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호

“나는 DJ 처남 앞세운 펀딩 사기극의 하수인이었다”

掌紋 인식시스템 벤처 ‘핸디콤코리아’ 자금팀장의 폭로수기

  • 이윤철 (가명)

    입력2004-09-03 1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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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치 혀로 사람을 녹일 수 있는 사람으로 펀드팀 구성
    • 펀드 영업사원 월급은 30만원, 그러나 월 수당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 정치인·유명 MC 모시면 그날로 주가 50% 상승
    • DJ 처남 이성호씨 축사 발표하고 케이크 잘라
    • 공장 없는 벤처회사, 자금부로 위장한 펀드팀
    • 펀드팀 DJ 처남 찍은 비디오 이용 투자자 유치
    • 벤처회사와 펀드팀, 모든 수입과 지출은 5대5로 나눈다
    지난 2월28일자 도하 일간지들은 ‘김대중 대통령 처남 이성호(李聖鎬·71)씨 부실 벤처 투자 유치 물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사건은 단발 보도에 그치고, 곧 지면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지금 이 사건은 사기혐의의 형사 및 민사사건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성호씨는 어떻게 이 벤처회사 일에 관여하게 된 것일까. ‘신동아’는 이 벤처기업(핸디콤코리아)의 자금 흐름과 제품개발 과정을 아는 전 직원들로부터 사건 전말에 관해 상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벤처기업측은 이성호씨가 그 회사 행사에 참석한 것을 이용해 상당한 자금을 긁어모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자금을 생산에 투자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사용한 후 핸디콤코리아의 실제 오너는 외국으로 도주해버렸다.이들이 밝힌 일부 벤처기업들의 주주 모집 방법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타락한 벤처기업들은 한마디로 “오로지 돈을 향해!” 달렸다. ‘신동아’는 타락한 벤처기업을 제거하고 정직한 벤처기업을 보호하며, 더 이상 선량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하기 위해, 이들의 동의를 얻어 수기 형식으로 게재한다. 취재원의 보호를 위해 제보자는 익명으로 처리했음을 밝힌다.[편집자 주]

    서울 강남지역 일대에는 ‘○○부동산 컨설팅’이란 간판을 단 회사들이 있는데, 이 회사에는 ‘텔레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텔레마케팅이란 전화번호부를 보고 ‘무작위’로 뽑아낸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전화번호에 나온 주소를 보고 부자 동네를 골라, 낮 시간에는 집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모님(주부)’을 찾는 전화를 거는 것이다. 사모님이 받으면 그때부터 마케팅에 들어간다.

    “사모님, ○○컨설팅의 ○○○입니다. 전남 여수 지역에 좋은 부동산 매물이 나왔는데, 여유자금이 있으시면 투자하실 생각이 없으십니까. 2010년 여수시가 개최하기로 한 해양박람회 개최지에 인접한 곳인데, 해양박람회가 개최되면 땅값이 수십 배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대부분의 사모님은 “저는 그런 것 몰라요” 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러나 100여 통쯤 전화를 걸다보면 개중에는 “그래요?”하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입이 닳도록 선전을 한 후 “전혀 부담갖지 말고 ○○동에 있는 저희 사무실로 오셔서, 좀더 구체적인 설명을 들어보시지요”라고 권한다. ‘밑져야 본전’이므로 이런 사람들 중에는 진짜로 사무실로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컨설팅회사의 사무실은 강남 요지의 깨끗한 빌딩의 한 층을 빌려, 세련된 치장으로 꾸며놓았다. 이 회사를 찾아온 사모님은 잘생긴 도우미의 안내를 받아 브리핑 룸으로 안내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브리핑의 귀재’로 불리는 직원들로부터 부동산에 관한 갖가지 설명을 듣는다. ‘브리핑의 귀재’들은 이때 사실감을 주기 위해 여수 인근 지역을 찍어온 사진이나 비디오를 보여준다. 대전엑스포 후 인근 지역의 지가 변동표를 보여주며 은근히 투자를 권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공을 들이면 투자를 결심하는 사모님이 나오게 마련이다. 텔레마케팅은 꼭 사모님만 상대하지 않는다. 강남에 주소를 둔 회사로 전화를 걸어 ‘사장님’과 통화를 시도해, 통화가 이뤄지면 같은 방법으로 사장님을 브리핑룸으로 끌어내기도 한다. 텔레마케팅을 잘 한 사람은 브리핑 전문가가 된다.

