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호

이념 넘어선 2030세대, 한국 정치 바꿀까

[6·3대선 | 4대 승부처 ③세대] 2030세대 보수화 현상, ‘현실 불안’ ‘미래 고민’ 복합 작용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2025-05-2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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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세대, 이재명 민주당 후보 지지율 가장 낮아

    • ‘조국 사태’ 겪으며 진보 진영 ‘내로남불’에 실망

    • 보수 가치와 동떨어진 모습 보인 국민의힘도 외면

    • 실천가능한 해법, 책임 있는 태도가 표심 좌우

    요즘 우리나라 2030세대 사이에 보수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강경 보수 집회에서 젊은이들이 단상에 올라 연설하는 모습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여론조사에서도 젊은 층이 보수정당이나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5월 8일 발표된 전국 지표조사(NBS :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5월 5~7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가장 낮은 세대는 20대로 나타났다. 또한 30대 역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다른 후보들의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는 다른 세대에서 보기 힘든 현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6·3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5월 1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첫 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6·3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5월 1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첫 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월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월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5월 12일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를 찾아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5월 12일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를 찾아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독일 젊은 층이 보수화한 까닭

    이러한 젊은 층의 보수화 경향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유럽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특히 독일이 대표적 사례다. 독일에서는 젊은 층이 극우 정당인 AfD(Alternative fur Deutschland)를 지지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독일 젊은 층이 이처럼 보수화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외국인 수의 급증을 꼽을 수 있다. 독일은 메르켈 정권 당시 유럽 다른 국가들에 비해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했다. 실제로 독일에 가보면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일하는 종업원이 모두 외국인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외국인 수가 이 정도로 많아지면, 젊은이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외국인에 대한 반감(Ausländerfeindlichkeit)이 급증하게 된다. 현재 독일 경제가 호황이 아닌 상황을 고려하면, 젊은이들이 외국인 문제를 이유로 보수화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일자리 문제가 불거진다. 외국인이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극우적 사고가 확산할 수 있다. 독일의 높은 임대료 역시 중요한 문제다. 독일인 상당수가 임대주택에 거주하기 때문에, 임대료 상승은 심각한 불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서 이런 상황이 왜 진보 정당에 대한 지지가 아닌, 보수화 경향으로 나타나는지 궁금해진다. 이는 히틀러의 등장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경제가 악화하면 민족주의 성향이 고조된다. 즉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외국인이 자국민이 만든 이익을 가져간다는 생각, 외국인이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자국민에게 돌아올 몫이 없다는 생각이 퍼지기 쉽다. 열악한 경제 상황은 젊은 세대로 하여금 현재의 불만을 과거의 ‘영광’으로 대체하려는 심리를 자극한다. 이러한 ‘과거 지향성’이 파시즘의 핵심 속성이다. 이런 핵심 요소가 민족주의와 결합하면 파시즘의 전형적 형태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극우 성향이 재현될 가능성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젊은 세대가 ‘극우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보수화 경향에 유럽과 마찬가지로 경제 문제가 주요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표적 예로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때문에 아르바이트 자리가 급격히 줄어든 것을 들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은 소득주도성장을 표방하며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했다. 그 결과 많은 젊은이는 일자리를 잃게 됐다. 문재인 정권도 이런 부작용을 인지했는지, 이후에는 최저임금을 최소한으로 인상했다. 문재인 정권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정권 평균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문재인 정권 시절의 급격한 집값 상승도 젊은 층의 보수화에 영향을 미쳤다. 집값이 크게 오르면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한국 사회에서 ‘집’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집의 소유’가 중요한 이유는 단지 생활 방식의 차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불확실한 미래’와 깊은 관련이 있다. 유럽에서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다.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자기 것’을 일단 확보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 상징이 바로 ‘집’이다. 만약 우리 사회에서도 미래가 예측 가능하다면 집에 대한 집착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정치·사회 구조에서 미래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집값 상승은 젊은 세대의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었고, 이들은 ‘미래를 빼앗겼다’는 감정을 갖게 됐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권의 경제 실정으로 인해 젊은 층이 보수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젊은 층의 보수화에는 또 다른 요인도 있다. 이들은 586 혹은 686 세대와 달리, 특정 이념이나 진영을 ‘선(善)’으로 절대시하지 않는다. 586세대는 전두환 정권이라는 극심한 독재체제하에 젊은 시절을 보냈다. 이들은 독재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자연스럽게 좌파 이념에 끌렸고, 좌파 이념을 통한 독재 타도를 시대적 사명으로 여겼다. 그들에게 좌파·진보는 선이고, 보수·우파는 악이었다. 586세대 일부에게는 젊은 시절의 이런 사고방식이 ‘박제화’돼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유지됐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그러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있다. 그들은 보수를 타도해야 할 악으로, 진보를 추구해야 할 선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문재인 정권을 통해 진보가 반드시 선한 존재는 아니라는 점을 경험했다. 특히 ‘조국 사태’ 등에서 드러난 진보 진영의 ‘내로남불’과 ‘공정성’ 문제는, 젊은 세대에게 깊은 실망과 배신감을 안겨줬다. 그 결과 오히려 보수가 더 ‘솔직하다’라고 느꼈을 수 있다. 미국에서 정치적 올바름(PC) 운동이 쇠퇴한 것도, 과도한 올바름이 위선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젊은 세대 역시 진보 정치권에 대해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 이러한 불공정에 대한 분노는 불안과 좌절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조국 사태가 드러낸 진보 진영의 ‘내로남불’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발표한 ‘2023 청소년 가치관 조사 연구’에 따르면, 젊은 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안정, 자유, 공정, 애국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자유와 애국은 북한에 대한 반감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그간 북한에 포용적 태도를 보여온 민주당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반감은 보수정당에 대한 ‘상대적 선호’로 연결돼 젊은 세대의 보수화 현상이 강화됐을 수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젊은 세대는 일본보다 중국에 대해 더 큰 비호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들이 반중 정서를 이유로 민주당을 선호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으로 다소 모순될 수 있다. 왜냐하면 보수 정권이었던 박근혜 정부 역시 상당히 친중적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친중적’이라는 편견은 젊은 세대의 보수화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젊은 세대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권력에 대한 저항’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이 측면에서도 보수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데, 과거에도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항상 당시의 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젊은 층이 보수화됐다는 말이 있었고,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에는 다시 진보화됐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다 문재인 정권 시절에 다시 보수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이한 점은 윤석열 정권이 등장한 이후에도 젊은 세대의 보수 성향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젊은 세대가 민주당을 야당이 아닌 ‘권력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문재인 정권 시절 나타난 여러 가지 부정적 요소에 더해 윤석열 정권하에서도 민주당은 여전히 기득권으로 인식되고 있어, 젊은 층의 보수화 경향이 유지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젊은 층이 이러한 보수적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를 공유할 수단이 없다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불만과 정서가 공유되지 않으면 집단행동이나 정치권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감정과 사고의 공유 없이는 자기 생각에 대한 확신을 갖기도 힘들다. 이는 사회운동의 생성과 발전이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오늘날에는 SNS와 같은 뉴미디어가 ‘감정과 사고의 공유’를 위한 수단으로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진보 진영이 뉴미디어를 가장 잘 활용했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우파 유튜브 채널의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이 보수 성향의 젊은이들에게 감정과 정보를 공유하게 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이는 과거 진보 시민단체가 진보 세력에 제공했던 역할과 유사하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SNS 활동을 통해 젊은 보수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감정과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더 강한 자기 확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6·3대선 2030 투표율, 그리 높지 않을 것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젊은 층은 어떤 투표 성향을 보일까.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이번 대선의 투표율이 그리 높지 않을 가능성이다. 과거 계엄령 해제나 대통령 탄핵 시기에 시민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체감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촛불 시위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후 치러진 19대 대선의 투표율은 평균인 77%를 고작 0.2%포인트 상회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정치적 효능감이 높아지면 투표율이 상승한다는 일반적 정치학 이론이 우리 사회에서는 잘 맞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번에도 이러한 ‘예외적 현상’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19대 대선을 약 40일 앞두고 실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2017년 4월 1주차 정례조사)에 따르면,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도 조사에서 응답을 유보한 비율은 13%였다. 이는 20대 대선 당시와 유사하다. 20대 대선을 약 40일 앞둔 시점인 2022년 1월 4주차 한국갤럽 정례조사에서는 응답 유보 비율이 10%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유보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는 정치적 선택을 유보하고 있는 유권자가 많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번 대선 투표율이 높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젊은 층에서 투표에 소극적 비율이 높았다. 앞서 언급한 NBS 조사에서 나타난 대선 투표 의향을 보면, 2030세대의 투표 참여 의향 비율이 다른 세대에 비해 가장 낮았다. 

