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호

영업이익 15% 성과급? 자본주의 원칙과 동떨어져 

[기획 | 노란봉투법 그 후 100일] 근로자, 손해 위험 회피 대가로 잔여이익 청구권 포기

  •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

    입력2026-06-25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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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노조, 20세기 노동자 생존권 투쟁으로 시작

    • 1960년대 노동3권 제한 암흑기, 1995년 체계 확립

    • 삼성전자 노조, 생존권 무관한 ‘초과이윤’ 놓고 파업

    • 초과이윤 배분 우선권 가진 사람은 주주

    • 회사 어려워도 급여 보장, 초과이윤 배분 안 돼

    • 노조 “‘인건비’는 비용, ‘인적자원 투자’만 투자”

    • 협상 후 사측, 공정 전면 자동화 몰두 가능성↑

    • 성과급, 노동 양극화 야기하고 성장 동력 위협

    • 손해 감수한 주주의 이윤 보장하는 원칙 존중돼야

    5월 20일 경기 수원시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삼성전자 노사가 2026년 임금협약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뒤 여명구 삼성전자 DS부문 피플팀장(부사장·앞줄 왼쪽)과 최승호 삼성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한 손을 맞잡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2월 16일 본교섭을 시작한 지 156일 만에 총파업 직전 임금협약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동아DB

    5월 20일 경기 수원시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삼성전자 노사가 2026년 임금협약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뒤 여명구 삼성전자 DS부문 피플팀장(부사장·앞줄 왼쪽)과 최승호 삼성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한 손을 맞잡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2월 16일 본교섭을 시작한 지 156일 만에 총파업 직전 임금협약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동아DB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사측과 벌인 노사 협상이 전면 파업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영업이익 12% 선(영업이익 10.5%, 자사주 1.5%)에서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파국은 면했으나, 파업 사태는 단순한 노사 간의 임금협상 타결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계의 중추인 삼성전자에서 벌어진 이 거대한 이익 배분 논쟁은 한국 사회에 형성돼 온 노동운동의 여정을 되돌아보게 한다. 동시에 이번 노사갈등은 한국 주주자본주의와 기업 지배구조의 현주소를 묻는 중대한 분기점이 됐다.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한국 노조의 역사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노동조합의 100년 역사를 관통하는 흐름과 오늘날 첨단 제조업 노동 간의 질적 차이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한국 노동조합 역사는 1920~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생존권 투쟁 및 조직적 항일투쟁에서 그 맹아가 등장했다. 

    노동자들의 대규모 투쟁은 1921년 9월 부산 부두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 부산에 있던 운송업자들은 부두 노동자의 임금을 계속 인하했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발생한 대공황으로 손실이 커지자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부두 노동자 5000여 명은 이에 항의하며 열흘 동안 동맹파업을 벌였다. 일제 경찰과 운송업자들은 노동자들을 위협했으나 노동자들은 동맹파업을 계속해 경찰과 업주들을 굴복시켰다. 

    이 투쟁은 노동야학을 통해 연합한 지식인과 노동자들이 사전에 계획해 성사한 것이다. 파업은 이후 부산 절영도 일대의 각 공장 노동자들의 투쟁에 영향을 미쳤고, 전국 각지의 노동자 파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파업은 더욱 조직화돼 지역 총파업으로 이어진다. 

    1927년의 함경남도 영흥 노동자 총파업은 광산의 일본인 기사들이 조선인 우차부(牛車夫)를 구타해 중상을 입힌 사건으로 시작됐다.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이에 항의했고, 영흥 청년동맹과 신간회가 이를 지지하고 나서며 이목이 집중됐다. 



    이 와중에 10월 21일 영흥광업소의 흑연광 광부 220명이 영흥노동연맹 산하단체인 광부조합의 손을 잡고 △8시간 노동제 실시 △임금인상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영흥 노동자 총파업은 한 지역의 노동자들이 모두 하나의 목표로 뭉쳐 투쟁했다는 의미에서 한국 노동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 사건을 계기로 1929년 전기종업원조합, 1930년 전조선운수 등 전국적·산업별 연대 조직이 결성되며 노동운동은 본격화했다. 일제강점기 노동운동은 독립운동 단체와 힘을 합치거나, 최소한의 생계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 주를 이뤘다. 