    이러한 브리핑 전문가 중에서 사무실로 나온 사모님과 사장님을 상대로 매매를 성사시킨 이른바 ‘승률 100%’들이, 벤처기업의 주주를 모집하는 펀드세계로 진출하게 된다. 다단계 판매에서 혁혁한 전과를 세운 영업사원들도 펀드세계로 들어오는 핵심 세력이다.

    다단계 판매나 부동산 거래는 투자에 실패했더라도 물건이나 부동산은 남는다. 그러나 벤처기업이 무너지면, 그 날로 그 회사의 주식은 ‘휴지’가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아무것도 건질 수 없다. 이렇게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벤처펀드는 훨씬 더 높은 수익성을 보장한다. 이러한 고수익성 때문에 텔레마케팅과 다단계 판매에서 ‘세치 혀’로 사람을 설득하는 데 경력을 쌓은 영업사원들이 벤처 펀드세계로 들어온다. 진짜 도박의 세계로 들어오는 것이다.

    알음알음으로 이들을 참여시킨 펀드팀은 주로 코스닥에 상장되지 않아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벤처기업과 연계돼, 이 기업의 주식을 판매해주는 일을 한다. 벤처(venture)는 ‘모험’ ‘투기’ 등의 뜻을 갖고 있는데, 벤처기업과 펀드팀의 만남 자체가 벤처고 도박이다.

    벤처기업 대표와 펀드팀 대표가 함께 일을 하기로 약속하면, 두 사람은 주식 매매에 관한 ‘약정서’를 체결한다. 약정서는 ‘벤처기업 대표가 주식 1만주를 넘겨주면, 펀드팀 대표는 액면가 500원인 이 주식을 시가 1만원으로 한 달 내에 판매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약정서에는 아주 중요한 내용이 빠져 있다. 주식 매각 대금을 벤처 대표와 펀드팀 대표가 어떻게 나누는가 하는 부분이 누락돼 있는 것이다. 펀드세계에서는 벤처 대표와 펀드 대표가 주식 매각 대금을 5대5로 나눈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시가 1만원 하는 주식을 1만주 팔았다고 하면 1억원의 돈이 들어온다. 그러면 정확히 5000만원은 벤처기업이 가져가고, 나머지 5000만원은 펀드팀이 가져가는 것이다. 주식을 팔아주기만 하면 총 매각대금의 50%를 먹을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영업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 펀드 세계로 진출하는 것이다.

    펀드팀이 벤처기업의 직원으로 위장한다는 것도 약정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약정서가 체결되면 펀드팀은 그 즉시 벤처기업의 ‘자금부’로 위장해 들어간다. 이때부터 펀드팀 대표는 그 회사의 고문이나 전무로, 그 밑의 중간 팀장은 상무·이사 등으로, 영업사원으로 불리는 팀원은 자금부 팀장 정도로 명함을 새긴다. 그러나 이들이 받는 월급은 대개 30만원 선이다. 이 돈은 벤처회사에서 주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펀드팀에서 나온다. 왜 이들의 월급은 30만원 대일까.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눈여겨보면 질 나쁜 벤처회사들은 강남역·선릉역·역삼역 부근에 주로 위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테헤란밸리 다음으로 벤처기업이 많은 곳도 양재역과 사당역 등 지하철역이 가까운 지역이다. 왜 이들은 지하철역 부근에 위치해 있는가.

    이유는 투자자들이 쉽게 찾아오게끔 하기 위해서다. 이들에게 신제품 개발은 뒷전이다. 오로지 많은 투자자를 유치해 돈을 버는 것, 이것이 타락한 벤처기업의 속셈이다.

    진정한 벤처는 그렇게 으리으리한 사무실에 있을 필요가 없다. 컴컴한 작업실에서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이 진짜 벤처 사업가다. 돈만 바라는 사이비 벤처 사업가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이용한다. 대통령의 처남까지도 이용하는 것이다.

    이성호 같은 사람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현혹시켜 돈을 끌어모으려는 사이비 벤처와 그들과 손잡고 한탕하려는 펀드팀에게 속는 투자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30만원짜리 월급자는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벤처기업은 이들에게 30만원의 월급을 지불했다는 자료 외에는 그 어떤 자료도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러니 나중에 문제가 터져, 투자자가 “벤처회사 소속 직원의 소개로 주식을 잘못 샀다”고 주장하더라도, 벤처회사는 “그런 사람이 근무한 적이 없다”고 발뺌할 수 있다.

