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 5대 법적 쟁점…선관위 운명은?

[정밀추적┃6·3 참정권 침해 사태] ①재선거 ②형사처벌 ③감찰 ④특검 ⑤국정조사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헌법학)

    입력2026-06-16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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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선거, 투표 못한 유권자가 1·2위 표 차보다 많아야

    • 형사처벌, 관리 부실 고의성 있으면 직권남용·직무유기

    • 직무감찰, 개헌 통해 감사원을 독립기구로 만들어야

    • 특검, 정치권력 영향 사안서 예외적 인정…적절성 의문

    • 국정조사, 가능하지만 ‘조작기소 국조특위’ 반면교사 삼아야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이 6월 11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건물을 나오고 있다. 뉴스1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이 6월 11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건물을 나오고 있다. 뉴스1

    6·3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과거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채용 비리나 거듭된 선거관리 부실의 뒤를 잇는 심각한 문제다. 이번 기회에 선관위의 부실 선거관리의 실상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그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어쩌면 이는 향후 선거관리에서 더 큰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국민이 보이는 격렬한 반응은 세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이미 여러 차례의 선거관리 부실 문제가 발생했고, 선관위의 개선 약속이 있었음에도 이런 일이 또 벌어졌다는 것이 선관위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크게 자극했다. 둘째, 국민은 선관위가 매우 심각한 구조적 문제점을 갖고 있으며, 도덕적 해이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에 선관위 자체 개혁보다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느끼게 됐다. 셋째, 부정선거 의혹이 불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서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부정선거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선거관리 부실의 이면에 부정선거 시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커진 것이다.

    재선거, 투표 못한 유권자가 1·2위 표 차보다 많아야

    무엇보다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가 적지 않은 탓에 재선거의 필요성까지 주장되고 있다. 다만 공직선거법 제224조에서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이 있는 때라도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해 선거의 전부나 일부의 무효를 결정 또는 판결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번 사태가 선거의 무효와 재선거로 이어질 것인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즉 투표용지 부족으로 되돌아간 유권자의 숫자가 해당 선거구의 당선자와 낙선자 사이의 표 차보다 크지 않으면 재선거의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선관위의 방만한 운영은 투표용지 부족의 원인 규명 과정에서 어느 정도 드러난 바 있다. 투표용지 부족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각 투표소의 유권자 수 대비 어느 정도 비율로 투표용지를 인쇄해 비치하는지에 대한 통일된 기준조차 없었다. 이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관리·통제도 없었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1960년 ‘선거위원회’(제3공화국 헌법에 의해 ‘선거관리위원회’로 명칭 변경)가 구성된 이후 66년 동안 선관위의 선거관리가 이렇게 심각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투표용지 부족 이외에도 검증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 투표 결과 입력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 등이 계속되는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이러다가 선거관리에서 대형 사고가 터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는 것이 전혀 근거 없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선관위의 선거관리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자양분으로 삼아 부정선거 음모론이 다시금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관위 조직이 매우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마치 주인 없는 기업처럼 9명의 중앙선관위 위원장 및 위원 가운데 1명의 상임위원을 제외한 8명이 비상임인 상태라 조직이 제대로 관리·통제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이러한 방만함은 선관위의 직원 채용 비리뿐만 아니라, 선거 시기에 맞춘 휴가·휴직이 많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중앙선관위가 이런 문제를 알고도 방치한 것일까. 아니면 몰라서 통제하지 못한 것일까. 어느 쪽이라도 문제는 가볍지 않다.

    중앙선관위가 시·도 선관위를, 시·도 선관위가 시·군·구 선관위를 제대로 관리·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비상임 체제에서는 위원장 및 위원들이 모든 문제를 관리·통제할 시간적 여유조차 가질 수 없다. 이미 중앙선관위원의 상임화 필요성이 여러 차례 논의됐고, 관련 법안이 발의된 것도 여러 번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성과가 없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너무 가볍게 평가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선관위 업무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상임화가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가장 문제 되는 것이 위원장이다. 중앙선관위 위원장은 대법관이, 지방선관위 위원장은 해당 지역의 법원장이나 지원장이 담당하는 관행이 있다. 그런데 대법관이나 법원장 등이 선관위의 상임직을 맡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현직 대법관 대신 전직 대법관 중 정치적 중립성이 뚜렷한 사람을 대법원장이 추천해 중앙선관위원장이 되도록 하는 방식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관위의 경우 이에 준해 전직 법원장 등을 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가장 합리적 접근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 시기 대선캠프에서 활동하던 조해주 씨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임명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만일 유사한 방식으로 중앙선관위원장이 결정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아마도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신뢰, 나아가 선관위의 존재 이유까지도 문제 될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중앙선관위원장은 ‘적어도 당분간은’ 정치적 중립성이 분명한 법관 출신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중앙과 지방의 선관위 위원 전체의 정치적 중립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6월 5일 노태악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스1

