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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이 탄 마틴 루터 킹 인권상의 정체

  • 최영재 Cyj@donga.com

권노갑이 탄 마틴 루터 킹 인권상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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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이 상의 선정 과정에 LA에 거주하는 재미동포 전동석씨(52)가 관련되어 있다는 소문이었다. LA의 퍼레이드에 참가한 이는 권노갑씨가 최초가 아니었다. 지난 해 같은 날 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그랜드 마샬로 이 퍼레이드에 참가한 전력이 있다. LA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전동석씨가 김영진 의원을 2000년 퍼레이드에 참가시켰고, 다시 김의원을 통해 권 전 최고위원을 참가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전동석씨는 1975년 1월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태권도 사범이다. 그는 몇년 전까지 LA 흑인가의 ‘하이스 파크’라는 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태권도를 가르치다가 최근에 그만두고, 흑인가 옆에 있는 레버드 경찰서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흑인가에서 운영하던 태권도장은 후배 한모씨가 ‘Han’s Tiger’라는 간판을 달고 운영하고 있다.

권 전 최고위원에게 상을 준 단체는 전미문화재단, 세계문화체육재단, 인종평등협의회 등 세 단체다. 전동석씨는 전미문화재단의 공동 의장이고 세계문화체육재단의 대표(president)다. ‘신동아’는 LA에 있는 전동석씨 사무실 전화번호를 입수해 그와 통화했다. 다음은 그 통화내용이다.

-LA흑인가와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흑인가에 진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979년에 흑인강도가 쏜 총에 한국 유학생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유학생은 강도가 원하는 돈을 순순히 내주었는데도 총격을 받았다. 이런 일이 여러번 반복되었다. 그래서 하필이면 왜 우리 민족이 흑인들과 사이가 좋지 않을까? 이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하고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1983년 어느 날 갈비 80파운드에 양념을 재서 흑인가에 제공하고 태권도 시범을 보였다. 이때부터 나는 흑인가에서 친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래리 그랜트씨가 운영하는 전미문화재단(National Culture Foundation)과는 어떤 관계인가?

“내가 그랜트씨와 11년째 이 단체 공동의장으로 있다. 이 단체를 통해 나는 LA 현지에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초청했고, 태권도 교류 같은 문화사업과 장학사업을 한다. 이 밖에도 한국인과 흑인의 갈등을 풀기 위한 여러 사업을 한다.”

-권노갑씨가 킹목사 상을 받게 된 경위를 말해달라.

“이 상은 전미문화재단(NCF), 세계문화체육재단(WCF), 인종평등협의회(CRE) 세 단체가 연합으로 준 상이다. 이 세 단체가 심사해서 결정한 것이다. 선정과정에는 캘리포니아주방위사령관, LA경찰청장 등이 참여했다.”

-권노갑씨가 받은 상을 이전에 어떤 사람이 받았는가?

“그 상은 권노갑씨를 위해 이번에 특별히 만든 상이다. 이렇게 세 단체가 힘을 모아서 상을 주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러면 앞으로도 이런 상이 나오기 힘들다는 뜻인가?

“그렇다. 전미문화재단이 단독으로 킹목사 퍼레이드에서 상을 주는 일은 있겠지만, 세 단체가 연합으로 상을 주는 일은 앞으로 가능성이 희박하다.”

-전미문화재단이 단독으로 상을 준 일이 있다면, 어떤 사람이 이 상을 받았나?

“확실하게 기억하진 못하지만 캘리포니아 경찰청장 같은 분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신은 상을 준 단체의 공동의장인데. 권노갑씨가 이 상을 받는데 관여하지 않았나?

“관여하지 않았다. 나는 권노갑씨가 상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결정된 이후에야 알았다. 권노갑씨가 받은 상장도 미국 정부기관이 디자인해준 것이다. 이는 전례가 없는 대우다.”

-권노갑씨와는 언제부터 알고 있나?

“나는 권노갑씨를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보좌관이 누구인지, 전화번호도 팩스번호도 모른다. 신문에서만 보아서 알고 있었다. 시상식 당일 아침 조찬 모임을 하는데, 누군가 ‘저 분이 권노갑씨’라고 말해주기에 처음 만났다. 그것도 그분의 LA 체류일정이 2박3일밖에 안돼 여러 시간 만나지도 못했다.”

-권노갑씨가 상을 받은 대가로 당신이 미화 7만달러에서 10만달러 정도를 받았다는 소문이 LA 현지에서 떠돌고 있다는데 사실인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내가 마틴 루터 킹 퍼레이드 공동의장이고, 세계문화체육재단 대표라서 그런 오해를 받고 있다. 이 상을 수여한 단체 가운데 하나인 세계문화체육재단 이사장 시드니 크로넨탈(Sydney Kronental)씨는 한국을 잘 아는 분이다. 그는 세계스포츠사에 일본인이라고 명기된 손기정씨를 한국인으로 정정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착이 깊다. 또 한국전쟁에도 참전한 사람이다. 그 분이 권노갑씨를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에는 사회와 국민과 정부 사이에 비영리재단이 있다. 전미문화재단도 그런 단체다. 비영리재단에 투입되는 돈이 1년에 수백억달러다. 이 돈으로 어두운 곳을 비추는 일을 한다. 비영리재단은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인가한 단체들이다. 이 단체들은 1년에 한 번 기금 모금 만찬을 하고, 모금된 기금 내용을 모두 방송으로 밝힌다. 보통 이 자리에서 지난 20∼30년간 세계평화와 미국을 위해 일한 사람을 표창한다. 기부금을 낸 대가로 상을 받았다면, 감사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과는 어떤 사이인가?

“99년 한국기독총연합 초청으로 고국을 방문했을 때 세계문화체육재단의 시드니 크로넨탈씨가 소개해서 알게 되었다.”

-김의원도 2000년 1월15일 LA의 킹목사 추모 퍼레이드에서 그랜드 마샬로 선정된 적이 있는데 경위를 말해달라.

“99년 6월 시드니 크로넨탈씨와 함께 방한했을 때 미국에서도 한흑간 화해를 위한 마틴 루터 킹 퍼레이드가 있다며, 크로넨탈씨가 김의원을 초청했다. 그것이 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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