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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 진단|부시정권과 한미공조

NMD는 세계를 향한 기만이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의 진단

  • 송문홍 songmh@donga.com

NMD는 세계를 향한 기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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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이래 변함없이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남북 정상회담을 수용하게 했던 주된 요인이라는 데 많은 전문가가 동의합니다. 김대통령의 포용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제가 보기에 김대통령은, 서울이 북한의 위협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지만, 과거 남한 및 미국의 어떤 대통령보다 대북정책의 전환에 큰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1998년 2월 취임사에서 김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 “적극적인 화해협력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고, 평양이 워싱턴 및 도쿄와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그런 식의 조그만 움직임이라도 나타나는 것을 두려워하던 전임자들과는 매우 대조적인 자세였습니다.

김 대통령은 또 1998년 6월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50년간에 걸친 대북 엠바고를 풀라고 미국에 요청한 최초의 국가 수반이었습니다. 그는 별다른 양보도 요구하지 않고 북한에 식량 등 원조물자를 제공했으며, 동시에 그 자신이 북한의 강경파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자제력을 발휘했습니다. 이로써 남북한은 지난 수십년간 남북관계에서 어떤 진전도 이루지 못했던, 서로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치고 받기(tit-for-tat)’ 식의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외에도 김대중 대통령은 현대그룹의 창업자이자 실향민인 정주영씨가 대규모 투자를 하게 하는 등 남한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하도록 적극 권유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말해서 저는 김대중 대통령이 어느 누구보다 남북 화해를 위해 많은 일을 했으며, 바로 이런 일들로 인해 노벨상 위원회가 그의 공적을 평가하게 됐다고 봅니다.

─남북한은 지금 경의선 철도 복원, 전력지원 등 경제협력 분야에서 대화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전개된 대화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철도 복원사업은 지금까지 잘 진행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경제협력도 몇 년 전까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화되었습니다. 남한 기업들은 북한을 지원하고 경제협력을 하는 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고, 북한 노동력을 생산설비에 투입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은 90년대 이래로 동북아 지역정치, 특히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응하는 일에 핵심이 돼왔습니다. 그러나 작년 6월의 남북정상회담은 이런 상황을 역전시켰고, 그 후 한국이 미국을 대신해서 대북협상 테이블의 앞자리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상관성을 생각해볼 때, 양자는 상호 배타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대중 정부는 1998년부터 클린턴 대통령의 퇴임 때까지 대북정책에서 미국을 선도해왔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별 관심도 없었고, 북한에 관한 모든 사안을 핵비확산 정책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당시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은 불량국가(불량국가라는 개념도 클린턴 행정부가 전임 부시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개념입니다만)라고 보는 데는 변함이 없었지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처음에 워싱턴에게 논쟁의 여지가 큰 개념이었습니다. 그러나 1999년 9월 페리 보고서가 나오면서 클린턴 행정부는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정책으로 돌아섰습니다.

워싱턴의 정권교체와 평양

─클린턴 행정부 전반에 걸친 대북정책을 평가해주십시오.

1992년부터 1994년 6월까지는 매우 나쁜 정책을 펼쳤고, 그래서 영변의 북한 핵시설을 놓고서 제2차 한국전쟁까지 갈 뻔했습니다. 그러나 위기가 지난 뒤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에 외교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고, 1994년 10월 제네바 기본합의 등 상당한 성과를 얻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까지 대북관계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노력했고, 만약 앨 고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그런 노력은 계속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한국전쟁 이래로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바꾸는 데 어느 전임자보다 많은 일을 했다고 평가합니다.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서 고위 관료들의 발언 등 몇 가지 시그널이 나오고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이런 것들을 어떻게 보십니까?

사실 지금까지 한반도 정책에 관해서는 별다른 시그널이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파월 국무장관 등 몇몇 인사들이 한 발언, 즉 미국은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계속 유지할 것이며,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북한과의 관계개선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는 발언이 나왔을 뿐입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합니다. 다음달 부시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고 나면 상황이 좀더 분명해지리라고 봅니다.

─부시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서 미국에서는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즉 북한에 제공하기로 했던 경수로 2기 중에 1기 대신에 6기의 화력발전소를 지어주자는 안입니다.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고 보십니까?

그건 그저 추측일 뿐이라고 봅니다. 부시 행정부가 1994년 기본합의를 재협상할 것인지 여부를 지금 논하기는 너무 이릅니다. 새로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왜 평양과 그런 합의가 이뤄졌는지 이해하게 되고, 다른 여러 대안이 1994년 기본합의보다 못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게 되면, 그들은 1994년 기본합의를 비롯해서 클린턴 행정부가 이뤄놓은 것들을 지지하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북미간에 진행되고 있는 의제들, 예컨대 미사일 협상, 인도주의적 지원, 경제제재 해제, 테러지원국 해제, 제네바 합의에 따른 경수로 건설 문제 등의 의제를 사안별로 전망해주십시오.

그런 것은 다 연관되는 문제들인데, 현재로서는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하기로 한 약속을 계속 지킬 것인가, 김대중 정부가 시작한 화해정책을 부시 행정부가 유지할 것인가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상당한 보상을 받으면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왔지만, 북한 당국이 DMZ 북쪽의 군사력 수준을 감축하는 데에 동의하지 않는 한 부시 행정부가 이걸 수용할지는 의심스럽습니다. 그렇지만 부시 행정부도 북미관계는 계속 진전시킬 것이라고 봅니다.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것도 상당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작년 가을 미·북 양측은 이 문제에 관련해 거의 합의에 접근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건 제 해석입니다만, 북한은 자국에 망명해 있던 일본 적군파의 송환에 기꺼이 응하려고 했는데, 이 문제는 그 동안 경제제재 해제를 가로막은 주된 장애 중 하나였습니다.

경수로는 지금 건설중이지만, 북한이 전력 설비를 현대화하지 않는 한 그 경수로가 정말로 북한의 전력난 해결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입니다. 전력설비를 현대화하는 데에는 상당한 외부 지원이 더 필요합니다. 따라서 경수로가 완성되고 난 몇 년 뒤까지도 실제로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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