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단일화 러브콜에도 연일 대선 완주 의지 강조
朴키즈 출발해 ‘국힘 대표’ 거쳐 화성을 승리
‘다재다능 vs 싸가지론’ 극명하게 엇갈리는 호불호
대선 완주로 독자 세력 확보 노리지만
자칫하면 1997년 이인제처럼 보수 공적 될 수도
진보도 인정하는 보수 정치인, 중도층에 어필
득표율 5%만 넘겨도 제3정당 가능성 보인다
보수 재편 칼자루, 이준석이 쥐고 있을지도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5월 13일 대구 북구 경북대를 찾아 학생들과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논쟁적 인물이다.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10여 년간 진흙탕 정치판에서 홀로서기에 힘썼고, 국민의힘 대표, 개혁신당 의원을 거쳐 정치권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수많은 청년 정치인들이 일회성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과 달리 ‘청년 이준석’은 어느새 유력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젊은 나이에도 권력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젠더 갈등, 장애인 이동권 시위 문제 등 금기와 성역에 도전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 정당 사상 최초로 30대 당대표 당선, 이어진 대선 승리와 국민의힘 탈당을 거쳐 22대 총선 ‘화성을 승리’라는 기적을 만들었다. 그야말로 정치인 이준석의 ‘화양연화’였다.
세간의 평가는 엇갈린다. 정치인 이준석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는 극명하다. 애정 어린 시선은 극찬이다. 다재다능하고 전략적이며 말과 글이 되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다. 비판적 시선은 이른바 ‘싸가지론’으로 집약되는 ‘버릇없음’이다. 분명한 점은 이준석 후보가 21대 대선 이후 한국 정치를 주도할 ‘미완의 대기’라는 것이다. 1985년생인 이준석 후보는 올해 만 40세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두 달여 전인 2월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후보는 또 한 번의 화양연화를 꿈꾸고 있다. 위험한 도박의 결말은 희극일까 비극일까.
끝없는 단일화 질문에 시종일관 “대선 완주” 고수
이 후보는 2월 2일 조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월 18일에는 개혁신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리기 두 달 전이었다. 4월 초까지만 해도 헌재의 대통령 탄핵안 인용·기각 여부로 혼란스러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자신감이다. 여야 유력 정치인 중 가장 빠른 행보였다. 다재다능하고 자신만만한 이준석의 모습 그대로다.다만 대중의 시선에는 의구심이 묻어났다. 이 후보의 출마 선언은 대선 국면에서 본인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것일 뿐, 결과적으로 친정인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 때문이었다. “끝까지 완주한다는”는 이 후보의 공언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두 달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이 후보는 인터뷰 때마다 범보수 단일화 질문에 시달린다. “단일화는 없다” “불가능하다” “대선 완주한다” “당선이 목표다” 등 대답은 늘 한결같지만 단일화 질문은 예외 없이 쏟아진다. 대선 본선 과정에서도 비슷한 질문은 쏟아질 것이고 이 후보는 똑같은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른다. 이 후보는 대선을 완주할 가능성이 높다. 예외가 있다면 21대 대선 막판 어떤 이유로든 여야가 오차범위 이내의 초박빙 접전을 이어간다고 전제할 때다. 선택은 이 후보의 몫이다.
이 후보의 목표는 보수 진영 독자적 대안 세력이 되는 것이다. 이 후보는 김문수·한덕수 후보단일화 혼선을 두고 “전례 없는 막장 드라마”라면서 “중도보수 진영의 헤게모니는 개혁신당과 이준석이 잡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또 “보수와 진보 구도의 단일화는 백전백패의 구도다. 빅텐트는 실패할뿐더러 명분도 없다”며 “대선 승리 방정식은 동탄 3자 구도 모델”이라고 말해 왔다. 22대 총선 당시 이 후보는 화성을에서 양대 정당 후보(더불어민주당 공영운, 국민의힘 한정민)를 누르고 42.41%를 득표하며 당선됐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완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이 후보가) 단일화 제안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후보는 이미 대선 3자 구도의 한 축을 형성했고, 잘하면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 역시 “이 후보의 완주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의힘의 단일화 자중지란 속에서 보수표가 이 후보에게 갈 가능성이 높다. 대선 승리는 어려워도 10% 이상의 득표라면 의미 있는 패배”라고 평가했다.

