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호

한글만 알아도 영어는 된다

영어도사 헨리홍의 최신비법

  • 헨리홍 < 천안대 교수·영어학 >

    입력2005-03-24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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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의 일곱 가지 영어 오해
    • 3박자 영어로 삼위 일체를!
    • 영어발음 한글로 적어야 한다
    • 하루 한 권씩 읽어라
    • 영어는 절대로 어렵지 않다
    ▶ 오해 1 : “그래도 영어는 미국인에게 배워야죠.”

    영어는 당연히 미국인에게서 배워야 한다. 그러나 어느 단계에서 미국인에게 배우느냐, 그 시기가 중요하다. 압구정동에 사는 L씨는 1000만원씩 들여 7세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냈다. L씨는 들인 돈만큼 자녀의 영어실력이 늘지 않자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에 사는 K씨도 아이들을 데리고 어학연수를 네 차례나 다녀왔는데 문화체험을 하는 정도였지 아이들의 영어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고 호소한다. 대다수 학생들이 미국인에게 영어를 배우거나 미국인의 녹음을 들으며 공부를 한다. 그런다고 영어가 되던가?

    언어학자 촘스키는 “말하는 사람의 발음과 듣는 이의 발음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발음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을 때 미국인과 대화하며 발음을 고쳐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발음과 리듬의 원리를 알고 외운 말이 있어서 당당하게 듣고 말할 수 있을 때, 미국인에게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인 영어교사가 한국인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면 한국어를 배운 뒤 한국어로 영어발음의 원리와 음악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 ‘굳이’라고 써놓고 읽을 때는 ‘구지’라고 읽는 원리를 영어로 설명해야 하듯이, 한국인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도 미국인 선생은 한국말로 미국식 영어발음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do you는 빨라지면 ‘주’가 되는데 O발음은 약해져서 사라지고 D가 Y를 만났기 때문에 (Y는 반 모음) 부드러워져서 ‘ㅈ’이 되었다가 ou의 영향으로 ‘주’가 된 것”이라는 식의 논리적 설명이 부연되어야 한다.

    ▶ 오해 2 : “문법을 아는 데 왜 말을 못 해요?”



    어느 언어든지 학습 순서는 말부터 배우는 것이 원칙이다. 문법(文法)은 글자 그대로 글의 법이다. 법은 어느 법이든 딱딱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영어는 사실 일본어보다 쉽다. 영어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발음과 리듬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발음과 리듬 - 두 가지만 해결하고 자주 쓰는 말부터 정확히 외워 묻고 대답하는 훈련을 하면 아는 문장은 모두 들리고 자신있게 또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

    말이 된 후에는 많이 읽어, 충분한 독서량을 확보한 후에 쓰기를 배우는 것이 언어학습의 순서다. 문법은 쓰기에 필요한 법일 따름이다. 쓰기 학습은 언어학습 단계의 마지막이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을 가장 먼저 한다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

    말은 문법을 초월한다. 다시 말하면 발음의 법칙은 수학공식처럼 과학적이고 논리적이지만 말의 표현은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이며 상당히 관습적이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표현을 영어로 만들어 보자.

    “신을 신은 채 들어오세요.” “부부는 닮는 법이죠.” “그걸 돌돌 마세요.” “피곤해 죽겠어요.” “눈물나서 혼났어요.” “공항에 마중 나갈게요.” “그는 돌대가리야.” “무소식이 희소식이죠.”

    문법으로는 살아 있는 생생한 말, 감칠맛 나는 말, 활을 쏠 때 과녁을 맞히는 말을 할 수 없다. “곧 갈게요!”라는 말을 영어로 “I’m coming!”이라고 한다. 문법을 섬기는 사람들은 “왜 go를 안 썼을까?”라고 반문하겠지만 상대방이 볼 때는 내가 오는 거니까 come을 쓰는 것이다.

    언어학은 과학적이지만 말은 비과학적이고 관습적이기 때문에 짐승이 저 다니던 길로만 다니듯 일상 표현은 문법이란 그물에 걸리지 않는 것이 태반이다.

    모든 언어는 말이 우선이다. 글을 분석한 것이 문법이다. 따라서 문법은 말과는 깊은 관계가 없는 것이다. 만약 문법을 잘 알아야 말을 잘한다면 대한민국 사람들이 말로 하는 영어는 가장 잘해야 한다.

    문법이 필요없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를 생각해 보자. 말을 할 수 있으니까 글 읽기가 얼마나 쉬웠던가? 그리고 읽자마자 해석이 되지 않던가? 그리고 자꾸 읽으니까 어려움 없이 쓸 수 있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발음 원리와 말씨를 알고 그 발음과 말씨로 자주 쓰는 표현 공식에 해당하는 구문을 외우면 자신있게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단어를 알아야 말을 하죠”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말을 알아야 단어를 알죠”라고 반문하고 싶다. 말할 때 그 말은 단어를 엮은 문장의 형태를 벗어날 수 없다.

    말은 단어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으로 하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낱알 단어는 아무리 많아도 쓸모가 없다. 문장을 외워야 말을 하는 것이지, 단어를 묶는다고 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말 속에서 자주 쓰이는 600단어가 있는데 한국인들은 잘 쓰이지 않는 단어, 즉 미국인들이 평생 한두 번 쓸까말까 한 단어를 목숨 걸고 외우니 이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영어발음과 관련한 필자의 저서가 처음 나왔을 때 통역장교로 오랫동안 군 생활을 하고 퇴역한 분이 필자를 찾아와 흥분된 목소리로 “왜 이런 책이 이제 나왔어야 합니까? 이 책이 30년 전에 나왔더라면 나는 영어공부 하는 데 이처럼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내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을 텐데… 그럼 지금까지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친 사람들은 이런 발음법을 몰라서 안 가르친 겁니까? 아니면 알고도 안 가르친 겁니까?”라고 말하면서 얼굴이 벌개지도록 열변을 토한 적이 있다.

