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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인 성공학|(주)하츠 이수문 사장

사업은 연극처럼, 연극은 사업처럼

  • 곽희자 < 자유기고가 >

사업은 연극처럼, 연극은 사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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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품을 100% 수입해 뚜껑만 씌워 팔던 (주)하츠는 설립 초기부터 부품 국산화에 주력, 세계 수준의 레인지 후드 업체로 성장했다. 하츠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하며 회사 설립 후 13년간 한해도 빠짐없이 연 30%의 성장세를 과시했다.
이수문씨(李秀文·52)는 사업가이자 연극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레인지 후드를 만드는 (주)하츠의 사장이며, ‘명성황후’를 제작한 뮤지컬 컴퍼니 ‘에이콤’의 운영위원이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에 싹튼 연극 사랑이 나이 오십을 넘긴 지금도 변함이 없어 사업을 하면서도 연극 동네를 떠나지 못한다.

사업과 연극이라는 전혀 다른 두 바닥을 넘나들며, 인생의 긴장과 여유를 적절히 조율하며 살아가는 이사장은 굳이 말하자면 기업가 보다는 예술가적 기질이 더 강하다. 틀에 박힌 생활보다 자유분방한 삶을 좋아하고, 체질적으로 심심한 걸 못 참아 항상 재밋거리를 찾아 헤매는 게 그렇다. 한 가지 일을 3년 이상 못하는 것도 그렇다. 이런 자신을 그는 “진지하지 못하고 엉성한 사람”이라고 평한다. 하지만 어디에 갖다 놓아도 금방 적응하는 것은 장점이라고 했다. 연극을 통해 닦은 유연한 사고 덕분에 사물을 제대로 분석하고 동태적으로 볼 줄 알게 됐다는 이사장은 “연극이 내 인생을 폭넓게 해줬으니 늘 연극에 빚진 기분”이라고 말한다.

그는 회사도 이런 예술가적 기질로 끌어간다. 배우들에게 신명나게 뛰어놀 판을 만들어 주고 객석에 앉아 그걸 바라보듯, 회사를 경영할 때도 ‘진두지휘’를 하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일할 마당을 만들어주고 자신은 한 발 물러서 제 방향으로 가는지 지켜볼 뿐이다. 두 팔 걷고 현장을 누비며 하나부터 열까지 빼놓지 않고 챙기는 여느 중소기업 사장들과는 사뭇 다르다.

‘쿠치나’로 명성

“오너가 일일이 간섭하고 발등에 떨어진 불이나 끄고 있으면 지금 당장은 일이 잘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그렇지가 못해요. 사장은 기업이 나아갈 큰 방향만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목표에 다가가는 방법은 직원들 스스로 결정하도록 맡겨야 합니다. 그리고는 흐름만 살피되, 행여 흐름을 방해하는 문제가 생겨도 방향을 잘못 잡을 만큼 심각한 게 아니면 직원들이 해결하게 내버려둬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직원들이 일하는 보람도 느끼고 창의력도 발휘합니다.”



직원들끼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다 해도 수업료 좀 든 것으로 생각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실수를 용인하지 않으면 직원들은 어떤 일도 시도하지 않게 된다는 것. 그는 “오너는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는 30%만 관여하고 나머지 70%는 미래를 준비하는 데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은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관련 업종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지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기초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객관적인 눈을 갖는 것이다. 이사장은 어린 시절 시나리오를 분석하면서 그런 눈을 키웠다고 한다. 그의 ‘뜨인 눈’ 덕분인지, (주)하츠는 지금껏 매년 30%대의 성장세를 보여왔다.

올해로 설립 13년을 맞는 하츠는 부엌에서 조리할 때 나는 냄새를 배출하는 레인지 후드 전문업체다. 지난 1월 사명을 ‘하츠’로 바꾸기 전까지는 ‘한강상사’라는 이름으로 ‘쿠치나’(이탈리아어로 ‘kitchen’) 후드를 생산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말 세계 시장을 겨냥해 120억 원을 투자,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연간 90만 대의 후드를 생산할 수 있는 1만1000평 규모의 경기도 평택공장을 열었다.

아울러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기업 이미지 통일(CI) 작업도 벌였다. 이때 회사 이름과 브랜드 이름을 모두 ‘하츠’로 바꿨다(다만 ‘쿠치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아 보급형 제품에는 당분간 ‘쿠치나’ 상표를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하츠(Haatz)’는 ‘Human, Art And Techno Zone’의 약자로 ‘인간, 예술, 기술의 조화를 통해 밝은 미래와 쾌적한 환경을 구현한다’는 기업정신을 담고 있다. 이사장은 “수출품 생산라인을 완벽하게 갖췄고, 세계적인 제품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도록 적극적인 마케팅 작업까지 끝내 이젠 열심히 뛰는 일만 남았다”고 자신한다. 현재 하츠는 일본과 호주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데, 곧 홍콩과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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