2012년 1월 12일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당시 비대위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동아DB
대선 완주의 역효과는 배신자 낙인이다. 비상계엄·탄핵 정국 여파로 치러지는 대선이라는 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초강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보수대통합이 성사돼도 어려운 구도라는 점에서 이 후보의 완주는 보수의 승리 가능성을 더욱 낮춘다. 반대로 대선 막판 여야 지지층 결집에 따라 접전 구도가 만들어질 경우 이 후보가 완주한다면 대선 패배 책임론에 시달릴 수 있다.
가장 비슷한 사례가 1997년 대선이다. 당시 대선 구도는 ‘김대중 vs 이회창’ 양강 구도였다. 다만 신한국당 경선 탈락에 반발한 이인제 후보가 독자 출마하면서 3자 구도가 만들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총재의 격차는 박빙이었다. 이인제 후보의 독자 출마는 보수 분열로 이어지면서 헌정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이인제 후보는 이후 당적을 옮겨 민주당 후보로 대세론을 누렸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치른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패하면서 정치적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이 후보는 배신자 프레임에서 자유롭다는 평가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이준석 후보는 당에서 걸어나온 사람이 아니라 쫓겨난 사람이다. 이인제 후보의 케이스와는 전혀 다르다”라며 “대선 완주에도 배신자 소리를 들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최진 원장도 “이준석 후보는 배신자 프레임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이준석의 선택은 ‘원칙 있는 패배’
보수 단일화 없이 대선에 완주하는 이 후보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5월 기준 주요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이 후보는 6·3대선에서 최소 5% 안팎에서 최고 10% 이상의 득표가 가능할 전망이다.눈여겨볼 대목은 단일화는 진보 진영의 히든카드였다는 점이다. 보수는 단일화 전략을 사용한 전례가 없다. 이길 때는 압도적으로 이겨왔다. 1992년 대선에서는 기업인 출신의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의 출마에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2007년 대선의 경우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3수 도전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상 초유의 압승을 거뒀다. 보수가 가장 어려웠던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19대 대선이다. 보수 진영 최초로 반(反)문재인 연대의 일환으로 단일화가 논의됐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은 대선 완주를 고집했다.

1997년 9월 이인제 전 의원(가운데)이 대선 단독 출마를 선언하며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는 모습. 동아DB
여야 판세가 그야말로 초박빙이었던 2022년 대선은 단일화의 파괴력을 극명하게 드러났다. 대선 내내 오차범위 이내 초박빙 승부를 이어갔던 ‘윤석열 vs 이재명’의 정치적 운명을 가른 것은 단일화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를 끌어안았고, 이재명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완주를 막지 못했다. 두 사람의 표 차이는 그 유명한 0.73%포인트(24만7077표)였다.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이 2.37%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선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었다.
21대 대선과 관련해 보수 진영이 단일화에 목을 매는 것은 객관적 대선 열세를 인정하는 것이다. 역대 대선 구도를 예로 들면 대통합민주신당(열린우리당의 후신)의 2007년 대선 참패 구도와 가장 유사하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열세 구도라면 어쩌면 ‘원칙 있는 패배’를 선택하는 게 정치적 실리다. 이 후보는 이와 관련, “정치를 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의식을 본받으려고 한다”며 “정치를 올바른 방향으로 하겠다는 생각으로 빅텐트나 정치공학적 논의에서 빠져 있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1970년 9월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40대 기수론’을 주창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역전승하고 당시 신민당 대통령 후보가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동아DB
이준석 YS·DJ 40대 기수론 재점화
“36세 당대표 당선의 기적과 누구도 이기지 못할 것이라던 동탄의 기적 위에 우리가 쌓고 싶은 다음 기적은 세대교체의 기적이다.”(2월 2일 조기 대선 출마 선언)1985년생인 이 후보는 올해로 만 40세다. 젊은 나이답게 출마 선언 장소도 서울 마포구 홍대 버스킹거리였다. 단일화보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후보의 나이다. 50대 초중반 대통령의 탄생도 파격인데 한국에서 40대 대통령의 탄생은 혁명이다.
만 40세의 대선 출마는 과감한 세대교체 선언이다. 이른바 ‘40대 기수론’이다. 1971년 제7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신민당의 젊은 리더였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도했다. 1963년과 1967년 대선에서 연거푸 패배한 야권이 박정희 대통령에 맞서기 위한 회심의 카드였다. 당시 신민당 당수였던 유진산 총재는 40대 기수론에 대해 “구상유취(口尙乳臭)”라고 혹평했다. 결과는 이변이었다. 40대 기수론 돌풍이 이어졌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나섰다.