    그의 경험담이다. 1961년 한 여인이 찾아와 동거하다 도망간 미국인 병사를 찾아 달라고 그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미군 사병을 찾아 대면시켜 주었더니 여인이 사병의 멱살을 잡고는 대뜸 했다는 말이 걸작이다. “You 앤드 me가 live한 지가 six months인데 고무 shoes 한 켤레나 buy me냐?” 이는 문장을 외우지 않고 단어만 가지고 말하려다 생긴 해프닝이다.

    물론 단어를 외우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어를 외울 때는 단어만 외우지 말고 그 단어가 들어 있는 문장을 통째로 외워야 한다. 쉬운 동사일수록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그 사용표현법을 외워야 한다. 실제로 get, take, put, come, go 등 50여 개 동사만 그 다양한 의미를 알고 그 활용표현을 이해해도 일반적인 대화를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 오해 4 : “영어가 금방 됩니까?”

    “영어가 금방 됩니까?” “그래도 몇 년은 해야겠지요.” 그러나 구어를 익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5박 6일’이면 영어로 말할 수 있다. 나를 거쳐간 영어학도가 지금까지 5000여 명이 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영어 사용권 국가에 급히 나갈 사람이었다. “이제 저는 구어에 어느 정도 자신이 섰는데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며 걱정하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필자는 “그럼 여름방학 때 한 일주일 집중적으로 해봅시다”고 대답하고, 여섯 살짜리부터 고등학생까지 소그룹을 만들어 호텔에 합숙시키면서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종일 발음과 말씨를 교정해주었다. 또 ‘영어회화 구구단’을 녹음하여 강의한 후 무조건 외우게 했다.

    토요일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왔을 때 마침 미국 선교사 부부가 같은 자리에 있어 아이들에게 10여 가지의 일상적인 질문을 해보라고 부탁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린 학생들이 선교사의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완벽하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How many hours did you sleep last night? - I slept for 5 hours.

    Where were you born?- I was born in Seoul.

    How do you like my tie? - Oh, it’s beautiful.

    이렇게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척척 영어로 대답하자 부모도 나도 놀라고 선교사도 놀라며 “How many years did you learn English from Rev. Hong?” 하고 묻자, “I learned English for five days from him.”이라고 대답해 선교사 부부도 다시 놀라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벌써 6년째 방학 때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대동소이하다.

    사람들은 적어도 1년 이상 공부해야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말로 하는 영어, 즉 구어영어만큼은 자기노력과 기본훈련(발음과 말씨를 고친 후 기본표현 외우기)으로 단기간에 학습이 가능하다. 말은 논리적 지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외워서 표현하는 하나의 요령이기 때문이다.

    미국 가면 영어가 저절로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미국은 내가 이미 배운 영어를 써먹고 훈련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초급 영어를 배우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대로 가르치는 학원도 많지 않을뿐더러 ESL 같은 곳에서도 한꺼번에 독해 영작 어휘 등을 묶어서 가르치니 잘 되지도 않고 혼란만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학생들은 하소연한다.

    한국에서 “영어 잘한다”는 사람도 실제로 미국인과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말의 속도가 현저히 다르기 때문. 미국 유치원이나 어린이 놀이터 주변을 빙빙 도는 한국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철저하고 충분한 영어 훈련을 받지 않고 미국에 왔다가 강의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그렇다고 한국에 돌아갈 형편도 못 되어 방황하는 학생들이 미국 어린이에게 영어를 배우려고 기웃거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론 안 된다. 공식을 알아야 문제를 풀듯이 영어발음과 말씨의 300여 가지 공식을 모르고는 아무리 애써도 들리지 않는 것이 영어다. 미국영어에는 특히 변화음이 많기 때문이다.

    ▶ 오해 6 : “기초가 없어서 영어가 안 돼요.”

    아기는 기초가 없기 때문에 더욱 말을 잘한다. ㄱ, ㄴ도 모르는 상태에서 정확하게 말하기 시작한다. 단순히 외워서 하는 것이다. “전 영어에 기초가 없어서…”라고 걱정 하는 사람에게 나는 “기초가 없으면 말은 더 잘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말의 기초는 발음과 말씨이므로 문법이라는 기초를 몰라도 말하는 데는 전혀 지장없다. 문법은 글의 법이기 때문이다. 말만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되므로 중요한 것은 발음과 말씨다. 미국인과 대화가 되지 않는 것은 문법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발음실력이 없기 때문이다. 83세 노인이 필자에게 영어를 배운 적이 있다. 그의 말이다. “선생께서 쓰신 책에는 영어발음을 모두 한글로 적어 놓고 힘주는 곳, 쉬는 곳, 그리고 말꼬리의 오르내림까지 다 표시해 놓아서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싶어서 왔습니다.”

    많은 무역 종사자들이 필자가 한 일간지에 연재한 영어회화 자료를 보고 “그대로 따라 읽으니 발음이 매우 정확하다고 외국인들이 칭찬하더군요”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글로 된 정확한 발음이 영어 발음기호보다 발음학습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한다.

    ▶ 오해 7 : “영어발음을 한글로 쓰면 안 되죠.”

    광복 전의 일화다. “일본어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언어요, 모든 발음을 다 적을 수 있다”고 한 일본 관료가 큰소리를 치자 어느 선비가 그에게 말했다. “그래 일본 말로 모든 소리를 다 적을 수 있단 말이지. 그러면 내가 하는 말을 일본어로 적어 보아라. 꼬부랑깽깽.” 그러자 일본 관료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진땀만 흘리다가 손을 들고 말았다고 한다.

    그러나 한글은 다르다. 모음도 영어보다 많고 의성음 의태어가 발달해 있다.

    영어발음은 한글로 적어야 분명해진다. 초등학교 1학년 동생과 중학교 1학년 언니가 주말반에서 영어를 함께 배웠다. 동생은 한글 발음을 보고 따라했고, 언니는 영어만 보면서 배웠다. 한 달 후 동생이 언니보다 훨씬 완벽하게 발음하는 것을 보았다.

