각의 해산 발의는 우려를 낳는다. 이는 이재명 독재 프레임의 완화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하다.
우리나라 상당수 국민은 민주주의를 보편적이고 불가역적 제도로 여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여러모로 사실과 다르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의 자유를 놓고 보면,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것 같은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에서도 텔레비전 방송은 정치권력의 입김에서 별로 벗어나 있지 않다. 드넓은 아시아에서 언론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된 나라는 한국, 일본, 대만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기본권의 보루인 사법부의 독립과 삼권분립도 여러 국가에서는 일반적이지 않다. 한때 삼권 분립이 잘돼 있다가 퇴행하기도 한다. 대법관 수 증원을 통한 사법부 통제가 대표적 사례다. 레흐 카친스키가 막후에서 군림한 폴란드는 대법원법을 개정해 대법관 수를 120명으로 늘렸다. 이를 통해 대법관의 60%를 친정권 성향 인물로 구성했다. 이는 사법부 독립성 훼손으로 연결됐다. 비슷한 방식으로, 남미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도 대법관을 20명에서 32명으로 늘리면서 이 12명을 여권 성향으로 채웠다. 한 연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서 이후 10년 동안 정부의 뜻에 반하는 대법원 판결은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5월 2일과 8일 현 14명인 대법관 수를 각각 30명으로, 100명으로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법관의 수를 증원함으로써 사회적 다양성이 반영된 대법원 구성을 가능케 하겠다”라는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진보성향 대법관을 늘려 대법원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라고 반박한다. 주진우 의원은 “독재 발상이 드러났다”라고 주장했다. “대법관 임기 6년을 헌법에 규정한 것은 입법·행정권과 분리·견제하라는 뜻인데 민주당이 입법·사법·행정을 모두 갖고 민주노총이 공영방송 경영권을 행사하면 언론까지 장악된 완벽한 독재국가가 된다.”
이재명 지지자의 속마음

‘골목골목 경청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5월 11일 전남 해남군 해남읍 인근 광장에서 연설을 마친 뒤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 후보는 옅은 톤의 카디건을 입어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했다. 뉴시스
이 후보는 출마 선언 영상에서 포근한 느낌의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나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국익이 최우선이다”라는 탈이념적 메시지를 전했다. ‘골목골목 경청투어’를 다닐 때도 비슷한 톤으로 스타일을 맞췄다. 이러한 모습은 중도를 지향하는 여유 있고 온화한 이미지를 느끼게 한다. ‘독재할 여건이 주어진다고 해도 부드러운 성품상 그렇게 하지 않는다’라고 웅변하는 듯하다. 그의 패션과 관련해 일부 지지자는 “베이지색 니트를 입는 독재자는 없다”라고 말한다.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자는 대체로 ‘이재명은 집권 후 독재정치를 하지 않거나, 그렇게 보일 만한 소지가 일부 있더라도, 문제 될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문재인 정권 5년을 이미 경험한 부분이 작용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 후 집권한 문재인 정권은 한동안 선거마다 연전연승했다. 행정권과 입법권을 모두 가졌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 진보 성향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법조인을 사법부 요직에 기용해 사실상 사법부에 대해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문재인 정권 때도 삼권분립이 흐트러져 대통령에 집중되는 양상이 어느 정도 발생했다. 그러나 그 시절을 독재정권 시기라고 평가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지지자들은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유사한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여론 지지도를 무시하면서 국민 의사에 반하는 방향으로 국정을 일방적으로 운영하긴 힘들다’라는 시각도 있다.
‘국회입법예고’에 있는 민주당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의안번호 2210375)은 대법관 증원 사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민주당 측은 이러한 내용이 대법관 증원을 정당화한다고 주장한다.