    또 벤처회사는 자금부 직원들에게 30만원의 월급을 지불한 것으로 돼 있으니, 그만한 액수의 회사 돈을 비자금으로 빼 로비자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펀드팀 대표가 펀드팀 영업사원에게 주는 월 30만원은 그야말로 ‘껌값’이다. 영업사원들은 이 껌값을 바라보고 일하지 않는다. 이들은 주식을 팔았을 때 받게 되는 수당을 바라보고 일한다. 이들이 받는 수당은 그들이 판매한 주식대금의 15%다.

    영업사원이 시가 1만원짜리 주식 1000주를 팔아 1000만원을 입금시켰다고 하자. 그러면 50%인 500만원은 벤처기업으로 가고, 나머지 50%는 펀드팀으로 오는데, 영업사원은 이중에서 주식판매 대금의 15%인 150만원을 수당으로 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업사원을 데리고 있는 중간 팀장은 3%인 30만원을 수당으로 챙긴다.

    펀드팀 입장에서는 입금된 50%(500만원) 중에서 영업사원에게 가는 15%(150만원)와 중간팀장에게 가는 3% (30만원)를 뺀 32%(320만원)가 떨어지는 것이다.

    펀드 세계의 또 다른 불문율은 펀드팀과 벤처기업은 자기 경비는 자기가 부담하고, 공동으로 쓰는 경비는 5대5로 똑같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펀드팀에는 펀드팀의 경리를 담당하는 경리 책임자가 있다. 그는 영업사원에게 주는 월 30만원의 봉급과 펀드팀이 사용하는 전화료, 자동차 유지비 등을 처리한다. 그리고 그는 벤처회사의 경리 담당자를 만나 사무실 임대료나 관리비, 전기요금 등 공동으로 지불해야 하는 것은 정확히 5대 5의 비율로 지출한다.

    이때 경리책임자는 일정 비율을 펀드팀 대표 몫으로 떼어놓는다. 그리고도 남는 돈이 있으면 정해진 비율에 따라 ‘성과급’ 명목으로 펀드팀 전직원에게 나누어준다.

    펀드팀 대표와 중간팀장도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이 경우 이들은 총 유치금액의 15%에, 중간팀장분 3%, 그리고 성과급까지 받기 때문에 20% 이상을 ‘먹을’ 수 있다. 벤처기업에 1000만원을 투자한 사람은, 20%선인 200만원 내외의 돈이, 자신에게서 투자를 유치해 간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절대로 모를 것이다. 그 사실을 알면 그는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펀드세계가 ‘장밋빛 세상’일 수만은 없다. 고수익이 어른거리는 만큼 영업사원들은 상당한 부담을 질 용기가 있어야 한다. 펀드팀 대표는 판매에 들어가기 전에 영업사원들에게 그들이 판매할 주식을 매입할 것을 지시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영업사원 스스로 ‘이 벤처기업은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믿게끔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주식을 팔지 못하면 내가 산 주식이 휴지가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영업사원은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텔레마케팅은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 영업을 하지만, 벤처기업의 주식판매는 주로 아는 사람을 상대한다. 지인을 만난 영업사원은 그가 팔고자 하는 주식을 열심히 자랑한 후, 유명 배우 박모씨 이야기를 꺼낸다.

    박씨와 벤처기업인 S기술의 대표는 친구 사이였다. 박씨는 S기술이 자금부족을 겪고 있을 때 친구를 돕는 차원에서 투자했다. 그런데 S기술이 코스닥에 상장하며 주가가 폭등해 박씨는 상당 금액을 벌었다. 이러한 사례를 들어 권유하면, 열이면 열 지인은 “그러면 당신은 이 회사의 주식을 샀느냐?”라고 묻는다.

    이때 영업사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바로 그 회사의 직원이고 투자자다”라며 자신이 산 주식을 꺼내 보여준다. 이렇게 하면 ‘신뢰’가 형성돼 지인은 투자를 결심하게 된다.