    지금까지 적을 수 없다고 여겨온 글자는 단모음 3개(I, U, E)와 F, V, Th, L, R뿐이다. 그러나 좀더 깊이 연구해보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리 나는 대로 그 음가를 겹자음을 사용하여 적으면 된다. F는 [ㅍ+ㅎ]이다. 그래서 좀 보기에는 흉해도 [ㅍ흐]라고 적으면 된다. 미국 사람들도 PH(ㅍ+ㅎ)를 정확히 F로 발음하지 않는가? P는 [ㅍ]이고, H는 [ㅎ]인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V는 [ㅂ+ㅎ]이므로 쓸 때에는 [ㅂ흐]로 적으면 된다. (예: very는 [베리]가 아니라 [ㅂ흐에어뤼], 즉 아랫입술을 안으로 말아넣고 윗니로 누른 후에 눌린 아랫입술을 목을 울리면서 천천히 빼내는 것이다.)

    Th는 같은 방법으로 무성음인 경우 [ㅎ뜨으], 유성음인 경우에는 [ㅎ드으]가 된다. (예: Think은 [띵]이 아니라 [ㅎ뜨으잉], They는 [데이]가 아니라 [ㅎ드으에이] 방법은 혀를 먼저 물어놓고 [뜨으] 혹은 [드으] 소리를 낸다.)

    L은 혀끝이 윗니 안쪽 잇몸에 붙었다가 떨어질 때 나는 소리이므로 가장 좋은 방법은 [을] 하고 나서 [ㄹ]로 발음하면 된다. (예: Lady는 [레이디]가 아니라 [(을)레이디], ‘을’을 괄호에 넣은 이유는 ‘을’소리를 내지 않고 혀끝만 윗니 안쪽에 붙여도 된다는 뜻이다.)

    R는 [우+ㄹ]이라 생각하면 된다. 왜냐하면 원래 R는 혀끝이 입 안 어디에도 닿지 않게 한 후에 내는 [ㄹ]이기 때문이다.

    이 R발음을 그 사용 위치에 따라 더 세분해 보자.

    R가 단어 맨 앞에 올 때 그리고 자음 다음에 올 때에는 앞에서 설명한 대로 [우]발음을 덧붙여야 한다. 그러나 R가 모음 다음에 올 때에는 [어]로 발음하고 R가 단어 맨 끝에 올 때에는 그 [어]를 길게 발음해 준다.

    영어 교육방법에 대한 오해가 풀리면 다음 단계로 세 가지 훈련을 거쳐야 한다. 말로 하는 영어에서 중요한 세 가지는 듣기, 발음과 리듬 잡기, 외우기다. 이 세 가지 훈련이 삼위일체를 이룰 때 말로 하는 영어가 되는 것이다.

    ▶ 삼위일체 하나 ‘듣기’

    어떻게 들을 것인가 - 언어교육에 관한 한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 아니라 백견이불여일문(百見而不如一聞)이다. 언어의 출발은 듣기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듣느냐가 중요하다. 한국 영어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듣기를 과학적으로 가르치지 못하는 데 있다. 가르치는 선생부터 발음에 자신이 없거나 정확히 발음하지 못하는 실정이니 이 악순환은 전통이 돼왔다.

    벙어리 부부에게 교육을 받으면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듣기는 영어공부의 출발이며 건물로 빗대면 주춧돌 기능을 한다. 들은 것이 없이는 말을 못 하며 말이란 결국 들은 것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말을 잘 하려면 우선 잘 들어야 한다. 그러나 귀로 들은 것이 입으로 나올 수 있으려면 잘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들은 것을 조직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자기 것으로 소화해야 한다.

    어학실습실에서 듣고 반복하기(Listen and Repeat) 방법으로 듣기를 가르치는데 이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하는 방법으로 효과를 얻으려면 한 가지 발음을 수천, 수만 번 해야 완벽한 발음을 구현할 수 있는데, 속도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그 많은 발음을 무슨 수로 다 따라한단 말인가?

    과학적으로 발음원리를 이해하고 그 원리에 따라 발음해야 정확해진다. 언어학은 지극히 논리적이며 그중에서도 음성학, 음운학은 수학공식이나 과학공식과 유사하다. 발음은 혀의 위치와 움직임의 변화 그리고 입술 모양에 따라 달라진다. 쉽게 표현하자면 혀끝은 손가락이고 나머지는 건반인 셈이다. 그래서 혀 위치에 따라 발음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혀와 입술, 이의 만남과 헤어짐으로 소리가 달라진다.

    언어학자들은 말하는 사람의 발음과 듣는 사람의 발음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한글의 발음을 설명한 책 ‘훈민정음 해제’엔 ‘심성(深聲)’이니 ‘설축(舌縮)’이니 하는 용어가 나오는데, 이 말의 의미는 입 안에서 혀의 높낮이 그리고 혀를 얼마나 안으로 오그리는지의 깊이를 설명하는 말이다. 비행기 안에서 어떤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우유를 청했는데 밀러(Miller)라는 맥주가 나온 적이 있다고 한다. 이때 한국인의 영어 발음이 잘못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입을 크게 벌렸을 때 앞니가 왼편에 오게 하여 옆에서 투시도로 바라본다고 가정하자. 이때 앞니에서 목구멍 입구를 4등분하고 입을 최고로 벌렸을 때의 입 안의 고저를 4등분 하자. 수평 축을 X라 하고 수직을 Y라 가정해보자. 이때 한국인은 Milk의 발음을 X=1 Y=3의 위치에서 짧은 [이]발음을 해야 할 것을 X=0 Y=4의 위치에서 [이] 발음을 했기 때문에 그 미국인 스튜어디스는 Milk를 Miller로 잘못 알아들은 것이다.

