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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파워 美國軍

  •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슈퍼파워 美國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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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2위이자 한때 미국군과 필사적으로 경쟁했던 러시아군도 전세계를 책임구역이나 관심구역으로 삼고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러시아는 그들의 영토 위에 일곱 개 군관구와 두 개의 특별군사지역을 두고 있을 뿐이다. 중국군도 그들 영토를 일곱 개 군구로 나눠 방어하고 있다. 미국군만이 세계를 커버하는 유일한 ‘세계군’이다.

미국군이 그은 ‘책임구역(AOR)’의 정체는 무엇인가. 나라마다 영토 주권이 있는데 미국군은 무슨 권한으로 남의 영토와 공해(公海)를 책임구역으로 분류한 것인가. 정답은 아주 간단하다. 책임구역은 ‘엿장수 맘대로’ 식으로 미국이 일방적으로 그은 것이다. 책임구역을 획정하는 데 미국이 다른 나라와 상의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러시아군이나 한국군도 전세계를 무대로 마음대로 책임구역을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책임구역을 정하는 것과 책임구역을 관리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현재는 오직 미국군만이 전세계를 책임구역으로 관리할 능력이 있다.

미국군이 책임구역을 획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소련을 봉쇄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소련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책임구역으로 설정했다. 1991년 12월25일 소련은 붕괴했으나 소련을 봉쇄하던 시절의 관성이 남아 있어 지금도 러시아를 책임구역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9명의 최고 군령권者



지역을 기반으로 한 5대 지역사령부와 기능을 중심으로 한 4대 특수사령부는 미국대통령과 국방장관에게만 명령을 받는다. 군서열 1위인 합참의장이나 육해공군 총장이 아니라 민간인인 대통령과 국방장관으로 구성된 국가통수 및 군사지휘기구(NCMA)의 지시를 받는 것인데, 이는 ‘군인에 대한 문민(文民)의 우위’를 보여준다. 문민 우위의 전통을 지켜온 것이 미국군이다.

정권 교체기마다 한국에서는 ‘통합군’ 논의가 있어 왔다. 육군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군인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미국군이 9대 통합군사령부를 운영하고 있으니, 한국군도 통합군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공군은 결사적으로 “지금처럼 합동군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합동군이란 육해공군에 각각 최고사령관(참모총장)을 두고, 육해공군을 나누어 지휘하는 것이다. 반면 통합군은 한 명의 최고사령관(합참의장)이 육해공군 전체를 지휘하는 것을 말한다. 일부 육군 장교의 통합군 주장은 미국군 체제를 잘못 이해한 데서 나왔다.

이 미국군의 9대 통합군사령부에는 육해공군이 합동군으로 들어와 있다. 이러한 육해공군은 행정적으로는 육해공군 총장의 통제를 받는다. 그러나 작전을 할 경우에는 통합군사령관이 육해공군을 통합지휘한다. 5대 지역사령부 중의 하나인 태평양사령부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태평양사령부에는 태평양육군·태평양해군·태평양공군으로 명명된 육해공군이 합동군으로 들어와 있다. 그리고 그 위에 한국군의 합참의장처럼 이들을 작전 지휘하는 태평양사령관이 있다.’ 통합군 사령관은 군령권을 가진 한국군의 합참의장과 비슷한 자리다. 따라서 “한국군도 미국군처럼 통합군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옳지 않다.

전세계를 커버하는 5대 지역사령부는 얼마나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을까. 여기서부터는 미국의 육해공군 체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시야가 필요하다. 설명이 다소 복잡해지므로 주의 집중이 요구된다. 통합군 사령부와 육해공군 사령부간의 관계가 복잡하게 엮이지만,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미국군의 체제를 알지 못하면 미국의 외교정책과 국방정책의 변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므로 상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5대 지역사령부 중 하나인 유럽사령부(US European Command: 약칭 USEUROCOM)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유럽사령부는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과 지중해 그리고 아프리카와 그 주변 수역을 책임구역으로 한다. 유럽사령부에는 유럽육군과 유럽공군·유럽해군이 있다. 유럽육군 사령관에는 대장이 취임하는데, 그가 거느린 육군은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본부를 둔 7군과 10군단, 그리고 1기갑사단과 1기계화보병사단뿐이다.

유럽육군에 7군이 있다는 것은 미국 육군에도 한국육군의 1군·2군·3군처럼 여러 개의 군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 육군에는 1군·3군·5군·7군·8군이 있다. 그러나 군은 최고 전투사령부의 기능을 상실해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개입한 큰 전쟁은 한국전-월남전-걸프전-코소보전인데, 현대로 올수록 전쟁 규모가 현저히 작아진다. 전쟁이 적어지고 규모도 작아졌다는 것은 곧 육군에게 있어 군사령부가 작전할 곳이 없어졌다는 뜻이 된다. 이러한 변화를 수용해 미국 육군은 군을 최고 전투사령부 편제에서 배제했다.

태평양司, 지구면적 50% 담당

이와 대비되는 경우가 한국과 북한 육군이다. 6·25전쟁이 50년이나 지난 지금 한반도의 군사 긴장도는 전쟁 당시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육군과 북한 육군은 고집스럽게 50만과 100만이라는 엄청난 대군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육군은 3개 군사령부에 11개 군단, 49개 사단을 갖고 있으며, 북한 육군은 80여 개 여단/사단에 20여 개 군단을 갖고 있다. 몇 년 전 한국 육군은 편제가 너무 복잡하고 비대하다고 판단해 1군과 3군을 지상작전사령부로 통합하고, 2개 군단을 없앤다고 했으나 아직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육군은 위협을 평가해 부대를 줄여도 되면 과감히 부대를 해체(deactivate)하거나 주방위군으로 떨어뜨린다. 그러다 필요하면 재편성(reactivate)하거나 주방위군 부대를 현역 부대로 재편한다. 이러한 전통이 있으므로 미국 육군은 과감히 군을 전투부대에서 제외한 것이다. 미국 육군이 군단을 최고 전투사령부로 올려놓았다고 해서 군단을 늘렸다고 생각하면 이는 큰 오산이다. 미국 육군에는 1·3·10군단과 18공수군단의 단 네 개 군단만 존재한다. 사단은 불과 10개다.

부시 대통령이 미군 감축을 거론한 것은 4개 군단 10개 사단의 육군 체제를 더 줄이겠다는 뜻이다. 소식통들은 부시가 미국 육군을 3개 군단 8개 사단 규모로 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1개 군단, 2개 사단의 유럽육군을 1개 사단으로 줄인다. 이어 본토의 육군전력사령부 휘하 사단도 한 개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이때 한국에 있는 한 개 사단(2사단)은 규모가 여단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 있는 미 육군 2사단은 카터 대통령 시절 예하 3여단을 미국 워싱턴주로 옮겨, 산하에는 2개 여단만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군 카투사 부대가 본토로 건너간 3여단 자리를 대신 메우고 있다. 따라서 한개 여단만 추가로 빼내면 2사단은 여단 규모로 축소할 수가 있다. 이렇게 미군 축소를 지향하는 부시를 냉전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은 아무래도 어불성설이다.

또 다른 지역사령부인 태평양사령부로 시선을 옮겨보자. 이 사령부는 지구 표면적의 50% 이상을 책임구역으로 갖고 있다. 이러한 태평양육군사령부가 거느린 부대는 하와이에 주둔한 25경보병사단 한 개뿐이다. 한국은 태평양사령부의 책임구역이지만, 한반도는 미국과 한국이 만든 한미연합사령부가 관할하는 곳이기 때문에 한국에 주둔하는 2사단은 태평양육군에서 배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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