    이때 까다로운 지인은 조건을 걸기도 한다. ‘벤처 회사가 잘못될 경우에도 투자 원금을 보장해준다’는 각서를 써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때 “각서는 써줄 수 없다”고 하면, 그는 자격 없는 영업사원이다. 대부분은 각서를 써주고 마는데, 벤처기업이 무너진 후 이 각서 때문에 지인과 영업사원은 송사에 휘말리기도 한다.

    때문에 펀드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개 재산을 부인을 비롯한 다른 가족 명의로 옮겨놓는다. 일이 잘못돼 소송이 걸리면 ‘내 배를 째라’며 버티기 위해서다. 또 한 회사의 주식 판매가 끝나면 재빨리 핸드폰 번호 등을 바꾸고, 다른 회사로 옮겨가 주식을 판매한다. 영업사원들이 가장 행복할 때는 그들이 판매한 주식이 코스닥에 상장돼 연속해서 주가가 오를 때다.

    상장을 하기 전 벤처기업은 대개 유상증자를 한다. 유상증자는 액면가(500원일 경우)의 3배 정도(1500원)로 이뤄지는데, 이렇게 유상증자를 해도 대개 주가는 1만원선을 유지한다. 그리고 무상증자를 한 차례 하면 주주들은 약간의 추가 투자로 세 배의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주식이 코스닥에 상장돼 연속 상종가를 기록할 때 이들은 잽싸게 팔고 빠지는 것이다. 이때는 주식을 산 모든 투자자들이 만족하기 때문에 일절 문제 제기가 없다. 오히려 “또 좋은 주식 있으면 알려달라”는 부탁이 쇄도한다.

    이렇게 되면 영업사원은 15%씩 받은 수당에 주가 상승으로 인한 이득까지 보태져 단숨에 수천만원을 번다. 명목상으로는 자기 재산은 하나도 없는 30만원짜리 봉급생활자이지만, 실제로는 수억원대 연봉자의 생활을 즐긴다. 이러한 마력 때문에 펀드세계에 들어온 사람은 ‘사기’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를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영업사원들은 매월 실적에 따라 공개적으로 수당을 받는다. 펀드팀 경리책임자는 15% 수당을 통장으로 ‘비밀리’에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전 영업사원을 모아놓고 하나하나 호명한 후 “이번 달은 얼마입니다” 하고 밝힌 후 수당을 나눠준다. 이때 후배가 자기보다 더 많이 받는 것을 보면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펀드세계는 인간의 경쟁심과 이기심을 이용해 ‘가공할 마력’을 발휘케 하는 가장 천박한 자본주의 세계인 것이다.

    내가 속한 펀드팀은 2000년 2월 핸디콤코리아 대표 송봉섭(41·현재 중국 체류)씨와 연결되었다. 그 이전부터 우리팀의 대표인 정모씨는 갑경전자란 회사를 운영하는 송씨와 알고 지냈다.

    그러다 송씨가 갑경전자를 핸디콤코리아(이하 핸디콤)로 바꾼 2000년 2월 우리팀과 핸디콤은 함께 지내게 되었다. 수지킴 살해범으로 밝혀진 윤태식이 운영한 ‘패스 21’은 지문인식 시스템을 개발해왔다는데, 핸디콤은 손의 모양과 크기 등으로 사람을 인식하는 장문(掌紋) 인식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선전했다. 핸디콤은 이 제품을 ‘핸디’로 명명했다.

    그러나 핸디콤은 공장이 없었다. 핸디콤이 내놓은 핸디는 개발품이 아니라 수입품이었다. 이러한 핸디를 몇 군데 기관에 납품한 후 한 하청업자에게 이를 복제케 한 것이 이 회사가 한 생산의 전부였다.

    핸디뿐만 아니라 지문인식시스템 개발에 뛰어든 회사들도 대부분 개발에 실패했다. 지문·장문인식시스템 개발은 간단치 않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완벽한 시스템이 개발됐다는 소식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그만큼 이 분야는 어려운 모양이다.

    그러나 당시는 지문이나 장문을 이용한 보안인식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으므로, 핸디콤은 액면가 5000원의 주식을 10만원에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식 판매는 잘 되지 않았다.

