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된다면 오는 9월 경의선이 개통된다. 경의선이 뚫리면 열차가 달릴 텐데, 이 열차에 무엇을 실을 것인가. 현재 남북한 간에는 부산항에서 나진항까지 컨테이너선이, 인천-남포항 간에는 일반 화물선이 다니고 있다. 인천-남포 항로에는 (주)한성선박의 소나호가 다녔다. 그런데 현재 북한은 인천-남포 항로에는 (주)람세스물류의 루지앙호만 취항시키라고 요구하고 있어, 이 항로 운항은 일시 중단되고 있다.
경의선, 빈 차만 다닐 것인가?
나진-부산 항로에는 (주)동룡해운의 컨테이너선 추싱호가 한달에 3번 왕복하는데, 만선율은 50% 미만이라고 한다. 그나마 이 배에 실리는 화물은 대부분 중국 연길 일대의 공장에서 나오고 있다. 북한에서 나오는 화물은 거의 없는 것이다. 인천-남포 항로의 사정도 비슷하다. 인천항에서는 옥수수와 밀가루·내복·달걀 등 대북 구호품이 제법 실려 나가지만, 남포항에서는 수산물을 제외하면 별로 남쪽으로 실어보내는 것이 없다. 한성선박의 소나호 만선율은 30∼40%였다.
경의선에 사람을 태운 객차가 다니려면, 남북한 주민의 자유왕래에 따른 제반 협정이 타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협정 체결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라 복원된 경의선에는 화물 열차부터 달려야 한다. 기존 항로에도 실을 물건이 없는데 경의선 화차에는 무엇을 실을 것인가.
남한 기업들이 북한에 많은 공장을 지었다면, 남한에서 출발하는 화차는 원·부자재를 싣고 가고, 북한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임가공품을 싣고 돌아올 수가 있다. 그러나 남한 기업이 북한에 공장을 지으려면 여러 개의 투자 보장 협정이 체결되어야 한다. 경의선은 이러한 협정이 체결되기 전에 개통될 것이고, 설사 이러한 협정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남한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경의선의 화차는 ‘빈 수레’로 다닐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남북 경협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또 “빈 수레가 요란하다. 우리의 대북 사업이 너무 성급히 추진된다”며 김대통령을 비판할 것이다.
“물류로 남북을 통일한다”
이러한 사태를 예측했기 때문일까. 박문수 사장(朴文洙·58)이 이끄는 대한광업진흥공사(광진공)가 경의선 화차에 실을 품목을 발굴했다. 광진공은 석유를 제외한 지하자원을 탐사해 그에 관한 정보를 광산업체에 알려주는 공기업체다. 지하자원 탐사에 있어서는 당연히 국내 최고고, 세계적으로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공기업이 북한의 지하자원을 탐사해 알려주면, 남북한의 광산회사들이 공동으로 채굴해, 경의선을 통해 남한으로 내려보낸다는 것이다.
북한 전체 수출액에서 광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50%가 넘는다. 반면 남한은 세계적인 자원 수입국이다. 북한 광물자원의 대남 수출이 늘어난다면 북한 수출액이 급증할 것이고, 남한은 물류비가 줄어드는 이익이 있다. 광진공은 이를 위해 북한 광물자원 탐사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문수 사장은 김대통령을 32년간 모셔온 사람이다. 김대통령이 표방하는 ‘3단계 통일방안’은 줄줄 외울 정도고, 김대통령의 눈빛만 봐도 심중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그이기에 지난 해 6월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자 곧바로 북한 광물자원 탐사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북한의 ‘아오지 탄광’에서 채굴된 석탄이 경의선을 통해 포항제철로 옮겨와, 철광석을 녹이는 용광로에 들어가는 ‘남북 물류 융합의 날’은 올 것인가. 박사장의 거대한 통일 물류 비전을 들어보았다.
―광진공은 언제부터 북한 광물자원 탐사에 관심을 가졌습니까.
“2000년 2월 11대 사장에 취임해 업무 현황을 보고받으면서, 북한 자원 개발을 연구하는 부서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이미 94년부터 북한 자원개발부가 있다는 겁니다. 그때부터 광진공은 통일부·안기부(현 국정원)와 협조해 북한 광물 자원에 관한 자료를 비축해 왔습니다. 지난해 6·13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6월7일 광진공은 남북 광물자원 협력개발 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북한 광물자원에 관한 자료를 어떻게 비축했는지, 자세히 설명해주시지요.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의 신문 잡지를 분석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대표를 만나 북한 광물 탐사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상당한 자료가 축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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