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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마약전쟁

“황홀경은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어느 마약중독자의 고백

  • 조성식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mairso2@donga.com

“황홀경은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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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탓에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재발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외국처럼 사회와 집을 연결하는 halfway house(중간거주시설; 정신장애자를 위한 사회복귀훈련시설)가 필요하다. 거기서 가족과 유대감을 회복하는 시간도 갖고 재활훈련도 받고 직업도 소개받는 것이다.”

그는 마약수사의 문제점도 거론했다.

“마약을 하는 사람들은 환자다. 그런데 수사기관에서 범죄자 취급을 하니 범죄자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다. 한성대 대학원 과정에 국제마약범죄학과가 있다. 학교 관계자에게 ‘마약이 왜 범죄냐’고 따졌다. 수강생 중에 수사관계자가 있는데 그 사람도 내 얘기에 동의한다. 검찰의 마약수사는 치료보다 실적 위주다. 보호관찰제도도 형식에 치우쳐 있다. 마약환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처벌이 아니라 사회의 따뜻한 눈길이다. 환자로 여기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줘야 한다.”

전문 상담사를 꿈꾸는 그는 이날 인터뷰 장소에 나오기 직전 한성대 대학원 국제마약범죄학과 과정에 등록했다. 가을학기부터 수강한다고 했다. 그에 앞서 올봄엔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대학원에 입학했다.

“마약퇴치운동본부와 YWCA 등에서 상담활동을 하면서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내가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몸에 있는 기가 다 빠졌다. 당분간 공부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그는 “기억력이 좋지 않아 공부가 남들보다 몇 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치러야 할 대가로 생각하고 이를 감수하고 있다는 것. 그는 “요즘도 하루에 여러 번 마약 충동을 느낀다”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처음엔 다들 ‘한번쯤’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하는데, 아예 시작을 말아야 한다. 히로뽕을 끊으려면 목숨을 건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다시 약을 하면 나는 죽는다는. 그 정도 의지가 아니면 끊을 수 없다. 마약 중독자에게는 recovered(회복한)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recovering이 있을 뿐이다. 지금은 끊었더라도 평생 다시 안 한다는 보장이 없다.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오늘 하루 약 없이 충실하게 살겠다’는 다짐을 하고 그대로 지켜나갈 경우 그것이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면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다.”

“오늘 하루 약 없이…”

그의 대학원 학비는 교회에서 지원한다. 아내 될 사람도 교회에서 만났다. 그는 자신이 행운아라고 말했다.

“가족(여동생)이 있고 지지해주는 친구들이 있고 교회와 목사님이 있고 이제 아내까지 얻게 됐다. 지금은 잘 알고 있다. 내가 여기서 또 ‘깨지면’ 그 모든 사람이 나를 떠나리라는 것을. 그때는 비참하게 죽는 일만 남을 것이다. 그 동안 나무가 푸르고 꽃이 예쁜 것을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보인다. 새로 태어난 기분이다. 그 동안 사랑의 감정을 몰랐던 것이다. 약에서 깨어나면 세상에 대한 적개심에 가득 찼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고 나만 불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교회의 도움도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떳떳하다.”

신동아 200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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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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