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사가다의 수마강 동굴입구에 이곳 고유의 장례의식을 거친 수많은 관이 쌓여있다.
야자수가 너울너울 춤을 추는 와이키키 해변의 은모래 위에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 바닷속으로 첨벙첨벙 뛰어든다‥.
그러나 이것으 상상으로 그치는 게 좋을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라면 양쪽 발바닥이 피투성이가 되어 비명을 지르며 바다에서 뛰쳐나오는 상황이 벌어질 게 뻔하다. 운 나쁘게 병조각을 밟았기 떄문이 아니다. 몇걸음만 들어가도 바다바닥이 날카로운 산호초와 암초로 덮여 있기 떄문이다. 그래서 바다로 들어가려는 사람은 발목까지 감싸주는 장화를 신어야한다.
하와이의 와이키키해변엔 몇년마다 한번씩 벌크선이 모래를 싣고 와 파도에 씻겨나간 모래를 보충한다. 하와이 뿐 아니다. 괌도 사이판도 와이키키아 다를 바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해변에 도열한 딜럭스 호텔들은 한결같이 야외풀을 갖추고 있다.
‘여름 해외여행은 야자수 너울대는 바다!‘라는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시원한 고원지대로 행선지를 바꾸는 것은 어떨가. 성격이 다른 해외고원지대 두군데를 추천한다.
필리핀의 사가다(SAGADA)
루손섬 대산맥, 코르디렐라의 첩첩산중 울울창창한 아름드리 소나무 숲에 파묻힌 해발 1500m산꼭대기 마을 사가다에 내리면 유럽의 어느산골마을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사가다를 푸르고 깨끗하게!‘
곳곳에 표어를 붙여놓고 동네사람 어느 누구도 담배꽁초 하나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깨끗한 여관방 하나 잡아 보따리를 던져놓고 다음날부터 주위를 한바퀴 훑어보자.
솔숲을 걸어 산마루에 오르면 계단식 논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일하는 농부가 있다면 내려가서 말을 건네볼 일이다. (거의 모든 사가다 주민들은 영어를 한다.)그들의 집에 따라가 차 대접, 술 대접을 받을 수도 있다.
사가다애서 30분쯤 걸으면 수마깅 동굴이 기다린다. 조명시설도 없고, 손잡이와 계단 같은 편의시설도 없는,끝없이 아름다운 자연 동굴 그대로다. 6000원을 주고 램프를 든 가이드를 고용하는 게 좋다.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져있는,절벽에 매달린 관도 찾아볼 일이다. 이는 사가다의 전통적인 장례의식이다. 멍하니 관을 쳐다 보노라면 사색의 늪에 빠지게 된다.
사가다에 가서 볼거리만 보고 돌아가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세파에 찌들린 사람들이 사가다에 며칠 묵으면 영적인 힘을 얻게 된다고 사가다 주민들은 말한다.
나이 지긋한 부부가 평소에 읽고 싶던 책 몇권 싸들고 와서 솔바람소리, 새소리 속에서 살아온 날을 반추하며 며칠 보내고 나면 영적인 힘까지는 몰라도 마음의 안정은 찾을 것이다.
간소한 술집도, 식당도, 가게도 있지만 밤9시만 되면 마을회관의 종소리와 함께 모든것이 문을 닫는다. 그래서 혈기방장한 젊은이나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곳은 못된다.
이곳이 장점은 하루 3만원이면 두사람이 숙식에 술까지 마실여유가 있고, 여름 휴가철이라고 해서 번잡스럽지 않다는 것. 그리고 쌀밥이 따라나오는‘아도보‘라는 음식은 우리의 갈비찜과 흡사해 고추장 생각이 나지 않는다.
▶가는 길
필리핀 마닐라와 당와(Dangwa)버스터미널에서 아침 6시에 떠나는 바나우에(Banaue)행 첫 버스를 타면 9시간 만에 도착, 그곳에서 하룻밤 잘 일이다. 이곳에 해가 남아 있을 때 3000원을 주고 트라이시클을 대절하여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계단식 논을 구경한다. 이튿날 아침, 지프니를 타고 마운틴주의 주도인 본톡(Bontok)까지(2시간 반 소요) 가야한다. 오금이 저려오는 산비탈에 붙어 가는 길이 장관이다. 본톡에서 기다렸다가 다시 사가다로 가는 지프니를 타야한다.(40분 소요)
말레이시아의 카메론 하이랜드
이 나라에서 잘 알려진 고원은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가까운 겐팅 하이랜드인데, 산위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릴 만큼 카지노업소가 많다. 그러나 열대 고원지대의 참맛을 보려면 단연 카메론(CAMERON)하이랜드로 가야한다.
열대정글을 뚫고 나선형으로 이어진 길을 버스로 계속오르다가 기온이 뚝 떨어져 시원해질 떄면 마을이 나타난다. 카메론 하이랜드는 세개의 마을로 이루어졌다.
첫마을 링글레트(RINGLET) 엔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농부들과 나비농장 등이 있어 여행객들이 머물만한 시설은 빈약하다. 거기서 2~3km더 올라가면 카메론의 중심지이자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여행객에게도 만만하게 보이는 숙소와 온갖 음식점이 몰려있는 타나라타(TANAHRATA)마을이 나온다. 두번째 마을에서 하차, 방을 잡을 일이다. 하룻밤 20~30달러를 받는 모텔,호텔이 수두룩하다. 해발 1500m 지대라 밤이면 긴소매를 입어야 할 만큼 시원해 호텔 시설이 좀 빈약해도 큰 불편이 없다. 또 중국,인도,태국,말레이시아 음식점에 밤이면 포장마차도 즐비하다.
지갑이 두둑하다면 맨 위에 자리잡은 브링창 마을에 보따리를 풀 일이다. 이곳엔 스위스의 산장같은 고급 리조트가 그림처럼 들어 앉았다. 세개의 마을이 위치한 높이에 따라 그 수준과 씀씀이가 비례하는 것이다.
정글 속 장터의 찐 옥수수 장수
또, 브링창 마을에서 블루벨리 차농장으로 가다가 정글 속에 서는 조그만 시장도 꼭 들러봐야 한다. 온갖 열대과일, 찐 옥수수,각종 먹거리에 진기한 물건도 볼 수 있다.
▶가는 길
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타나라타까지 가는, 잘 냉방된 직행 버스가 있어 가는길이 편하다(5시간 반 소요). 렌터카를 이용한다면 콸라룸푸르에서 이포로 올라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타파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꼬불꼬불 산으로 계속 올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