“대법관 1인당 연간 약 5000건에 달하는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업무가 과중함. 심층적 심리와 숙의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상당수 사건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종결되는 구조 속에서 상고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심화되고 있음. 최근 10년간 임명된 대법관과 후보자 중 상당수가 50대 남성, 고위 법관 출신, 특정 대학 출신에 집중되어 있어 구성의 획일화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적폐 수사로 60여 명을 기소하는 등 경쟁자인 보수 세력을 모질게 핍박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이재명 후보가 집권하면 이전 정권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한 조사가 강도 높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일부 지지층은 사법적·정치적 청산을 응원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즉 이재명 독재는 설령 발생해도 ‘보수를 향한 공격’이 주가 되리라 예상되므로, 이재명 독재 프레임은 대선에서 이재명 지지층을 이반시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법관 증원, 보수 유력 정당 해산, 대법원장 국정조사·특검 관련 건은 이전 진보 정권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이어서 삼권분립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대통령 재임 중 형사재판 중지는 위헌 논란을 일으킨다. 보수층이 이재명 후보 집권 시 권력 집중 가능성을 심각하게 여기게 되면, 이들은 대선에서 반(反)이재명으로 결집할지 모른다. 이재명 독재 프레임은 중도층·부동층의 표심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대선에는 이 후보를 공격하는 독재 프레임만 있는 게 아니다. 상대편 김문수 후보를 괴롭히는 내란 프레임이 병존한다. ‘독재에 대한 공포’와 ‘내란에 대한 분노’가 경합하는 셈이다. 따라서 프레임 전쟁에서 이 후보가 일방적으로 밀리진 않을 듯하다. 이미 얻어놓은 지지도 포인트가 많은 이 후보가 현재로선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내란만 있으면 싱거운지 전광훈까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후보로 확정된 직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상승을 경험했다. 국민의힘 후보가 김문수에서 한덕수로 교체됐다가 김문수로 재교체되는 과정은 “이러고도 무슨 낯으로 국민에게 표 달라 하나”(조선일보 사설)라고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선 “당원들의 합리적 선택” “국민의힘의 정당 민주화” “사실상의 단일화”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우여곡절 끝에 대선후보가 된 김 후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이재명 후보를 맹추격해야 한다. 그러나 ‘내란’ 프레임은 갈 길 바쁜 김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민주당은 김 후보에 대해 “후보 바꿔치기 막장극을 연출한 내란 정권의 장관 출신 극우 후보”라고 쏘아붙였다. 한민수 민주당 선거대책위위원회 대변인은 “내란의 완전한 종식을 위한 조기 대선에 내란 수괴가 임명한 장관을 내놓다니 참혹하다”라고 했다. 공격 포인트는 역시 ‘내란’이었다.
다만 내란만 있으면 싱거운지 ‘극우’를 결합하고 ‘전광훈’(목사)을 끌어들인다. 민주당 측은 “김문수를 뽑는 건 전광훈을 뽑는 것”이라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들은 다시 제2, 제3의 내란을 시도할 것이다.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도둑질하려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네이버데이터랩을 통해 5월 1~12일 ‘김문수 내란’ 프레임과 ‘이재명 독재’ 프레임의 상대적 검색량을 살펴보면, 후자는 5월 7일 최다 검색량을 기록했다(그래프2). 그러나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되는 5월 10일 이후 검색량에서 ‘김문수 내란’은 증가세를 보이다 ‘이재명 독재’를 추월했다. 김 후보의 처지에선 안 좋은 쪽으로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것이다.

김 후보의 일부 언행은 내란과의 접점으로 활용된다. 비상계엄 이틀 뒤 김문수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통령께서 계엄을 선포할 정도의 어려움에 처했다”라고 말했다. 며칠 뒤 국회 본회의에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국무위원들에게 내란 사태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김문수 장관은 유일하게 일어나지 않은 채 거부했다. 2월 전광훈 목사가 내란 선동 혐의로 입건됐을 때 김문수 장관은 국회에서 “전 목사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목사”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국무위원들이 비상계엄 사태에 관해 대국민 사과를 할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던 김문수 후보(맨 뒷줄 왼쪽)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뉴시스
그러나 김문수 후보 처지에서 계엄을 넘어 탄핵에 대해까지 사과한다면, 자기 손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다면, 그는 금쪽같은 핵심 지지층 일부를 잃을 수 있다. 이들은 많은 시간 거리 시위에 참여하거나 정치 유튜브를 보면서 탄핵에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김 후보의 일관된 스탠스도 흐트러진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은 득보다 실이 클지 모른다. 중도층과 핵심 지지층을 모두 붙잡을 사과와 절연의 적정 수위를 찾기 힘들다는 게 김 후보의 딜레마다.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당을 나가준다면…’ 이런 바람도 가질지 모른다. 어쩌면 대선 투표 당일까지 탄핵의 뒤끝은 작렬할 수 있다.
