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에서 ‘어떤 사물을 거부하는 심리적 반응’의 뜻으로 널리 쓰이는 단어 알레르기(allergy)는 원래 ‘변형된 반응(작용)’이라는 의미의 의학적 용어다. 인체는 외부에서 이물질이 체내로 들어오면 몸을 보호하기 위해 면역반응(정상 면역반응)을 일으키는데, 그것이 지나쳐 과민 반응(과민성 면역반응)을 나타냄으로써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를 알레르기 질환이라고 한다.
알레르기 질환은 우리나라 인구의 10∼20%에서 관찰될 정도로 흔한 병이면서도 쉽게 낫지 않는 특성이 있다. 또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그에 비례해 증가하는 현대병이기도 하다.
그러나 알레르기 질환은 아무나 걸리는 것이 아니다.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바퀴벌레 등 알레르겐(allergen,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는 ‘유전적 배경’을 지닌 사람에게 주로 나타난다. 의학계에서는 알레르겐 과민 반응으로 천식, 비염,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성 질환이 생길 수 있는 사람을 가리켜 ‘알레르기 체질’이라고 한다.
집안 내력성 질환
알레르기 체질은 그 유전적 특성 때문에 가족 단위에서 군집(群集)으로 나타난다. ‘대한 천식 및 알레르기 학회’ 자료에 따르면 가족중 아토피성 호흡기 질환(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가계에서 태어난 사람의 경우 20세 이전에 남자의 28%, 여자의 10%가 알레르기 비염 혹은 천식이 발생한 반면 아토피성 호흡기 질환이 없는 가계에서 태어난 경우는 남자의 1.5%, 여자의 0.08%만이 알레르기 질환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자신이 알레르기 체질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을 가지고 피부반응검사를 해보면 알 수 있다. 피부반응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면 알레르기 질환에 노출돼 있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피부반응검사에 양성반응을 보인 집단(100명)에서는 20명이 3년 후에 알레르기 비염이 발생하였고 다른 10명은 7년 뒤에 천식이 발생한 반면, 피부반응검사에 음성반응을 보인 집단(100명)에서는 한두 명만 알레르기 비염이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다.
알레르기 질환은 유전적 특징 외에도 알레르겐에 한번 접촉했다고 해서 덜컥 병에 걸리지는 않는 특이성이 있다. 알레르겐에 처음 접촉할 때는 오히려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으며 최소 두 차례 이상 반복적으로 접촉했을 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일단 알레르기 과민반응을 일으키면 인체의 모든 부위에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알레르기 전문가들은 알레르겐이 인체의 어느 부위에 작용하여 증상을 일으키는지에 따라 병명이 달라질 뿐이지, 그 작용하는 기전은 대부분 비슷하다고 말한다.
알레르기 질환은 생활 환경에서 접하는 여러 알레르기 원인물질들이 인체의 어느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가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공기와 함께 섞여 들어오는 알레르겐(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포자, 동물의 털 등)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알레르기 ▲음식물(우유, 계란, 어패류, 콩류, 복숭아 등)이나 경구용 약물 복용시 발생하는 경구용 알레르기 ▲피부나 점막에 알레르겐(합성섬유나 합성수지, 화장품 등)이 반복 접촉함으로써 생기는 접촉성 알레르기 ▲햇빛이나 더운물 혹은 찬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발생하는 물리적 알레르기 등이 그것이다.
이중 호흡기관을 통해 발생하는 호흡기 알레르기(비염, 천식 등)가 가장 일반적이면서 쉽게 고쳐지지 않는 난치질환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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