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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권활동가의 DJ를 향한 쓴소리

“대통령님! 노벨상 탄 인권침해자가 되시렵니까?”

  • 박래군

“대통령님! 노벨상 탄 인권침해자가 되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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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29일 새벽, 경찰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적정인력 확보를 요구하는 호텔롯데 노조원들의 파업농성을 진압했다. 이어 7월1일 사회보험노조의 농성을 같은 방식으로 진압했다. 대(對)테러부대인 솔개부대까지 앞세운 전광석화 같은 ‘작전’이었다. 경찰은 장애인, 여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폭력을 휘둘렀다.

1997년말부터 진행된 IMF식 구조조정은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을 낳고 있다. 한때 실업자는 200만명에 육박하기도 하였으며, 다시 취업을 했다는 노동자들도 예전의 직장이나, 혹은 비슷한 대우를 받는 일자리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미 53%를 넘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예사로운 문제일 수 없는 심각성을 던져주고 있다.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낳은 폐해는 그동안 확보해왔던 노동 기본권마저 포기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제 정부에서는 전경련과 같은 재벌 기업 집단들의 이익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요구하는 초국적 자본의 이해에 부응하여 노동법의 전면적인 개악을 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노동자들이 겪은 노동조건과 임금의 하락 및 비정규직의 양산은 ‘빈곤층 1000만 시대’로 이어졌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빈부지도를 20대 80으로 고착화하고 있다.

노동기본권의 포기만이 아니라 빈곤층으로 전락한 이들이 겪는 사회권의 후퇴현상은 그 뒤로도 여러 가지 사회문제로 어어지고 있다. 즉 건강과 교육의 일정한 유보와 포기, 가정의 해체, 노숙자의 상존, 자살자와 보험범죄의 급증 등 심각한 문제들이 노동기본권 포기에 뒤를 이어 빈곤층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한 조사결과는 여성 노동자들의 63%가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5%만이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결국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 있는 여성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에는 호텔 롯데만이 아니나 이랜드 노조,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노사정위원회를 통과한 노동법 개정안이 복수노조 금지를 다시 5년간 연장하기로 함에 따라 이들의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길은 더욱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각종 사회보험들이 제도화되었다고 하지만, 노동을 기본전제로 하는 그 제도들은 오히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된 뒤 그 혜택을 받는 이들이 줄어든 것에서 보듯이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 노동으로부터도 배제되고, 인간의 기본권으로부터 배제되는 계층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나아가 앞으로 추진될 구조조정에 의해 더욱 확대된다면 생존권을 비롯한 사회권의 문제가 우리 사회 전체를 위협하는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정부의 대답은 폭력진압과 밀어붙이기식 구조조정일 뿐이다. 정부의 인권정책에서 이들의 인간적 기본권은 늘 관심밖에 있다.

군산 매매춘업소 화재사건이 남긴 것

“밤 11시 오늘 첫 손님을 받았다. 술취해 추근대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제보다는 매너들이 좋았다. 오늘은 매상을 많이 올릴 것 같았다. 8명의 손님을 받는 사이 새벽 5시가 됐다. 손님은 더 없을 것 같다. 포주와 오늘 하루 정산을 하니 내 장부에 들어간 돈은 16만원, 그 돈도 실은 포주가 저축해준다며 가로채 내 호주머니엔 단 한푼 없다. 영업수입 절반은 애초부터 주인아줌마 몫이다.”

위 글은 지난해 9월19일 군산의 매매춘 업소들이 몰려 있는 일명 ‘쉬파리 골목’에서 매춘에 종사하다 화재사건으로 사망한 임아무개 씨 일기 중의 한 대목이다. 임씨는 채 1평도 안되는 3중 감금장치가 된 방에서 손님을 받다가 화재에도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그녀는 개그우먼이 되는 꿈을 갖고 있었다고 하지만, 빚에 팔려온 자신의 신세는 ‘철창에 갇힌 한 마리 작은 새’일 뿐이었다.

이 사건 이후 경찰은 여론에 밀려 업주 8명을 구속하고, 5명을 지명수배했다. 이후 경찰은 전국에서 ‘감금 매춘’ 특별단속을 벌여 매매춘 업주와 인신매매사범 289명을 붙잡아 163명을 구속했다. 하지만, 매매춘 업주들의 정기적 상납을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진 경찰과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는 흐지부지되고 말았으며, 1심 재판의 결과도 3∼4년의 실형에 그쳐서 여성단체들의 비난을 받았다.

우리 사회에서 보호받아야 할 약자들의 처지를 한 마디로 말한다면 바로 군산화재사건의 그 여성들과 같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발생했던 영등포 쪽방의 화재사건, 1998년의 충남 연기군 소재의 부랑인시설인 양지마을과 1996년말부터 지금껏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에바다농아원 같은 사회복지시설에서도 비슷한 문제들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거기에 노동권은 고사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코리아 드림의 꿈을 분노로 바꿀 수밖에 없는 2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 수백만명의 장애인들, 성정체성을 당당히 밝힐 수 없는 동성애자들, 남편에게 학대당하는 여성들, 부모의 화풀이 대상인 아동들의 문제까지 우리 사회의 약자들과 소수자들의 인권은 아직껏 제대로 된 사회적 공론의 장조차 갖지 못한 채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흡한 과거청산 작업

1999년 12월28일 과거문제 해결을 위한 3개의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 3개의 법률은 ‘제주 4·3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법’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다.

이중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은 70년대 이래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의문사로 사망한 사건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특별히 주목된다. 의문사는 공권력의 부당한 개입에 의해서 발생한 것으로 공권력이 직접 살해행위에 가담하였거나, 아니면 은폐·조작에 관여한 사건을 말한다. 대표적인 의문사 사건으로는 장준하 선생, 최종길 교수, 조선대 이철규 사망사건 등이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말까지 총 80건의 진정이 접수됐고, 이중 75건의 사건을 위원회가 조사하기로 하였다. 특히 위원회는 70년대 전향공작 중에 사망한 비전향 장기수들을 직권조사하기로 하여 파문을 던졌고, 삼청교육대 사건도 직권 조사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이 위원회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시작은 순조로왔지만, 국정원 경찰 군 검찰과 같은 권력기관들을 실질적으로 조사하기에는 위원회의 권한이 지나치게 미약하다. 민관 합동 수사관 50여명으로는 최대 9개월 안에 사건 조사를 마치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제한적인 것이긴 하지만, 과거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죽음과 불명예를 당한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 50여년이 흐른 제주 4·3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법적인 장치를 마련하였다는 점은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전쟁 시기의 수많은 양민학살, 베트남전 학살 사건의 진실규명은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또, 민주화운동과는 별개의 사건들, 예를 들면 김훈 중위 사건과 같은 군부대내 폭력 희생자의 문제는 현재의 구조로서는 해결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매향리 미군 폭격장 문제를 비롯, 파주미군기지 폭발물 설치 사건, 군산 미공군 비행장의 오·폐수 무단 방류사건, 7월13일 녹색연합에 의해 폭로된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 한국전쟁 중 노근리 학살사건 등으로 주한미군은 이제 국민들을 개별적으로 위협하는 범죄에서 사회환경마저 파괴하는 인권침해 주범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행정협정(SOFA)의 전면적인 개정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투쟁이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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