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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선과 자만이 빚은 反시장적 사회주의

격돌논쟁

  • 민경국 <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

독선과 자만이 빚은 反시장적 사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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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적 요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개혁은 복지 분야다. 이 분야는 국민의 정부가 “전국민의 연금시대를 열겠다”거나 “국민건강을 선진국 수준으로 한 단계 더 높이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단행한 개혁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사회주의의 핵심적 요소 중의 하나는 의료, 연금, 교육 분야에서 국가 독점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복지 분야의 국가화는 사회주의 아젠다에서 약방의 감초와도 같다.

사회주의 이론 중 하나인 ‘제3의 길’을 주창하고, 영국 노동당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앤서니 기든스도 복지 분야의 국가화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사회주의는 자유와 시장의 원리를 금지하거나 극도로 제한한다. 자유 대신에 안정과 평등을 중시한다. 자유의 원리는 평등을 해친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가격 형성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노후생활과 건강 그리고 교육을 시민 개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길 수 없다고 말한다. 정부가 나서서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다.

국민의 정부는 종전의 연금보험과 의료보험제도의 국가관리시스템을 자유와 시장의 원리에 따라 민영화하는 대신 오히려 국가관리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단행했다. 이것이 시민들에게 사회주의적 개혁으로 비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자유와 시장이 유일한 대안

그러나 이 국가관리시스템이 성공할 수 있는 제도라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국가관리의 복지체제는 과거의 동유럽에서도 그렇고 서구의 많은 나라, 그리고 남미에서도 이미 실험이 끝났다. 국가관리시스템에서는 내가 내 몫을 주장하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 그러니까 적자 누적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말 아쉬운 점은 복지개혁에서 국민의 정부는 자유주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평등논리에만 집착한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평등논리나 국가의 온정주의적 논리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칠레나 싱가포르처럼 민영화와 자유화의 길로 가야 한다. 국가관리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해결이 안 된다. 자유와 시장의 원리가 유일한 대안이다.

모든 시민이 최소한의 생존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국민소득이 높아도 밥을 굶는 사람이 많다면 그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일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한 것은 국민의 정부가 이룩한 업적이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는 종래의 제도를 너무 확대한 나머지 근로의욕의 상실과 가짜 극빈자의 등장, 납세자의 부담 가중, 그리고 자원낭비 등 비생산적 부작용을 초래했다. 평등을 강조하며 사회주의의 길로 걸어간 것이다.

기업정책도 사회주의의 특색이 강하게 드러나는 분야일 것이다. 인위적인 대기업 빅딜, 일률적인 부채비율,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집중투표제와 획일적인 사외이사제도의 강제도입 등이 그것이다. 총액출자 제한제도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는 국가가 공공이익을 위해서 시장에 개입하고 독점의 위험이 있는 곳에서는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주장은 일면 자유주의처럼 들린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사회주의는 경쟁의 자유를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균등, 대기업 경제력의 규제, 대기업의 정치적 영향력 억제, 소득분배의 형평성 등과 같은 비경제적 목적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이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결과적 평등을 달성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기든스도 바로 이런 취지에서 정부가 개입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주의 주장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미국의 하버드학파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노선은 1970년대 이후 서유럽 사회주의 정당이 펼친 정책의 핵심이었다.

사회주의 이념에 따라 국민의 정부가 펼친 정책이 정부 주도의 대기업 빅딜, 출자총액 제한제도, 부채비율의 획일적 적용, 대기업지정제도의 철폐에 대한 반대 등이다. 이러한 정책은 적어도 암묵적으로 사회주의 이념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경쟁의 촉진과 퇴출제도를 활성화하는 데 개혁의 초점을 맞추어 시장경제를 확립하는 대신에 대기업의 경제력을 막고 재벌 총수의 전횡을 억제하는 데 지나칠 정도로 집착했다. 기본적으로 사회주의는 큰 것을 싫어하니까 당연한 일이다.

참여민주주의에서 도출된 사외이사제도와 집중투표제의 획일적이고도 의무적인 도입도 좌파의 정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액주주 대표가 들어와 사회정의와 사회적 책임을 주장하며 기업경영을 정치화할까 우려되는 것이다. 백 번을 양보하더라도, 일률적으로 그리고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 제도가 좋은지 나쁜지를 사전에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오너 경영과 재벌조직이 비효율적이고, 전문화한 독립경영만이 효율적이라고 아무도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오로지 시장만이 할 수 있다.

중소업체에 벤처기업 확인서를 발급하고 정책자금을 우선 지원하거나 세금을 감면하는 벤처기업 육성정책도 사회주의의 전형적인 정책이다. 유망한 기업이 자금을 지원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그로 인해 국민경제에 손실이 발생할 우려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어떤 기업이 유망한 기업인지를 판단할 수 없다. 시장이 할 일을 정부가 맡을 경우 사이비 벤처기업의 출현, 부실 벤처기업의 양산, 확인서를 주고받는 과정에 각종 비리 등의 부작용만 나타날 뿐이다. 이런 정책은 국민의 세금이 벤처기업 사장, 노동자 그리고 벤처기업 제품을 사는 소비자에게만 단기적으로 유리할 뿐, 장기적으로는 국민경제에 결코 보탬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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