    광복 직후에는 노동운동의 양태가 달라졌다. 좌우파 이념 대립이 노동계에도 이어졌다. 1945년 조선공산당 계열의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가 설립됐다. 이에 대항해 1946년 반공주의 계열의 ‘대한노총(한국노총의 전신)’이 결성됐다. 전평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불법 노조가 돼 사라진다. 

    1987년 7월 울산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홈페이지

    1987년 7월 울산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홈페이지

    이후 노조에 암흑기가 도래한다. 1960년대 고도성장기의 엄격한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제한 때문이다. 암흑기를 깬 것은 1970년대 전태일 열사다. 전태일 열사의 희생을 기점으로 청계피복노조 등의 치열한 생존권 투쟁이 시작됐다. 1987년 민주화 항쟁을 기점으로는 울산노동자 대투쟁이 발발하며 대형 산업에서도 노조가 생기기 시작한다.

    훗날 노동자 대투쟁의 신호탄을 쏜 것으로 평가받는 현대엔진 노조(1987년 결성)는 현대그룹 내 최초의 노조였다. 이어 현대중공업과 현대정공 등 현대그룹 계열사에서 노조가 잇따라 세워지고 노동운동의 불길은 울산을 넘어 부산과 마산, 창원 등지로 옮겨붙었다. 이후 4개월 동안 전국으로 확대된 대투쟁은 400여 개의 민주노조를 탄생시키며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노동운동이 시작될 기반을 만들었다. 

    1995년 11월 11일은 한국 노동운동사에 한 획이 그어진 날이다. ‘민주노조 세력’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확실히 선을 그으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출범시켰다. 1995년 민주노총 출범으로 지금의 양대 노총 체제가 확립됐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대량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 양극화 해소를 위한 투쟁 및 한국노총·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 등을 지속해 왔다. 

    삼전 노조, 자본계급 상위의 ‘테크노 프롤레타리아’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삼성전자 노조의 단체행동은 노동자의 권익을 쟁취하기 위한 결사체의 움직임이라는 점에서는 과거의 노동운동과 외형적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투쟁의 본질과 주체의 성격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르다. 과거의 투쟁이 절대적 빈곤과 억압적 노동조건 속에서 벌어진 ‘생존권 보장 운동’이었다면, 지금 삼성전자 노조가 싸우는 목적은 생존이 아니다. 핵심은 AI 반도체 호황 속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윤을 누가 얼마나 배분받을 것인가’의 문제다. 즉 절대적 빈곤이 아닌, “SK하이닉스보다 성과급을 덜 받게 됐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것이다. 

    노동운동에 나선 노동자의 성격도 다르다. 1970년대의 섬유·철강·조선 중심의 제조업 노동자와 2020년대 삼성전자의 반도체 노동자를 동일한 ‘제조업 노동자’라 볼 수 없다. 오늘날의 첨단 제조업은 생산설비, 특허, 데이터, 공급망, 금융, 자산시장이 결합한 복합 형태다.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들은 방진복을 입고 클린룸에서 데이터와 공정을 관리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부에서 일하는, 이른바 ‘테크노 프롤레타리아’에 가깝다. 이들은 연봉 1억~2억 원 수준의 고숙련 노동자들로서, 성과급과 스톡옵션 등을 통해 자산시장과 깊이 연결돼 있다. 

    기업의 수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국민배당금’ 제도를 제안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동아DB

    기업의 수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국민배당금’ 제도를 제안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동아DB

