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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호위보살상 좌우 바뀐 채 100년간 방치됐다

  • 최완수

석굴암 호위보살상 좌우 바뀐 채 100년간 방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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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과 그 권속(眷屬; 돌봐야 하는 식솔, 즉 딸린 식구)이 사는 생활공간인 불국세계도 안과 밖의 구분이 있다. 부처님으로부터 불법을 전수받아 이를 일반 대중에게 전파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지고 있는 성문(聲聞; 가르침을 받고 깨달은 이), 연각(緣覺; 스스로 깨달은 이), 보살(菩薩; 일체 중생과 함께 깨달으려고 깨달음을 유보하고 있는 이) 등 전법대중이 부처님을 모시고 생활하는 공간은 불국세계 안에 있어야 한다. 따라서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 수호대중은 당연히 불국세계 밖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석굴암도 내외 2실 구조로 설계되어 문으로 들어오는 전실(前室; 앞방)과 현관은 8부중(八部衆)과 금강역사(金剛力士) 및 사천왕(四天王) 등 불법을 수호하기로 맹세한 수호대중이 차지하고 있으며, 주실(主室; 주인 방)에는 석가모니 부처님과 그를 둘러싼 여러 보살과 제자들로 가득 차 있다.

다만 이 주실 안에도 부처님을 밀착 보호하는 경호원이 있으니 범왕(梵王)과 제석(帝釋)이 그들이다. 범왕은 대범천왕(大梵天王; maha--bra-hman)의 줄임말로 색계(色界) 초선천(初禪天)의 정상을 다스리는 천왕이다.

색계는 음욕(淫欲)이나 식욕(食欲)과 같은 욕망에서는 벗어났으나 아직 무색계(無色界)와 같이 완전히 물질을 여의어 순정신성만 존재하는 세계가 아닌 세계, 즉 색신(육신)이 존재하는 세계를 일컫는다. 초선천에 3천(天)이 있고 2선천에 3천이 있으며 3선천에도 3천이 있고 4선천에 9천이 있어 도합 18천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는데 대범천왕은 초선천의 제3천을 다스리는 천왕이다.

이 대범천왕은 아득한 옛날 사바세계를 만들어냈다고 해서 사바세계주(主) 범왕이라고도 일컬었으니 ‘잡아함경(雜阿含經)’ 권44에서 구가리(瞿迦梨)가 네가 누구냐고 묻자 사바세계의 주인인 범천이라고 대답하는 것이나, ‘방광대장엄경(方廣大莊嚴經)’ 권3 탄생품(誕生品)에서 탄생하는 석가태자를 받아내는 장면을 서술하는 데서도 사바세계주 범천왕이라 표기하고 있다. 이제 그 대목을 옮겨서 이를 확인해 보겠다.



“비구는 마땅히 알라. (석가)보살이 태 속에 머물면서 위와 같이 가지가지 공덕과 신통변현(神通變現; 신통을 부려 변화를 나타냄)을 성취하고 몇 달을 다 채운 다음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편안하게 탄생하셨다. (중략) 이때에 제석(帝釋) 및 사바세계주 범천왕이 공경 존중하는 태도로 몸을 굽히고 나아가서 일심정념(一心正念; 한결같은 마음을 가지고 바르게 생각함)으로 양손에 교사야의(奢耶衣, ka-sika-; 산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실로 짜낸 얇고 투명한 비단)를 가지고 있다가 곧 보살을 받들어 올렸다. 그 일이 끝나고 나자 곧바로 보살을 태 속에 계시던 때 거처하시던 보전(寶殿)으로 옮기고 범궁(梵宮)으로 돌아갔다.”

석가여래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범왕과 제석은 그 호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밀착경호를 하고 있는 것이다. 탄생하는 석가를 둘이 기다리고 있다가 함께 받아낸 것이다. 그렇다면 제석천은 누구인가. 본 이름은 석가제바인다라(釋迦提婆因陀羅, s첺kra-deva-na-m-indra)로 욕계(欲界) 6천(天) 중 제2천에 해당하는 도리천(利天)의 천왕이다. 욕계는 식욕과 수욕(睡欲; 자고 싶은 욕망), 음욕 등 3욕을 버리지 못한 하늘세계를 일컫는데 사천왕천(四天王天), 도리천, 야마천(夜摩天), 도솔천(兜率天), 화락천(化樂天),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의 6천이 있다고 한다.