유머러스해진 김문수 내란 프레임
그러나 수세에 몰릴 뻔한 김 후보에게 뜻밖의 곳에서 구원의 복음도 전해진다. 김민석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5월 1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문수 후보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한덕수 무소속 후보로 후보 교체를 시도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한 후보를 비난하면서 김 후보를 옹호한다.“시대착오적인 뉴라이트 극우이지만, 청빈한 삶을 추구하며 20억 원 이상의 당비를 오랜 기간 꾸준히 내오다 합법적 경선 절차를 거쳐 선출된 후보” “자기 당의 후보 교체 공작으로 억울하게 척살당한 오늘의 상황에 같은 정치인으로서 깊은 안타까움과 유감의 뜻을 전한다.”
20억 원 당비 납부는 김 후보가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쓰고 남은 후원금을 당에 기부한 점을 지칭한 ‘미담’이었다. 특히 이재명 후보 선거캠프의 최고 윗선에서 나온 “청빈한 삶” 표현은 김 후보에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도움이 됐다. 이 표현에 따르면, 김문수는 ‘청빈한 내란 세력’이 된다. 김문수 내란 프레임은 형용모순에 빠지고 유머러스해진다.
김문수 후보가 최종 후보로 확정되자 김민석 위원장은 태세를 전환해 김문수 공격에 나섰다. 그러나 여러 매체는 김 위원장의 말 바뀜에 더 주목했다.
“김민석 ‘김문수, 청빈한 삶’ 평가 하루 만에 ‘尹 아바타’” (채널A)
“‘청빈한 김문수’ 짠하게 여기다…‘문수 어게인’ 되자 하루 만에” (JTBC)
“‘청빈한 후보’→ ‘윤석열 아바타’” (YTN)
법적으로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연관이 없어 보인다.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그는 비상계엄을 논의한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조사를 받거나 입건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내란 정권의 장관 출신’ ‘내란 수괴가 임명한 장관’이라는 프레임은 연좌제로 느껴질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내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나, 이 혐의는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형사재판을 받는 이재명 후보 측이 주장하듯, 확정판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내란 수괴’ 같은 표현은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신중하게 사용될 필요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도 결정문에서 “이 사건에서 내란죄 등 형법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은 없었더라도 그와 관련된 사실관계에 대한 심리를 거쳐 헌법 및 계엄법 등 위반에 대한 판단을 하고”라고 했다. 내란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의 측면에서 보면, ‘내란’ 프레임에서 언급되는 내란이 실제로 있었는지는 법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면 ‘내란’에서 ‘불법 계엄’으로 표현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밋밋한 용어로는 선거의 이목을 끄는 프레임을 만들 수 없다. 결국 레이코프가 말하듯, 프레임과 진실은 충돌한다. 그 결과, 진실은 튕겨 나가고 내란 프레임은 그대로 남아 있다.
공신력·카리스마가 결과 가를 듯
김 후보는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참여한 30대 김용태 의원을 국민의힘 대표 격인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또 계엄에 대해 사과했다. “계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경제, 국내 정치도 어렵지만 수출, 외교 관계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비상계엄 이후 경기가 나빠지고 매출이 줄었다고 호소하는 자영업자와 기업인이 적지 않다. 김 후보의 인선과 사과는 이들의 화난 마음과 고통을 조금 위로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한 번으로 충분한 해법이 되진 않는다. 내란 프레임은 언제든 다시 강화될 수 있고 투표에 영향을 줄 게 확실하다.
선거의 메시지는 누가 말하는지에 따라 유권자에게 주는 효과가 달라진다. 독재 프레임과 내란 프레임도 마찬가지다. 결국 그 메시지를 말하는 후보들의 공신력과 카리스마가 프레임 전쟁의 결과를 결정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