    이들은 영세자영업자보다 자본계급 서열상 우위를 점한다. 이처럼 전통적 노동자와는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이들을 20세기 초 ‘공업 노동자’ 범주에 집어넣고 ‘노동자 투쟁’이라는 원론적 언어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변화한 현대 자본주의와 노동 현실의 복잡성을 전혀 담아내지 못하는 행태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는 사방에서 기업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주주는 잉여현금흐름 중 절반을 배당해 달라 요구한다. 잉여현금흐름은 이윤 중에서도 기업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그야말로 ‘여윳돈’이다. 이 돈으로 배당도 가능하지만 부채 상환, 신사업 투자에도 쓸 수 있다. 이에 더해 정치권에서는 ‘국민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초과이윤의 사회적 환원을 압박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좋은 기업’의 본질적 정의를 다시금 되짚어 봐야 한다. 좋은 기업이란 단순히 특정 호황기에 막대한 단기 이익을 남기는 조직이 아니다. 자사가 영위하는 사업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되, 이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를 압박하는 세 가지 축(△노조의 무리한 성과급 요구 △주주들의 단기적인 과실 배당 압박 △국가의 포퓰리즘적 관여)은 기업의 장기적 생존과 국가적 성장잠재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소지가 다분하다. 

    2023년 삼성전자 영업익 급락, 손해 본 건 주주뿐

    기업이 창출한 부(富)를 올바르게 분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본조달 구조’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이 구조 속에서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신 고용안정과 약정 임금을 보장받으며, 기업이 위기에 처할 경우 임금채권 우선변제권이라는 강력한 법적 보호를 받는 선순위 계약자다. 반면 주주는 채권자, 노동자, 협력업체, 국가(세금) 등 모든 선순위 주체에게 약정된 비용을 정산하고 남는 가치를 떠안는 ‘잔여이익 청구권자’다. 

    주주가 영업이익이 발생했을 때 그 과실을 가져가는 근본 이유는, 기업이 손실을 낼 때 그 손실을 가장 먼저 그리고 유일하게 전액 흡수하기로 약속한 주체라는 데 있다. 일례로 2023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급락했을 때 노동자의 임금이나 협력업체의 대금은 깎이지 않았으나, 주주는 시가총액과 주가가 30% 가까이 폭락하는 손실을 짊어져야 했다. 노동자는 엄밀히 말해 손해 볼 위험을 회피하고 법적 안전망을 선택한 대가로 사전에 잔여이익 청구권을 포기했다. 그럼에도 회사 문밖의 정치적 압력이나 파업을 통해 잔여이익에 대한 일차적 청구권(영업이익의 n%)을 강력히 주장하는 것은 책임과 보상의 비대칭성을 유발한다. 나아가 자본구조의 정당한 문법을 흔드는 모순적 행태로 비칠 수 있다.

    물론 주주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기업에 항상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자본시장의 단기 이윤 극대화 압박 역시 기업의 장기 생존을 위협하는 또 다른 극단이다. 

    기업의 혁신 사이클과 자본의 후순위성을 망각한 노조의 경직된 성과급 요구도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을 ‘고비용-저투자’의 늪으로 인도한다. 기업이 벌어들인 대규모 잉여금은 다음 세대의 생존을 위한 대규모 설비 투자와 원천 기술 확보에 우선 배분돼야 한다. 그러나 이를 당장 임직원의 성과급으로 소진하라는 압박은 기업의 전략적 대응 능력을 마비시킨다. 

    다만 임금을 단순 비용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볼 것이냐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 삼성전자 노조의 주장이다. 임금을 넉넉히 주고 성과급이 후한 직장에는 구직자들이 몰린다. 당연히 구직자 간 경쟁이 생기고, 기업은 우수한 인력을 뽑을 수 있다. 회계장부에 ‘인건비’라고 기록하면 단순 비용이 되지만 ‘인력자원에 대한 투자’라고 기록하면 자산이 된다는 논리다.

    지금의 이러한 대립적 교섭 구조는 상생이 아닌 파국을 막기 위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종료되는 ‘잘못된 내시균형(Nash Equilibrium)’으로 귀결되기 쉽다. 노사 전부 최선의 선택으로 균형점을 찾지만, 이 균형점이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다. 회사는 당장의 파업 마찰 비용부담을 피하기 위해 대기업 조합원들에게 높은 임금을 보장해 주는 대신, 사내 하청을 늘리거나 부품사에 비용을 전가하고, 고용을 동반하지 않는 자동화 및 로봇 도입에만 열을 올리는 왜곡된 생존 전략을 채택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는 노동 생태계 전체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장기적 재생산 구조를 파괴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주주보다 임직원·사회 공헌 먼저 챙긴 유럽의 말로