    일설에 따르면 송씨는 전과가 있어 기업체 대표이사가 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핸디콤에는 별도의 ‘바지사랑(직함은 상무)’이 있었다. 우리팀의 대표는 ‘바지시장’과 약정서를 체결했다. 약정서에는 대개 ‘벤처회사는 주식 몇 주를 펀드팀에게 넘겨주고, 펀드팀은 이 주를 얼마에 팔아준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약정서는 주식을 넘겨줄 때마다 만드는데 그러한 약정서중의 하나가 이다.

    주식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이벤트가 필요하다. 벤처 붐이 한창이었던 2000년, 서울 시내 주요 호텔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벤처기업의 창업식과 설명회가 열렸다. 핸디콤도 예비 투자자들을 불러 회사를 알리는 이러한 행사 준비에 들어갔다.

    이런 행사를 할 때는 예비 투자자를 모시는 것 외에 정관계의 실력자를 모시는 것이 중요하다. 유력 정치인을 비롯해 누구나 알 수 있는 실력자들이 여러 명 와야, 예비 투자자들은 ‘이 회사가 잘되겠구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유명 MC를 사회자로 초빙해야 한다. 유명 MC가 사회를 본 설명회와, 회사 직원이 사회를 보는 사업설명회는 천양지차(天壤之差)가 난다. 유명 MC를 모시기 위해서는 사전 교섭이 필요하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A급은 1회 왕림비로 500만원을 주어야 한다. 그저그런 MC들도 200만∼300만원을 주어야 모셔 올 수 있다. 벤처기업 설명회에 자주 나가본 MC 중 몇몇은, 벤처 투자에 관심을 갖고 직접 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그러다 돈을 날린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2000년 5월18일 핸디콤은 하얏트 호텔에서 예비 투자자들을 모아놓고 사업 설명회를 가졌다. 이 행사에는 민주당의 정대철 의원이 참석했는데 이후 주식판매가 호조를 이뤘다.

    여기서 자신을 얻은 핸디콤은 큰 이벤트를 준비했다. 송씨가 생각한 ‘이벤트’는 핸디콤 주식 판매를 위해 핸디텍코리아(이하 핸디텍)란 회사를 만들어 창업식을 하며, 이 행사에 예비 주주를 모신다는 것이었다. 송씨는 이 행사를 하얏트 행사보다 훨씬 더 거창하게 준비했다.

    그는 핸디텍의 대표이사 회장에 정관계에 매우 발이 넓은 차중덕씨를 앉혔다. 그리고 2000년 8월11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핸디텍 창립기념식을 갖기로 하고, 예비 투자자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했다. 동시에 차중덕 회장이 알고 있는 유명인사들에게 ‘꼭 참석해 주십사’ 하는 초청장을 발송했다.

    8월11일 행사가 열리자 차회장 덕분인지 민주당의 정대철·설훈·김경재·박상규 의원, 그리고 김윤기 건설교통부장관이 행사장에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보다도 더 주목을 끈 이는 김대중 대통령의 처남인 이성호씨였다.

    이성호씨는 차회장의 고등학교 선배라 차회장의 초청을 받아 행사장에 나왔다고 했다. 듣기로는 이성호씨는 국내에서 관광회사를 운영했으나 사업은 그리 잘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손님’으로 온 것인데, 어쩐 일인지 행사 진행 요원들은 그를 ‘주인’으로 모시는 듯했다. 이씨를 본 정치인들은 이씨에게 와 인사를 하고 기념 촬영을 했다. 이씨는 비디오 카메라에도 자주 찍혔다. 행사가 시작되자 정대철 의원이 축사를 하고 이어 이성호씨도 단상에 올라가 축사를 했다.

    두 눈으로 대통령 처남이 온 사실을 확인한 예비 투자자들이 수군거렸다. 핸디콤은 은행계좌를 열어 주식대금을 접수하지 않았다. 투자자가 돈을 들고 오면 그 자리에서 주식과 교환해주었다. 대통령 처남까지 온 후 핸디콤 주식을 사겠다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

    이 행사가 있은 후 펀드팀은 이 행사를 찍은 비디오를 갖고 다니며 “대통령 처남이 밀어주는 회사다”라는 말과 함께 투자자를 유치했다.

    그리고 핸디콤의 1주당 가격을 50% 인상해 15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런데도 주식은 잘 팔려나갔다. 이 두 행사를 통해 펀드팀은 약 70억원을 거둬들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70억원은 정확히 5대 5로 나누어 핸디콤과 펀드팀에게로 들어갔다.

