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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김근태 협력인가, 경쟁인가

  •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노무현· 김근태 협력인가, 경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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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인 4월10일 이번에는 김근태 최고위원이 “나도 양보할 수 있다”며 노고문의 말에 화답했다.

“지금은 그 상황과 조건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노고문이나 내가 승리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다른 후보와 정책적·전략적 연대도 고려할 수 있다. 대선 경선 과정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나도 노고문을 위해 양보할 수 있다.”

형제와 같은 관계, 당내 경선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대선 주자도 양보할 수 있다고 말했던 두 진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협력보다는 경쟁관계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정가 관전자들의 중론이다. 노고문측이 ‘개혁연대론’을 공식화하고 나오자 김최고위원측이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며 ‘열린 연대론’으로 맞받아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팽팽한 긴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정가에서는 지난 7월22일부터 27일까지 엿새동안 벌어졌던 두 사람의 ‘말’을 둘러싼 갈등을 요즘도 화제로 삼는다.

7월22일 저녁 노무현·김근태 두 사람은 저녁식사를 같이했다. 그날의 만찬은 노고문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이날 회동에 앞서 노고문은 민주당 경선 판세가 이인제 최고위원과 자신 간의 대결, 즉 ‘2강 구도’로 좁혀졌다고 주장했었다. 그러자 김근태 최고위원은 자신을 포함한 ‘3강론’으로 치고 나왔다. 22일 저녁식사는 이처럼 양자관계가 서먹서먹해진 가운데 이뤄진 만남이었다.



이날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한편으로는 1987년 김대중·김영삼 두 김씨가 분열하는 바람에 민주화 세력의 통합에 실패했던 교훈까지 거론하면서 “단결하자”는 데 뜻을 모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7월24일 김최고위원은 한반도재단 사무실에서 가진 정기 기자간담회에서 22일의 만찬 분위기를 전했다.

“어느 나라 속담에 두 산은 만날 수 없어도 친구는 만날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노장관과 나는 영화 ‘친구’에 나오는 그런 친구입니다. 우리는 고교 동년배입니다. 1987년 정권교체 실패 후 국민이 실망했고 민주세력의 대의가 훼손됐다고 지적하고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자고 약속했습니다. …노고문이 집토끼라면 나는 산토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고문은 대중에게 직접 다가가는 능력과 특장점이 있습니다. 또 화끈해서 민주당 지지를 모으고, 당에 활력을 일으키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 동안 갈등 통합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비(非)DJ 개혁세력을 포함한 중간층 결집엔 내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두 사람

“노고문과 연대할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최고위원은 “우리는 경쟁하고 협력하는 친구다. 스타일은 좀 다르지만 정책노선은 근접성이 있다. 대선 연대의 틀은 서로 공감하고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단일화 시점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경선 마지막까지 갈 수도 있고…. 먼저 개혁세력의 몫을 키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사흘 뒤인 7월27일 경기도 안산 공무원수련원에서 열린 국민정치연구회(이사장 이재정) 하계수련회에서 두 사람은 다시 의견의 차이를 드러내고 말았다.

먼저 김최고위원이 “개혁연대라는 것이 자칫 외연의 축소로, 개혁세력의 왜소화를 가져올 수 있다. 개혁을 거부하며 과거의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세력은 소수에 불과한 만큼 최대한 포용해야 한다”며 이인제 최고위원까지 포함한 ‘트로이카 연대’를 다시 제의했다.

그러나 노고문은 “작고 단단한 핵을 바탕으로 한 뒤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막연한 외연 확장은, 그 뜻은 좋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연대의 시점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분명한 시각 차를 드러냈다. 노고문이 노·김 연대를 가급적 빨리 성사시킨 뒤, 그 힘을 바탕으로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을 시사한 반면, 김최고위원은 가급적 시간을 두고 개혁세력의 힘을 최대한 결집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난 7월 마지막 주, 두 사람은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의기투합하기도 하고 견해 차이를 드러내기도 하는 등 어지러운 한 주를 보냈던 셈이다. 역설적으로 잦은 만남이 두 사람의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을 선명하게 드러내 보였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 평가다.

그리고 8월에 접어들면서 두 진영은 과거와 달리 서로의 차이점을 분명히 하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며 사적인 자리,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말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먼저 두 진영에 화제가 됐던 것은 지난 8월1일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민주당 국정홍보대회. 이날 이인제·김근태 최고위원, 노무현 고문 등 민주당의 대권주자가 모두 나서 한나라당을 공격해 예비 경선장 분위기를 연출했다. 분위기가 그렇다 보니 참석자들의 관심은 자연 세 사람의 연설솜씨를 비교하는 데로 모아졌다.

결과는 이인제·노무현 두 대권주자가 합격점을 받은 반면, 김최고위원은 그다지 매끄럽게 연설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무현 진영의 한 인사는 “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만큼 김최고위원이 연설을 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캠프만 이런 평가를 내린 것이 아니었다. 김최고위원측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한 측근인사는 김최고위원이 대중연설에 약점을 보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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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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