    삼성전자 노사 합의 결과가 잘못된 내시균형에 멈추게 하지 않으려면 노사와 정부는 지난 30년간 글로벌 경제가 치른 거대한 실험의 성적표를 직시해야 한다. 유럽은 독일의 공동결정제, 프랑스의 국가주도주의, 그리고 강력한 노동자 보호 규제를 바탕으로 ‘기업은 사회 전체의 것’이라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가장 충실하게 실천해 온 본진이었다. 그러나 그 성적표는 처참하다. 6월 11일 기준 세계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 중 유럽 기업은 네덜란드의 ASML 한 곳뿐이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반도체 설계, 빅테크 등 21세기를 정의하는 핵심 미래산업에서 유럽은 완전히 변방으로 밀려났다. 

    유럽의 경제 생존 방안으로 자본시장 통합, 주주 권한 강화 등을 주장한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 동아DB 

    유럽의 경제 생존 방안으로 자본시장 통합, 주주 권한 강화 등을 주장한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 동아DB 

    이해관계자 간의 대립을 조율하는 느린 의사결정과 막대한 합의 비용은 자본의 유입을 막는 ‘저투자’라는 독소로 작용했다.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독일의 자동차산업이 미국 테슬라와 중국 BYD에 밀려 공장 폐쇄를 검토하고 대규모 감원을 단행해야 하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것이 그 증거다. 2024년 9월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유럽의 생존 처방으로 다름 아닌 ‘자본시장 통합’과 ‘주주 권한 강화를 통한 자본 활성화’를 제시했다. 교조적인 이해관계자 중심주의가 가져온 혁신 지연에 대한 뼈아픈 자기반성이다. 

    반면 미국은 단기주의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자본 배분의 엄격한 규율을 유지함으로써 글로벌 거대 기술 기업들을 키워냈다. 엔비디아 한 회사의 시가총액이 독일 DAX 상장사 전체 합계를 넘어서는 압도적 격차를 만들어냈다. 대한민국 역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양강에 오르고, 현대차가 전기차 전환에 성공한 원동력은, 철저하게 주주자본주의의 글로벌 자본 배분 규율 위에서 치열하게 혁신했기 때문이다.

    근시안적 자본논리 벗어나 기업 이익 나눠야

    삼성전자 노사의 영업이익 12% 성과급 합의는 일시적 봉합일 뿐, 과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한국의 기업은 무리한 단기 배분과 극단적 주주행동주의 사이에서 지속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협상은 이미 끝났으니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단순 비용이 아닌 장기적 자산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삼성전자 노조의 주장처럼 임금을 넉넉히 주고 성과급이 후한 기업에 우수 인력이 몰리며, 이를 회계장부에 ‘인력자원에 대한 투자’로 기록하면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관점 역시 장기주의적 시각에서 포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한국 자본주의 특수성을 고려한 과제들이 남는다. 첫째,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공적 연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 국민 전체를 가입자로 둔 거대 주주인 만큼, 특정 기업의 단기 이익이 국민경제 전체의 수익률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기업의 과도한 이익 추구를 견제해야 한다. 둘째, 노조의 활동에도 일정 부분 제한이 필요하다. 성과급 분배가 기업의 미래 투자를 방해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건전한 노동분배율 가이드라인 정립이 시급하다. 셋째,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공존할 수 있는 ‘협력이익공유제’ 같은 시장친화적 인센티브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수정자본주의 아버지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우리는 항상 죽은 경제학자의 노예일 뿐”이라고 통찰했다. 이번 삼성전자 파업 사태는 20세기 초 공장 굴뚝의 언어에 갇힌 낡은 노동 이념과 위험은 공유하지 않으면서 단기 과실만을 탐하는 근시안적 자본논리 모두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자본을 댄 자가 위험을 책임지고 성과를 먼저 가져간다는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멀리 내다보며 기업의 이익을 나눌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투쟁과 파국의 내시균형을 끊어내고 지속 가능한 산업 거버넌스의 독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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