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미공조에 대해서 많은 분이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부시 새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서 힘과 권위를 앞세우는 정책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NMD(국가미사일방어) 추진도 그런 예가 되겠지요. 이런 점에서 미국이 클린턴 시절과는 달리 북한에 대해서 좀더 강경하고 엄격한 자세를 견지하지 않을까, 또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과 상충되지 않을까, 이게 사람들이 걱정하는 핵심입니다.
“한미관계에 대한 걱정, 힘과 권위를 바탕으로 한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 기조, NMD 문제, 클린턴 행정부와는 다른 정책으로 인해 한국과 불협화음을 일으킬 가능성 등 몇 가지 질문을 한꺼번에 주신 셈인데, 하나씩 답변하지요.
우선 TMD(전역미사일방어) 및 NMD는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결코 그렇지가 않아요. 어떤 정부든 기본적인 의무는 자국민 및 국익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지금 논의중인 NMD의 전략 및 개념은 미국의 국익과 국민, 해외주둔 미군 및 미국의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음, 미국의 외교정책이 힘과 권위에 기초하고 있다는 말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은 물론 강한 나라이고 우방들과 함께 평화와 안보에 기여하고 있다는 데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이 그 힘을 호전적으로 쓰지 않겠는가라는 의미의 질문이라면, 저는 단연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현재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어떤 대립도 없습니다. 우리는 친구이고 동맹으로서 어떤 문제든 솔직하게 열린 자세로 논의하고 있어요. 이러한 협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전략적·전술적 차원에서 양국간에 이견은 없습니다.”
─말씀 중에서 NMD에 대해서는 사실 러시아와 여러 유럽 국가들이 반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부시 새 정부는 NMD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천명하고 있고요. 한국인들로서는 북한 미사일 문제가 NMD 추진에 하나의 배경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저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및 수출 문제가 TMD 및 NMD 추진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특정 국가로부터의 위협 때문에 미국이 이러한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아무튼 (NMD 추진 발표로 인해) 미국을 향해서 탄도 미사일을 쏠 수 있는 적국의 위협으로부터 미국과 미국민, 해외주둔 미군 및 동맹국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는 믿음이 미국 내에 널리 확산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배치 및 수출, 그리고 이것이 한국과 주한미군, 주일미군 등에 사용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NMD 구상과 북한 미사일 문제를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지는 말아줬으면 해요.”
─얼마 전 미국의 한 신문에서 부시 새 정부가 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정책과 스타일을 이어받으려 한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소련에 대해서 매우 강경한 자세를 견지했었지요.
“그 질문은 미국의 역대 행정부를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역사학자들에게 더 어울리는 것 같군요(웃음). 어떤 대통령이든 일단 취임하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문제들에 직면하게 마련입니다. 지금 미국의 새 대통령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20년 전인 80년대와는 크게 다르지 않은가요? 또, 부시 대통령은 선거운동 때나 취임 초기에 줄곧 자신의 독자성을 분명히 밝혀왔습니다. 10∼20년 세월이 흐른 후 역사학자들이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교하는 것은 흥미로울지 모르지만, 지금 대통령의 정책이 다른 누구의 것과 비슷하다고 예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요.
참고로 NMD 및 TMD에 대해서 몇 마디 덧붙이고 싶습니다. 러시아 등 여러 나라가 미국의 NMD 추진 계획에 반대 혹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했지만, 미국은 계속해서 유럽, 러시아 및 중국 등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논의를 통해서 미국의 의도와 관련 기술 등을 설명할 기회를 갖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런 대화는 계속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게 될 것으로 믿어요.”
“북한 재래식 무기, 새로운 제안 아니다”
─미국은 그동안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대북 협상에서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왔고, 최근에도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북한이 미사일 문제를 먼저 푸는 자세를 보여줘야만 북미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여기에 더해서 최근 재래식 무기도 새롭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은 좀 더 강경한 쪽으로 정책이 바뀌는 거라고 볼 수 있는 신호 아닐까요?
“미국은 그동안 줄곧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즉 미사일 발사체제 및 부품 수출 등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리고 그건 북한의 재래식 무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사실 북한의 재래식 무기는 미국이 우려해온 핵심 사안 중 하나였습니다. 페리보고서에도 이 부분이 언급 돼 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논의하기 위한 대화 채널을 수립했던 것입니다. 4자회담이 바로 그것이지요. 4자 회담의 목적에는 한반도에 긴장을 완화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구축한다는 것 뿐 아니라 이런 재래식 무기 문제를 다루겠다는 의지도 있는 겁니다. 우리는 앞으로 몇 주 이내에 북한이 이런 대화 채널에 다시 호응해오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미국은 항상 북한의 재래식 무기에 대해 우려해왔다는 점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도 3만7000명 이상의 주한미군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체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군사적) 균형에서 변화가 있어야 하고, 북한의 재래식 무기 문제를 다룸으로써 그런 과정이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말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방문 얘기가 나왔을 때 일각에선 북미간에 미사일 문제가 상당히 진전했기 때문에 그런 얘기까지 나오지 않았겠느냐고 짐작했습니다. 그러나 클린턴 방북은 끝내 무산되고 말았지요. 이것 역시 부시 행정부의 강경노선을 예고하는 사례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작년에 북한 조명록 차수가 미국을 방문해서 공동 관심사에 대해 논의하는, 혹은 논의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중요한 진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해서 대화를 이어나간 것 역시 중요한 변화였습니다. 이미 공개된 내용이지만, 당시 북한의 미사일 개발 및 수출문제가 밀도있게 논의됐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기 때문에 콸라룸푸르에서 전문가 회담을 계속하기로 합의했고, 또 실제로 회담이 열렸던 겁니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 목적에는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여러 가지 이유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은 성사되지 못했지요.
이제 새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몇 주일 이내에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과거의 성과와 성공을 계승하는 정책이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이 지역에서 미국의 국익은 변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 및 공조를 해나간다는 최우선적인 과제에도 변화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몇몇 한반도문제 전문가는 부시 행정부가 조정기간을 거쳐서 클린턴 시절의 대북정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합니다만….
“부시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 및 대북정책은 부시 대통령 고유의 정책이 될 것입니다. 상황이 변하고 사람이 바뀌었으니 이전 행정부의 정책과 똑같을 수는 없지 않겠어요? 또, 전임 행정부의 정책과 현 정부의 정책을 비교하는 것은 공평하지도 않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기본적으로 저는 미국 새 정부가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출범한 지 이제 몇 주일밖에 안된 시점에 이미 한국에 대한 존경과 확신을 표명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을 말해주지 않습니까? 양국 대통령은 이미 전화로 대화를 나누었고, 외무장관 회담도 열렸으며, 앞으로 계속 많은 대화가 있을 겁니다.”
─주한미군에 대해서 질문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 크레이그 토머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 소위원장은 “주한미군을 포함해서 해외주둔 미군을 감축하라는 압력이 미국 내에서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는데, 부시 행정부하에서 주한미군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미국 정부는 정기적으로 해외주둔 미군 및 국방 소요(defense requirements) 등을 검토해오고 있습니다. 이건 어떤 급진적이거나 혁신적인, 혹은 특별한 움직임이 아니라는 거지요. 한반도에서 강력한 억제정책을 견지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동맹으로서 한국에 대한 의무를 이행해갈 것이라는 점에도 변화가 없습니다.
그러나 장래에 어떤 일이 전개될지 미리 추측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아무튼 현재로서 한미 동맹관계는 매우 굳건하며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에 대해서 언급했지만, 미국 정부는 이런 김대통령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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