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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무책임한 대기업 노사문화가 불공정 사회 만든다”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의 작심 발언

  • 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무책임한 대기업 노사문화가 불공정 사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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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통한 공정사회 만들기

“무책임한 대기업 노사문화가 불공정 사회 만든다”

2010년 10월25일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맨 오른쪽) 등 노사정 대표자들이 청와대에 모여 이명박 대통령(가운데)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일을 통해 잘사는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해 새해 4대 중점과제를 마련했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하기 △일을 통해 스스로 일어서기 △든든하고 활기찬 일터 만들기 △노사 한마음 일터 가꾸기 등이 그것.

예컨대 빈곤층이 일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키겠다는 게 그 첫 테마다.

“복지제도가 잘돼 있는 선진국을 보면 일하지 않고 그 혜택만 받으려는 이가 많아서 사회적 문제가 돼왔지요. 그런데 한국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법정급여말고도 전기요금 할인, 자녀학자금, 휴대전화요금 할인 등 많게는 32개 급여가 추가로 지급됩니다. 모두 합하면 월 20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웬만한 중소기업에서도 초과근로 포함해서 월 150만원 받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니 일하는 것보다 복지혜택 받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고 있는 이 가운데 일할 능력이 있는 이가 30만명 정도 됩니다.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자 합니다.”

그래서 나온 그의 셈법이 독특하다. 예컨대 외국인근로자들이 일하는 곳보다는 근무환경이 나은 곳에 취업해 있는 동포 방문취업자만 해도 30만명에 달한다. 이들의 수를 줄일 경우 기초수급자들의 일자리 수요 일부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장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청년실업자 30만명과 만성적 구인난을 겪고 있는 기업의 일자리 수요 30만개를 치환할 경우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2008년 대외 경제위기로 인해 갑자기 없어졌다가 다시 생겨나고 있는 일자리 30만개가 있다. 박 장관은 “이 ‘마(魔)의 30만’ 5개 수치가 서로 잘 어울리게 연결하는 일을 고용노동부의 향후 핵심 정책으로 상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간 단순 치환이 아니라 각각의 수요와 공급 등 복잡한 함수를 생각한 ‘매칭(matching·어울리게 연결)’업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원전을 수주하거나,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국내에 유치하는 등 기본적 일거리가 늘어나야 고용률이 높아집니다. 이 분야 업무는 경제부처가 해야 할 일이고요. 고용부는 서로 엇박자가 나 있는 일과 인력의 관계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예컨대 빈 일자리를 근로능력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채우게 되면 정부 재정도 줄일 수 있고, 빈곤층도 일을 통해 자립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고용부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취업이 가능한 사람을 선별한 다음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자립지원 상담사’ 48명을 우선 배치할 계획이다. 또 지방고용센터에 취업전담팀을 두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맞춤형 훈련과 수급자 자녀에 대한 무료 직업훈련도 펼 계획이다. 자활대상자의 근로 의욕을 높이기 위해 그 자녀들을 인턴이나 직업 중심 학교인 한국폴리텍대학 등에서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취업할 경우 교육·의료·주거 급여도 연장해줄 계획이다. 또 영세사업자가 실업급여에 가입할 수 있도록 고용보험법을 개정하고 택배기사, ‘퀵서비스 종사자’ 등 특수형태의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적용을 추진키로 했다.

과로에 지친 사회

고용노동부의 새해 두 번째 테마는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하기. 이를 추진하게 된 배경은 근로자 대부분이 직면한 장시간 근로와 이로 인한 피로다.

“우리나라 근로자는 세계에서 일을 가장 많이 해요. 상습적으로 과로에 시달리고 있어요. ‘월화수목, 금금금’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로 투입량이 많으니 노동생산성이 떨어져요. 따로 여유가 없으니 근로시간 중에 은행에도 가고, 집안일도 합니다. 늘 피곤에 절어 있다 보니 산업재해가 많아요. 통계에 의하면 교통사고보다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6배나 더 큰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노사갈등으로 인한 손실보다 16배나 더 큽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다 보니 가족 가치가 훼손됐어요. 자기계발을 위해 투자할 시간도 부족합니다. 학교에선 교육열이 높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지만, 직장에 들어가면 자기계발은 현실과는 먼 꿈입니다. 일자리가 적으니 서로 나눌 필요가 있지만, 여기에 대한 공감대도 부족합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소수 정예가 과로에 지친 사회입니다.”

2009년 근로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보면 한국은 25.1달러다. 룩셈부르크 74달러, 미국 57.4달러, 영국 47.6달러에 비하면 크게 뒤진다. 결국 이런 문제점들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선 근로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게 박 장관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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