    6월 5일 노태악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스1

    형사처벌, 고의성 있으면 직권남용·직무유기 가능

    선관위가 직접 담당하는 선거는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세 가지다. 이들 선거를 합해도 평균 1년에 1회도 치러지지 않는다. 예컨대 6·3지방선거 다음 선거는 2년 후의 국회의원 선거다. 이렇다 보니 선거철에 집중되는 선관위의 업무 특성상, 평소의 선관위 조직은 비교적 슬림한 형태이고, 선거 당일의 업무는 지방공무원들을 동원해 해결하고 있다. 이는 서구 선진국들의 경우 조직과 인력이 풍부한 행정부 내에서 선거관리를 담당하는 것과 비교해 일장일단이 있다.

    한국은 1960년 3·15부정선거의 영향으로 서구 선진국처럼 조직과 인력을 갖춘 내무부가 선거관리를 하던 것을 포기했다. 선관위를 헌법상의 독립기관으로 구성한 것은 무엇보다 행정부의 선거관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선거에 대한 우려를 해소한다는 점에 그 장점이 있다. 반면 단점으로는 지방공무원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선거관리의 전문성 약화 및 선거관리에서 손발이 잘 맞지 않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그렇다고 선관위가 독자적으로 선거관리를 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을 유지하는 것은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현행법하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선거 2~3주 전 4~5일 정도의 시간을 확보해 선관위 직원들과 선거관리에 동원되는 지방공무원들이 함께하는 워크숍 형태의 사전교육이 가장 합리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편으로는 선거관리의 감을 잃었던 선관위 직원들이 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선거관리에 동원되는 지방공무원들에게도 선거관리의 핵심 사항을 체계적으로 교육해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선거관리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선거관리에서 빚어진 중대한 과실에 대해서는 책임 추궁을 강화해야 한다. 고의성이 있는 경우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등의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이 밖에도 중대한 과실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없으면, 선거관리 자체가 해이해질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직무감찰, 개헌 통해 감사원을 독립기구로 만들어야

    최근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방안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선관위가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던 때는 선관위 직원 채용에서 선관위 고위공직자 자녀 및 친인척을 부당한 방식으로 채용했다는 비리 의혹이 불거진 2023년이었다. 당시 감사원은 직무감찰권의 행사를 주장했고, 이를 반대하던 중앙선관위는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일회적으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수용했다.

    다만 중앙선관위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상시적으로 행해지는 것을 막고자 했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감사원이 중앙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하는 것은 정부가 선거관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헌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의 직무감찰은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중앙선관위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비춰 볼 때 헌법 개정 없이 정치권의 합의 또는 법률의 개정만으로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허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3·15부정선거와 같은 일은 다시는 있을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 헌법 개정을 통해 아예 선관위를 폐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선거제도를 둘러싼 집단 간 갈등이 격화되는 현실을 볼 때 그러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2017년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 보고서 및 2018년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에서 제안했듯이 헌법 개정을 통해 감사원을 헌법상의 독립기관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이 아니라 헌법상의 독립기관이라면 감사원이 중앙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하더라도, 대통령의 영향력이 선관위에 미치는 것으로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언제 헌법이 개정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단기적 대책을 생각한다면 외부 감사 대신에 내부 감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그동안 선관위의 내부 감사가 제 기능을 못했던 것은 내부 직원으로 구성된 감사팀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한 탓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러한 내부 감사 방식을 개혁해 외부 전문가 중심의 감사팀이 구성되면, 내부 감사 기능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관위에 대한 특검이나 국정조사 문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선관위의 불법과 비리가 의심되는 사안에 대해 수사가 필요할 수도 있고, 국정조사가 행해질 수도 있다. 다만 특검이 필요한 사안인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특검은 본래 정치권력의 영향으로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문제 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인정돼야 한다. 선관위의 불법과 비리에 대해 특검을 발동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국회의 국정조사도 현행법상 가능해 보이지만 이른바 조작기소 국조특위처럼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선관위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강해지는 것은 선관위의 정상적인 발전을 위한 계기이자 채찍질이다. 여기서도 선관위 개혁 작업이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선관위의 미래는 매우 암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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