그중에 석가제바인다라천왕, 즉 제석천왕이 다스리는 도리천은 땅과 허공이 나뉘는 수미산(須彌山) 상봉에 있어 수미산 사방에서 각기 한쪽씩을 차지하고 사는 4천왕천과 함께 지거천(地居天; 땅에 사는 천인)으로 불린다. 도리천은 33천이라고 번역하는데, 이는 4방에 각각 8천씩 있고 중앙에는 제석천이 사는 선견성(善見城)이 있어 모두 33천이 되기 때문이다.

제석천을 교시가(尸迦, kas쳃ka)라고 부르기도 하고 마가바(摩伽婆, maghava-n)라고도 부른다. ‘대지도론(大智度論)’ 권56에 따르면 이것이 제석천 전생의 성과 이름이라고 한다. 제석천은 원래 마가다국의 바라문으로 성이 교시가, 이름이 마가바였는데 지혜가 출중하여 그 친구 32인과 함께 복덕(福德)을 많이 닦았으므로 죽은 뒤에 친구 32인과 함께 도리천으로 상생하여 그 자신은 천왕이 되고 그 친구인 32인은 32천이 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제석천은 세상의 그 어떤 것도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또 착한 것을 좋아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싸움을 좋아하는 악신인 아수라(阿修羅, asura)의 군대를 가끔 쳐부수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든다. 그런데 세상에 착한 무리가 늘어나면 제석천의 힘이 커지고 악한 무리가 늘어나면 아수라의 힘이 커지므로 일찍이 석가세존이 대각(大覺)을 이루고 그 깨달은 불법(佛法)을 사람들에게 전파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착한 무리들이 늘어나야 하니 불법을 설해야 한다고 범천왕과 함께 간청하여 석가세존의 허락을 얻어냄으로써 불교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방광대장엄경(方廣大莊嚴經)’ 권10 대범천왕권청품(大梵天王勸請品)에서 그 정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내가 증득한 심히 깊고 미묘한 법은 가장 지극히 고요하여 보기도 어렵고 깨닫기도 어려우며 분별하고 생각하여 풀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오직 여러 부처님만이 알 수 있을 뿐이다.(중략) 만약 이 법으로 사람들을 위해 연설한다면 저들은 모두 깨달아 알 수 없을 터이니 헛되이 그 공력만 버리고 이익될 바 없을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나는 응당 잠자코 있어야 한다.

저때에 대범천왕이 부처님의 위대한 신통력으로 여래께서 가만히 계시는 까닭을 알고 석제환인의 처소에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교시가야 너는 지금 마땅히 알아야 한다. 세간 중생들이 사는 곳에 생사의 검은 수풀이 드리워져서 선법(善法)이 줄어들고 악법이 늘어나고 있다. 어째서냐 하면 여래께서 버리시고 법륜(法輪)을 굴리시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땅히 부처님 계신 곳으로 함께 가서 여래께 권청(勸請)해야 한다. 어째서냐 하면 (과거의) 여러 부처님께서도 만약 권청하지 않으면 모두 가만히 계셨기 때문이다.(중략)

저때에 대범천왕 및 석제환인, 사천왕천, 33천, 야마천, 도솔타천, 낙변화천, 타화자재천, 범중천(梵衆天), 범보천(梵輔天), 광음천(光音天), 광과천(光果天), 편정천(遍淨天), 정거천(淨居天) 내지 아가니타천(阿迦尼天)이 빛을 발하며 한밤중에 다연림(多演林)에 이르러 부처님께 향하여 정례(頂禮)를 드리고 나서(중략) 석제환인이 합장하고 부처님께 향하여 게송으로 법륜을 굴리시기를 청하였다.

(중략) 저때에 여래께서 그대로 가만히 계시니(중략) 대범천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편단우견하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며 합장하여 부처님께 향하여 법륜 굴리시기를 게송으로 청하였다.”

이렇게 제석천과 범천왕이 계속 권청하였으나 석가세존은 계속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어찌할지를 고심한다. 그 결과 중생을 상·중·하 3종의 근기(根機)로 나눌 수 있는데 상근기를 타고난 이들은 설법을 하지 않아도 깨달을 수 있고 하근기의 중생은 설법을 해도 깨닫지 못하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근기의 중생들은 설법을 하게 되면 바로 깨달아 알 수 있으니, 자신이 출현한 것은 이들에게 설법해주기 위해서라는 판단을 내린다.

