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호

“‘여권 이탈’ 제약적이나 ‘중도·보수층 결집’ 가능”

[6·3선거 막판 변수 | ②‘뜨거운 감자’ 부동산] ‘규제 중심’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그 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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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6-05-29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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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월세 상승률 10년새 최고치…무주택자 불만↑

    • “수요 억압 않겠다”던 李, 당선되자 규제 중심

    • 다주택자→비거주 1주택자…규제 대상 확대에 불안

    • ‘빌라·생숙’ 정원오, 단기 임대 의혹 조국 ‘논란’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Gettyimage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Gettyimage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채수빈(31·가명) 씨는 요즘 달력을 볼 때마다 가슴이 턱턱 막힌다. 전세 만기까지 남은 기간은 이제 6개월 남짓. 서둘러 발품을 팔아보지만, 1년 사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세 가격 앞에서는 ‘도저히 이 돈 주고 전세를 살 순 없다’는 생각만 든다. 그렇다고 월세로 눈을 돌리자니 상황은 더 빠듯하다. 보증금을 낮추려면 서울 외곽 아파트조차 월 200만 원 안팎의 임대료를 내야 해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의 월급이 고스란히 주거비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채 씨는 “정부 정책에 따라 대출이 제약됐고, 전세 기한도 남아 한동안 회사 일에 집중했는데, 순식간에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가 6·3지방선거 막판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만 1년을 맞는 시점에서 치러지는 첫 선거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초 “부동산 투기 제로”를 선포하며 강한 드라이브를 건 만큼 정책성과에 대한 평가가 투표에 반영될 공산이 크다. 특히 당초 여당 우위로 흘러갔던 선거가 최근 영남권과 서울을 중심으로 접전 구도로 재편되면서 야권은 부동산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전월세 상승률 10년새 최고치…무주택자 불만↑

    현 시점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전월세 문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서울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주택) 전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66% 상승했다. 2015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같은 기간 월세가격지수 역시 0.63% 올라 2015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세 시장이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월세 불안 심리는 여론조사에서도 감지된다.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5월 9~10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3%로 집계됐다(만 18세 이상 서울 시민 802명을 대상으로 실시, 전화 면접 방식,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잘못하고 있다”(42%)는 응답과 비슷한 수준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평가가 엇갈렸다는 점이다. 같은 조사에서 주택 보유자는 48%가 정부 정책을 긍정 평가한 반면, 무주택자는 38%에 그쳤다. 무주택자 가운데 정부 정책을 부정 평가한 이는 44%였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최근 전월세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무주택자들의 반감도 함께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주택 보유자의 경우 정부 규제의 직접 타깃이 되는 다주택자는 상대적으로 소수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부정 평가 비율이 다소 낮게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전월세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관련 문제는 수도권 표심을 뒤흔들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5월 5일 “전월세 문제는 2~3년이면 대책을 세우고 빌라나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 시설 등을 활용해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해 야권의 공격을 받았다. 정 후보 측은 “단기 대책을 설명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전세 사기 등을 우려하는 무주택자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 후보는 30대 때 왕십리역 초역세권의 준신축 단지였던 서울숲삼부아파트에서 임차 생활을 했고, 37세 때 해당 아파트 단지의 다른 매물을 매입했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는 색다른 전월세 논란을 겪었다. 당초 부산 출신인 조 후보는 평택을 “제2의 고향”이라 명명하며 “뿌리를 내리겠다”고 밝혔었다. 그는 4월 21일 평택시 안중읍의 한 아파트를 구했는데, 선거일 이후 계약이 마무리되는 2개월짜리 단기 월세로 계약했다는 의혹이 퍼지며 빈축을 샀다. 조 후보 측은 “급하게 매물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2개월 계약으로 계약서를 썼다가 며칠 뒤 본계약 때 1년으로 계약 기간을 정정했다”고 해명했다. 조 후보는 서울 서초구의 삼익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평택으로 이주하면 서울 집도 처분할 것이냐”는 질문에 “(재건축이) 완공된 이후 팔라는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매도 여부는 그때 판단할 문제”라고 답한 바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둘러싼 논란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 중심’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6·27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했고, 10·15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 12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수요 억압 않겠다”던 李, 당선되자 규제 중심 

    올해 들어서는 세금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이다. 5월 9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시행한 데다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축소, 보유세 강화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5월 29일 “부동산 정책은 세금으로 수요를 억압해 가격 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 공급을 늘려 적정 가격을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는데, 정작 집권 이후로는 수요 억제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고강도 규제를 쏟아냈지만 정작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 대통령 취임 첫해인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8.98%였다. 2003년 통계 집계 이래 노무현 정부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올해 역시 서울 아파트값은 4월 넷째 주까지 2.65%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1.35%)을 크게 웃돌았다.

    1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점도 불만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만 해도 ‘다주택자’와 ‘1주택자’를 구분해 다주택자를 겨냥한 규제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1주택자를 ‘실거주 1주택자’와 ‘비(非)거주 1주택자’를 구분해 후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가 이동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5월 4일 기자간담회에서 장특공제 축소 논란과 관련해 “실거주에 대해 장특공제가 줄어든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히며 비거주 1주택자와 구분한 바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다주택자에서 비거주 1주택자로, 다시 실거주 고가 1주택자로 점차 대상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며 “결국 부동산을 가진 것 자체를 죄악시할까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이슈가 여권 지지층의 이탈보다 중도층 결집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현시점 부동산 문제로 민주당 지지자가 국민의힘 지지로 돌아서진 않겠으나, 중도층이나 보수층이 결집하는 효과는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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