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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연재|난치성 만성질환에 도전한다 ①

아토피 피부염, 면역제제와 체질의학으로 고친다

  • 안영배(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아토피 피부염, 면역제제와 체질의학으로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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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때: 2001년 4월3일
  • ● 곳: 신동아 회의실
  • ● 참석자 노건웅(서울알레르기클리닉 원장) 양성완(뉴코아한의원 원장)
  • ● 사회: 안영배 기자
사회 : 의학계에서 21세기에 인류가 정복해야 할 10대 질환 중 하나로 꼽고 있는 아토피 피부염은 암이나 에이즈 못지않은 난치질환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0.5∼1%, 어린이의 경우 5∼10% 정도가 이 병 때문에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될 만큼 흔한 질환이면서도 아직 뚜렷한 치료대책이 없어 환자와 그 가족들이 애태우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흔히 신생아에게 많이 나타나 태열(胎熱)로 불리는 이 병은 예전에는 자라면서 저절로 낫는 질환으로 알려졌으나 지금은 성인에게서도 발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환자들은 잠을 청하기 힘들 정도의 극심한 가려움증과 보기에 흉한 피부로 인해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일부 환자들이 비싼 돈을 들여 일본까지 ‘원정’ 가 치료를 받는 안타까운 현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양방 및 한방 분야에서 최근 아토피 피부염 치료로 주목받고 있는 의사 두 분을 모셨습니다. 자기 분야에서 독특한 치료 노하우를 갖고 계신 두 분께서 이 질환에 대한 최근 정보 및 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얘기를 충분히 나눠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토피 피부염에 대해 양방과 한방의 접근 방법이 다를 수 있다고도 보는데요, 먼저 양방 전문의인 노건웅 박사께서 아토피 피부염이란 과연 무엇인지부터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노건웅: 아토피(Atopy)란 말 자체가 ‘비정상적인’ ‘이상한’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듯이 매우 복잡한 질환입니다. 면역학을 전공한 제 입장에서 보면 유전적인 소인(素因)에 의해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을 아토피라 하고, 또 그것이 피부염으로 나타난 것을 아토피 피부염(Atopic dermatitis)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알레르기 피부질환이면서 유전적 소인을 띠고 있는 것이 아토피 피부염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양성완: 한방에서는 쉽게 말해 ‘피가 이상한 상태’라는 개념에서 접근해볼 수 있어요. 아토피는 흔히 태열로 통하는데, 이는 모태에서부터 어머니와 태아의 혈액 성분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자기 고유의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하기 위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태열은 아이가 자기 고유의 항상성 유지라는 대명제를 실천하기 위해 면역 혹은 방어기전을 취득해가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것이죠. 보통 면역반응은 3∼4세에 완성되는데, 이렇게 되지 않을 경우 알레르기라든가 면역질환 쪽으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요즘은 옛날과 다른 음식문화, 공해, 스트레스 등 다른 환경 속에 놓이다 보니까 아토피 피부염이 노소의 구별없이 생기는 추세예요. 어렸을 때 태열이 없던 사람에게도 나이 40이 넘어 발병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것은 자기 항상성 유지가 안 되는 불균형 상황에 놓이면 이 질환이 연령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유전과 체질의 함수관계

노건웅 : 참고로 면역학적으로 덧붙이자면 자궁 밖으로 나온 신생아는 모태에서 가지고 있던 특수한 알레르기 상태에서 자라기 시작합니다. 면역학적으로 성숙이 덜 됐기 때문에 바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질 못하지요. 바로 그때 태열이 나타난다고 해요. 그런데 ‘태열은 돌이 지나면 낫는다’ ‘걸으면 낫는다’는 등의 말을 많이 하지만 요즘 태열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므로 조기 발견해 치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사회: 양원장님은 나이가 들어서도 아토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고, 노원장님은 아토피가 예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말씀하셨는데, 아토피 질환이 왜 생기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양성완: 아토피 원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어요. 양방에서 말하는 유전적인 소인을 한방으로 표현하면 체질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실제로 아토피 질환에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그 밖에 음식, 거주하는 지역, 기후와 같은 환경적인 문제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한의학 서적들을 보면 매운 음식을 많이 먹었거나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술을 과음했을 경우 태열이 심해진다고도 하지요. 심지어 출산 후 시어머니와 싸웠더니 아토피가 생긴 경우도 목격할 수 있었고요.

노건웅: 양의학에서는 어떤 병의 원인에 대해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으로 나눕니다. 선천적인 것으로는 아까 말씀드린 유전적 소인을 꼽을 수 있고, 후천적인 것으로는 산업화된 이후 늘어난 대기오염이나 스트레스 등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이 작용한다고 봐야지요. 예를 들어 쥐 실험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이용해 자극을 주면 유전적 소인이 없는 쥐가 인위적으로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어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사회: 그렇다면 양의학에서 말하는 유전적인 소인과 한의학의 체질적 소인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입니까?

양성완: 한의학의 근본은 체질입니다. 사람을 유형별로 분류해 4상체질이니 8상체질이니 또 그보다 폭넓게 32상체질이란 것도 있는데, 아무튼 체질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개성이자 유전적 경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방에서 이렇게 체질을 따지는 것은,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완전체가 아닌 편향성을 갖고 출발하기 때문에 그 편향성에 의해 생기는 불균형, 부조화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말해 양방이 아토피 피부질환에 대해 알레르기 수치가 높다 낮다 등 증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해 그 이상 상태를 조절하려 한다면, 한방은 환자의 상하(上下) 좌우(左右) 전후(前後) 표리(表裏) 등 공간적인 지표에 의해 한열조습(寒熱燥濕, 더운가 찬가 습한가 말랐는가)의 체질적 편차가 어떤가를 살펴보고 그 편차를 조절해 균형 혹은 평형을 이루고자 합니다. 약물이나 여러 요법으로 음양조화의 균형을 유도해줄 경우 치료가 된다는 원리지요. 이러한 진단법은 비단 아토피뿐만 아니라 한방의 모든 질환에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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