    전자의 정확한 발음은 [미어(ㄹ)] (괄호 안의 발음은 강도에 따라 들릴 수도 있고, 들리지 않을 수도 있음. 이때 [이]발음기호는 I를 납작하게 눌러놓은 발음기호를 사용함) 혹은 짧은 [메(ㄹ)](괄호 안의 발음은 들릴 수도 있고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로 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미일(ㅋ)]로 발음한 것이다. 이 경우 [이]는 장음의 [이]가 되어 스튜어디스는 Miller로 알아들은 것이다.

    Good, Look, Book의 발음도 단순한 [우]가 아니다. 혀의 위치는 X=3 Y=3이다. 우리말 발음으로는 [우]와 [어] 사이다. 그러므로 [으]에 가깝다. (발음기호는 U 밑을 항아리처럼 동그랗게 만든 발음기호)

    막연히 듣는 사람은 “그 코쟁이 되게 솰라솰라 하더군요!”라고 말하지만 요령있게 듣는 사람은 “W 앞에 오는 O는 대개 길게 발음하는 법인데 짧게 발음하니까 너무 어색하군요”라고 말할 것이다. 즉, 듣는 것도 천차만별이며 들린 것을 소화하는 능력도 천차만별이다.

    기본적으로 말은 외운 것을 바탕으로 표현하게 된다고 앞에서 말했다. 들은 것으로 말하지 않고 문법으로 말하려는 것이 한국 영어교육의 큰 걸림돌이다. 문법의 틀에 단어들을 끼워 넣으면 말이 되기는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억지춘향’식의 죽은 말이 되거나 딱딱한 말이 될 것이다. 생활 속의 살아 있는 말이 아니라, 뜻만 간신히 전하는 언어가 되는 것이다. 살아 있는 말은 생명력이 있어서 문법의 그물이 아무리 촘촘해도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대화는 계속될 수 없다. 영어 말하기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원점으로 돌아가 이 기초공사인 발음 듣기부터 다시 쌓아 올라갈 수밖에 없다.

    ‘발음공식’을 알려 주고 듣게 하라 - 많은 영어 교사들이 “자꾸 들어라. 들으면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것은 무책임한 주장이다. 무조건 듣는다고 들리는 것은 아니다.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란 책은 듣기를 강조한 점에서는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아무에게나 도움이 된다고는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아주 낯선 러시아 말이나 스페인 말을 무조건 자꾸 듣는다고 배울 수 있단 말인가? 미국인이 하는 말을 분석해보면 그 단어를 몰라서 못 알아듣는 것이 아니라 변화음을 몰라서 못 알아듣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예를 들어 [에러러] [미쓰어] [쨔완] [패러저/메컨] [베리바라/비러베러버러] 등의 발음을 들었다고 하자. 초보자들은 이 발음을 알아듣기 어려울 것이다. 자꾸 듣는다고 이 발음을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발음의 변화과정과 변화원리를 알아야 한다.

    단어는 속도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며(Alway는 [얼웨이스]가 아니라 [어웨이스], Nationally는 [내셔널리]가 아니라 [내셔니], Friday는 [ㅍ후라이데이]가 아니라 [ㅍ후라리], Question은 [쿠에스쳔]이 아니라 [케션]으로 달라짐) 문장에서도 말의 속도가 빨라지면 아예 들리지 않는 발음이 더 많아진다.

    빠르게 혹은 힘을 주지 않거나, 낮은 목소리로 말할 때는 당연히 들리지 않는다. 그 들리지 않는 말을 억지로 들으려 노력한다고 알아듣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들리는 부분만 열심히 들어야 한다. 들리는 부분으로 들리지 않는 부분까지 유추해낼 수 있어야 한다.

    들리는 발음만 들어라 - 뒤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발음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 말의 속도와 문장구조의 변화에 따라 계속 달라질 뿐 아니라 발음의 약육강식 원리에 따라 약한 발음은 점점 약해져서 나중에는 아예 발음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예 들리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예 : 접두어, 3자음이 연속될 경우의 중간 자음 등)

    사실 인간의 오관은 신경을 집중하지 않으면 무뎌진다.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듣는다 하더라도 잘못 듣거나 다른 발음으로 들을 때가 많다. 어느 나라 말이든지 빨리 발음하거나 혹은 힘을 주지 않거나, 낮은 목소리로 말할 때는 당연히 들리지 않는다.(필자는 “왕거미 집을 짓는”이란 노래가사를 “왕곰이 집을 짓는”으로 수십 년 동안 잘못 알아들었다. 우리말도 이처럼 잘못 알아듣는데 하물며 외국어 발음을 자꾸 듣는다고 되겠는가?)

    발음을 들을 때는 들리는 부분만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들리는 부분을 통해 들리지 않는 부분까지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철저하게 300여 가지 발음공식을 알아야 한다.

    악보에 맞추어 들어라 - 어느 나라 말이든 음악이 깔려 있다. 이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면 알아듣기 힘들고 심한 경우 마치 주파수가 맞지 않는 것과 같아서 알아들을 수 없다. 탈북자들이 방송 인터뷰를 하는데 그들의 말을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있다. 우리말인데도 북한 사람들은 말의 빠르기가 다르고 힘주는 곳이 다르니 기자도 알아들을 수 없었던지 결국은 자막을 깔아주었다.

    말의 음악은 쉽게 말하면 말씨다. 서울 사람이 경상도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그 말씨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국인이 한국인의 영어를 알아듣기 어려워하는 것은 영어를 할 때 영어 말씨를 살려 쓰지 않고 한국 말씨로 해버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인이 하는 영어를 한국인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인이 영어만이 갖고 있는 음악(Speech Music)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어가 가지고 있는 기본 음악은 폴카와 왈츠다. 한 음절씩 건너뛰며 강세를 주면 폴카가 되고 두 음절씩 건너뛰어 강세를 주면 왈츠가 된다. 즉, I don’t know what to do는 왈츠이고 It so nice to see you again은 폴카다. 이처럼 강하고 분명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3박자의 리듬은 대개 분명히 나타난다. Where/ can I/ reach you? 혹은 May I/ have your/ name? 등 그 말씨에서도 3박자를 느낄 수 있다.

