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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이 탄 마틴 루터 킹 인권상의 정체

  • 최영재 Cyj@donga.com

권노갑이 탄 마틴 루터 킹 인권상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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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월17일 권노갑 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수상한 ‘킹 목사 상’은 애틀란타 킹센터가 준 ‘인권평화상’이 아니라 로스앤젤레스 전미문화재단이 준 ‘인권자유상’이었다. 그런데도 언론은 킹센타의 ‘인권평화상’이라고 보도했다. 왜 이런 해프닝이 벌어졌는가.
민주당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한 달 동안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2월13일 귀국했다. 그는 마틴 루터 킹 인권평화상을 받고,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할 겸 1월14일 출국했었다.

권 전 최고위원은 귀국 예정일이 보름이 지났는데도 귀국하지 않아,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가 하와이에 머물던 동안 국내에서는 권 전 최고위원의 귀국후 활동에 대해 여러가지 관측이 꼬리를 물었다.

그의 위상을 감안하면 ‘내외문제연구소’를 복원해 정권 재창출에 본격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권 전 최고위원이 귀국해야만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신동아’는 다른 이유 때문에 권 전 최고위원의 귀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1월14일 출국한 가장 큰 이유인 ‘마틴 루터 킹 인권평화상’ 수상을 둘러싼 ‘의문’을 풀기 위해서였다. 그 의문은 그가 출국할 무렵이던 지난 1월15일 나온 언론 보도에서 시작됐다. 당시 ‘세계일보’ 보도를 보자.

민주당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마틴 루터 킹 인권평화상’수상과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14일 오후 부인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했다. 권 전최고위원은 16일 로스앤젤레스 마틴 루터 킹 센터에서 주는 인권평화상을 받으며, 이에 앞서 15일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 수상 축하 퍼레이드를 벌인다.



1월15일자 일간신문들은 한결같이 권 전 최고위원이 킹센터에서 주는 인권평화상을 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상한 것은 정작 ‘마틴 루터 킹 인권평화상’을 받은 1월17일, 주요 일간지에 나온 보도다. 다음은 ‘한겨레신문’의 기사다.

권노갑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전미문화재단(이사장 래리 그랜트)이 수여하는 마틴 루터 킹 인권평화상을 수상했다. 재단쪽은 “권씨가 킹목사의 이념에 맞게 한국의 민주화와 자유, 평등을 발전시킨 공로가 인정됐다”고 밝혔다.

이 기사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상을 주는 단체가 ‘마틴 루터 킹 센터’에서 ‘전미문화재단’이라는 단체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상을 받는 장소도 킹센터가 있는 조지아주 애틀랜타가 아닌 LA다. 95년 1월 김영삼 대통령이 인권평화상을 받을 때는 킹목사의 부인 코레타 스코트 킹 여사가 방한했다. 그러나 이런 세부적인 사실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같은 날인 1월17일 ‘연합뉴스’는 로스앤젤레스발(發)로 다음과 같은 기사를 내보냈다.

권 전 최고위원이 … 전미문화재단(이사장 래리 E. 그랜트)이 수여하는 마틴 루터 킹 인권평화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매년 인권과 민주화운동 과정에 비폭력 원칙을 견지한 민주인권운동가에게 수여되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9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이 수상했다.

연합뉴스 역시 상을 주는 단체를 ‘전미문화재단’으로 바꿔 썼다. 1월15일자 연합뉴스 보도에는 ‘킹 센터’라고 돼 있었다. 그리고 연합뉴스는 17일자 보도에 고르비, 김영삼 등 이 상의 역대 수상자를 덧붙였다. 킹평화상을 주는 단체가 이틀 만에 바뀔 리도 없다.

15일자 보도와 17일자 보도 중 어느 것이 사실인가? 권 전 최고위원이 받은 상은 무슨 상일까?



‘킹 센터’에서 ‘전미문화재단’으로

기자는 곧바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마틴 루터 킹 센터에 권 전 최고위원의 평화상 수상 여부를 물었다. 대답은 ‘모른다’는 것이었다. 킹 센터의 홍보 담당 로버트씨는 “LA에 그런 상이 있는 것도 모른다. 킹센터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다. 우리 킹센터에서는 한국사람으로 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인권상을 수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언론에 나온 LA 현지의 ‘전미문화재단’이 어떤 단체인지를 취재했다. 이 단체는 LA 시내의 흑인들이 만든 민간단체로 LA 흑인가의 대표격인 래리 그랜트(Larry Grant)씨가 회장을 맡고 있었다. 물론 이 단체는 애틀랜타의 킹센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지역 민간 단체였다. 이 단체의 주요 행사는 매년 1월15일에 벌어지는 기념 퍼레이드다.

1월15일은 킹목사가 암살당한 날로 미국의 공휴일이다. 해마다 이 날이 되면 미국 전역에서 킹목사를 추모하는 행사가 흑인가를 중심으로 열린다. 권 전 최고위원이 참가한 퍼레이드도 그런 행사 가운데 하나다.

퍼레이드를 주관하는 미국 각 지역의 단체들은 기부금을 걷고, 기부금을 낸 기업체나 개인을 이 행렬에 참가시킨다. 지난 1월15일 LA의 퍼레이드에는 아시아나항공의 꽃차량도 참가했다.

개인은 오픈카를 타고 행렬에 참가한다. 이번 퍼레이드에는 권 전 위원 부부가 ‘인터내셔널 그랜드 마샬’로 참가하고 일반 그랜드 마샬로 LA경찰청장, 캘리포니아방위사령관, 의회의장단 등이 참석했다.

권 전 최고위원은 바로 이 행사에서 상을 받은 것이다. 권 전 최고위원이 받은 ‘상’은 킹센터의 ‘상’과는 상호 연관이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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