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김부겸·김경수 낙선에 文 영향력 상실
22대 총선 이후 친문 와해, 친명계로 질서 재편
조국, 영향력 줄었으나…대권주자서 빠지지 않아
김어준 기획, 유시민 지원…조국 대권 시나리오
‘뉴이재명 vs 文어게인’ 민주당 전대 분수령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경수 전 지방시대위원장이 낙선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경수 선거캠프
친문이 부활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세력으로서의 친문은 이미 22대 총선에서 와해됐다. 최근에는 ‘문조털래유(문재인, 조국, 김어준, 정청래, 유시민)’라는 악의적 프레임마저 등장할 정도다. 남은 관전 포인트는 더불어민주당 차기 전당대회다.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의 정면 승부는 ‘친청·친문 연합 vs 친명’의 대결이다. 결과에 따라 차기 총선·대선 지형도 흔들린다. 친문의 생존과 부활은 과연 가능할까.
장고 끝 악수, 조국 낙선…김부겸·김경수도 실패
여야 차기 지형은 6·3지선 이후 급변했다. 보수는 플러스, 진보는 마이너스였다. 보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기사회생했다. 진보는 조국·김부겸·김경수 친문 삼총사가 낙선했다. 결과는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국민의힘 유의동 34.83%(민주당 김용남 28.77%, 조국혁신당 조국 27.24%, 자유와혁신 황교안 6.19%, 진보당 김재연 2.95%) △대구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53.92%(민주당 김부겸 45.05%) △경남지사 선거에서 국민의힘 박완수 51.28%(민주당 김경수 48.71%)로 당선했다.조 전 대표가 당초 거론됐던 서울시장, 부산시장, 부산 북구갑을 버리고 경기 평택을을 선택한 것은 장고 끝 악수(惡手)였다. 후보단일화 불발과 민주당 후보로 나선 김용남 전 의원에 대한 네거티브 일변도의 선거 캠페인도 문제였다. 조국 사태 이후 광범위했던 동정 여론이 완벽하게 증발했다. 조 전 대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민주당 탈당 이후 친문의 유일한 정치적 구심점이었다. ‘포스트 이재명’을 노리는 친명 차기주자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였지만, 이번 낙선으로 모든 게 허물어졌다.
김부겸 전 총리는 민주당이 대구시장 선거에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정치인이었다. 대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국무총리 경험도 있다. ‘대구의 GRDP(1인당 지역내총생산)가 33년째 전국 꼴찌’라는 사정과 ‘김부겸’이라는 인물 경쟁력은 대이변을 예고했다. 대구시장에 당선됐다면 민주당의 TK 차기 주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김 전 총리는 지역주의에 도전한 ‘바보 노무현’ 그 이상이라는 명예로운 훈장을 얻었을 뿐 현실정치의 공간은 더 좁아졌다.
김경수 전 위원장은 친노·친문의 적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도전과 승리, 집권 이후를 함께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경남지사로 재직할 때 ‘포스트 문재인’을 노렸지만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의 여파로 기나긴 정치적 휴지기를 가졌다. 이번 경남지사 선거는 친문 차기 주자로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지역주의의 벽은 예상보다 견고했다.
친문 몰락 아닌 3인방 개인의 실패?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친문 진영은 정치결사체로서의 위상이 사라졌다. 김진욱 신한대 특임교수는 “민주당 내부에서 친문의 부활 시도는 22대 총선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실패했다”며 “민주당 내부에서 친문의 각개약진은 가능해도 더 이상의 세력 확장은 불가능하다. 친문 좌장 역할을 할 사람조차 없다”고 지적했다.실제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을 시작으로 2022년 대선, 2024년 22대 총선 등을 거치면서 친문은 정치적으로 거세돼 왔다. 친문계 정치인 상당수는 친명계로 흡수되거나 당 외곽으로 이탈했다. 친명계 강성 지지층이 친문 수장인 문재인 전 대통령을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고 비난했을 정도다.