    붙여 듣기를 훈련하라 - 기본적으로 우리말은 비교적 또박또박 말하지만 영어는 뒷단어의 첫 글자가 모음이기만 하면 사정없이 붙인다. 따라서 영어를 들을 때 이 연음을 예상하며 들어야 들린다.

    연음으로 인해 발음이 변화하기도 하지만 비슷한 자음과 자음이 부딪칠 때에는 첫 자음이 탈락하기도 하고(Good time은 [긋타임]이지만 빨라지면 [그타임], like them은 빨라지면 [(을)라이껌]이 된다) 모음과 모음이 만날 때는 [우]발음이 들어가기도 한다. Go ahead는 [고우 어헷]이지만 빠라지면 [고워헤ㅅ]이 된다.

    미국인이 하는 영어는 한국인이 하는 영어보다 그 음향이 깊고 부드러우며 울린다. 그것은 혀의 위치 때문이다.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한국인은 대부분의 발음을 윗니 가까운 안쪽에서 발음하지만 미국인들은 [이] [에] [애] 정도만 앞에서 발음하고 나머지는 전부 안쪽에서 발음하므로 깊이가 있고 울리는 것처럼 들린다.

    발음의 중요성 - 발음이 정확할 때 힘이 실리고, 리듬이 살아날 때 감동을 준다. 우리 몸의 75%가 물로 되어 있듯이 영어의 75%는 발음으로 되어 있다. 실제로 미국인과 자연스럽게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영어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발음실력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인이 말하는 문장은 쉽고 그 사용된 단어는 다 알고 있건만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발음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발음의 원리 - 발음을 떠나서는 영어가 성립되지 않는다. 영어공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발음을 알기 쉽게 제대로 강조하여 가르치지 않으니 영어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교육환경에서 어떻게 외국인과 대화하고 여러 사람 앞에서 영어로 연설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발음은 물론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A 하나가 여섯가지로 다르게 발음되며 OU발음이 네가지로 다르게 소리 난다. 발음은 말의 속도에 따라 변화하며 강세를 주는 곳에 따라 뜻이 달라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국어의 자음과 모음은 과학적이며 단순하다. 그러나 영어는 어떠한가? [아]로 발음되는 글자는 하나가 아니다. A, O, OU, OO, AU가 경우에 따라 다 [아]로 발음된다. A라는 모음 하나가 [어][아][에이][오][이][애] 등으로 다르게 발음된다. 그렇다면 A가 어느 경우에 [어]로, 어느 경우에 [오]로, 어느 경우에 [아]로, 어느 경우에 [애]로 발음되는지 알아야 한다.

    알파벳이 이러한데 단어나 문장은 얼마나 변화무쌍하겠는가? 이러한 발음을 얼마나 알기 쉽게 가르치느냐가 영어 성공의 지름길인 셈이다. 조선시대 말엽 미국인 선교사에게 영어를 배운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영어를 듣고 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선교사들이 조선말 원리를 알고 익힌 뒤라 영어를 쉽게 가르칠 수 있었고 배우는 사람들도 쉽게 터득할 수 있었던 것. 그들은 어떻게 영어발음을 가르쳤을까?

    ▲ Th발음은 혀를 먼저 물어 놓고 ‘뜨으’(무성음) 혹은 ‘드으’(유성음)소리를 천천히 내니 미국 사람과 똑같아지는구나. 그래서 Thank you는 [땡큐]가 아니라 [ㅎ뜨으앵 끼우]가 되는구나.

    ▲ Th 다음에 e가 오면 그 Th는 유성음이구나.

    ▲ Ex는 강세를 주면 [엑스] 강세를 주지 않으면 [잇스] 모음 앞에 올 때에는 [익즈]

    ▲ Church는 [처치]가 아니라 [추어취]로 발음하세요. Ch는 [추]입니다.

    ▲ D 다음에 R나 Y가 올 때 [ㅈ], T 다음에 R나 Y가 올 때는 [ㅊ]입니다.

    ▲ of가 빨라지면 [아] [어]로 발음하세요. 그래서 A lot of는 [얼라라]가 됩니다.

    ▲ 어떤 문장에서든 One으로 끝나면 그 직전 단어에 강세를 주세요.

    ▲ 어떤 문장에서든지 to + 동사원형으로 끝나면 그 직전 단어에 강세를 주세요.

    ▲ 두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에서는 대개 뒷단어에 강세를 주세요.

    ▲ R가 모음 다음에 올 때에는 [어]로 발음하면 됩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뉴욕]하지 않고 [뉴요어억]이라고 발음하지요.

    ▲ A가 ll, lt, lk 앞에서는 반드시 [오]로 발음됩니다. Small. Salt, Talk

    ▲ ate, age, ace로 끝날 때 A는 [이]로 발음한다. Village, fortunate, Palace

    ▲ 어떤 단어든 끝이 -ge로 끝나면 [ㅅㅈ] 또는 [ㅉ]으로 발음하세요. 그래서 대학은 [칼리지]가 아니라 [칼릿쥐] 혹은 [칼리쮜]가 됩니다.

    ▲ R로 시작되는 단어에서 그 R [우]를 덧붙이세요. 그래서 Rain은 [레인]이 아니라 [우레인],즉 [뤠인]입니이다.

    ▲ L로 시작되는 발음은 [을+ㄹ]로 발음하라. 그러므로 lady는 [레이디]가 아니라 [(을)레이디]입니다. Like는 [라이크]가 아니라 [(을)라익]입니다.

    ▲ 두 개의 모음으로 이루어진 단어에서 마지막 모음이 e로 끝날 때 그 e는 발음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hope는 [호프]가 아니라 [호우ㅍ]입니다.