그래서 게송으로 대범천왕에게 설법하기로 한 사실을 통보한다. 이 허락을 받아낸 범왕이 펄쩍펄쩍 뛰며 기뻐하다가 세존께 정례를 드리고 날아가버리자 이때에 지신(地神)이 허공신(虛空神)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여래께서 지금 범왕의 권청을 받아들여 법륜을 굴리고자 하신다. 한량없는 여러 중생을 불쌍히 여기셨기 때문이고, 한량없는 여러 중생을 이익되게 하시려는 때문이며, 한량없는 여러 중생을 안락하게 하시려는 때문이고, 선인(善人)을 늘리고 악한 무리를 줄이려는 때문이며, 여러 중생을 열반에 들게 하려 하신 때문이다.” 지신이 이 말을 마치자 한 순간에 허공신이 듣고 차례로 전해서 아가니타천까지 이르렀다.

석굴암의 범왕과 제석 자리배치 틀리다

범왕과 제석은 석가세존께 이렇게 친근하고 특별한 존재였으므로 수호대중임에도 불구하고 전법 공간에 배치되어 석가세존을 밀착호위하고 있다. 그러니 이 범왕과 제석은 당연히 밖을 경계하는 자세로 서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석굴암 주실에 배치된 범왕상과 제석상은 거꾸로 내면을 향해 시선을 주고 있으니 이는 그 밀착호위 임무와는 상반된 자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덩달아서 좌우 협시보살로 등장한 문수(文殊)보살상과 보현(普賢)보살상까지 시선을 안으로 돌려 10대 제자와 마주보는 자세를 취하게 되었는데 이는 주불을 협시하는 시위(侍衛)대중이 지을 자세는 아니다.

더구나 그 지물을 보면 아수라와 싸워야 할 제석천이 마땅히 금강저를 들고 있어야 하고 사바세계를 창조했다는 범왕은 정병(淨甁, 물병)을 들어야 하니 현재 보는 쪽으로 좌측에 정병과 불자(拂子, 떨이개)를 들고 서 있는 인물을 범왕으로 보고, 보는 쪽으로 우측에 금강저(金剛杵)와 불자를 들고 서 있는 인물을 제석천으로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제석천보다 우위(優位; 윗자리)에 있어 제석천으로부터 최고의 경례를 받는 범왕이 당연히 부처님의 좌측, 즉 보는 쪽에서 우측에 시립해야 한다.

그런데 그 위치가 바뀐 것이다. 제석이 범왕자리에 와 있고 범왕이 제석자리에 가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범왕과 제석의 위치가 뒤바뀔 때 함께 움직인 문수보살상과 보현보살상도 그 위치가 서로 바뀌고 말았다.

그래서 금강저라는 확실한 지물 때문에 범천왕과 제석천의 이름은 바뀌지 않았으나 문수보살을 상징하는 확실한 지물인 경권(經卷; 두루말이 형태로 되어 있는 경전)의 표현에도 불구하고, 주불을 협시할 때 주불 쪽에서 보아 좌측이 문수이고(보는 쪽에서는 우측) 우측은 보현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원칙에 따라 보현을 문수라고 부르고 문수를 보현이라고 부르는 잘못을 저지르게 되었다.

사실 부처님을 시위할 경우 좌범왕, 우제석의 원칙은 깨뜨릴 수 없는 철칙이다. 아마 문수보살과 범왕상이 제자리를 찾는다면, 즉 현재의 문수보살상과 범왕상을 보현보살상과 제석천상과 맞바꿔 놓는다면 범왕과 제석 및 문수와 보현의 시선이 모두 십대 제자의 시선과 가지런하게 밖을 향하게 될 것이고 문수보살의 지물인 경권(經卷)도 본디 의미를 찾게 될 것이다. 밖을 경계하는 범왕과 제석의 경호 의미가 되살아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실수는 석굴암의 주실 천장 앞부분이 붕괴되었던 1900년 전후한 시기에 저질러진 것이 아닌가 한다. 나라가 망해가는 정신없던 때에 천장이 무너지며 그에 연결되었던 앞부분 석벽까지 휩쓸려 쓰러지자 대강 응급 복구한다고 하다가 좌우를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에 관한 식견도 부족하고 옛 모습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면 능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다. 그런데 일제가 1913년부터 중수를 시작하면서 학술적인 진단을 거치지 않은 채 이런 현상을 고착시켰기 때문에 그 오류를 바로잡지 못하고 오늘에 이른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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