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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新보험시대

공격경영 외래生保 vs 반격작전 토종 生保

불꽃튀는 보험전쟁

  • 박성원 < 한경비즈니스 기자 > parker49@kbizweek.com

공격경영 외래生保 vs 반격작전 토종 生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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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보험업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저금리 시대와 외국계 보험사의 약진, 그리고 방카슈랑스, 변액보험제 등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새 바람의 골자. 이같은 변화의 바람이 보험업계에 얼마만큼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지만, 이미 발빠른 선두주자들은 보험시장의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국내 생보사의 구조조정 향방이 보험시장 재편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생명, 흥국생명 등 국내 대표적인 생보사들이 곧 매각될 처지거나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 알리안츠 등 외국 금융기관들은 국내 금융기관을 하나 둘 인수하면서 공격적 진출을 감행하고 있다. 이런 시장 환경 변화에 중소 생보사들은 생존 자체를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 생보사들도 변화의 소용돌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내 최고의 보험사인 삼성생명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영업부의 파워에 눌려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자산운용부를 기존 10개 부에서 12개 부로 늘리면서 부장과 차장급 5명을 이사급 팀장으로 승진시켰다. 삼성생명 고위 관계자는 “이런 일은 삼성생명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상당히 놀라워했다. 분명히 혁명적인 변화다.

보수적인 인사관행으로 유명한 삼성생명에서 이렇듯 젊은 부·차장들을 주요 포스트에 전진 배치시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에는 영업보다는 자산운용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생보사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세밀한 자산운용에 온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보험 설계사들이 애써 벌어들인 보험료를 자산운용의 실패로 까먹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금리가 낮은 은행에 맡겼다가는 역마진으로 오히려 손해가 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산운용부를 강화한 것은 위험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의미다.

자금운용이 성패 좌우

삼성생명은 국내 최대의 보험사답게 운용하는 자산만 45조원이 넘는다. 이처럼 막대한 자산을 관리하는 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을 놓고 고민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예컨대 삼성생명은 재무기획팀을 포트폴리오 운용팀과 위험관리(Risk Management)팀으로 분리했다. 또 주식운용팀과 채권운용팀은 팀장에 30대 부·차장급을 과감하게 기용했다. 주식운용팀의 경우 런던지점에서 근무했던 차장이 팀장으로 올라왔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증시 동향을 체크하고 투자종목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체력과 순발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젊은 팀장을 발탁한 것이다.



삼성생명이 운용자산의 유형을 바꿔가는 것도 중요한 변화다. 수익률 차이가 많은 부동산, 유가증권보다는 현금화가 가능하고 안정적인 수입원에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이자수입 등이 그 예다. 또 저수익 자산을 줄이고 임대수입은 늘리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곳에 대해 대출을 회수해 위험을 줄이고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교보생명 역시 자산운용부를 강화하고 있다. 26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다보니 영업 쪽에서 수입이 많아도 자산운용에서 실패하면 수익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과거 성장시대 ‘볼륨(Volume)’ 중심의 경영에서 수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밸류(Value)’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또 리스크관리와 투자부문을 보강하기 위해 외부 인사도 영입, 자산운용부 개혁을 진행중이다. 실제 교보생명은 최근 미국 푸르덴셜에서 자산 운용을 맡았던 오익환씨를 상무로 스카우트했다. 오상무는 미국 계리사 자격증과 재무분석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가로 지난 6월부터 교보생명에서 리스크 관리 및 경영기획 등 핵심 역할을 맡았다. 이를 계기로 교보생명은 해외 투자 및 특수금융을 확대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쪽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시 짤 계획이다.

이에 앞서 흥국생명은 지난달 자산운용부문 총괄 부사장에 외국계 금융회사 출신의 이백씨를 영입했다. 이 부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딴 후 뱅크오브아메리카, 트러스트뱅크,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등에서 경력을 쌓아온 미국통이다. 이 부사장은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자산의 특성을 고려, 앞으로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신한생명도 최근 이사회를 열고 신한은행 양석승 상무를 자산운용 담당 상무로 선임했다. 재정경제부(옛 재무부) 출신인 양상무는 지난 1982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줄곧 자산운용 등 관련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왔다. 이밖에 SK생명도 투신사 출신 채권 펀드매니저 박종진 부장을 영입해 자산운용 조직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생보사들의 최대 화두가 실적경영을 통한 생존으로 모아지자 조직개편과 과감한 구조조정을 병행하고 있다. 맥킨지로부터 경영 컨설팅을 받은 삼성생명은 최근 전체 8000명 직원 가운데 30%를 감축하기로 하고 세부작업에 들어갔다. 또 7월부터 1400여 명에 달하는 삼성생명의 현장소장을 모두 계약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종신보험 등장으로 달라진 보험시장

다른 생보사들의 현실도 이와 비슷하다. 국민생명을 인수한 SK생명도 경영난을 타개하는 방안의 하나로 최근까지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사옥 매각을 추진중인 흥국생명은 이참에 회사 전체를 내다파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 역시 저금리와 주식시장 침체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확대되고 자산운용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부를 강화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국내 보험계약자 수가 전 인구의 83%에 이르는 등 포화상태에 있다는 현실 인식과 맞물려 있다. 신규 계약자를 유치하는 것보다 보험금을 손실이 나지 않게 운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에 외국계 보험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푸르덴셜은 이런 움직임이 오히려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제 막 보험의 본격적인 시대가 열리고 있는데 영업보다 자산운용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은 ‘분명한 퇴행’이라고 못박는다. 그래서 푸르덴셜의 올해 목표도 영업인력(푸르덴셜은 종신보험을 설계한다는 의미에서 영업사원을 Life Planner라고 부른다)을 30% 늘리는 것이다. 현재 영업인력은 1024명이다.

푸르덴셜이 주장하는 신 보험시대의 골자는 종신보험의 증가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할 때까지 보험금을 내는 상품이다. 따라서 보험금 혜택은 유가족에게 돌아간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사업초기부터 저축성 보험 등을 판매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나 보험사에서조차 종신보험이란 상품은 낯설었던 게 사실이다. 푸르덴셜, ING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들이 공격적으로 이 시장에 진입해 좌판을 벌이자 뒤늦게 국내 보험사들도 이 판에 끼어들면서 시장이 형성됐다. 그러나 아직도 국내 시장에서 종신보험이 보험상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시장은 국내 현실과는 정반대다. 지난 1999년 미국 생명보험 보험료 현황을 살펴보면 개인시장의 경우 종신보험(Permanent Insurance)이 88.7%, 기간이 명확히 표시된 정기보험이 11.2%, 그리고 연금보험이 0.1%를 차지한다. 이를 근거로 푸르덴셜 강원희 상무는 “종신보험은 틈새시장이 아니라 주류시장”이라고 주장한다. 언제쯤 국내 시장에도 종신보험이 주류로 자리잡을지는 모르지만, 개인의 소득이 높아지고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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