    ▲ 어떤 경우에도 단어가 T나 D로 끝날 때에는 [ㅅ] 받침으로 끝납니다. 그러므로 Sad는 [쌔드]가 아니라 [쌔ㅅ] Hit는 [히트]가 아니라 [힛]인 것입니다.

    ▲ V발음은 윗니로 안으로 말아넣은 입술을 누른 상태에서 눌린 입술을 목을 울리며 빼내면 되는구나!

    ▲ 쉼표가 있는 곳에서는 말꼬리를 올려야 하는구나!

    ▲ S가 모음 앞에 올 때에는 [ㅆ]이 되는구나. 그래서 계절인 Season은 [시이즌]이 아니라 [씨이즌]이 되는구나.

    ▲ S 다음에 무성 자음이 올 때에는 경음화되는구나. 그래서 Spy는 [스파이]가 아니라 [스빠이], Sky는 [스카이]가 아니라 [스까이]구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연설가라는 엘리자베스 여왕, 마틴 루터 킹 목사, 트루먼 대통령, 빌리 그레이엄 등의 연설과 설교를 수백 번씩 들으면서 그들의 발음을 우리말로 분석해 본 것이다. 이렇게 듣고 듣고 또 들으며 발음을 분석하니 처음엔 알아듣지 못하던 발음까지 분명하게 분석되어 들리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언어를 배우는 순서는 이처럼 발음 원리를 알고 그 발음을 들어서 외우고 발음을 외워 말하면 되는 것이다. 말을 하게 되니 읽을 수 있고 읽을 수 있으니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어발음은 한글로 적어라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를 배울 때, 발음기호를 쓰지 않고 자기네 문자인 알파벳을 사용하여 발음을 적고 있다. 즉, “입어봐도 될까요?”는 I-beo pwa-do toel-kka-yo? 하고, “조금 비싸요”는 Cho-geum pi-ssa-yo라고 적는다. 단어도 “좋은”은 Cho-eun, “더 비싼”은 Teo pi-ssan이라 쓴다. (Barron’s Korean At a Glance 참조)

    이른바 국제발음기호라고 하는 것은 사전마다 다르고 학자마다 다르다. 영국이 다르고 미국이 다르다. 이 발음기호를 철저히 가르친다 해도 국제적으로 통일된 것이 없어서 혼동을 일으킨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발음하란 말인가! 또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발음기호로 공부해 왔지만 실패한 셈이다! 실제로 우리는 그 발음기호로 공부해 왔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 대안을 찾아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발음에는 모국어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자기네 글로 그 발음을 적어 고저장단만 표시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다. 한글의 우수성을 십분 활용해 보자. 우리글은 어떤 발음도 표기할 수 없는 것이 없다고 했다. 물론 일본말보다는 월등하게 우수하다.

    모대학 총장이 필자에게 “어떻게 공부해야 영어를 잘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필자의 사례다. 중학 2학년 때 문창순이란 분이 영어교사로 부임했는데 그분은 자주 쓰는 중요한 표현들을 완벽한 음악으로 외우게 했다. “너처럼 예쁜 여자는 처음 봤어요.” “그만 가봐야겠어요.” “그게 금방 되나요.” “시간이 걸려야지.” 등등…. 3개월 동안 완벽하게 외운 것은 60개 정도였는데 그것을 가지고 집을 찾은 외국인 손님과 대화를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질문을 한 총장에게 필자의 경험을 들려주며 “완벽한 발음과 확실한 말씨로 자주 쓰는 말부터 외우면 된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총장은 웃으시면서 60개 문장만 외워서 영어가 된다면 영어 못 할 사람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때 옆에 있던 K부총리가 “그건 홍목사 말이 맞습니다”고 나를 두둔했다.

    독일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할 때 차범근 선수가 독일어를 배우고 있었는데, 단 50개 표현을 외워서 독일어를 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였다. 그러므로 필자의 방법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었고 결국 이 방법론을 인정받아 필자는 그 대학 영어과 겸임교수가 됐다.

    앞에서 말은 외워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법이란 그물로 말을 낚으려 하지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말이 대부분이다. 다음 표현들을 영어로 바꿔보자.

    “언제까지 유효하죠?” “그럴 기분 안 나요.” “누가 쓰실 건가요?” “그게 어떻게 생겼을까?” “마음만 먹으면 너도 할 수 있어.” “들어가세요.” (전화를 끊을 때) “머지 않아 그는 완쾌될 거예요.” “이 자리에 서게 되어 영광입니다.” “시험이 마음에 걸려요.” “그렇게도 바쁘세요.”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늘 쓰는 가장 쉽고 간단한 60가지를 영어로 표현하게 해 보았는데 영문과 졸업생 30여 명 중 정확하게 영어로 답을 한 것은 여섯 명뿐이었다. 필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답을 살펴보면서 스스로 점수를 매겨보자! 외운다는 것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외울 때 반드시 리듬을 살려서 외워야 한다.

    첫째, 문장을 왈츠 리듬으로 살리기 위해 3등분한다. 즉 두번 쉰다.

    둘째, 한 토막 안에서는 한 곳에 최대 강세를 준다.

    셋째, 약한 부분은 안 들려도 그만이라는 기분으로 약하게 발음하라.

    넷째, 고운 말씨 정중한 말씨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감정을 넣어 외우라.

    다섯째, 여유를 갖고 외우라. 영어는 빨리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 아니다.

    발음에도 공식이 있다. 예를 들면 ‘What are you doing?’을 빨리 발음할 땐 [왓 으어유 두잉]이 아니라 [쮬와쨔/두잉쮬]이된다. 왜 그럴까? 빨리 발음할 때 Be동사와 조동사는 생략될 수 있다는 공식이 있다. 그래서 ‘What are you doing?’이 되는데 이때 T가 Y를 만나면 [ㅊ]이 된다는 공식도 있다. 그런데 힘을 주면 [ㅊ]이 [ㅉ]이 된다. 그래서 [와쨔두잉]이 되는 것이다. 더 빨라지면 [와쨔 두우인]이 된다.