    젊은 세대가 투표에 소극적인 이유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젊은 유권자들이 갖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나 회의감으로 인해 뚜렷한 지지 후보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젊은 층의 정치적 독립성과 자기 판단이 강화되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을 수 있다. 과거처럼 특정 정당이나 인물에 대한 일방적 지지가 아니라, 정책이나 태도, 공정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투표 거부도 일종의 ‘정치적 의사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젊은 세대의 투표 행태는 기존 이념이나 세대 구도로는 쉽게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들은 단순히 ‘진보냐 보수냐’의 구도보다 어떤 후보가 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을 제시하는지, 공정성과 책임감 있는 태도, 그리고 신뢰감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SNS나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서로 의견을 공유하면서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주는 변수도 많아졌기 때문에 이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젊은 세대의 보수화 현상은 단순한 이념의 이동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불만과 실망, 그리고 공정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과거 세대처럼 특정 진영에 맹목적 지지를 보내지 않으며, 각 정권의 성과와 실패를 냉정히 평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이 이들을 단순한 ‘보수화’라는 프레임으로만 해석하려 한다면 오히려 이들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그런 만큼 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해법과 책임 있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할 점은 현재 보수정당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을 젊은 유권자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에서는 보수의 진정한 가치인 법치와 법치에 의한 공정 등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니 젊은 세대의 보수화 성향과 정치가 따로 노는 것이다. 보수적 가치가 공정과 법치에 있음을 보여줄 때, 비로소 젊은 세대는 이념과 현실을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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