이후 40대 기수론은 실종됐다. 한국에서 40대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사례가 없다. 이 후보는 만 40세로 40대 기수론의 끝자리가 아니라 시작점이다. 성공한다면 존 F 케네디,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사례보다 더 파격적이다. 이 후보가 만일 5년 뒤 22대 대선에 출마해 승리해도 ‘40대 대통령’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후보가 출마 선언에서 진보 정치인 노회찬을 오마주한 것도 재기발랄하다. 이 후보는 2월 2일 출마 선언에서 “더 이상 새로운 고기를 얹을 수 없을 정도로 다 타버린 고기 불판을 새로운 불판으로 바꿔야 하는 시대적 사명이 무겁게 느껴진다”고 언급했다. ‘불판교체론’은 과거 노회찬 전 민주노동당 의원이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진보정당의 원내 진입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유명 어록이다. 21대 대선의 지향점으로 불판교체론을 꺼내 든 것은 ‘반(反)윤석열 반(反)이재명’ 전선을 강조하면서 본인의 독자적 승리 전략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다. 당장의 대선 독자 승리는 힘들다고 해도 보수 재편의 미래까지 겨냥한 전략적 사고다.
홍형식 소장은 “이 후보는 자발적으로 당을 나간 게 아니라 축출됐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이 후보는 대선 이후 보수 재편의 주춧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최진 원장은 “이 후보는 정치적 사선(死線)을 수차례 넘어서면서 본인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냈다”며 “싸가지론에도 성공적인 대중정치인으로 안착한 것은 ‘작은 괴물’이라는 강타자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이 후보가 대선에서 10% 이상 득표한다면 보수 진영의 주도권 경쟁이 가능한 정치적 위상을 확보할 것”이라면서 “대선 이후 국민의힘이 별다른 쇄신과 변화의 흐름을 만들지 못하면 이준석 후보는 내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보수 텃밭인 영남에서도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인 이준석의 장단점은 극명하다. 천부적인 정치 감각과 ‘관종 싸가지’의 갈림길이다.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가장 뛰어난 정치 감각을 갖춘 재능에도 그가 추구하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은 시험으로 뽑는 게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포용력이 부족하고 너무 전투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반대로 진보가 인정하는 보수 정치인이라는 것은 장점이다. 대표적 사례가 국립 5·18 민주묘지 방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 국립 5·18 민주묘지에 국화를 일일이 헌화한 데 이어 올해는 당원들의 손 편지를 전달했다.
‘다재다능과 관종 싸가지’ 이준석의 정치적 미래는
유력 정치인 중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과 영어 능숙자라는 점도 가점 요인이다. 정치인, 군인, 법조인 등 문과 출신이 즐비한 역대 대통령과는 달리 서울과학고 출신으로 하버드대학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이과형 정치인이다. 대통령의 어학 능력은 사소하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의 영어 실력은 6·25전쟁이라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경제적 지원을 이끌어낸 요건이었다.이러한 이유에서일까. 정치인 이준석의 가능성에 베팅하는 인물도 늘고 있다. 가장 대표적 인사가 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다. 조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의 대선 참패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대선 이후 이준석 후보가 보수 재편의 키를 쥐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대표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와 비슷한 득표를 할지 모른다. 이준석의 시간이 시작된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정치적 미래를 낙관했다. 최진 원장은 “현 보수 지형은 강경보수가 다수, 온건보수가 소수”라면서 “온건보수를 재정비하고 중도층 영입에 성공한다면 이 후보가 정치적으로 상당한 세력을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차재원 교수는 “보수 진영의 주도권은 이준석 후보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며 “대선 이후 국민의힘이 환골탈태한 뒤 한동훈 체제가 들어서면 친정인 국민의힘 복귀가 가능할 수 있겠지만 친윤이 당권을 잡는다면 개혁신당이 국민의힘 이탈 세력을 흡수해서 장외에서 보수 재편의 주도권 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형식 소장은 “이준석은 언젠가는 한 번 대통령을 할 정도로 정치적 감각과 순발력을 타고났다. 이과 출신이라는 점과 영어 구사력도 강점”이라면서 “정치적 테크닉은 뛰어나지만 정치적 비전과 목적 추구가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 건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