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석과의 만남에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대화가 있습니까.
“처음 만났을 때 밤나무 얘길 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밤나무를 유독 좋아했는데 당시 평양에서는 이유없이 밤나무가 병이 들어 죽어가고 있었다고 해요. 관리들이 모두 밤나무를 베어내기 시작했는데 김주석이 그걸 말렸답니다. 병 걸린 것도 안타까운데 쉽게 베어내면 되겠냐고 했다고 해요. 그런데 그 나무들이 결국 병을 이기고 살아났다는 겁니다. 자랑 삼아 그런 얘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김주석은 전문지식보다는 경험에 비춰 이론과 정책을 세워가는 스타일로 보였어요.”
-김주석에게 카리스마가 있었다고 말씀했는데 카리스마에도 여러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강압적 카리스마, 권의주의적 카리스마, 민주주의적 카리스마, 전문가적 카리스마… 김주석의 카리스마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강압적 카리스마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반대예요. 반찬을 젓가락으로 집어주면서 먹어보라고 권하기도 하고, 상에 올라온 노란수박(참외)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숙소로 보내줄 정도로 자상했습니다. 특히 손님에 대한 예의가 깍듯했습니다. 김주석을 인자하고 자상한 할아버지 같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고향 순천(그는 전남 순천을 고향으로 말한다)에도 그런 할아버지 많아요. 말수가 별로 없으면서도 권위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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