조국·김부겸·김경수 3인의 출마는 친문의 조직적 부활 시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친문 몰락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전 대표의 경우 선거 캠페인의 실패, 김 전 총리와 김 위원장의 경우 지역주의의 높은 벽을 절감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였다는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친문 간판스타의 낙선으로 친문 전체가 몰락한 건 아니다. 진영·이념 논리가 강한 86세대가 주축인 친문의 생명력은 오래됐고 질기다”라며 “여의도 외곽에는 진보 스피커인 김어준과 유시민이라는 장외 권력이 존재한다. 선거 패배에도 여전히 거대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조국·김부겸·김경수의 패배는 친문의 정치적 사망이 아닌 개인의 몰락”이라면서 “특히 대선주자급인 조국의 미래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1992년 대선 패배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국 유학을 벤치마킹해 총선 국면까지 정중동 행보를 이어간다면 차기 생명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목할 점은 조국(부산)·김부겸(대구)·김경수(경남)라는 친문 차기 주자들이 민주당의 대선 승리 방정식에 일정 정도 부합한다는 점이다. 87년 체제 이후 민주당의 대선 승리 공식은 △호남 몰표 △수도권 선전 △영남 분할이었다. DJP연대로 수평적 정권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이회창의 영남 득표력을 잠식한 ‘이인제 독자 출마’가 승리 요인이었다. 영남 출신인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 세력을 지원한다는 평가를 받는 김어준 씨와 유시민 작가. 뉴스1
김영삼의 ‘IMF 외환위기’와 문재인의 ‘윤석열 발탁’
추후 이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한다고 해도 친문의 정치적 부활은 불가능에 가깝다. 세간에는 ‘문조털래유’라는 괴상한 음모론마저 등장했다. 문 전 대통령이 묵인한 가운데 조국 대권·정청래 당권을 김어준이 기획하고 유시민이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민주당은 또다시 친문이 주도권을 쥐는 사실상의 ‘친문당’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게 골자다. 음모론이 실제 현실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무엇보다 친문 대주주인 ‘문재인’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바로 부동산정책 실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정치권에 데뷔시켰다는 원죄 때문이다.문 전 대통령은 재직 시절과 퇴임 후의 평가가 상전벽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모든 점수를 까먹은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문 전 대통령도 ‘윤석열’이라는 키워드 하나 때문에 집권기 이뤄냈던 모든 것을 부정당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초 △하나회 해체 △금융실명제 실시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등의 개혁 조치로 국민적 인기를 누렸다. 특히 하나회 해체는 대한민국을 쿠데타 불가능 국가로 만든 토대였다. 결정적 반전은 IMF 외환위기였다. 퇴임 이후 ‘경제를 망친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할 정도였다. 따지고 보면 문 전 대통령도 비슷한 처지다. △북·미 정상회담 △21대 총선 180석 대승 △코로나19 방역 등의 성과가 무색해졌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힐난은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사실상 동네북이 돼버렸다. 강성 친명 지지층은 문 전 대통령을 무능과 위선의 대명사로 거칠게 비난할 정도다.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을 주도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잉태와 집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이 잘 드러난다. 리서치뷰의 지난 5월 월례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서 전·현직 대통령 호감도는 박정희 27.9%, 이재명 27.6%, 노무현 20.3%, 김대중 5.9%, 윤석열 4.6%, 이명박 4.5%, 문재인 2.6%, 김영삼 2.5%, 박근혜 1.6% 등의 순이었다. 오차범위 이내지만 문 전 대통령의 호감도가 윤 전 대통령보다 낮다. 박상병 평론가는 “민주당 지지층조차 문재인 전 대통령을 싫어할 정도로 재임 시절 성과가 부족했다”며 “특히 서민 생활에 밀접했던 부동산정책의 실패와 윤 전 대통령을 키워낸 사람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李 정부 ‘친명천하’…친문 부활 가능성 ‘희박’
친문 대 친명의 주도권 다툼은 10년이라는 긴 역사의 산물이다. 민주당 판 ‘친이 vs 친박’ 혈투로 봐야 할 정도의 장기 난타전이었다. 2017년 19대 대선 경선 당시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과 이재명 대통령의 저돌적 공세가 파열음의 시작이었다. 이어 2018년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에서 이 대통령과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맞대결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2022년 20대 대선 패배는 결정타였다. 양측은 패배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친문은 대선후보로서 이 대통령의 자질과 도덕성을, 친명은 문 전 대통령의 수수방관을 문제 삼았다. 정권교체 이후 ‘윤석열’이라는 공동의 적을 앞에 두고는 22대 총선에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연대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공천 학살도 벌어졌다.
22대 국회에서는 이재명 사법리스크 논란과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당시 친명계는 검찰의 조국 수사에는 거세게 저항하면서, 검찰의 이재명 수사에는 사법리스크라며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친문 정치인들의 생명력 연장의 관건은 8월에 있을 민주당 차기 전당대회다. ‘뉴이재명 vs 문어게인’의 맞대결로 치러질지가 관심사다. ‘뉴이재명’은 이재명식 실용주의 정치의 상징으로 지지층의 외연을 중도 보수까지 확장시켰다. ‘문어게인’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정부로 이어지는 전통적 지지층을 더욱 중시한다.