    핸디콤으로 들어간 돈이 투자에 쓰였다면 결코 오늘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핸드콤은 생산시설도, 판매시설도, 거래처도 없는 집단이었다. 이 많은 사람들에게 봉급을 줘야하고 사무실 임대비를 내야 했으니, 투자비는 이런 곳으로 다 빠져나갔을 것이다.

    핸디콤으로 들어온 주식판매 대금은 주식판매 대금으로 입금되지 않고 ‘가수금(假受金)’으로 입금된다. 가수금이란 물건을 팔았을 때 받아야 하는 돈을 미리 받았다는 뜻이다. 이 가수금을 다시 돌려주는 것을’가수금 반제(返濟)’라고 하는데, 송씨는 가수금 반제라는 명목으로 한번에 수백~수천만원씩 돈을 가져 갔다. 그외에도 회사 법인카드로 수천만원을 사용했고, 월급도 핸디콤과 핸디텍에서 도합 550만원을 별도로 받아갔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많은 소득을 올렸는데도 송씨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200만원의 월셋 집에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펀드팀 종사자들이 자기 명의로 된 재산을 남겨놓지 않듯이 송씨 또한 자기 명의의 재산을 남겨놓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핸디콤으로 들어간 투자금은 빠르게 소진돼 나갔을 것이다.

    2001년 핸디콤과 펀드팀은 공동으로 야유회를 갔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의 경비를 핸디콤과 자금부(펀드팀)가 똑같이 5대5로 부담했다는 것이다(사진 2). 유일한 차이점은 포상금인데, 포상금은 핸디콤이 전액 부담했다. 포상금은 야유회 때 부서별로 나눠 시합을 한 후 상위팀에게 나눠준 것이다.

    이때는 펀드팀도 자금부라는 부서로 시합에 참여했기 때문에, 포상금은 핸디콤에서 부담했다. 벤처회사와 펀드팀은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모든 비용을 5대 5로 부담한다.

    핸디콤 주식매각으로 번돈이 거의 소진된 2001년 8월 송씨는 우리 펀드팀과 손잡고 또 하나의 이벤트를 준비했다. ‘핸디정보시스템(이하 핸디정보)’이란 회사를 만들어 ‘마우스 키’ 제작을 발표한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휴대 전화기로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이러한 원리를 컴퓨터의 마우스에 추가한 것이 마우스 키다. 문제는 이러한 마우스 키를 핸디정보가 개발한 사실이 없다는 점이다. 한 업체에서 개발한 것을 구입해 핸디정보에서 개발한 것으로 꾸몄다. 그러나 마우스 키는 신선한 아이디어 때문에 3대 일간지와 3대 방송을 비롯한 모든 언론 매체에 신상품으로 보도되었다.

    2001년 6월13일 송씨는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핸디정보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이 설명회에서는 모여대 석좌교수와 장관을 지낸 이모 교수가 영상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교수는 영상 메시지에서 “키보드는 서양의 알파벳에 맞게끔 제작된 것이나, 마우스 키는 한국인이 개발해서 한국인에게 맞는 자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나라당의 박원홍 의원이 단상에 올라 긴 축사를 읽었다. 유력한 교수와 정치인이 칭찬하고 도하 언론이 앞다퉈 보도하자 투자자들이 또 다시 몰렸다. 펀드팀은 이 행사가 있고 난 후 23억원 정도의 투자금을 확보해 송씨와 5대 5로 나눠 가졌다.

    그러나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공장도 없는 회사인데 어떻게 마우스 키가 출시될 수 있겠는가. 모 경제신문에서 상까지 받은 장문인식기 ‘핸디’가 그랬던 것처럼 마우스 키도 시장에 나오지 못했다. 핸디콤 직원들은 핸디정보 주식판매로 들어온 투자금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봉급을 받으며 송씨가 마음대로 회사 돈을 유용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나 이러한 송씨에게도 드디어 ‘올가미’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핸디콤은 어쨌든 기업이니 매출액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핸디는 거의 판매한 사실이 없으니, 매출액이 생길 수 없다. 그래서 송씨는 직원을 시켜 서울 용산전자상가 등에서 가짜 전표를 사오게 했다. 핸디콤은 컴퓨터 주변기기도 다루는 회사로 신고돼 있기에, 전자상가에서 가짜로 거래 영수증을 만들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2000년에 150억원 정도의 매출액과 매입액이 발생한 것으로 꾸며 반포세무서에 제출했는데, 이것이 걸린 것이다.