    Of는 빨리 발음하면 [아]가 된다. “커피 한잔 하시겠어요?”를 영어로 하면 ‘Would you like a cup of coffee?’가 된다. 이것을 [(우)어쥬 (을)라이꺼 커바ㅍ 카ㅍ휘]라고 발음한다.

    To는 빨리 발음하면 [투]가 아니라 [터]가 된다. 그래서 ‘See you tomorrow.’ [씨유 투마로] 하지 않고 [→씨유/ 터마(우)로우쮬]한다. You는 [야]가 되고 Your는 [여]가 된다.

    그리고 또 하나, 회화를 할 때엔 3박자로 끊어서 리드미컬하게 해야 하며 공식에 해당하는 표현을 통째로 외워야 한다.

    Could you tell me / how to get to / the Seoul Station?

    (서울역 가는 길을 알려 주시겠어요?)

    Could you tell me 한 박자, how to get to 한 박자, the Seoul Station 한 박자, 구구단 외우듯이 외우는 것이다.

    영어는 사실 쉬운 언어다. 존칭어도 없고, 어미 변화도 심하지 않아 따지고 보면 참 쉬운 언어다.

    영어발음을 한글로 적어야 하는 10가지 이유

    1. 모국어보다 분명하게 이해되는 발음이 없다. 기호보다는 모국어가 분명하다.

    2. 발음기호를 50년간 써왔지만 실패한 셈이다. 이제는 우리글로 정확한 발음을 적어 가르쳐야 한다.

    3. 미국인들도 발음기호를 쓰지 않고 자기네 모국어인 알파벳으로 표기한다.

    4. 말이 축약될 때의 발음기호는 없다. 사전에는 천천히 할 때의 발음기호밖에 없다.

    5. 발음기호는 사전마다 다르고 학자마다 달라 혼동만 일으킨다.

    6. 발음기호는 단어에만 적용할 뿐 문장의 변화음을 표기하는 예는 없다.

    7. 다른 외국어를 배울 때는 한글로 표기하여 배우면서 왜 영어에는 발음기호를 쓰는가.

    8. 10년간 연구결과 발음기호로 공부한 아이보다 한글 표기법으로 발음을 배운 아이가 훨씬 더 정확히 발음하는 것이 입증되었다.

    9. 영어발음은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원리를 따져서 익혀야 한다.

    10. 미국인이 영어발음을 한국인에게 가르치려면 그가 한국어를 배운 후 한국어로 영어발음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영어발음 한글표기법

    애매하게 들리는 영어발음을 가장 확실하고 분명하게 발음하기 위해 ‘헨리 홍의 영어발음 한국어 표기법’을 만들어 문화관광부에 등록했다. 그중에서도 우선 한국인에게 가장 어려운 여섯가지 발음의 표기법을 먼저 일러 두고자 한다.

    1. R발음은 [우+ㄹ] 혹은 [어]다.

    R가 단어 맨 앞에 오거나 자음 다음에 올 때에는 [우+ㄹ], 단어 맨 끝에 오거나 모음 다음에 올 때에는 [어]를 추가하여 발음하고 다음과 같이 표기한다. (“우”를 괄호 안에 넣은 것은 “우”로 발음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뜻이다. 그러나 발음을 하지 않을 경우에도 혀를 들어올려 [우]소리 모양은 해야 한다.)

    Rain은 [(우)레인] 빨라지면 [뤠인] (R가 단어 맨 앞에 올 때 ‘우’ 추가)

    Pray는 [프(우)레이] 빨라지면 [푸뤠이] (R가 자음 뒤에 올 때 ‘우’ 추가)

    Garden은 [가어든] (R가 모음 뒤에 올 때 ‘어’로 발음)

    Hear은 [히여어] (R가 단어 끝에 올 때)

    2. L발음은 [(을)+ㄹ]이다.

    혀끝을 윗니 안쪽 잇몸에 확실히 붙였다가 뗄 때 나는 “ㄹ” 발음이다. (예: 노래할 때 [랄랄라…] 소리가 가장 정확한 L발음이다.)

    (‘을’을 괄호 안에 넣은 것은 ‘을’발음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뜻이다. 그러나 발음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혀끝을 윗니 안쪽 잇몸이나 입천장에 붙여야 한다.)

    Lake는 [(을)레익] 호수, Line은 [(을)라인] 줄, Like는 [(을)라익] 좋아하다

    3. V는 [ㅂ흐]로 표기한다.

    (이 발음은 [ㅂ]이 먼저 들리고 이어 [ㅎ]발음이 들리기 때문이다.)

    V발음은 아랫입술을 말아 안으로 넣고 윗니로 그 입술을 완전히 눌렀다가 윗니로 그 입술을 누른 상태에서 목을 울리며 천천히 빼낸다. 뱃고동 소리나 문풍지 소리처럼 아주 부드러운 소리가 난다. Vase는 [ㅂ흐에이즈], Very는 [ㅂ흐에어뤼], Victory는 [ㅂ흐익토어뤼]

    4. F는 [ㅍ흐]로 표기한다.

    (이 발음은 [ㅍ]이 먼저 나고 이어 [ㅎ]발음이 나기 때문이다.)

    F발음은 아랫입술을 말아 안으로 넣고 윗니로 그 입술을 완전히 막아 눌렀다가 일순간에 터뜨리는 발음이다. 폭발음처럼 풍선 터지는 소리가 나야 한다.

    Face는 [ㅍ흐에이스] 얼굴 Find는 [ㅍ흐아인] 발견하다

    5. 쎈(무성음) Th발음은 [ㅎ뜨으]로 표기한다.

    (이 발음은 처음에 [ㅎ], 뒤에는 [ㄸ]이 들리기 때문이다.

