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호

주식시장 키운다는 與, 결국 부동산 선택할 것

[이동수의 투시경] 부동산,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것?

  •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

    입력2026-06-26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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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지지기반, 수도권·중장년층…핵심은 부동산

    • 부동산→ 주식 ‘머니무브’ 강조하는 李

    • 노무현 정부 때와 달리 ‘집 있는’ 중장년층 與 지지

    • 수도권 집값 빠지면 與 타격…규제 한계

    • 결국 민주당-국힘 부동산정책 유사해질 것

    이재명 대통령이 6월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6월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인의 인생은 문재인 정부를 몇 살에 만났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이유는 모두가 안다. 부동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6억 원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그가 퇴임한 2022년 약 13억 원으로 두 배가량 올랐다. 요즘 집값이 뛴다고 난리지만 문재인 정부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사실 최근의 집값 상승은 서울과 경기 일부 등 이른바 인기 지역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광역시마저 집값이 크게 오르지는 않는 상황이다. 문재인 시기는 달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누적 아파트값 상승률은 서울이 111%, 수도권이 98%였고 전국 평균도 81%에 달했다.

    집값이 폭등해 집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반대편엔 집값이 오른 덕에 자산이 불어난 사람들이 있다. 사회 활동 기간이 짧아 자산을 형성하지 못한 청년층은 전자일 가능성이 크다. 2022년 대선 당시 청년층의 성별 대결 구도에도 불구하고 30대 여성 유권자 집단이 보수정당에 역대 최고 득표율(출구조사 기준·43.8%)을 선사한 배경이다. 그러나 이미 집을 보유하고 있거나, 집값 상승기에 ‘영끌’로 집을 살 수 있었던 집단에 문재인 정부 5년은 자산이 두 배로 뛴 시기였다. 

    與 지지기반, 수도권·중장년층…핵심은 부동산

    6월 3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집값이 높은 ‘한강벨트’ 지역의 몰표가 크게 작용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부동산 선거’에서 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시장 선거만 놓고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서울시장을 제외한 수도권 선거, 예컨대 경기지사나 수도권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등에서 상당한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 후보가 집권하면 공급이 축소되고 집값이 또 오를 것”이라는 국민의힘의 공격은, 청년·무주택자들에게는 큰 영향을 끼쳤을지 몰라도 민주당 지지층에는 유의미한 이슈가 아니었을 수 있다. 이미 집이 있는 사람들에겐 딱히 나쁠 게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여권의 핵심 지지기반은 크게 둘로 구분할 수 있다. 40~60대에 걸쳐 있는 중장년층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다. 먼저 중장년층을 보자. 과거 유권자들은 젊을 때 가장 진보적이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점차 보수화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캐스팅보트는 가운데 위치한 40~50대가 쥐었다. 요즘은 중장년층의 민주·진보 지지율이 가장 높다. 2030 청년층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났듯 60대 이상보다도 보수적 태도를 보인다.

    눈여겨봐야 할 건 1980년대생 사이에서의 분화다. 같은 밀레니얼세대로 묶이지만 1980년대 초반 출생자들과 1980년대 후반 출생자들은 전혀 다른 정치 성향을 보인다. 1980년대 초반생들의 정치 성향은 7~8살 동생들보다 삼촌·이모뻘인 1960년대생들에 가깝다. 마찬가지로 1980년대 후반생들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선배들보다 10살 넘게 어린 2000년대생들에 가까운 양상을 보인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30대와 40대의 정치 성향은 뚜렷하게 구분된다. 30대와 40대 사이의 정치적 단층을 설명할 때 부동산을 빼놓을 수 없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2021년 발표한 ‘2020년 주택소유통계’에서 전체 주택 소유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50대(25.4%)와 40대(22.7%)였다. 30대는 11.4%, 20대 이하는 1.8%에 불과했다. 원래도 가파르게 오르던 집값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세계적인 유동성 확대와 맞물리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2020년대 들어 중장년은 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청년들은 보수로 돌아서기 시작했는데, 정치 성향이 나뉘는 연령대와 부동산 자산 격차가 벌어진 연령대가 비슷한 건 우연이 아니다.

    여권 지지를 떠받치는 다른 축은 수도권이다. 당초 여권의 핵심 지지기반은 호남이었으나 2020년대 들어 그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수도권 비중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기지사 선거의 경우 2018년 이재명 대통령이 처음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뒤부터는 민주당이 3연승을 거두고 있다. 격차마저 점점 벌어지는 형국이다. 수도권의 여권 지지세는 총선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민주당은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51대 7로, 2024년 제22대 총선에서는 53대 6의 압승을 거뒀다.