친명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친청·친문 연합의 저력도 무시하기 힘들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당원 구조로만 본다면 친문이 친명에 밀리지 않는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친명 박찬대와 정청래 대표 간의 맞대결에서도 증명된 사례”라면서 “다만 정 대표에 대한 지선 패배 책임론의 파장이 워낙 커서 이번에는 통할지 다소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차재원 교수는 “친문이 민주당 전대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건 정치적 난센스”라며서 “조국은 다른 당이고 김부겸·김경수는 자치단체장 후보였으니 전대에 나설 수조차 없다. 모두 당선됐다 하더라도 극히 제한적 영향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욱 교수의 분석도 비슷하다. 김 교수는 “민주당 주류인 친명계는 친문의 입장을 환영하지 않는다. 특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은 외연 확장이 아니라 당내 분열”이라면서 “친문이 모두 당을 나가니 조용했는데 다시 들어오면 시끄러워지는 상황이 싫은 것이다. 지선 이후 입당은 투표권도 없기 때문에 전대에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차기 전대 상황은 복잡다단하게 전개 중이다. 우선 정청래 대표는 진퇴양난이다.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결과만 보면 ‘12대 4’로 승리했지만, 최대 승부처인 서울은 물론 경기 평택을·부산 북구갑을 놓쳤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면 국민들의 경고”라고 정 대표를 공개 저격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선거의 질이나 내용을 살펴보면 정말 심각한 패배”라면서 전대 불출마까지 촉구했다.

6월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6·10만세운동 기념식에서 김민석(오른쪽)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조국의 재등장 방식이 최대 변수
이는 이 대통령이 김민석 총리와 관련, “지난 1년 이재명 정부의 성과는 사실상 김 총리의 성과라 불러도 과히 틀리지 않다”고 칭찬한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민주당 차기 당대표와 관련해 이른바 ‘명심(明心)’이 개입한 것이다. 수세에 몰린 정 대표도 발끈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 출국길 환송 행사 불참 이후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며 의미심장한 언급을 남겼다.민주당 차기 전대는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명낙(이재명 vs 이낙연) 대전’ 수준의 네거티브 혈투가 불가피하다. 지선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노선 투쟁도 불가피하다. 서울은 집값 급등에 따른 경기도 이주와 고령화, 부동산 이슈 여파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 보기 어려워졌다. 서울 패배가 과연 민주당 전체의 전략 부재였는지, 코스피 8000에 취해 부동산 민심을 간과한 것인지, 정원오 후보 자체의 문제였는지는 논란거리다. 민주당 외곽의 친문 스피커들이 논쟁에 조직적으로 가세한다면 전대는 예측 불허 국면으로 흘러갈 수 있다.
정당의 목표는 집권이다. 전대 역시 대선이라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전쟁을 앞두고 병사, 무기, 식량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야말로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대선 준비도 마찬가지다. 인물난에 시달리기보다는 경쟁력을 갖춘 유능한 주자가 많을수록 좋다. 경선 흥행과 본선 예방주사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역대 대선 징크스도 흥미롭다. 노무현 정부는 친노 주자로, MB 정부는 친이 주자로, 박근혜 정부는 친박 주자로, 문재인 정부는 친문 주자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지 못했다. 현 정부에 대입하면 친명계 주자로는 어렵고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각에서 아직까지 친문계 대선주자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다.
조국 전 대표 등 친문 대선주자의 정치적 재기 여부에 따라 차기 지형은 복잡다단하게 변화한다. 전문가들의 판단은 대동소이했다. 차재원 교수는 “민주당의 위기는 차세대 리더를 발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뉴페이스가 없다. (차세대 리더가) 여전히 정청래, 김민석, 송영길, 조국 등 86세대라는 게 의문”이라면서도 “12석 정당의 대주주인 조국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2028년 총선 국면에서 지역구 출마를 통한 정치적 부활을 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진 원장은 “문조털래유 담론처럼 이재명 정부 이후 친문이 차기를 도모하겠다는 시나리오도 있다”며 “조국만큼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어떻게든 친문 대표 주자로 정치적 재기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팬덤을 둘러싼 찬반은 극심하지만 범여권 차기 주자는 조국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차기 총선 국면에서 ‘친(親)조국계’가 형성된다면 친문이 자연스럽게 합류하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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