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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대특집|일본 역사교과서 왜곡파문

교과서 왜곡은 ‘大國일본’ 위기의식의 발로

일본현지보고

  • 손학규 < 한나라당 의원 >

교과서 왜곡은 ‘大國일본’ 위기의식의 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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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만난 사람들은 일본사회의 다양성을 이해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없지 않은 듯 보였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는 당장 코앞에 닥친 자민당 총재선거와 오는 7월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에 온통 마음이 가 있는 정치현실에서 외교 현안의 중대성보다는 표에 약한 정치시스템과 ‘리더십 부재’의 일본 정치가 두드러져 보였다.

교과서 왜곡문제에서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이 문제를 대충 짚고 넘어갈 수 없다는 데 있다. 몇 년 지나면 잊혀질 사안이 아니라는 데 우리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한 채 차기정권을 맞이하면,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현 김대중 정부가 취한 방식과 같이 한일 관계발전에 있어서 선도적 조치를 내놓으면서 국민의 동의를 얻기가 어려워졌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앞으로 그 어느 누구도 대일문제 접근에 있어서 ‘무모한’(?) 용단은 내리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 문제는 현정부 임기 내에 마무리해야 하며, 문제 해결에 있어서 평면적 접근보다는 입체적으로 접근해가야 한다. 정부당국에만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일본 외무성 당국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교과서 검증과정에 외무성에 한번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결국 실권 없는 외무성과의 대화를 통해서 문제해결을 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한 일본에 대해 우리로서는 교과서 채택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학계 및 교사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문제도 검토해볼 일이다.

또한 일본 사회의 다양성을 시야에 넣고 그들 내부의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세력들과 긴밀히 의사교환을 하면서 이런 왜곡된 생각과 주장이 일본사회에서 설득력을 잃게 하는 노력을 인내를 가지고 펼쳐 나가야 한다. 그들 사회 내부에서 과격하고 ‘위험한’ 주장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소수의견으로 전락할 때, 역사교과서문제는 재발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역사교과서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민감정의 문제라고 본다. 다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대응해야 하며, 양국간의 미래를 내다보는 전망 속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다음 정권에서 진정한 미래 동반자 관계를 위해 좀더 진전된 조치가 나오더라도 국민이 납득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할 수 있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미·중 사이에서 (단순)사고로 처리되기를 기대한다. 지켜보자.”

미국과 중국 전투기 충돌사건이 발생한 직후에 만난 일본 외무성 고위 당국자는 아주 차분한 어조로 이 문제가 조만간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그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당시 그의 논거는 이러했다. “중국 현 지도부는 ‘경제발전’에 정권의 명운과 위신을 걸고 있다. 그들에게 ‘국방’은 나중 문제다. 그들은 이런 뜻을 몇 차례에 걸쳐 명백하게 밝힌 바 있다. 개혁 개방을 추구하는 중국에게는 그에 걸맞은 우호적인 국제환경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WTO 가입은 그들이 바라는 바”라며, 충돌사건이 쌍방의 군사적 긴장관계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중국, 즉 개혁·개방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중국이 한국이나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도, 동북아시아 긴장완화 측면에서 볼 때도,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이야기가 다소 다른 데로 흘렀지만, 부시 공화당 행정부가 들어선 뒤, 미국과 중국 간에 새로운 긴장관계가 조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던 차에 발생한 양국간의 전투기 충돌 사건인만큼, 이 문제가 악화될 경우에 우리 한반도에 끼치는 영향은 간단치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부시 대통령과의 사이에) 이견이 표출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일 정계 수뇌급 고위 인사)

“부시는 클린턴과는 달리 북한에 대해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또 다른 정계 고위실력자)

“클린턴 전대통령은 취임 초기에는 전임자인 부시 전대통령의 대 중국정책이 너무 무르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자신이 집권하고 난 얼마 뒤에는 중국을 1주일 동안이나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정작 맹방인 일본은 들르지도 않았다고 해서 일부에서는 일본을 경시한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외무성 고위당국자)

“좀더 시간을 갖고 미국의 (동아시아 담당) 진용이 짜이는 것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외무성 고위당국자)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문제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간여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는 없었나?”라는 필자의 물음에 위와 같은 답변들이 나왔다. 다시 말해 정권 초기에는 약간의 이견이 생길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정책상 균형을 찾게 된다는 것이었다. 시간과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하게 지켜보자는 주문이었다.

“페리보고서 쉽게 폐기 못할 것”

외무성 고위 당국자는 “부시는 아래 사람에게 일을 알아서 하도록 맡기는 스타일이다. 미국의 동아시아정책에 관해서는 국무부의 아미티지, 짐 켈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방성에서는 윌포위츠나 피터 로드만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국무차관보 후보로 거론되는 짐 켈리는 균형 감각이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앞으로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대해 우리의 주장을 ‘빈번하게’ ‘심도 있게’ 전달하면서 의견을 조율해나가는 일이 매우 중요할 것 같았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동북아문제에 접근하는데 한·일 양국과 긴밀하게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국이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북한문제에 관해서 앞으로도 미국의 비중이 감소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 특히 북한체제 앞에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라는 사실, 따라서 미사일문제에 대해 북한의 대화 상대방은 미국이라는 점 등이 그들이 갖는 시각이었다.

앞서의 외무성 관계자는 이 밖에도 북한이 유럽국가들과 수교하고 있으나,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면서, “한반도에서 유럽이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생각도 능력도 없다”는 EU측 관계자 말을 소개했다. 그는 ‘페리보고서’는 클린턴 정권의 단독 작품이 아니라, 공화당 측도 참여하여 만든 것임을 언급하고, 부시 공화당 행정부가 이를 쉽게 폐기하지 못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나아가 한·미·일 3국의 공동 작품으로도 볼 수 있다며 향후 대북문제 접근에 있어서도 이러한 3국 공조의 틀이 유지되기를 기대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NMD에 관해서는 “기술적인 면에서 볼 때, 실현성 자체가 불확실하다”고 전망하면서도, “다만 미국 새 행정부가 이를 배치하겠다는 강한 결의를 가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상황에는 미국이 동맹국인 한 일 양국은 물론, 이해관련국인 중국 러시아와 긴밀한 대화를 나눠야 할 것임을 미국 측에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 정계 고위 인사는, “요즘 한일관계에는 과거 정권처럼 정상간의 깊은 신뢰관계 형성이 아쉽다”고 언급했다. 그의 말 속에는 이번 역사교과서 왜곡파동 등 양국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상간에 긴밀한 대화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배어 있는 듯했다.

또한 그는 개인적으로 ‘호형호제’ 하며 각별한 우의를 맺고 있는 우리의 전직 대통령 한 분에 대해서는 ‘홀가분한 입장’에서 미국 일본 등을 방문하면서 외교적인 측면에서 나름대로 나라를 위해 중요한 몫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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