    ) 쎈 Th발음은 아래 윗니 사이에 혀를 내어 물고 나서 그 상태에서 천천히 빼내며 [뜨으]발음을 낸다. ([ㅎ]과 [ㄸ]의 겹자음으로 표기한다)

    Thank는 [ㅎ뜨으앵] 감사하다 Thin는 [ㅎ뜨으인] 날씬한

    Think는 [ㅎ뜨으잉] 생각하다

    6. 부드러운(유성음) Th 발음은 [ㅎ드으]로 표기한다.

    (이 발음은 처음에 [ㄷ]발음이 나고 이어 [ㅎ]발음이 나기 때문이다. [ㅎ]과 [ㄷ]의 겹자음, 즉 ‘ㅎ드으’로 표기한다.)

    부드러운 Th발음은 같은 방법으로 혀를 문 상태에서 물린 혀를 안으로 당기면서 [드으] 발음을 천천히 낸다.

    Mother는 [맣드으어어] 어머니 They는 [ㅎ드으에이] 그들

    Than는 [ㅎ드앤] ~보다

    1. 쉬운 책부터 읽어라

    -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 소리 내어 쉬는 곳을 살려 읽어라

    - 책을 읽을 때는 처음엔 소리 내어 읽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하게 발음하는 훈련이 되고 감정 표현이 되며 듣는 이가 공감할 수 있게 된다. 말할 때 입을 크게 벌리고 자신있게 정확한 발음으로 또 아름다운 리듬으로 읽어야 한다. 그러나 너무 빨리 읽으면 정확한 발음이 나오지 않으므로 되도록 천천히 읽어야 한다.

    3. 절대로 다시 읽지 말라

    - 한번 읽으면 그만이다. 다시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럴 시간이 없다. 다시 읽을시간에 다른 책을 더 읽어라. 그래야 영어가 우리글처럼 한눈에 들어오며 익숙해져서 이해가 빨라지는 것이다.

    4. 꼼꼼히 읽지 말라

    - 독서는 대개 정독을 권한다. 그러나 영어 학습으로서의 독서는 남독을 권하고 싶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선 많은 단어 많은 문장에 익숙해 져야 하며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야 한다. 더러는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그냥 짐작만으로 만족하고 그 단어를 사전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라. 그 단어를 찾는 시간에 더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5. 재미있는 책부터 읽어라

    - 많이 그리고 끊임없이 읽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것을 고르되 세계명작을 권하고 싶다. 그러나 명작 소설이 실은 그리 쉽지 않다. 이 명작 소설을 다이제스트한 것을 찾아 읽으면 길지도 않고 또 쉬운 문장으로 되어 있어서 읽기도 쉽다.

    6. 뉴욕 타임스를 읽어라

    - 영어책은 지루해질 수 있다. 그러나 매일 나오는 뉴스는 읽지 않고 견딜 재간이 없다. 뉴스로서 읽기는 신문인데 신문을 읽을 때에는 뉴욕타임스를 권하고 싶다. 가장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의 글이기 때문이다. 말은 ‘어’해서 다르고 ‘아’해서 다르다고 했다. 글도 좋은 글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7. 좋은 표현은 골라 외워라

    - 그리하여 좋은 표현은 보석을 캐낸 듯 고이 간직하고 외우라는 것이다. 그 단어 그 문장이 당신을 보석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나가다가 “아, 이런 표현도 있구나!” 하는 좋은 표현엔 밑줄을 긋고 다른 공책에 옮겨 외워야 한다.

    8. 자신이 아나운서라고 생각하라

    - 아나운서는 정확한 표준어를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며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말한다. 가장 정확한 발음을 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항상 무엇이 정확한 발음이며 어떻게 해야 정확히 발음할 수 있으며 왜 그렇게 발음해야 하는가의 원리까지 알아야 한다.

    9. 톤을 조절하라

    - 영어회화는 특히 노래로 간주하여 발음 음정 박자, 즉 고저장단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꼭 책 읽는 것 같다. 특히 여러 사람 앞에서 읽는다고 생각하고 톤을 높여 읽는 훈련도 중요하다. 이런 훈련을 거치면 연설이나 설교 등 여러 사람 앞에서 하는 영어에 자신을 갖게 된다. 그 좋은 방법으로는 성경을 읽되 8음계의 ‘파’ 높이로 읽는 습관을 들이면 스피치 훈련에 큰 도움이 된다.

    10. 말씨를 생각하며 읽어라

    - 노래라고 생각하면 아무렇게나 읽을 수 없다. 나는 늘 이렇게 잔소리한다. “아니, 주일날 찬양대에서 찬양할 땐 그렇게도 음정박자 안 틀리려고 애쓰면서 왜 영어로 대화할 땐 제멋대로 합니까?” 그렇다. 말에는 감정이 들어 있어야 한다. 그 감정은 말씨를 살릴 때 가능하다.

    < 영어는 절대로 어렵지 않다 >

    말로 하는 영어는 절대로 어렵지 않다. 발음에 자신이 없으므로 어렵게 느껴지는 것뿐이다. 영어 구어학습은 시간문제다. 발음과 말씨를 정확히 숙지하고 자주 쓰는 말, 공식에 해당하는 말, 중요한 말을 그 음정과 박자에 맞춰 외운 뒤 묻고 대답하는 훈련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즉, 발음공식을 알고 그 공식에 따라 듣고 외야 할 표현을 외우면 말이 된다. 이렇게 삼위일체가 되면 말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미국인의 발음을 정확히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한국인의 발음청취 채널을 넓힘으로써 가능하다. 그 채널이 바로 영어 발음의 우리말 공식이다. 발음과 말씨에 전혀 자신이 없으면서 모든 것을 문법에 의지해 만들려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발음과 리듬의 원리를 소화한 뒤 쉬운 책부터 정독이 아닌 남독으로 하루에 한 권씩 읽어가면 된다. 읽기를 통해 어휘, 문법, 영작 실력을 키워우면 영어를 모국어처럼 할 수 있게 된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영어와 함께 서구인들의 문화와 예절도 익혀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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