    2001년 여름 반포세무서에서 핸디콤에 대한 세무조사를 나왔다. 그리고 5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런데 송씨가 세무서에 갔다 온 후에 과태료 금액이 3억80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때는 송씨가 ‘마우스 키’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일본에서 1억 달러를 유치한 다음이었다.

    이때부터 송씨는 크게 위축되고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이때쯤 핸디콤의 경리직원이 회사 잔고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직원들에 말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10월까지 봉급을 받고 이후로는 더 이상 봉급을 받지 못했다.

    그해 11월 송씨는 일본과 투자문제를 상담하겠다며 일본으로 출국한 후 중국으로 건너가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핸디콤은 무너지고 이 회사가 발행한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었다. 이어 미국 영주권자인 차중덕 회장과 이성호씨도 미국으로 건너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펀드팀 관계자들도 재빨리 철수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개중에는 ‘원금을 보장해준다’는 각서를 써준 것이 있어 피해자들에게 잡히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핸디콤 직원들도 투자자들에게 시달렸으나, 시간이 지나자 이들도 피해자인 것으로 확인돼 직원들은 투자자들에게 합류하게 되었다.

    그러나 송씨 앞으로 돼 있는 재산이 없어, 피해자들은 헛물만 들이키고 있다. 핸디콤 사건은 ‘각서’를 써준 펀드팀과 ‘각서’를 받은 투자자들 사이의 사기사건이 되었다.

    이런 가운데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뭉쳐 핸디콤이 아무런 공장도 없이 이성호씨를 앞세우고, 정치인을 동원해, 언론보도까지 이끌어낸 것은 명백한 사기에 해당한다며 고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핸디콤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비화할지는 모른다. 나 자신도 검찰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핸디콤 사건을 보면서 한국 벤처업계의 비열한 작태만은 사라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 글을 발표하기로 결심했다. 돈이면 제일이라는 원칙 위에 천박하게 돈을 끌어들이는 펀드팀, 그러한 펀드팀을 이용해 사기를 칠 생각으로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벤처 기업주가 있는 한 한국 벤처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기 때문이다.

    나는 벤처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것에 주의하라고 말하고 싶다. 첫째는 은행이나 증권회사가 투자했는가를 꼭 살피라는 점이다. 은행은 벤처기업의 모든 재무 사정을 살펴본 후 가장 보수적으로 투자한다.

    둘째로는 창업투자회사(창투)가 투자했는지를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 창투는 은행이나 증권회사보다는 공격적으로 투자하지만, 어쨌든 벤처기업의 재무 상황을 따져본 후 투자를 결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에도 ‘사기’ 요소가 있다는 것에 유의하여야 한다. 은행이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은, 벤처기업으로서는 곧 성공을 보장받은 것이 된다. 때문에 벤처기업은 은행을 상대로 투자 로비를 편다.

    즉 은행의 벤처지원팀을 상대로 자사 주식을 액면가로 판매하는 것이다.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의 시가가 10만원일 때, 이 주식을 액면가인 5000원에 준다면, 이는 엄청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벤처 주식에 엄밀한 의미에서의 시가는 있을 수 없다. 10만원에 팔았든 5000원에 팔았든, 어쨌든 판 것이니 뇌물이라는 부담이 없는 것이다.

    은행의 벤처투자 팀원들은, 이러한 특혜를 받은 후, 그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할 수도 있다. 지난 3월말 서울지검 특수3부는 S은행 벤처지원팀장이 3개 코스닥 등록기업의 이사로 등재돼 있고, 이 코스닥 기업의 대표들이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가 있어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건은 은행측의 투자결정자와 벤처기업이 결탁한 단적인 사례다. 증권사나 창투사가 투자한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예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언론을 이용해 기사를 내보낸 뒤 투자자를 유혹하는 것도 전형적인 사례니 주의하여야 한다.

    오늘도 서울 테헤란로의 벤처밸리는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회사들 중 일부는 내가 있었던 펀드팀과 유사한 펀드팀과 손잡고,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은 신제품 개발보다는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들이는 것이 주목적이라, 대리석으로 치장한 세련된 사무실을 갖고 있다. 벤처기업 사무실이 왜 이렇게 호화로워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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