    왜 수도권에서 이런 상황이 펼쳐졌을까. 2000년대 들어 수도권으로 인구 쏠림이 심화하면서, 인천·성남·수원·화성·김포 등지에 2기 신도시 건설이 대대적으로 추진됐다. 2008년 총선을 기점으로는 서울에도 뉴타운 바람이 불었다. 2010년대 본격 입주를 시작한 이 지역들에는 젊은 중산층이 모여들었다. 이들이 보유한 아파트는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 비록 세금 문제로 볼멘소리가 나올 때도 많지만, 집값이 올랐다는 것 자체는 수도권 중산층에 반가운 일이었다. 수도권 주택 보유자로선 딱히 민주당을 싫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5월 1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뉴스1

    5월 1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뉴스1

    부동산→ 주식 ‘머니무브’ 강조하는 이재명 대통령  

    물론 부동산 문제는 민주당 정권의 발목을 잡아왔다. 노무현 정부에서 일어난 집값 폭등은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로 귀결됐다. 문재인 정부도 집값을 잡지 못해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선 정부들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듯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머니무브’를 강조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증권시장 정상화를 꾀해 국민의 투자자산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6월 3일 “국민 보유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높다”며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저평가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인의 자산 대부분은 부동산에 묶여 있다. 국가데이터처·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공동으로 작성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의하면 국민 자산은 75.8%의 실물자산과 24.2%의 금융자산으로 구성된다. 실물자산 대부분은 부동산이고, 금융자산 대부분은 예·적금이다. 주식은 얼마 안 되는 금융자산 안에서도 10% 정도의 비중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작성된 자료인 만큼 이후 자산 구성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민의 주식 자산은 부동산 자산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정부가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해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최근 불발됐으나 이후로도 꾸준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을 추진하는 건 칭찬받아 마땅하다. 개인적으로 적극 찬성한다. 주식은 부동산보다 자본을 생산적인 곳에 투자하는 데다 타인의 복리를 해치지도 않는 까닭에서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주식시장을 키우겠다는 지금의 입장을 계속 견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말로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머니무브가 이뤄진다면, 그래서 수도권 집값이 빠진다면 가장 손해 보는 건 누구인가. 바로 여권의 핵심 지지층인 수도권 중장년이다. 

    과거 집값이 두 배로 뛰었을 때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흔들렸던 건 당시 민주·진보 지지층이 2030세대 중심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지 못해서 집 없는 청년들이 지지를 철회했고, 그게 민주·진보 진영의 패배로 이어졌다. 일례로 2008년 18대 총선 당시 20대 투표율은 28.1%에 불과했다. 60대 이상은 65.5%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빚어진 집값 폭등에 좌절한 청년들이 투표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집 없는 청년들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고, 집 있는 중장년층은 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에서 민주당의 입지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이 수도권 주택 보유자들에게 큰 손해를 끼칠 만한 주택정책을 펴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간 흐를수록 민주당-국힘 부동산정책 유사해질 것

    5월 18일 정원오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주거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5월 18일 정원오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주거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6월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시장 개혁을 위해 세제, 규제, 금융, 공급 정책을 총동원할 뜻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세제 문제는 7월이 돼야 가능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고 말했다. 최근 확산되는 전세난에 대해서도 “전세는 특이하게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인데 지금 사라져 가는 추세”라며 “전세 물량이 줄어든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는 등 시장의 평가와는 결이 다른 인식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의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한다”고도 말했는데, 이는 주식으로 자금 이동을 유도하겠다는 기존의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의지가 언제까지 여권 내에서 먹힐지는 알 수 없다. 이미 집값이 높은 지역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과 정책적으로 다를 바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원오 민주당 후보 역시 부동산 개발을 적극 강조했다. 아마도 주택시장에 진짜 타격을 줄 대책이 나온다면 당장 민주당 내에서 반발이 터져나올 것이다. 만일 부동산과 주식 가운데 극단적 양자택일 상황에 놓인다면, 여권은 부동산의 손을 들어줄 공산이 크다. 나아가 시간이 흐를수록 부동산정책에 관한 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책 차이는 좁혀질 거라고 전망한다.

    부동산을 가진 사람과 주식을 가진 사람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갈등을 봉합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껏 여권이 행해 왔던 것처럼 각종 지원금을 살포해 시중 통화량을 늘리면 된다. 그러면 올해 초처럼 부동산도, 주식도, 금도, 암호화폐도 함께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가 펼쳐질 터다. 부동산을 가진 사람도, 주식을 가진 사람도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 전체를 놓고 봤을 땐 이는 재앙의 또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자산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테고, 결국 사회 전체의 불만과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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